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라 -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16

라일라 -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16

$19.00
Description
폭풍 같은 실존을 치열하게 살아낸 자리에 피어나는
삶과 사람에 대한 찬란한 사랑
미국의 가장 훌륭한 작가이자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하나로 꼽히는 매릴린 로빈슨의 장편소설 《라일라》가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제16권으로 출간되었다. 로빈슨은 1980년에 데뷔한 이래 40여 년 동안 단 다섯 편의 소설을 발표한 과작의 작가지만, 발표하는 작품마다 펜/헤밍웨이문학상, 퓰리처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오렌지문학상 등 유수의 상을 수상하고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비평적 호평과 대중의 사랑을 함께 받으며 미국 문학의 새로운 고전을 쓰는 작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역시 로빈슨을 사랑하는 작가로 꼽으며 직접 작가를 인터뷰하기도 했는데, “당신 소설 속의 인물과, 당신의 책과 사랑에 빠졌고 그다음에는 당신과 사랑에 빠졌다”라고 언급하며 깊은 애정과 팬심을 드러냈다.

《라일라》는 로빈슨의 네 번째 소설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작품으로서의 완성도와 독자의 마음을 끄는 매력을 모두 갖춘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버림받은 채 방치되었던 어린 여자아이 라일라가 오로지 생존만을 목표로 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이후 존 에임스 목사를 만나 지난 삶을 돌아보며 실존과 삶의 의미, 사랑과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아름다운 책, 아름다운 글, 아름다운 이야기. 읽고 나면 마치 새로이 사랑에 빠진 것처럼, 세상이 더 눈부시게 황홀하고, 경이와 신비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라는 찬사와 함께 또 하나의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저자

메릴린로빈슨

MarilynneRobinson
1943년아이다호주샌드포인트에서태어나브라운여자대학의전신인펨브로크대학과워싱턴대학에서문학을공부했다.1980년에발표한데뷔작《하우스키핑》은펜/헤밍웨이문학상을수상하고퓰리처상최종후보에올랐으며,‘타임선정100대영문소설’중하나로선정되었다.이후하퍼스매거진과뉴욕타임스북리뷰에에세이와서평을발표하며논픽션집필에매진했다가20여년만인2004년두번째소설《길리아드》를발표하여2004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2005퓰리처상을잇달아수상했다.《홈》(2008)으로전미도서상최종후보에오르고오렌지문학상을수상했다.2014년에네번째작품《라일라》로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수상했으며,2020년에《잭》을발표했다.
우아하고아름다운필체로인간의본질과종교를탐구하며,미국의가장훌륭한작가이자현존하는가장위대한작가중한명으로꼽힌다.데뷔이래40여년동안단다섯편의소설을발표했으나매작품비평적호평과대중의사랑을받으며미국문학의새로운고전을써내려가는작가로자리매김하였다.

목차


라일라9

해설소통과애정을통한정상으로의회귀_이승복477

출판사 서평

“난더는길을잃어버린아이가아니야”
외로움과상실을딛고새로운삶으로나아가는여정

아이는어둠속에서현관입구에있는계단에앉아추위에떨며자기몸을껴안고있었다.울다지쳐잠들기직전이었다.더는소리를지를기력도없었고,어쨌든사람들은그소리를듣지못했다.(…)하지만아이가거의잠들었을무렵길에서달(Doll)이나타나너무나불쌍한상황에처한아이를발견했다.달은아이를안아올리고자신의숄로몸을덮어주면서말했다.“흠,우리는갈곳도없는데.어디로가야할까?”_9-10쪽

소설은어린시절기억에서시작한다.누구도돌보지않아방치된채현관계단에쭈그리고앉아있던어린아이의기억.달이라는떠돌이여자가황야의천사처럼나타나아이를훔쳐달아난다.달은아이를데려가‘라일라’라는이름을붙여주고,아픈아이를정성껏먹이고간호하고씻기고재우고는,살라고말한다.라일라는그렇게죽을고비를넘기고이름과새로운생명을얻는다.

라일라는달의아이로성장한다.일거리를찾아이곳저곳을옮겨다니는노동자무리의일원으로달과함께다니며먹고살기위해할수있는일은뭐든지하고,먹어도죽지않는것들이뭔지,길에서만나는낯선사람들은어떻게경계해야하는지배운다.정작본인은글을읽을줄모르면서도달은자신보다는나은인생을살기를바라는마음으로라일라가학교에다니며글과산수를배울수있도록한동안노동자무리를떠나작은마을에정착하기도한다.사회적관점에서는라일라를납치한것이나다름없는달에게는한곳에일정기간이상머무르는일이커다란위험을무릅쓰는것일지라도.달은라일라에게살아남는법을,그러나단순히생존하는것을넘어사람답게살아가는법을가르친다.

그녀는한아이를보살폈다.그랬다,그녀는아이를훔쳤다.아마도죽음으로부터.외로움으로부터.그리고그아이를꽤괜찮은여자,하루품을파는걸두려워하지않는사람으로키워냈다._220쪽

그러나달이예상치못한일로더이상라일라와함께할수없게되자라일라는또다시혼자가되어외로움속에서길을잃고수년간이곳저곳을배회한다.어느날쏟아지는비를피해길리어드라는아주작은시골마을에있는교회에우연히들어서서세례에대해설교하는목사와눈이마주치기전까지는.목사가하는말은이해할수없어도촛불과노래는마음에든다고생각한라일라는교회에몇번더찾아가고,어차피이곳을떠날것이라면목사에게말을걸어봐도좋겠다고결심한다.그래서어느이른아침목사의집에찾아가서인생을바꿀질문을던진다.

