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포터 -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17

미스터 포터 -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17

$16.80
Description
목소리 없는 보통 인간과 그의 시대에 관한 기록
카리브해 문학 대표 작가의 마술적인 시적 산문
카리브해 문학의 대표 작가이자 가장 중요한 영어권 현대 작가이며 매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장편소설 《미스터 포터》가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제17권으로 출간되었다. 1983년 단편집 《강바닥에서(At the Bottom of the River)》를 발표하며 데뷔한 킨케이드는 장편소설, 단편소설, 논픽션의 장르를 넘나들며 제국주의, 탈식민주의, 젠더, 인종, 계급 등의 주제를 다루는 작품 활동을 활발히 이어왔다.
《미스터 포터》는 작가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앤티가섬에서 택시 운전사로 평생을 보낸, 읽을 줄 모르고 쓸 줄 모르는 남자 포터 씨의 이야기를 출생부터 죽음까지 다루지만, 포터 씨라는 인물의 삶을 시간순으로 나열한 전통적인 형식의 전기적 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살아생전의 그를 전혀 알지 못했던 딸이 그의 죽음 이후 앤티가섬으로 돌아와 되짚는 그의 삶은 원망과 연민, 서글픔이 뒤섞인 화자의 담담한 시선을 통해 보인다. 눈앞의 세상 너머의 것은 인식하지 못했던 포터 씨와 달리 화자는 그의 평범한 일상 아래 도사리는 거대한 역사의 그림자까지 꿰뚫으며, 포터 씨의 탄생 이전과 죽음 이후까지 길게 드리운 그림자로 인해 생겨난 명과 암을 읽는다. 무자비하게 내리쬐는 햇빛 아래의 앤티가섬과 그 속에 사는 보통 인간들의 실존을 킨케이드는 최면을 거는 듯한 순환적이고 아름다운 시적 산문으로 그려낸다. 모든 문장이 찬란하고도 잔혹한 진실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희석되지 않은 원액과도 같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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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메이카킨케이드

저자:저메이카킨케이드
1949년5월25일,서인도제도앤티가섬의수도세인트존스에서도미니카출신의어머니애니리처드슨과친아버지로알려진로더릭포터사이에서일레인포터리처드슨으로태어났다.집안형편이어려워지자다니던학교를그만두고뉴욕으로보내져일을하기시작했으며,20년뒤앤티가섬으로돌아가기전까지가족과절연한채지냈다.뉴욕에서생활하는동안직장을구하지못해어려움을겪다가잡지에글을쓰며이름을알렸다.1973년,원래의자신은쓸수없었던글을쓰기위해‘저메이카킨케이드’라는이름으로활동을시작했다.
1983년단편집《강바닥에서(AttheBottomoftheRiver)》를출간하며데뷔했다.1985년에자전적경험을담은첫장편소설《애니존》을,이후어머니와딸의관계를천착한《루시》(1990)와《내어머니의자서전》(1996)을발표했고,2002년에는아버지와앤티가섬의이야기를다룬장편소설《미스터포터》를출간했다.애니스필드울프상,페미나상을비롯하여인류역사에기여한공로에대해수여하는댄데이브상,파리리뷰하다다상을수상하고영국왕립문학학회의국제작가로선정되어카리브해문학대표작가이자가장중요한영어권현대작가로서의입지를다졌으며매년노벨문학상후보로거론된다.

역자:김희진
성균관대학교에서불어불문학과영어영문학을전공했으며,동대학원을졸업했다.출판·기획·번역네트워크‘사이에’의위원으로활동중이며,《이상한나라의앨리스》《내어머니의자서전》《찬란한종착역》《시간의밤》《송라인》등의소설을비롯해다수의그래픽노블과예술서를우리말로옮겼다.

