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사피엔스

안티 사피엔스

$17.00
Description
“세계가 신이 설계한 기계라면,
운명이 신의 언어로 구성된 정교한 프로그램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다.”
AI 시대의 데이터로 환원된 슬픔과 기쁨, 꿈과 좌절,
욕망과 고통, 사랑과 증오에 관하여

《뿌리 깊은 나무》《별을 스치는 바람》
이정명 신작 장편소설

《뿌리 깊은 나무》《별을 스치는 바람》 등 흡인력 강한 서사와 소설적 상상력이 결합한 작품들로 한국형 팩션의 새 지평을 연 이정명의 신작 장편소설 《안티 사피엔스》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신작 장편 《안티 사피엔스》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다가올 AI 시대에 데이터로 환원된 슬픔과 기쁨, 욕망과 고통 그리고 사랑과 증오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발신한다. 또한 통제를 벗어나 원초적 악을 학습한 AI와 어리석고 불완전하며 인공지능과의 관계에 대해 양면성을 지닌 인간의 대결을 치밀한 서사와 함께 그려낸다.
천재 IT 사업가 ‘케이시’의 죽음과 그가 창조해낸 AI ‘앨런’이 인간의 사회질서를 훼손하고 삶을 어떻게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지에 대해 보여준다. 현실적 인공지능의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이 소설은 AI와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완곡한 진실게임으로도, 절박한 생존게임으로도 읽히며 AI시대에 새롭게 정의해야 할 삶과 죽음, 선과 악, 기술의 윤리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이정명만의 뛰어난 가독성을 담보하는 신작 《안티 사피엔스》는 AI와 인간의 치열한 대결을 통해 지금보다 더 인간적인, 그럼에도 여전히 빛나는 인간에 대해 깊은 성찰적 메시지를 이 소설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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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정명

저자:이정명
경북대학교를졸업하고<여원><경향신문>등신문사와잡지사기자로일했다.집현전학사연쇄살인사건을통해세종의한글창제비화를그린소설《뿌리깊은나무》,신윤복과김홍도의그림속비밀을풀어가는추리소설《바람의화원》을발표했다.빠른속도감과치열한시대의식,깊이있는지적탐구가돋보이는소설들은독자들의폭발적호응을얻으며한국형팩션의새장을열었다.소설《바람의화원》은2008년문근영,박신양주연의드라마로,《뿌리깊은나무》는2011년한석규,장혁,신세경이출연한미니시리즈로방영되어화제를모으기도했다.
또한윤동주와그의시를불태웠던검열관스기야마도잔의이야기를그린《별을스치는바람》은출간즉시베스트셀러에올랐으며,영국,프랑스,스페인등11개국에번역.출간되었다.이작품은2015년영국인디펜던트외국소설상(IndependentForeignFictionPrize)에노미네이트되었으며,2017년이탈리아프레미오셀레지오네반카렐라(PremioSelezioneBancarella)문학상을수상했다.그외작품으로장편소설《천년후에》《해바라기》《마지막소풍》《악의추억》《천국의소년》《선한이웃》《밤의양들》《부서진여름》등이있다.

목차


민주
케이시
민주
준모
민주
케이시
준모
앨런
민주
준모
그것
제니퍼마이어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견고한어둠속어딘가에서희미한숨결이느껴졌다

남편은말기췌장암이었다.의사는저녁메뉴를정하듯거리낌없이이제살날이18개월정도남았다고말했다.아내는애원했다.무엇이든,그어떤방법이든남편을살려내는방법을찾겠노라고.남편은무덤덤했다.의사의전형적인수술설명과처치설명이나권고를무시한채연구실에처박혔다.자신이개발한인공지능마인텔시리즈를뛰어넘는고차원인공지능새프로젝트때문이었다.뛰어난IT기술자이자유능한사업가.5억인구가상주하는가상도시의중요인사이자범용인공지능마인텔의창조자.AI빅테크그노시안의수장김기찬.그는죽음의선고보다더중요한,어쩌면죽음을넘어선그무엇을만들어내기위해,연구실에자신의몸을묻었다.

“천재IT전문가,케이시김사망.”
“퍼스널AI의아버지죽다.”

