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천국 : 정유정 장편소설

영원한 천국 : 정유정 장편소설

$19.85
저자

정유정

저자:정유정
장편소설《내인생의스프링캠프》로제1회세계청소년문학상을,《내심장을쏴라》로제5회세계문학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7년의밤》《28》《종의기원》은주요언론과서점에서‘올해의책’으로선정되며큰화제를모았고,영미권을비롯해프랑스,독일,핀란드,중국,일본,브라질등해외22개국에서번역출판되면서많은독자들의사랑을받고있다.이외에도에세이《정유정의히말라야환상방황》《정유정,이야기를이야기하다》,장편소설《진이,지니》《완전한행복》이있다.

목차

1장해상,롤라
2장경주,삼애원
3장해상,롤라
4장경주,삼애원
5장해상,롤라
6장경주,드림시어터
에필로그롤라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생각보다여기재미있어.복마전같아.”

가상세계롤라를활용하여의뢰자의기억을바탕으로한1인칭가상극장‘드림시어터’를만드는설계자해상.그녀는드림시어터를만들어낸초창기설계자중하나지만최근엔의뢰를많이받지못하고있다.이런해상에게자신의기억을바탕으로드림시어터를만들어달라는한남자의기이한의뢰가들어온다.

나는그남자의집에초대되었다.주저하지않고받아들였다.머뭇대지않고출발했다.부르면찾아가는게내일이었다.지금내가이어둡고낯선거리에서있는건바로그때문이고.이정표가알려주기로,이거리의이름은만경로란다.
―본문9쪽

의뢰자인경주의기억은비참하다.도수치료사로이름을날리던그에게불운이연이어몰아닥친다.아버지의죽음에이어의료사고로직장을잃고설상가상,자신과싸우고집을나간동생이노숙자촌에서시체로발견된다.실의에빠진경주는급여가높고숙식을해결할수있는노숙자재활시설삼애원의보안요원으로일하게된다.이상기후로인해유빙이떠내려오는서해의외딴곶.천애고원에놓인삼애원에들어온경주는노숙자사이에떠도는소문을듣게된다.인간이죽지않는방법을찾아냈다는것,그리고그실험대상으로노숙자들에게무작위티켓이발부되고있다는것.그티켓을얻기위해노숙자연쇄살인사건이벌어지고있다는소문이다.경주는동생승주의죽음이이와연결되어있을지도모른다는생각에사로잡힌다.

“어마무시하게돈이많은미국의한생명공학회사가인간이죽지않는방법을찾았다는거야.아니다.죽지않는게아니지.신과같은능력을가진새로운인종이된다지,아마.뭐든가질수있고,뭐든할수있고,뭐든될수있다는데내생각엔그정도면신과같은게아니라그냥신이야.아무튼그회사가세계최고의게임회사와손을잡고신들이거처할세상을만들었다이거야.부자도없고,가난한자도없고,병든자도없는세상.모두가평등하고자유롭게사는영원한천국.”
―본문106쪽

죄책감에시달리던경주는자신과함께보안요원으로입사한동기박제이가노숙자들사이에서무언가를비밀리에찾고있다는것을눈치챈다.그러던어느날,새벽순찰을돌던경주는삼애원뒷산으로향하는의문의발자국을발견한다.그리고그발자국의끝,새벽녘의차가운눈밭위에서숙소에서자고있어야할제이가피투성이가되어발견된다.경주에게업혀병원으로이동하는중제이는의식이오가는상황에서해상의이름을부른다.

“나는영원히살고싶어서롤라에온게아닙니다.그저도망친겁니다.그것도아주성급하게.이곳에와서야궁금해지기시작했어요.그때도망치지않았다면어땠을까.나는어떤삶을살았을까.내삶을이해할수있었을까.적어도이해할만한실마리라도찾지않았을까.”
그이해가왜그리중요한지,나는이해할수없었다.모든생명체는우연에의해태어난다.우연하게관계를맺고우연속에서살다가죽는다.인과관계가명확하게정의되는삶은롤라극장에나존재할것이다.
“내겐운명의설계없이살아볼기회가필요해요.도망치지않는다면,견뎌낼수있다면,내가그세상에존재했던이유를알것도같아서.”
―본문392쪽

견디고맞서고이겨내고자하는인간최후의욕망,야성

삶의편리를담보하는기술을넘어예술과철학의영역에까지진출한과학기술을목도하며,우리는“과학은후진이불가능해.그저도착하기로예정된곳에도착한것뿐”이라는작중인물의대사가이시대를관통하는문장임을절절히느끼게된다.인간성에대한막연한낙관이나고평가없이이시대를표표히마주한작가는“뭐든할수있으며아무도죽지않는불멸의삶에대해.결핍이나불운,갈등같은골칫거리가없는세상에대해”,그아득한미래에대한상상을멈추지않는다.두려움없이상상을끝까지밀고나간작가는문학만이도달할수있는아득한영토에서뜨겁게손에쥐어진하나의인간성을마주한다.

소설속가상현실롤라의세계는이세계에대한거대한비유다.그러나인간성은영원히아케이드속을헤매는것에멈추지않는다.작가는‘드림시어터’를통해인간의본성을드러낸다.인간은영원속에서도유희를찾는다는것,그리고그속에서‘나’를마주하고자한다는것이다.이런점에서자신에대한가장엄정한방식의드림시어터를설계하고자하는경주의욕망은의미심장하다.

나는경주를오독하지않았다고생각한다.다만간과한것이하나있었다.의식이라는외피에가려진‘무엇’이었다.동생의죽음으로벼랑끝에몰렸을때그가어떤방식으로자신을구원하려했는지기억했다면,가슴에칼이박히는찰나에기어코상대의눈에젓가락을찔러넣은걸기억했다면나는사전에알아차렸을것이다.그의본성에웅크리고있는‘무엇’이무엇인지.
―본문523쪽

어떤설계도없는삶을살아보고자하는욕망.그날것의세계에뛰어들어맞서보려는욕망.끝내제운명과씨름하여이겨내고자하는욕망.인간욕망의끝에서작가가마주한것은바로이펄펄끓어오르는야성이다.두꺼운유빙아래의추운심해에서,뜨거운사막의태양아래서정유정이길어올린것은골수를쪼갤듯날카롭고압도적이며뜨겁다.‘욕망3부작’의두번째작품이이토록선연한이유다.

작가의말

그러니까이소설은‘견디고맞서고이겨내려는인간의마지막욕망’에대한이야기다.자기삶의가치라여기는것에대한추구의이야기기도하다.이욕망과추구의기질에나는‘야성’이라는이름을붙였다.
종종야성을잃어가는시대에사는게아닌가,싶을때가있다.그자체를조롱하거나,가치를부정하거나포기하는흐름이읽히기도한다.그렇긴하나우리는사회적존재인동시에개별적존재다.외면할수없는진실은개별적존재로서나는내삶의실행자인나를책임져야한다는것이다.그러니모쪼록기억해주시기를.우리의유전자에태초의야성이숨쉬고있다는것을.그것이우리삶의소중한무기라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