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동물 : 동물은 왜 죽여도 되는 존재가 되었나

정상동물 : 동물은 왜 죽여도 되는 존재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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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동물은 ‘고기’로 태어나지 않았다

도축당하는 소, 돼지, 닭, 실험대에 올려진 토끼와 쥐,
동물원과 수족관에 감금된 사자, 코끼리, 돌고래…
‘죽여도 되는 존재’가 되어버린 동물의 목소리를 대변하다
‘반려동물 1,500만’의 시대가 되었지만 해마다 ‘도축’되는 동물의 수는 800억이 넘고, 동물원 철창 너머에는 생기를 잃은 동물이 갇혀 있으며, 실험실에서는 5억 명의 동물이 인간을 위해 죽는다. 왜 우리는 어떤 동물은 ‘가족’으로 삼고, 어떤 동물은 ‘고기’로 먹으며, 어떤 동물은 감금하여 구경할까? 동물을 대변하는 변호사 김도희는 이와 같이 개와 고양이는 반려동물, 소와 돼지는 농장동물, 토끼와 쥐는 실험동물, 코끼리와 돌고래는 전시체험동물 등으로 인간의 기준에 따라 동물을 분류하는 것을 ‘정상동물 이데올로기’라고 명명하며, 이로 인해 동물이 ‘죽여도 되는 존재’로 취급받고 있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정상동물》은 지구를 공유하는 공동생활자인 동물의 권리를 새롭게 상상하고 동물과 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는 책이다.
저자는 백인 비장애인 남성에서 시작해 여성, 아동, 유색인종, 성소수자, 장애인 등 다양한 타자를 포괄해온 ‘인권’ 담론이 인간-동물이라는 종차(種差)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동물을 인간과 동등하고 고유한 존재로 바라보았던 피터 싱어, 톰 레건 등의 동물철학에서 출발해 오랫동안 연결되지 못했던 ‘동물’과 ‘권리’ 개념을 연결시킨다. 수족관에서 구출되어 바다를 누비는 제주 남방큰돌고래,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은 ‘환가누이강’, 농장에서 구조되어 ‘고기로 태어나지 않았다’라고 고양된 울음을 들려주는 ‘꽃풀소’ 들로부터 동물-비인간존재가 인간의 편리, 쾌락을 위해 죽임당하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한다. 수천 년이나 자연과 동물을 이용해온 인간에게는 그들의 고통에 응답할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저자

김도희

동물권변호사.인권운동에법이라는무기가있으면좋겠다고생각해변호사가되었다.정신장애인,홈리스등소수자인권운동을이어오다가2017년고양이선생님들을모시게되면서동물권활동을시작했다.산천어축제,돌고래쇼,개경매도살장,수의대실험실등을고발했고,개식용종식,생태법인도입,동물의비물건화등을법제화하기위해동료들과분투하고있다.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센터장을지냈으며,〈동물의권리를옹호하는변호사들〉과〈이야기와동물과시〉의일원이다.최근〈동물해방물결〉해방정치연구소로옮겨동물정치에대한의지를더욱다지고있다.공저로《동물에게다정한법》《절멸》이있으며,계간《자음과모음》2022년겨울호에디터를맡았다.

목차

들어가며:정상동물이데올로기와편들기

제1장고통받지않을권리너머
‘안락사’는없다|고통을느끼지만않으면|고통중심의동물권,그뿌리는|동물의고통에서동물의기쁨으로,인간과동물의공동체로|어떤사랑을할것인가

제2장동물을대리한다는것
한없이노트북에가까운|동물은물건이아니다|자연물은당사자능력이없
다|세계동물의삶과법|의인화라는함정|의인화의해체|‘투명한어둠’에
갇힌동물|대리의조건들|대리의정치들|동맹과책임으로서의자연-권

제3장일하는동물:《자본론》다시쓰기
책임과호혜를묻다|인간의노동에가려진동물의노동|왜하필노동인가|응답하는힘:죽여도되는존재로만들지말라|다시,만국의노동자들이여,단결하라

제4장동물원,복지원,보호소
갇힌존재들|동물원,수족관이라는시설|‘보호’라는이름의정치|예시적정치,공생과돌봄의공동체|대항배치로서의공생과돌봄의공동체로

제5장동물권과포식의정치
‘고기’는무엇을가리고있나|육식주의와정상동물이데올로기|자본은자연을직조한다|인간-비인간의동맹맺기,비거니즘|배양육과비거니즘|자본주의의대항배치로서비거니즘|실천으로서의비거니즘
제6장위기들의시대,동물과공생하기
기후위기와동물권은어떻게만나나|기후,정의를말하다|왜기후문제는부정의한가|기후정의와만나는노동,젠더,빈곤,난민,평화|그런데동물은없다|‘채식할수있는권리’의보장이아닌‘채식해야하는세상’으로|“소”여야해:동물과기후와지역이만나는곳