라일라가말했다.“내가여기에왜왔는지모르겠어요.그건사실이에요.”
그는어깨를으쓱했다.“기왕온김에,본인에관한이야기를조금들려줄수있지않을까요?”
그녀는고개를저었다.“그이야기는하지않아요.난최근에그저세상의어떤일들이왜그렇게일어나는지궁금해하고있었을뿐이에요.”
“아!그렇다면당신이시간이있는게다행이군요.나도거의평생그문제로고민해왔으니까요.”_54쪽

그질문에서부터라일라와존에임스목사의인연이시작되고,그와의관계에서라일라는난생처음으로과거의삶을돌아볼수있는안정감을느낀다.소설은새로이찾은안전함속에서자신이누구인지,왜버려져야했는지,그런자신을안아올려보살펴준달은누구인지,세상은왜그렇게모질게돌아가는지와같은본질적인질문을던지며과거의삶과삶이라는것자체를탐구해나가는라일라내면의여정을따라간다.

고통스러운생존에서희망의실존으로
새로이얻은목소리로들려주는
한여성의담담하고아름다운이야기

달이라일라에게몸으로부딪치며살아남는법을가르쳐줬다면,존에임스목사는그렇게살아온경로를되짚을수있는말들을가르쳐준다.그저살아남기위해치열하게살아야했던라일라는가진언어가별로없었다.‘심기’나‘건초만들기’처럼때마다해야하는일로각계절을구분했을뿐계절을표현하는말이있다는사실조차몰랐고,자신이살고있는나라를미합중국이라고부른다는것도몰랐다.일거리를찾아농장과과수원을전전하며살았던노동자로서대공황이몰고온궁핍과척박함을온몸으로겪었으면서도라일라는몇년후에야그걸대공황이라고부른다는사실을알았다고고백한다.계절과미합중국,대공황처럼직접겪고살아내면서몸으로는이미알고있는것들,그러나언어가없어서누군가와말을할수도,혼자생각조차할수없었던것들에이름을붙일수있도록목사는조금씩언어를찾아준다.

라일라는실존에관해선조금안다.그것이그녀가아는거의유일한것이었는데,그것을가리키는말은노인에게서배웠다.마치미합중국같은말이었다.어쨌든뭐라고불러야하긴하니까.밤과아침,자는것과일어나는것.굶주림과외로움과피로.그러고도여전히그걸더원한다.실존._136쪽

이렇듯먹고사는데에필요한최소한의도구로서만기능하던라일라의언어는목사를만나면서점점확장된다.그러나목사가제공하는종교라는틀을통해‘실존의의미,인간삶의의미’를처음마주하면서도라일라는목사의세계에그대로편입되는대신경험으로알고있는사실들을기반으로자신만의해석을만들어내며정체성을찾아나간다.

성경을대하는라일라의태도도마찬가지다.라일라가성경에관심을가지게된것은종교적인이유에서가아니라그오래된책에놀랍게도라일라가삶에대해가지고있던의문들이이미쓰여있었기때문이다.이해하지못한채그저견뎌야했던지난삶에대한실마리로서라일라는성경을읽고,평생그텍스트를읽고공부하고설교해온목사에게질문을던진다.

라일라가말했다.“당신그부분알죠.‘네가피투성이로버둥거리는것을보았고’라는부분말이에요.그건누가말하고있는건가요?”
“주님이시죠.하나님이요.(…)물론그건비유예요.에스겔은시로가득차있어요.성경의다른권들보다훨씬더많은시와우화와환영들을담고있죠.”
(…)
“음,하나님이거기서말한건진실이에요.그건내가잘아는거거든요.”
“그래요.당신말이정말옳아요.나는그게더깊은차원에서진실이아니라는뜻으로말한게아니에요.그말씀이실재하는뭔가를묘사하는말이아니라는뜻도아니었고요.내말은그런뜻이아니었어요.”그는고개를저으며웃었다.“아,라일라.더말해줘요.”_232-233쪽

라일라와목사사이에는성경과실존과세상에대한질문과답이끊임없이오간다.그러나반복되는문답은과녁을향해날아가는화살처럼정답을향해일직선으로이어지는궤적을그리는대신두사람안에층층이쌓여각각의내면을변화시키고관계에변화를만들어낸다.그렇기때문에소설을관통하며이어지는둘의대화는라일라가새로이알게된언어와사고의틀로과거의삶을이해하기위해노력하는과정이기도하지만,라일라와목사가나누는정의하기어려운사랑을그들나름의방식으로공고히확립해가는과정이기도하다.

라일라는궁핍하고힘든현실속에서도늘최선을다해모든것을주려한달의사랑과그폭풍과도같았던실존을돌아보고이해할수있도록위안과안전을주는존에임스목사의사랑으로,들판에버려져돌봐주는사람없이피투성이로버둥거리던어린아이에서스스로의존재와삶그리고자신이살아왔으며앞으로도살아가야할세상을탐구하고이해하는여성으로변모하고성장한다.고통스럽고척박한인생을살았음에도마음깊이간직하고있던삶과사람에대한따뜻한애정을되찾아가는자신의이야기를전하는라일라의솔직하고담담한목소리는믿을수없는감동을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