불타는 작품

불타는 작품

$16.80
Description
“나는 벌어질 모든 우연에 덫을 설치한 겁니다.”

상상력의 빈곤을 자책하게 만드는 기묘한 설정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놀라운 이야기

한국 최초 대거상 수상 작가 윤고은 신작 장편
국내 출간 전 영미권 수출, Scribe출판사 출간 확정!
윤고은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상상력으로 현실을, 작금의 현실 속에 자리하고 있는 부조리함에 대해 과감하고 유쾌하게 소설작업을 이어왔다. 대개 그의 글에서 현실을 감각적으로 풍자하는 마음이나, 소설로 현실을 재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갸웃거리는 독자들에게 그녀는 명랑하게 혹은 친밀하게 자신의 문학을 소개했고, 소설의 언어를 무기 삼아 현실의 불편한 삶의 이해와 다채롭게 다각화된 일상을 자신만의 세계로 구축했다.

이번에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된 장편소설 《불타는 작품》은 작가로서의 윤고은에게 필모그래피의 분기점이 될, 스스로의 당위에 천착하고 꼭 써야만 했던 필연적인 작품이라 말할 수 있겠다. 문학잡지 《악스트》에서 연재를 마치고 1년 동안 수정과 탈고를 거쳐 출간된 《불타는 작품》은 예술가에게 있어 예술과 작품 사이의 ‘관계’에 대한 희비극적 성찰과 블랙코미디적 이야기 전개, 작품을 불태우는 파괴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작품의 가치와 작가의 위상이 올라가는 자본주의 역설에 대한 고발 등 지금 이 시대의 예술작품에 대한 진정한 의미에 대해 묻는다.

소설집 《1인용 식탁》 《알로하》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 《밤의 여행자들》 《해적판을 타고》 《도서관 런웨이》 등으로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윤고은의 신작 장편소설 《불타는 작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예술 작품들의 창작과정과 불태워져야지만 최고의 작품으로 둔갑되는 그 순간들을 윤고은 특유의 깊고 섬세한 통찰로 만나보게 되었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윤고은

소설가.라디오디제이.여행자.지하철승객.매일5분자전거라이더.길에떨어진머리끈을발견하면꼭사진으로남겨야하는사람.책이산책의줄임말이라고믿는사람.라디오[윤고은의EBS북카페]를진행하고있다.

1980년서울에서태어나동국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2003년대산대학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1인용식탁』,『알로하』,『늙은차와히치하이커』,...

목차

불타는작품7

작가의말343

작품해설/그러나오아시스는있다_정여울(문학평론가)347

출판사 서평

이제모든것은로버트,그개가설명할겁니다

소설은한장의사진으로시작된다.그랜드캐니언에서젊은남녀가있었고누구나알아차릴수있을만큼여자는웨딩드레스,남자는한쪽무릎을반쯤굽혔다.프러포즈중이었다.그사진을보는사람들의감정은대개같았다.감동적이다.멋있다.아름답다.하지만아름답고멋있기때문에그사진이널리퍼진건아니었다.사진속젊은남녀가실종상태였기때문에더유명해졌다.이제사진은더이상화사하거나따듯한이미지가아니었다.미스터리실종사건의증거물이미지가덧씌워졌다.하지만,그것만으로매일밤뉴스를장식할수는없었다.하나의레이어가더있었다.그사진을찍은저작권자.사진을찍은건다름아닌개‘로버트’였다.

로버트가바로그사진을찍었다.젊은남녀의아름다운첫시작과젊은남녀의생의마지막을사진으로남기게된것이다.사람들은이중적인감정,즉예술작품에서파생되는각기다른이미지를그사진에서얻었다.로버트는바로그지점까지도추측해사진을찍었다는이야기가떠돌았다.사진속젊은여자의아버지,거대사업가발트만회장은이제는죽어버린,사라져버린딸의마지막사진을남긴,사진작가로버트를찾아나섰다.발트만회장은오로지그로버트를위해,미술재단을만든다.움직임과멈춤이하나의프레임에갇힌그예술작품을위해.파괴되어야만단하나의위대한작품이될수있는그시스템을위해.

