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좀 (라일라 마르티네스 장편소설)

나무좀 (라일라 마르티네스 장편소설)

$16.80
Description
“이 책에는 이빨이 있어 당신의 의식을 파고들 것이다”
내면을 좀먹는 공포, 기이한 환상으로 지어진 저주의 집
스페인 역사를 담은 신비하고 강렬한 공포소설로 뜨거운 찬사를 받은 라일라 마르티네스의 《나무좀》이 ‘환상하는 여자들’ 시리즈 제4권으로 출간되었다. 예술과 정치가 맞닿은 다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저자의 첫 소설인 이 작품은 스페인의 한 독립출판사에서 출간된 이후 두 달 만에 16쇄가 매진될 정도로 호평을 받으며 ‘스페인의 휴고상’이라 불리는 이그노투스상을 수상했다.
소설은 ‘유령의 집’이라는 공포 장르의 고전적 모티프를 차용해 스페인 산골 마을의 한 집에 얽힌 역사를 들려준다. 귀신 들린 두 여성의 목소리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저주와 주술, 토속신앙, 원혼들의 기이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세대를 거쳐 이어진 악순환을 끊기 위해 유령들과 힘을 합치는 여성들은 감옥이자 함정이었던 집을 복수를 위한 무기로 전유해낸다. 작가 마리아나 엔리케스가 “시와 복수로 지어진 여성들과 유령들의 집”이라 평했듯 몫 없는 자들에게 생생한 목소리를 부여한 《나무좀》은 공적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존재들을 무대로 세워 섬뜩하고 신선한 투쟁을 펼쳐 보인다.
선정 및 수상내역
스페인 환상문학 축제 42 프리미어스 데뷔작가상 ·
셀시우스상 최고의 SF 작품 부문 · 이그노투스상 최고의 단편소설 부문 수상
저자

라일라마르티네스

LaylaMartínez
1987년스페인마드리드에서태어났다.마드리드콤플루텐세대학에서정치학을전공하고알칼라대학에서성과학을공부했다.2012년시집《잔혹함의책(Ellibrodelacrueldad)》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고,에세이《대리모임신(GestaciónSubrogada)》(2019)과《유토피아는섬이아니다(Utopíanoesunaisla)》(2020)를발표했다.공포와문학,악과여성성의원형에관한강의와워크숍을진행했으며성해방운동가레슬리파인버그의책을스페인어로번역하는등출판과사회운동,예술이맞닿은다방면에서활동한다.2014년부터출판사레반타푸에고(LevantaFuego)의공동대표를맡고있다.
2021년발표한첫소설《나무좀》은기묘한존재들이함께깃들어살아가는저주받은집이야기를통해계급과억압,폭력과기억의문제를다룬다.스페인환상문학축제42프리미어스데뷔작가상,셀시우스상최고의SF부문,‘스페인의휴고상’이라불리는이그노투스상최고의단편소설부문을수상했다.

목차

나무좀·9
감사의말·194
옮긴이의말시간의복수,새로운삶을향한여정·196

출판사 서평

“이환시는신의참된계시일까,아니면악마의유혹일까.”_김이삭(소설가)
“시와복수로지어진여성들과유령들의집.”_마리아나엔리케스(소설가)
“독특하게기이하며음산하고소름끼치는이야기”_〈뉴욕타임스〉

“모든침대밑에는죽은이들이살고있어.”
원한서린저주의집,역사와환상을엮은괴담

문턱을넘어섰을때,집이나를향해달려들었다.여기수북이쌓인벽돌더미와잡동사니들도늘마찬가지다.그것들은누구든문을통과하기만하면덤벼들어숨을쉬지못할때까지속을뒤틀어놓는다.(…)여기에살다보면이와머리카락이자꾸빠지고살도쑥빠진다.그리고평소조심하지않으면집안을이리저리기어다니거나,침대에누워다시는일어나지못하게된다._9쪽

스페인산골의황량한벌판에고립된집.음산한기운을풍기는이곳에는신비한힘을지닌할머니와손녀가살아간다.“어둠의그림자들”로불리는죽은자들의망령으로득실거리는집에는오래전승된저주가있다.남자들은전부속이말라죽어버리고여자들은결코이곳을떠나지못한다는것.오래전포주였던증조부가여자들을“등쳐먹”어번돈으로지은집은억울한혼들이깃든거대한몸이자,지난전쟁의참혹한기억을고스란히간직한무덤이다.

