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의 숲 (안보윤 소설)

알마의 숲 (안보윤 소설)

$12.00
Description
비밀 하나 알려줄까?
난 있지… 눈물을 흘리면 죽어
부재와 상실에 길들여진 한 소녀와 소년이 말하는 현실 너머의 세계
2005년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뒤 2009년 《오즈의 닥터》로 자음과모음문학상을 수상한 안보윤의 신작 소설 《알마의 숲》이 은행나무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3~4백매 분량의 중편소설 시리즈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은행나무 노벨라’ 여덟 번째 수록 작품이다.

이번에 출시된 안보윤의《알마의 숲》은 한 소년의 자살시도 이후 도착하게 된 어느 ‘숲’에서 겪는 여러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우리는 세상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 하는 철학적인 물음을 건네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환상적인 공간인 알마의 ‘숲’ 안에 부재와 상실에 길들여진 한 소년이 놓임으로써 무너져버렸던 소년의 삶의 회복 과정을 몽환적인 이미지와 함께 서정적인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

안보윤

2005년문학동네작가상을통해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소설집《비교적안녕한당신의하루》《소년7의고백》,장편소설《악어떼가나왔다》《오즈의닥터》《사소한문제들》《우선멈춤》《모르는척》《밤의행방》《여진》이있다.자음과모음문학상,현대문학상,이효석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알마의숲007

작가의말145

출판사 서평

아무도그것들에대해설명해주지않았다

한소년이삶을끝내기로작정하고숲안으로들어간다.소년이원하는건자신의죽음으로인해유명청소년심리상담사인엄마를진부하고무책임한‘알고보니’의세계로끌어내리려하는것.까치발을해야닿을만한위치의큰나뭇가지앞에소년은서있다.머리좋고신체건강한아이가왜,무슨이유로외진숲속에서자살하려하는지아무도모를것이다.단지잘난척해온대로나를다안다고떠들었던대로이해해보라지,라며소년은고리안으로머리를밀어넣는다.
외진숲속.통나무집안에서소년이눈을뜬다.한소녀가옆에앉아있다.죽음을스스로선택한뒤에처음보는풍경.둥근사각형머리,턱선에맞춰일자로자른새까만머리카락,동글지만딱딱해보이는어깨.소녀알마.알마는소년이깨어나기를기다렸다가설명한다.이숲,이집과같이살고있는삼촌과이층에기거하고있는올빼미에대해.여기는어디고무엇이며왜이런숲에서눈을떠야했는지에대해서도.

늪도아니고틈도아닌그들은그걸‘문’이라고부른다.소년은자살을시도했고눈을감았고그문을통해이숲으로들어왔다.당분간은돌아갈수없다.소년이왔던곳으로돌아가려면그‘문’이열려야한다.그문이열릴때까지여기,알마의숲에머무를수밖에.그문이언제열리고닫히는지는알수가없다.소년은따지지않는다.돌아가고싶지않았기에고리안으로머리를밀어넣었던게아니었나.엄마가불안과고통에,죄책감에추격당할수만있다면무엇이고좋았다,소년은.
그냥한번쯤은누군가에게얘기해보고싶었다.내가왜난데없이추잡스러운상욕을해대는모욕증에걸렸는지에대해,또비행청소년들이약한자들을괴롭히고사지로몰아넣는자리에왜있었는지에대해.번듯한중산층의엄마와아빠가나를얼마나창피해하며나를버린듯버리지못하는지에대해서도.아무도그것들에대해소년에게설명해주지않았다.질문을하면제대로돌아오는답은없었다.너를위해서야.너를다알아서그래.아이의영역안에서의대답들.소년은아이의영역에서벗어나어른의영역에서설명받기를원했고이해받기를원했다.사랑받기를원했을수도.

어설프고서툰삶의조각들그리고눈부시게빛나는생의신비로운비밀

-무엇을선택해야후회하지않아요?
-후회하지않는선택같은게있겠냐.네가뭘선택하든후회는반드시따라붙어.발빠른놈이거든.차라리그놈이랑정면으로맞닥뜨려.실컷후회하고속시원하게털어버릴수있는쪽을택하는거다.

알마의삼촌이대답한다.제대로경험해보지못한삶의순간들을실컷겪어봐야한다는것.그래봐야제대로증오할수있고사랑할수있다는것.또이해의실마리라도잡아볼수있다는것.소년에게는삶도죽음도논할자격이없다.그어떤것도제대로경험해보지못했으니까.하지만소년은서툰것일뿐이다.원래어린아이들은성급하고서투니까.그렇다고어설프고서툰것들을외면해서는안된다.어설프고서툶삶의조각들은시간이흐르고제대로겪어보면언젠가는비어있는그곳이채워진다는것.숲에기거하는알마,삼촌,올빼미가소년의존재증명을위해삶의신비로운이유들을풀어놓기시작한다.‘문’이열리기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