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알아주는 마음

마음을 알아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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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지호

저자:김지호
20여년간언어치료사로일하며언어발달지체,말더듬,발음(조음)장애등아동이겪는여러언어적문제를해소하기위해노력해왔다.언어치료수업을하며아이들이즐거워하고효과도좋았던여러놀이를정리해《말문이터지는언어놀이》《말하는뇌를깨우는언어놀이육아》등을펴냈다.동시에말의문턱에걸려넘어져힘들어하는아이들이사회적편견과제도적문제로소외되는것을보며,아이들의이야기를전하기로마음먹고《언어가숨어있는세계》(2023)를펴냈다.단국대학교특수교육대학원에서언어치료를전공했고,1급언어치료사로활동중이다.

목차

들어가며말이되지못한마음들

1부기다리는마음은결코틀리지않아
행복을그리는말
울타리세우기
거절을연습하는시간
별이가용기를내는법
오답으로이루어진세계
기다리는마음은결코틀리지않아
차이를건너는법

2부아이들은언제나말하고싶어한다
언어로채워진세계
회복과기다림의언어
말하는순간마주할것들
칭찬이공감의언어가될때
아이들과나누는특별한농담
사랑하는토끼에게
바깥으로나가야할때
까꿍놀이

3부우리가서로의약점에의지한다면
바이올린과반칙하기
숨바꼭질
우리의거리,다섯걸음
회복을위한용기
머머이와도도이
고집센아이와외로운어른의대화법
넌정말괜찮은사람이야
우리가서로의약점에의지한다면

출판사 서평

“아이를믿고기다리는마음은틀리는법이없다”
말의문턱에걸려넘어진아이들의속마음과
아이들을침묵하게만드는세상에관한기록

“읽고나는알았다.언어는마음속에심긴씨앗같은것이구나.
마음을돌봐주는마음의힘으로자라날미래의나무같은것이구나.”
-정용준소설가

언어치료사가만난,우리가잊은아이의마음
20여년간언어장애를겪는아이들을만나온언어치료사김지호의에세이《마음을알아주는마음》이은행나무출판사에서출간되었다.이책은완벽한말소리를내지못하는아이들의곁을지키며알게된,말이되지못한마음들을담고있다.부모님이실망할까두려워말을더듬는아이,언제나‘읍바(아빠)’라고만말하는아이,‘안돼’라는말이두려워소리를지르고마는아이.전하고싶은속마음은저마다다르지만,아이들은하나같이‘사랑’을전하려한다.나를보살피는사람에게,즐겁게놀아주는사람에게사랑을표현하고싶어한다.아이들은행복을그리는말,사랑에답하는말을먼저배우고오래기억한다.하지만제나이에맞는어휘를쓰는지,올바른발음을내는지에만관심을두는어른들은말소리에담긴마음을듣지못한다.
김지호는‘아이를믿고기다리는마음’이가장중요하다고말한다.미숙한아이들,특히장애아동을보는어른들의마음은늘초조하다.남들보다늦었다고등을떠밀거나아직준비되지않은아이를안고대신해서성장의계단을성큼성큼올라버린다.그러나억지로내디딘걸음은서툴기만하고,남이대신오르게해주면성취의기쁨을느낄수없다.이때필요한것은어른들의결심이다.아이에맞춰계단의높이를낮추고아이를믿고기다릴용기다.20여년간아이들곁에서마음이말로맺어지는순간을기다려온저자는아이가피어나는때를기다려함께해줄수있는어른이되어보자고말한다.

