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4

마리 -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4

$12.00
저자

최민경

저자:최민경
오래오래읽고쓰기위해산책을시작했다.장편소설《나는할머니와산다》《십자매기르기》《우리들의빌드업》이있다.

목차

마리007

개정판작가의말155
작가의말158

출판사 서평

*은행나무‘노벨라’가은행나무‘시리즈N°’으로새롭게시작합니다.
2014년론칭해2016년까지총13권을출간하고잠시멈춰있던은행나무노벨라시리즈가새로운명명과지금이시대를대표하는젊은작가들의작품으로다시출간됩니다.배명훈최진영정세랑안보윤황현진윤이형문지혁등3~4백매분량의중편소설시리즈로한국문학에새로운기운을불어넣었던‘은행나무노벨라’.그의미를동력삼아현재한국문학장에서활발하게활동중인젊은작가들의장편소설선‘시리즈N°’으로바통을건네받아이어갑니다.이번신작3종(박문영,장진영,황모과)을비롯해구간리커버(최진영윤이형황현진,이하순차적으로리커버)를동시에출간하며서이제장희원한정현정용준정지돈등각자의개성과상상력이담긴작품들을선보일계획입니다.문학에서발견하는그위태롭고무한한좌표들로한국문학의새로운지도를완성해갈시도를독자여러분께서도함께해주시길부탁드립니다

단단하게닫힌마음에마리가빛처럼들이쳤다
관계의시작과끝이서툰당신을위한이야기

2008년장편소설《나는할머니와산다》로제3회세계청소년문학상을수상하고,두번째장편《십자매기르기》를출간하며,소녀와소년의눈으로바라본세상,그리고그들이세상과관계맺기를통해성장하는모습을보여줬던최민경작가의중편소설《마리의사생활》이《마리》로개정되어독자들을찾아왔다.‘어제와어제의어제가같았던나날’을보내던중갑자기찾아온‘마리’때문에삶이흔들리기시작한주인공‘하나’의이야기를담은이작품은‘은행나무노벨라’시리즈네번째권으로포함되었다.

아버지의장례식이후엄마와나,이렇게둘만외톨이로남았다고생각하던하나는어느날갑자기찾아온마리때문에어리둥절하다.초등학교졸업이후전혀교류가없었던마리의방문은하나에게전혀예고되지도,증후가발견되지도않았던사건이다.게다가자신의어릴적친구는못생기고존재감없던‘말희’였으나지금마리에게말희의외모는희미하게남아있을뿐이다.자신이쓴기억도없는편지뭉치를가지고와그녀의친구였노라증명하는마리때문에하나는잊고있었던자신의예전모습과기억을차차길어올린다.그렇게마리는엄마와친구상준으로부터환대를받고하나의생에자리매김해나간다.단단하다고여겼던하나의관계들은마리로인해조금씩균열을내보이기시작한다.

어떻게든내삶을꾸려나가야한다는강박같은것이내겐있었다.누군가를곁에두는일따위,생각만해도귀찮게느껴졌다.내삶에마리가끼어들기전까지는,정말이지그게다였다.-본문25쪽

떠나보낸당신들이내게는모두마리였다

만약마리가찾아오지않았다면하나의삶은어떻게되었을까?하나가예감했듯이지금의일을계속하며엄마와함께살고자신을좋아하는상준과는그럭저럭친구로만나며살아갔을까?지금이대로의삶이평탄하게이어지리라는생각은우리의자조섞인기대에불과하다.하나의삶이그렇듯우리의삶은언제나무수히침입하는우연한순간들에의해서굴러간다.하나에게마리는생의방향이휘어지는어느한순간이었고우리는이소설을통해서자신의우주에서만만날수있는찰나를더듬어볼기회를얻을수있을것이다.갑작스러운마리의방문에하나가보인반응은우리가삶을대하는태도와다르지않다.하나와우리는,새로주어진것에대해서는일단배척하고,오해가풀리면받아들이고,자기것을내어주다가도이내자신이가진전부를뺏기지않을까두려워한다.결국마리를떠나보낸다하더라도마리로인해틀어진삶의방향은다시수정되지않고또다른마리를향해하나를이끌것이다.최민경작가가말하는우리의삶은이렇게이어져나간다.