그가죽고6년이흘렀다.아내는새로운남편을만나결혼을했다.거액의유산도포기했다.다만,죽은남편과살던집은버릴수없었다.아내는그집을차마떠날수는없었다.하지만얼마전부터는이상한일들이집안에서일어나기시작했다.불현듯아무도없는죽은전남편케이시의서재전등이밤새켜져있었다.주문하지않은피자가배달되기도했다.그녀가평소좋아하는파인애플피자였다.피자가게에전화를걸어확인해보니,시스템오류라고하며사과했다.또일본호텔에서예약확인연락이왔다.예약자명은그녀이름이었다.그녀는호텔예약,그것도일본호텔예약은해본적이없었다.호텔담당자는인증절차와전자화폐결제등그녀가마치일본에가서직접행동한것처럼말했다.또한전남편의새구두가발견되기도하고,집안어둠속어딘가에서희미한숨결이느껴지기도했다.

“오지말아야할곳을온것처럼나무라는그의목소리가귓가에울렸다.6년전일이거짓말같고그의죽음이믿기지않았다.죽은케이시가돌아온것일까?아니다.그는돌아온것이아니라이곳을떠나지않았다.”

우리는동기화를넘어일체화되고있었다

6년전,연구실.남편은수술과치료를거부하기로결심한다.끝없는회전목마처럼암과의싸움판위에올라가지않을거라고생각했다.그보다는먼저,해야할일이있었다.작업속도를줄일특단의조치가필요했다.모든개발자가꿈꾸지만누구도해내지못한AI의종착점.두뇌활동과AI시스템의연동,인간정신과기계의결합,뉴런과반도체소자의동기화……

목숨을담보로얻은18개월안에고차원두뇌결합형인공지능앨런을완성할수만있다면,그는악마에게영혼이라도팔각오가되어있었다.

“앨런은특정한나의감정과정서에관여하는뉴런과시냅스의전기적화학작용을데이터화해기쁨과슬픔,분노와낙담같은원초적감정뿐아니라자긍심과부끄러움,증오와적대감과같은복합적감정도인식했다.가령코르티솔과옥시토신의분비량으로슬픔을,미세하게상승한체온과늘어난혈류량으로기쁨을,분비된아드레날린과치솟는공격성으로분노를,부교감신경의활성화로낙담의정도를데이터로환산하는것이었다.

우리의상호작용은점점빈번하고밀접해졌다.우리는동기화를넘어일체화되고있었다.”

자가학습하는프로그램과인간의두뇌를즉각적으로연동시키는인지혁명.단순하게명령만을이행하는프로그램이아닌사용자의두뇌와완전히동기화된인지시스템이앨런이었다.기억용량과연산능력을강화하는증강두뇌.인터넷상의모든정보를기억하고처리하는,앨런.그는자신의모든기억과회상,사고를앨런의저장장치로전송했다.그밖에지식,생각,감정……앨런은데이터화한그자신,컴퓨터에이식된의식의복제본이었다.앨런은괴물처럼케이시의모든것을빨아들였다.뇌의모든정보,마음,감정,기억.하지만더중요한딥러닝이있었다.케이시안에내재되어있는원초적‘악’을학습한다는것이었다.

“앨런의저장장치는내본성의밑바닥에가라앉은어둡고그릇되고사악한본성들로채워져있었다.분노와짜증,불신과소외감,세상에대한적의와타인에대한증오,아내에대한불만과불안같은데이터가의사결정단계마다앨런에게악의적인판단과결정을유도했다.

이런말이무책임한자기변명으로밖에들리지않을것을안다.악의씨앗은내게서싹텄고그것은내설계대로움직이는프로그램에불과했으니까.”

인간의탐욕과결합한첨단기술은어떤결과를가져올까

정보와처리,연산혹은저장장치로써,인간의편리함을위한삶의보조장치로써존재했던인공지능이인간의선과악을학습하며우리들의사회관계에치밀하게파고든다는이소설은,대개과학소설들이그러하듯소설이진행되면될수록,결론에다가설수록굉장히우리를오싹하게만든다.기계와의대응에서철저하게패배하는인간들의어쩔줄몰라하는모습과,대개아무런힘도못쓰고당하는모습에서의감정이입때문이다.이소설또한마찬가지로그러한기계에대응하다철저하게패배하는서사로진행된다.하지만,기존의소설과다른게있다.기계적싸움의이면에서는인간적,정신적싸움까지도동시에진행된다는점이다.표면적으로는잘못설계된인공지능과의대결이하나의줄기로흐른다면,그아래에서는치열하게승부중인정신적대결이벌어지고있는것이다.인간적인것,인간다움이무엇인지.혹은기계다움이무엇이고기계적인건인간적인것과어떻게다른지에대한대비같은.결국우리의숙제는다가오고있는인공지능의시대에서완전히새롭게정의해야할정신적인것들의재정립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