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즈루 (가와카미 히로미 장편소설)

마나즈루 (가와카미 히로미 장편소설)

$16.80
Description
“예리하면서도 부드러운, 시대의 대표작”
사랑의 상실과 치유를 그린 환상적이고 쓸쓸한 여정
독보적인 감각으로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작품 세계를 구축해 ‘우화의 마술사’라 불리는 현대 일본 작가 가와카미 히로미의 대표작 《마나즈루》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현대인의 상실과 아픔에 공명하는 따뜻한 환상성을 지닌 작품들로 아쿠타가와상,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등 일본의 주요 문학상을 전부 휩쓴 가와카미 히로미는 현재 일본 문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가와카미 히로미 문학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대의 대표작”이라는 평처럼, 《마나즈루》는 그간 작가가 탐구해온 주제 의식과 문체를 온전히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사랑했던 사람의 부재로 인한 오랜 아픔을 외면해온 한 여성이 작은 바닷가 마을인 ‘마나즈루’를 오가며 상실로부터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일본 문화청에서 수여하는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상을 수상했으며, 영미권을 비롯하여 독일어, 프랑스어, 덴마크어, 루마니아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해외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선정 및 수상내역
57회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상 수상작
저자

가와카미히로미

川上弘美
1958년도쿄에서태어났다.1994년《어느멋진하루》로파스칼단편문학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일상과환상이뒤섞인탁월한묘사와독특한상상력,온화하고섬세한시선이담긴독보적인작품세계를구축하여“우화의마술사”로불리며현대일본에서가장영향력있는작가중한명으로꼽힌다.1996년《뱀을밟다》로“인류가보편적으로지닌근원적심리와여성내면에서벌어지는갈등이라는극적세계를표현해냈다”는평과함께아쿠타가와상을수상했으며,그외에다니자키준이치로상,요미우리문학상,이즈미교카상등일본의주요문학상을받았다.2019년까지미시마유키오상심사위원을맡았고,현재까지아쿠타가와상과다니자키준이치로상심사위원으로활약하며2019년일본에서학문과예술분야발전에기여한인물에게수여하는문화훈장을,2023년프랑스에서문예공로훈장을받았다.2006년에발표된《마나즈루》는최초로영미권에소개된작가의대표작으로,자신의아픈기억을외면해온한여성이작은바닷가마을인마나즈루를오가며상실로부터회복해가는과정을그린다.이작품으로일본문화청에서선정하는57회예술선장문부과학대신상을수상했으며독일어,프랑스어,덴마크어,루마니아어등여러언어로번역출간되었다.작가의다른작품으로는《선생님의가방》《아무개(某)》《세번째사랑(三度目の恋)》등이있다.

목차

마나즈루·7
해설·318
옮긴이의말·334

출판사 서평

*아쿠타가와상·다니자키준이치로상·요미우리문학상수상작가가와카미히로미대표작*
*57회예술선장문부과학대신상수상작*

과거의기억을마주하고치유할수있는곳으로
한여성의상실에서재생으로향하는여정

실종되기한달정도전날짜에,‘마나즈루’라는글자가볼펜으로가늘게적혀있었다.
뜯었던종이를사각으로접어서일기장사이에도로끼워놓았다.마나즈루.중얼거렸다.눈치채지못했다.또는잊고있었다._86쪽

케이의남편은12년전홀연히실종됐다.유일한단서는일기장에남긴‘마나즈루’라는단어뿐.사랑했던사람의부재이후케이의일상을유지해주는것은딸모모와함께하는온화하고소박한생활과오랜연인세이지와의관계다.증발하듯사라져생사조차알수없는남편레이는“없는데있는”존재로서,영원한부재로남아있다.그는죽고싶어서사라진것일까,아니면살고싶어서사라진것일까.풀리지않는의문과상실감을덮어둔채흘러가는시간속에서뒤돌아보지않고살아온케이.어느날그녀는기묘한힘에이끌리듯가나가와현의작은바닷가마을인마나즈루를오가기시작한다.