나도곧편지를쓰기시작한다.누구에게도하지못한말,그것이나에게도있으므로.
나는그편지에네가우리집창가에두고간식물들의키가자라서며칠전에분갈이를해주었다고쓴다.네가두고간디퓨저,현관앞에매달아둔자개로만든풍경,벽에붙여놓으면창문이열려있는것처럼보이는포스터도그대로있다고쓴다.
그러고나서야미안했다고적는다.
네가가장힘들때너를외면해서.
그토록용기가없던나를그래도네가조금은좋아해줘서그기억으로나는지금여기와있는지도모른다고쓴다.
가까워지면반드시멀어질거라는믿음때문에너를밀어내기만했던내게끝까지웃으며인사해줘서고마웠다고도쓴다.
다음번에는이런이야기말고나를울리거나웃기던여자들에대해쓰고싶다고말하며편지를끝마치는오후.
여자들이한명씩앞으로나가자신이쓴글을읽기
시작한다.
나는두려운마음으로그녀들의이야기를듣는다.그리고내차례가되었을때나는자리에서일어난다.이제는나도용기를내야할때가된것이다.
-본문153~154쪽

이전에발표한두편의장편소설처럼최민경작가는주인공아버지의죽음으로이소설을시작한다.“써놓고보니이번소설도죽음으로시작한다는것에스스로놀랐다.20대초반의개인적인경험이워낙강렬했던것같다”라고이에대해최민경작가는밝힌바있는데,인간이겪는가장흔한죽음의대리체험인친인척의죽음이후작가는어떤이별들은삶을크게변화시키기도한다는것을깨달았을것이다.죽음이라는이별의식을치러낸생의모습은그래서가장인간적이고소설적일수밖에없다.우리의삶이유한하다는두려움위에쌓아올린삶은비록쉽게허물어진다고하더라도,그럼에도인생의한곡면,곡면은하나가상준의집에방문했을때그의허름한집마당한가운데쏟아졌던빛처럼빛나는순간들로이루어져있을것이다.

마치돌멩이로가득찬자루처럼무거운마음으로그집마당에들어선순간,환한빛무더기가폭포수처럼머리위로쏟아져내렸다.눈을뜰수없을만큼찬란한빛이었다.순간적으로어지럼증이일어서,마당에세워져있던빨래지지대의어느한부분을손으로붙잡았던게기억난다.
뭐랄까그건,뜻밖의장소에서찾아낸생의비밀같기도하고사람들로부터완전히잊힌세계의한귀퉁이같기도한,그렇게꿈속세상처럼아득한장소였다.-본문49쪽

너는내가아니라서나를아프게하고
나는네가아니라서너를아프게한다

몇년간의투병생활끝에아버지가암으로세상을떠나고엄마와나둘,빈집같았던우리집에어느날마리가찾아왔다.내초등학교동창은‘말희’였으나그녀는피나는노력으로‘마리’가되어있었다.유럽여행을끝내고막한국에왔다는마리는정말친한친구의집에온것처럼편하게굴고,과거어릴때내가보냈는지조차기억하지못하는편지들때문에마리가여행을떠날용기를얻었다며나를꼭보고싶었다고고백한다.며칠정도로생각했던마리의체류는점차길어져서집세를함께부담하기로하고엄마와나,마리가함께살기에이른다.집안일을살뜰하게챙기고우울해하던엄마의기분을맞춰주는마리를보면서나는마리에게고마움과동시에불편함을느낀다.그런데이제오랜친구인상준과의사이에도마리가끼어들자불쾌한마음을감출수가없는데……

너에게로갈수도없고,너에게로가지않을수도없는속된마음으로이소설을썼다.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가다시새로운관계를향해마음을여는건너로인해잊지못할어떤‘순간’들때문일것이다.따스하게주고받은격려의말과오로지나에게로만향하던눈빛과스치듯만져지던네손의체온이또다른너에게로걸어갈힘을주기때문에.그토록수없이많은이해와오해와반목사이로,몇개의순간들이떨어진비늘조각처럼남아생의선물처럼반짝이고있기에.-‘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