목차

미스터포터9

옮긴이의말195

출판사 서평

목소리없는보통인간과그의시대에관한기록
카리브해문학대표작가의마술적인시적산문

카리브해문학의대표작가이자가장중요한영어권현대작가이며매년노벨문학상의유력한후보로거론되는저메이카킨케이드의장편소설《미스터포터》가은행나무세계문학에세제17권으로출간되었다.1983년단편집《강바닥에서(AttheBottomoftheRiver)》를발표하며데뷔한킨케이드는장편소설,단편소설,논픽션의장르를넘나들며제국주의,탈식민주의,젠더,인종,계급등의주제를다루는작품활동을활발히이어왔다.
《미스터포터》는작가의네번째장편소설이다.앤티가섬에서택시운전사로평생을보낸,읽을줄모르고쓸줄모르는남자포터씨의이야기를출생부터죽음까지다루지만,포터씨라는인물의삶을시간순으로나열한전통적인형식의전기적소설과는거리가멀다.살아생전의그를전혀알지못했던딸이그의죽음이후앤티가섬으로돌아와되짚는그의삶은원망과연민,서글픔이뒤섞인화자의담담한시선을통해보인다.눈앞의세상너머의것은인식하지못했던포터씨와달리화자는그의평범한일상아래도사리는거대한역사의그림자까지꿰뚫으며,포터씨의탄생이전과죽음이후까지길게드리운그림자로인해생겨난명과암을읽는다.무자비하게내리쬐는햇빛아래의앤티가섬과그속에사는보통인간들의실존을킨케이드는최면을거는듯한순환적이고아름다운시적산문으로그려낸다.모든문장이찬란하고도잔혹한진실을담고있는이소설은희석되지않은원액과도같다.

“이이야기는내아버지에관한것이아닙니다.
아버지에관한이야기이긴하지만.”

저메이카킨케이드의소설에는그의삶이담겨있다.첫장편소설《애니존》부터《루시》와《내어머니의자서전》그리고《미스터포터》까지,모든소설에작가의자전적경험이반영되어있으며특히앤티가섬과가족의이야기가깊숙이자리한다.앞의세소설이어머니와딸의관계와작가자신의경험을천착하는경향이강하다면,《미스터포터》는작가의삶속에부재로남아있던친아버지의존재에서출발한다.
소설은앤티가섬에서택시운전사로살았던포터씨의삶을그의딸일레인신시아포터가돌이키는형식으로진행된다.포터씨는읽을줄도,쓸줄도모르며,자신이사는세상의작은한구석외에는관심을가지지않는다.레바논출신상인의아들이자포터씨의고용주인슐씨그리고쫓겨나듯고향체코슬로바키아를떠나전세계를떠돌다앤티가섬에정착했으며포터씨가택시승객으로만나게되는바이쳉거박사는포터씨가사는작은섬밖의세상,제2차세계대전에의해개인과가족과국가가갈가리찢기고폭력과혼란이만연한세상을암시하지만포터씨는그에완전히무지하며,알고싶다는의지나알아야한다는의식조차없다.그는같은옷을매일차려입고택시를운전하여그가잘아는섬의이곳저곳으로승객들을실어나르는일,방한칸에불과한작은집에사는여러애인들을찾아가는일이반복되는지극히평범하고사소한삶을영위하는데에만족한다.그는여러여자들과애정을나누지만,애인들도,그들에게서얻은딸들도부양할생각이없다.화자는바로그여러딸들,포터씨소생이지만그가책임질생각도없고인정하지도않는딸들중한명이고,포터씨가무지로써철저히외면했던바깥세상을경험한인물이며,포터씨의딸들중유일하게읽고쓸줄알고그렇기에유일하게이이야기를기록할수있는인물이다.
화자의이름일레인신시아포터는작가의출생당시본명이었으며,화자와작가는생년월일이같고저메이카킨케이드와마찬가지로화자또한개명을한다.화자와작가의부모님의이름과생년월일또한일치한다.이처럼《미스터포터》를이루는요소들은작가의실제삶과일치하는부분이많으나,작가의다른작품들과마찬가지로이소설을문자그대로자전적인이야기로읽어서는안된다.이모든이야기는작가의이야기면서도작가의이야기가아니다.
작가로서명성을얻기시작했을즈음,저메이카킨케이드는어느날갑자기찾아온친아버지를마주하게된다.단한번도아버지역할을해준적없는모르는남자가나타나자신이그의아버지임을주장한것이다.작가는그후로두번다시그와소통하지않았다.대신어머니가늘증오했던그남자에관한소설을썼다.오로지포터씨의출생증명서와사망진단서,그의아버지의출생증명서,그리고포터씨가택시운전사였다는사실만을가지고쓴이글은허구의창작물일수밖에없었으며,따라서그에게서출발한것은맞지만포터씨라는실존인물에관한이야기는아니다.2002년,《미스터포터》가출간된이후한인터뷰에서작가는이렇게말한다.