나는이집에도사리는어둠의그림자들도볼수있다.그것들은계단과복도를기어다니다천장으로기어올라가는가하면문뒤에숨어서밖을엿보기도한다.이집은그런것들로바글바글하다._40쪽

이곳에오랜세월살아온할머니와손녀는교대로화자가되어집에얽힌비밀을들려준다.그들은이집에살아온4대가족의삶,대대로마을의권력자가문의하녀로일해오며직면한계급장벽,타인을향한혐오와배척,강자들의비겁함,그리고이모든이야기를아우르는스페인의역사적비극을증언함으로써고통과증오,피로얼룩진현대사의섬뜩한이면을드러낸다.“집이라는공간은역사적으로수많은폭력이있어온곳이며,공포는결코해소되지않는집단트라우마를다루는데유용하다”는칠레언론〈라테르세라〉와의인터뷰속저자의말처럼,공포와미스터리장르를적극차용해스페인의한가족사를담아낸서사는“모든가족의침대밑에는죽은이들이살고있”음을일깨우며,현대사회가그무수한죽음을망각함으로써유지된다는진실을스산히환기한다.


“깨어나서보니내안에나무좀이들어가있었다.”
우리를파괴하고좀먹는것들을향한복수

모든걸이해하게된그날밤,침대에누워있던내머릿속에모든것이선명하게떠올랐다.(…)혐오감은우리내면으로들어와우리를독으로물들이고마음속깊이자리잡는다.결국우리는혐오감이아예우리의것이라고-사실은그렇지않지만-생각하기에이른다.그러다나는잠이들었는데,깨어나서보니내안에나무좀이들어가있었다._147~148쪽

소설의제목인‘나무좀’은집안여성들이대대로시달리는가려움증,마치몸속에나무좀이기어다니는듯한증상을의미한다.이는외부의공포와증오가내면에깊게전이되어나타난고통의신체적표현이다.그러나할머니와손녀는자신을좀먹는것들의힘을역이용해복수를감행한다.그들은몸속에스며든원한을무기삼아,“작은숟가락하나로쉬지않고구덩이를파는것처럼조금씩그러나끊임없이계속여자들을파괴하는”것들을향해저주를내린다.원망의불길에휩싸여악을쓰고비명을지르며거침없이울분을토해내는말들은저주의주문이된다.이러한복수심의폭발은단순한분노의표출을넘어,“권력과폭력에의해언어에서배제된것들,즉육체가없는유령처럼사람들의무의식에떠돌거나망각의늪속에가라앉은것들”을해방하려는저항적힘으로발전한다.


“유령들은아직도정의의실현을기다리며출몰하고있다”
소설만이이룰수있는독특한정의의건축물

“오늘날우리는죽은자들이어디에있는지모른다.그리고우리는아마결코알지못할것이다.여기에는은유가없다.망자와유령은닫히지않은상처이자트라우마로서존재한다.스페인에서는아직아무것도해결되지않았다.(...)복수는주인공들이정의를얻을수있는유일한방법이기때문에중요하다.당신에게힘도없고목소리도없을때,박해와탄압을받으며기댈수있는공식적인정의조차없을때불의와억압에저항하기위해남는것은복수뿐이다.책에나오는주문과저주도그복수의일부다.그들이경험하는불의와억압을처리할수있는유일한방법이다.”_저자인터뷰중에서

저자라일라마르티네스는《나무좀》을통해억압받는자들이운명을거슬러가져본적없는정의를이뤄낼복수의공간을만들고자했다고말한다.“미래의언어로말하는미친여자”들과유령들이한몸이되어폭력에맞서는집은억눌린감정과봉합되지않은트라우마를해방할수있는잠재력을가진공간으로살아숨쉰다.더나아가공적역사에서지워진자들이자신만의언어를되찾고새로운세계를꿈꿀수있는유토피아를보여준다.그렇게《나무좀》은소설만이이룰수있는독특한정의를실현하며,폭력적지형으로기울어진세계에맞서싸우는강렬하고아름다운복수극을선사한다.

광기-미친여자의이야기는결국국가권력과현실정치논리의이면에드러나는순수한여성성의세계,혹은여성성에기초한새로운공동체의전조가아닐까.그렇다면할머니와손녀,더나아가라일라마르티네스와《나무좀》은현실의논리에포섭되기를저항하며또다른세계를꿈꾸는셰에라자드가아닐까._〈옮긴이의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