당신,레이에대해알고있어?
레이라니?여자는되물었다.
남편이야.
욕조에물을받고있을때도목욕을마치고텔레비전을보고있을때도고요해진밤공기를들이마시며테라스에둘이서나왔을때도여자는따라붙었다.뭔가를말하고싶어하는것같았다.
알고있어.아마도.여자는대답한다.순간흐려졌다가어느새다시진해졌다가일정하지않다.우선뚜렷한형태를가진자가아니다.그냥붙어있다는것만안다._58~59쪽

한편케이에겐아무한테도말하지않는비밀이있다.언젠가부터그녀의뒤를‘따라오는자’들이있다는것.마나즈루에다녀온케이는이유모를상실감에시달리고,그때한여자유령의존재가더욱선명하게나타나기시작한다.케이와남편사이에벌어진일에대해전부알고있는듯한여자는무언가를전하려는듯주변을맴돈다.무의식이만들어낸환각인지분열된자아의일부인지불분명한여자를따라,케이는마나즈루의바닷바람과안개속으로들어가불안하고아름다운환영에뒤섞인다.

여자에게이끌려걸었다.
들리지않고보이지도않았다.눈은뜨고있는데경치라는것이없다.안개가짙은장소를걷고있는것같기도하고현기증속을떠돌고있는것같기도했다.멀리바다가있고배는타오르고있다._171~172쪽

꿈과무의식의세계를통한치유와회복,
무수한이별과상실에공명하는이야기

마나즈루는나와타인,산자와죽은자,과거와현재의경계를흐릿하게하며“결코상상조차한적없는”깊은무의식까지도생생하게드러나는곳이다.몰아치는파도처럼과거의기억이케이를휩쓸고,그녀는여태들여다보지못했던기억,욕망,아픔을마주하게된다.“잃어버린것을꿈에서볼수있다면상처는이미치유되기시작한것”이라는케이의독백처럼,죽음의장소에가까웠던마나즈루는여자유령과함께꿈의세계를헤매며잃어버린것들과대면하는동안점점치유의장소가되어간다.그렇게케이는황폐한바닷가에버려진집을뒤덮은이끼처럼,상실속에서새롭게피어나는생명의기운을발견한다.

사람이살지않게된집은10년정도는그냥춥게텅비어있을뿐이지만그보다더오래내버려두면오히려생명을가진것처럼되어간다.덧문을덮지않은유리창의깨진틈으로담쟁이가들어와있다.담쟁이의잎사귀는대부분갈색으로시들었지만시든나뭇잎아래서아주작은새로운초록이이미싹트고있다.(……)조용히썩어들어가고있는집그자체가다른생명을가지기시작한것처럼보인다._263~264쪽

작품세계에관한한인터뷰에서,가와카미히로미는《마나즈루》를문체실험을시도한작품으로언급하며보통의연애소설처럼써나갔다면그저‘남편에게버림받은여자의이야기’가되었으리라고말했다.부드럽고정적인서술속에여성화자의분열된마음이강렬하게압축된《마나즈루》의문체는단순한이별담의전형을벗어나끝없는여행을보는듯한하나의매혹적인이야기를만들어낸다.
또한소설속남겨진한여성의아픔은남편의부재만을향하기보다한때자신의일부였던딸과의멀어진관계,서로에게온전히기대지못하는연인세이지와의복잡한감정,사랑을쏟았던대상이돌연히사라지는순간의고독과허무함등현대인이겪는무수한이별과상실의경험과도공명한다.《마나즈루》는그런평범하고헛헛한마음들에나와타인의내면을진솔하게들여다볼수있는소설로,남겨진자들의애도와회복에관한깊은성찰과위로를선사할것이다.

나를버리고사라진후에도레이를사랑했다.사랑하기를그만둘수없었다.없는사람을사랑하는것은어려운일이다.사랑하고있는마음이마음그자체안으로들어와버린다.주머니속이밖으로뒤집히듯이마음도뒤집혀버린다.(……)어느새그것은어슴푸레하고흐리멍덩하고막막하고이질적인것이되었다._255~256쪽

■옮긴이의말
가와카미히로미의작품은사회규범과제약에구애받지않고인간의본능을고스란히인정하는것에서부터출발한다.《마나즈루》는현대인의일상사인사랑과상실을어떻게받아들이고치유하는지에대해인간의본능과무의식세계를치밀하게주시하며추적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