이책은전적으로아버지에관한책이아니며,심지어아버지에관한책이전혀아니고나에관한책도아닙니다.이것은내아버지와같은이름을가졌던한남자에관한이야기고,그는자식들을두었으며그중한명이나와정확히같은이름을가진것입니다.나는그런남자를둘러싼특정문제들에대해쓰고싶었지요.그는서인도제도,특히앤티가섬에서흔히볼수있는유형의남자입니다.(…)이이야기는내아버지에관한것이아닙니다.아버지에관한이야기이긴하지만."_CBC라디오인터뷰중

이소설은포터씨에관한이야기지만그를바라보는작가의이야기이고,특정인물이아닌보편적인인간에관한이야기면서개인이아닌시대와역사,세상에관한이야기이기도하다.

기록되지않은,그러므로존재하지않은
무명의삶을글로써호명하기

《미스터포터》를두고작가는이렇게말한다.“나는언제나내자신에대해이야기하려고하고,나는언제나더큰세상,이곳밖의세상에대해이야기하려고합니다.”이소설을개인의차원에서보자면,애인과자식들을부양하지않은무책임한아버지의존재를부재로서만인식하던딸이그의죽음이후오래전에떠났던고향으로돌아가그의흔적을되짚는내면의여정을묘사한것이다.그러나아버지와딸의이야기에불쑥불쑥침범하는것은그보다크고복잡한세상의그림자다.
포터씨가보이는놀라울정도의무정함은그라는인물의개인적성격이라기보다는제국주의와식민주의에의해빚어진결함이다.유럽인들에의해아프리카에서강제이민당한그의조상들은노예였기에온전한가정과사랑이허락되지않았고,소속감을박탈당한채적법하지못한사생아로대를이어왔다.그러나역사는그의존재를전혀책임지지않았고따라서그또한그에게서이어져내려가는역사,자식들에대한책임을느끼지못하는것이다.
역사는그를없는존재로만들어버렸으나,읽을줄도쓸줄도모르는그는역사에개입할수있는여지가전혀없다.그는과거도미래도염두에두지않은채순간순간마다인식할수있는현재의감각들속에서만살아간다.그렇기에그가존재하기를멈추면그는어디에도기록되지못한채그가살았던세상과함께사라져버리는데,그렇게아무런흔적도남기지못하고흘러가버렸을그의존재를역사에남긴것은아이러니하게도그가“무시하기만한것이아니라,그가죽는날까지(…)아예존재하지않음을확실히못박았”던,읽을줄알고쓸줄아는그의딸이다.화자의어머니는“포터씨를겨냥한단검과같은것”으로딸에게읽고쓰는법을가르쳤다.화자또한그의도에맞게죽은포터씨가이의를제기할수없음을알고그의인생을마음대로상상하여그려내며일종의복수를하는듯도보인다.그러나끝없이“포터씨”를부르고그의삶을쓰는이행위는실상그를무의존재에서유의존재로끌어올리는일이다.의도가어떠했든화자는“포터씨와그의조상들이잠겨있었던어둠”에자신의말들로빛을비추어텅빈공백으로여겨졌던그어둠속에존재했던것들을드러낸셈이다.또한화자는그가자식들에게물려준유산인,과거도미래도없이현재에만국한된존재로서의삶과누구도사랑할수없는무능력을누구에게도물려주지않을것이며그굴레를끊겠다고선언한다.이는“어제를없었던일로생각하게하려는지속적인시도에는관심없다”고했던저메이카킨케이드의말과겹쳐진다.따라서《미스터포터》는포터씨와일레인신시아포터라는개인을재창조한것임과동시에끊임없이지워져온카리브해의어제를살려내려는시도이며,내일은더이상무심하고무자비한햇빛이내리쬐는텅빈공동(空洞)이아닐것이라는가능성에대한예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