일단유명해져라,작품을불태워서라도

나(안이지)는잠시음식배달라이더의삶을산다.잠시‘예술하는’삶을멈춘다.팬데믹시절에나같은작가는생존을위해살아가야한다.후원자들의후원은끊겼다.지원도축소되었다.‘예술하는’삶은잠시사라진걸까?집세때문에살던곳에서쫓겨나는기분으로살았던그녀에게지금현재소원은‘마당이딸린개’를갖는것이었다.어느날예술가들을향한파격적인제안으로유명한로버트재단이안이지의작품을높이평가하여그녀의작품활동을전폭적으로후원해주기로했다는것.놀랍게도안이지의작품을선택하고가치를인정해준후원자가바로로버트라불리는‘개’였다는게더놀라웠다.

소원이반쯤이뤄진셈이었다.그러나아무리로버트재단의후원이거절하기어려울만큼매력적이긴하지만그로버트가‘개’라는사실이영어색하고당황스럽다.그럼에도나는그제안을뿌리칠수없어미국행비행기에오른다.안이지는예술을포기할뻔한상황에서자신을구원해줄로버트재단에게감사한마음한편으로정말그재단의권위자가‘개’인로버트가맞을까싶은의구심,정말후원이되긴하는걸까싶은여러가지복잡한생각이든다.

드디어도착한로버트재단.그곳에서의생활은꽤규칙적이고절차적이다.로버트가원하는시간에저녁을먹고,로버트가원하는시간에대화를나누고,로버트가원하는시간에산책을해야한다.은유와상징이아니라정말작품을보는눈을가진걸까?로버트재단이지금까지승승장구해온비결은바로로버트가유망한화가와뛰어난작품을선택하는능력을지녔다는점.그럼에도막상눈앞에‘개’인로버트를대하고보니자기인식을가졌을지,통역사가로버트의말을옮겨오는것에도의구심만든다.그럼에도나는‘로버트’와후원‘재단’을분리해서생각하기로한다.재단의후원능력만을믿기에이른다.그리고,절대적으로지켜야하는제안하나.작품중하나를선택해소각해야된다는조건.

불태워져사라지는단하나의원본

예술가와작품은어떤관계일까?소설에서중심축으로설정된‘작품을불태워야한다’라는명제는창작자와작품의관계에대해생각하게만든다.작품을불태우는그화려한퍼포먼스는작품의희귀성을최상의자리로위치시킨다.훌륭한작품으로선택된작품이불타사라지는순간그작품은더이상세상에존재하지않게되는데,한때존재했으나이제는존재하지않는관념적인의미로작용된다.가시적인물성에서비가시적인관념으로몸을바꿔두는것.예술의표면적인형상의이미지에서관념적인이미지로둔갑되는그순간인셈이다.작품을태움으로써물적가치는상승하고그작품이세상에존재하지않음으로화가의값어치또한상승한다.하지만이행위는예술가의존엄을무너뜨린다.자신의작품이불태워지는과정을지켜보는창작자의심정은고려되지않은,오로지작품만을위한퍼포먼스인것이다.내작품을불태웠다,라는창작자의선택.작품을스스로폐기했다는훼손된자존감.또한온전히작품이자본가난후원자에게귀속된다는것.그럼으로이불태우는행위를통해창작자는자신의존엄과독립성을작품의가치와맞바꾸게된다.이소설은바로그러한지점,태워야하는작품을그려야하는작가의마음과작품을태울수없게되는작가의예술적존엄이충돌하는걸보여준다.

추천사

독자의상상력빈곤을자책하게만드는기묘한설정과어디로튈지알수없는놀라운이야기전개로유명한윤고은이이번에도윤고은했다.오즈나라의노란벽돌길을걷는도로시가되어엘리스의이상한나라를여행하다보면소통이란무엇인가,예술이란무엇인가라는묵직한질문과마주하게된다.하지만이런설명이다무슨소용이랴.한마디로기상천외하고흥미진진하다.이책이야말로바로윤고은의불타는작품이다.
―김상욱(물리학자)

요셉보이스의「죽은토끼에게어떻게그림을설명할것인가?」를친절한언어로제시한다면이러하지않았을까?변기가예술이된후,깡통속대변이작품으로인정받고,벽에붙은바나나에열광하는현대미술계의질문을특유의호기심넘치는시선으로풀어낸관점이즐거웠다.존재하지만존재하지않는로버트의모습은뱅크시와같았고,얕은욕망과불안속에허덕이는안이지는이시대를견뎌내기위해삶을불태우고있는수많은작가들의고민처럼타올랐다.
―김찬용(도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