말하고싶어하는아이들과
들으려하지않는어른들
“어떻게하면아이가말을잘할수있을까요?”
언어치료사인저자가가장많이듣는질문이다.아이들의언어는질병이나사고가없는한퇴행하지않는다.달리말하면아이와말을주고받으며놀아주는것만으로도아이의언어는쑥쑥자란다.아이와대화하는법은어렵지않다.아이들은어른들과말하고싶어하니까.하지만어른들은아이의말을들어주기에너무바쁘다.어렵게대화할시간이생기더라도아이의부족한점이먼저눈에들어오고무언가를알려주어야한다는강박을느낀다.‘교정’을통해아이를발전시키는것을자신의역할로여기는탓이다.
그래서어른들은아이에게서재능을,남다른점을발견하려애쓴다.주로영어와수학,음악과미술처럼눈에보이는성취를이룰수있는것이‘재능’으로포착된다.그러나‘친구의감정을기민하게알아채는공감능력’이나‘동네강아지와고양이를돌보는다정함’은쉽게간과된다.사회적성취를위주로‘아이가이런어른이되었으면좋겠다’라고생각하는탓이다.그런데아이는어른의반응에따라자신이좋아하는것을바꾼다.바이올린을너무지루해하는아이도어른들이칭찬하고예뻐하면바이올린을좋아하기로마음먹는다.그렇게아이가힘겹게재능을발휘하는동안공감능력과다정함은시들어간다.
그런태도는어른과아이사이에높다란장벽을쌓는다.언뜻견고해보이는그벽을허무는방법은간단하다.‘나는본보기를보이고아이를가르쳐야하는어른’이라는마음을내려놓고함께즐겁게노는것이다.아이들은순수하게즐거워하고,작은일에도행복을느낀다.너무당연한일을궁금해하고깨닫는기쁨을안다.그리고그소중한감각을다른사람에게느끼게해주는능력이있다.그러나어른들은아이와대화하는기쁨을자꾸만잊는다.

“이아이들의마음이지켜지기를.온전한영토로남아있기를.”
어른은아이를위한울타리를지어야한다
잘못을저지른장애아동을대하는어른들의태도는극단적이다.안쓰러운마음에무조건봐주거나남들보다이해력이부족하니엄하게가르쳐야한다는식이다.아이가의사소통에문제가있다면특히그렇다.가령발달장애아동이과자가먹고싶어서마트에서계산도하지않고과자봉지를뜯는다.어떤어른은아이를타이르며과자봉지를한아름안겨주려하고,어떤어른은눈물이쏙빠지도록엄하게다그친다.그러면아이는잘못을반복하거나어딜가도소극적이고입을꾹닫게된다.
장애아동에게보살핌이필요한만큼벌도필요하다.중요한것은그방식이다.아이가‘내가못나서벌을받는다’라고생각하게만들어서는안된다.행동을바꿀동기를제공하는것이핵심이다.가게에서마음대로과자봉지를뜯었다면,그벌은며칠과자를먹지못하는것으로충분하다.목표는과자봉지를손으로가리키는행동이나“먹고싶어요”라는언어적표현일것이다.폭력은당연하고아이를윽박지르거나아이가수치심을느끼게하는벌은모두아이의마음을다치게할뿐이다.
어른은단지아이를보호하는것이아니라규범으로짜인울타리를지어줘야한다.그안에서아이는마음을다치지않고타인과함께살아가는방법을배워나간다.울타리는점차넓어지다가사라진다.언젠가아이는자기힘으로울타리를걷어내며성숙한어른이된다.‘가족’이라는자그마한울타리부터‘사회’라는거대한울타리까지,아이가뛰어놀수있는울타리를짓는것이바로어른들의할일이다.

“아이의첫말은행복과희열의순간이다.”
아이들이행복을그리는세상이되려면
아이들은감각적으로확인할수있는말을먼저배운다.아이가몸을뒤집기도전에,나와비슷한냄새가나는부모의품에안겨눈을맞춘다.코와뺨을어루만지고입을맞춘다.애정이담긴부드러운목소리를듣는다.그렇게눈앞의존재가나에게행복을준다는사실을오감으로확인하고,그감각들은말의씨앗이된다.

아이는다시한번그감각을느끼기위해‘엄마’라고말하고싶을것이다.그러나아직아이의여린기관들은물리적으로‘엄마’를구현할만큼성숙하지않았다.그건수개월이흐른뒤에야가능하다.마침내아이가‘엄마’라는최초의말을입밖으로내보내면보고싶었던존재가,이번에는깜짝놀란표정을지으며눈앞에나타날것이다.
“엄마?방금엄마라고했어?”
최초의말은그래서행복과희열의순간이다_본문중에서

최초의말에서행복을느낀아이는,그순간의행복을그리며말하기시작한다.그러니아이를침묵하게만드는세상은아이가행복을그릴수없는곳이다.아이가‘엄마’라고말하든‘어므’라고말하든마찬가지다.중요한것은‘온전한’말이아니라,마음을담은목소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