참고문헌
미주

출판사 서평

“사랑에는인종도피부색도상관없다면,
어떤종인지도지워질수있다”
동물과함께하는유대와사랑의정치,동물권
저자는동물도인간과동등한존재라고생각했던피타고라스와동물의생명을빼앗는육식을죄악시한플루타르코스부터동물철학의역사를짚어가며동물권을정립해나간다.동물이쾌락과고통을느낄수있다면그들의쾌락과고통을인간의것과동등하게대우해야한다는피터싱어의‘동물해방론’,동물도인간과마찬가지로본래적가치를지녔으므로선천적인권리를가진다고본톰레건의‘동물권리론’은동물권운동의기점이되었다.그러나이들은동물에게‘인간과동등하게대우받을권리’가필요하다고선언하여그들에게고통을주는인간의행위가잘못되었다고입증하는데집중했을뿐,인간중심적사회에서동물이행복하게살아갈수있는방법을제시하지는못했다.또한‘권리를부여하는인간-권리를부여받는동물’이라는위계에서도벗어나지못했다.
이러한한계를극복하기위해‘덕윤리학’은인간의유덕함을기반으로한동물과인간의상호존중을강조했고,‘동물정치공동체’는이미사회공동체의성원으로살아가고있는동물에게특수한‘시민권’을인정해야한다고주장했다.인간사회에서학대와착취에시달리는동물이해방되려면인간과동등한권리를보장하는것만으로는부족하며,동물과인간이각자의존엄성과자율성을유지한채공생관계를맺으려면새로운윤리와정치가필요하다는것이다.이는윤리·정치·권리의객체였던동물을주체에자리에놓으려는시도들이었다.
저자는여기서한발더나아가지금까지의동물권담론에부족했던‘유대’와‘사랑’을강조한다.인간이국적,인종,성별등의차이를넘어서유대와사랑을느낄수있다면종을넘어선유대와사랑의관계를맺을능력도있다고말한다.따라서종차에얽매이지말고인간-동물이함께하는유대와사랑의윤리를상상하는것이야말로동물에대한존중과책임을다하는것이라강조한다.고통받지않을권리,죽임당하지않을권리를넘어인간과동물이함께행복할수있는권리,이를만들어가기위한정치를‘동물권’이라고정의한다.

“고기를먹는다는것은곧동물을먹는다는것”
-육식주의와정상동물이데올로기
그러나우리사회는동물과인간사이의유대와사랑은커녕동물을죽여서먹는것,‘육식’이당연하고필요한것으로여긴다.사람들은마트에포장된‘고기’를무심하게집어들지만,그‘고기’가동물의시체라는사실은좀처럼인지하지못한다.가령돼지의시체는부위나조리방법에따라제육볶음,족발,보쌈등으로다르게불리고,이러한‘고기’의어휘들은‘고기’가만들어지는데필요한동물의죽음을의식에서사라지게만들어‘생명을죽이고/먹고’있다는죄책감을지운다.
동물을죽여‘고기’로만드는잔인한과정은의사를비롯한여러전문가가‘고기’를먹어야건강하다고설파하고‘고기’가주는미각적만족을찬양하는육식주의(carnism)로정당화된다.육식주의는고기를먹는것이‘정상이며(normal),자연스럽고(natural),필요하다(necessary)’고말하며,‘고기’와마찬가지로동물의죽음을가리고‘고기’를만드는축산업이기후위기를초래했다는사실을은폐한다.이러한육식주의는‘공장식축산’으로대표되는축산업이낳는막대한이윤으로지탱된다.
육식주의사회의믿음과달리,우리가어떤동물을먹는지선택하는기준은맛도영양소도아니다.가령한국인은아무리맛있고영양소가풍부하더라도중국의원숭이골요리,안데스지방의기니피그구이를쉽게먹지못할것이다.한국에서‘원숭이’와‘기니피그’는‘먹는동물’이아니기때문이다.‘먹는동물’이라는분류도필요가아닌인간중심적기준과선호에의해,즉정상동물이데올로기에의해정해진다.

“인간에게는동물의고통에응답할책임이있다”
기후·생태·식량위기의시대,동물과공생하는법
인간은수천년전부터동물을먹고자연을이용해왔으며,특히근200년사이에는환경을파괴하면서매년수백억의동물을죽이는‘공장식축산’을개발하고동물을먹일사료를만들기위해‘지구의허파’인아마존까지베어버렸다.오늘날우리가체감하고있는기후·생태·식량위기는동물을‘죽여도되는존재’로취급하며그들을희생시켜온것에대한청구서나다름없다.그러니우리에게는세계곳곳에서신음하는동물의고통에유대와사랑이든,윤리와정치든,그모든것을포괄하는동물권으로든응답해야할책임이있다.동물을‘고기’,‘실험체’,‘전시물’로보지않고지구에함께사는공생자로서동물에게손을내미는것은우리가마주한위기들의시대를넘어서는중요한첫걸음일것이다.

추천사

‘정상’동물.동물이란단어앞에흔히붙는형용사는아니다.그러고보니“가난한동물”,“노동하는동물”모두낯설다.익숙한건기껏해야“귀여운”“불쌍한”“영리한”“포악한”또는“맛있는”동물뿐.이토록단순하게고착된우리사고를깰수만있다면!재판에서동물을전략적으로대변하는변호사면서,동물해방운동에투신한활동가이자,앎/삶을조화시키는연구공동체의성실한일원이고,무엇보다두‘고양이선생님’을모시는집사인저자만이가질수있는고유한설득력으로,《정상동물》은우리의낡은지식·인식·감각을일시에바꿔준다.동물과함께사는‘법’(들)이개선되길바라는사람이라면누구나이책에귀기울여야할이유다.사회변화를추구하는치열한과정에서마주치는복잡하고어려운질문들을《정상동물》은하나도피하지않는다.그렇게탄생한‘유대와사랑의동물정치공동체’라는이상은더이상꿈이아닌,지금여기서만들어가는어엿한현실이다.
_김한민작가·시셰퍼드코리아활동가,《아무튼,비건》저자

팬데믹과기후재난을통해동물들은이미우리의정치공동체로뛰어들었고인류가운데함께싸울저항자를찾고있다.중요한것은동물이말할수있는지,고통을느낄수있는지논쟁하는것이아니라우리가그들의말을어떻게듣고응답할지모색하는일임을김도희는치열하고사려깊게보여준다.내안에안개처럼존재하던막연한느낌들이선명한언어를찾은기분이다.
_홍은전인권·동물권기록활동가,《나는동물》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