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소녀들 -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18

시골 소녀들 -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18

$17.00
Description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목소리로 그려낸
진짜 삶에 대한 두 소녀의 솔직한 갈망
20세기 아일랜드의 가장 사랑받은, 가장 악명 높은 소설
일랜드 현대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선구자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데뷔 장편소설 《시골 소녀들》이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제18권으로 출간되었다. 아일랜드 내에서는 격렬한 항의와 원성을, 국제적으로는 호평과 상업적 성공을 얻은 《시골 소녀들》은 데뷔작인 동시에 항상 작가의 이름과 함께 언급되는 대표작이다. 어린 두 소녀가 작은 시골 마을을 떠나 대도시로 이주한 뒤 다양한 경험을 하며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는 흔한 성장소설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이 소설은 당시 사회 통념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이라고 여겨져 출간과 동시에 아일랜드에서 금서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틀을 깬 소설이라고 정의하는 것조차 이 책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고 할 수 없다. 단순히 기존의 틀을 깬 소설이 아닌 새로운 틀을 만든 소설이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사회가 여성에게 엄격하게 부과했던 정형을 여성 작가로서 깨부수었을 뿐 아니라, 소설의 탄생 비화나 출간 직후의 반응, 이후 몇십 년에 걸쳐 바뀐 평가와 같은 외적인 부분을 떠나 문학적 아름다움으로도 아일랜드 문학을 넘어 세계문학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그 이후로 글을 쓰는 모든 아일랜드 여성 작가는 에드나 오브라이언에게 영감과 기회를 일정 부분 빚지고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2024년, 작가가 영면에 든 후 아일랜드의 여성 소설가 이머 맥브라이드는 “에드나의 죽음과 함께 아일랜드 문학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마지막 위대한 빛 중 하나가 꺼졌다”라고 말했다. 제임스 조이스의 문학적 후계자로 여겨지기도 했으며 한평생 솔직하고 치열한 글로 아일랜드 여성을 비롯하여 소외당하는 약자들을 대변했던 작가의 첫 작품을 국내에 선보인다.

저자

에드나오브라이언

저자:에드나오브라이언EdnaO’Brien
1930년12월15일아일랜드춤그레이니에서마이클오브라이언과레나오브라이언사이에서태어났다.엄격하고종교적인가정에서성장하여수녀원에서운영하는기숙학교에다니며가톨릭의영향을크게받았다.
1960년부터1964년까지《시골소녀들》《외로운소녀들》《행복한결혼을한소녀들》로이루어진‘시골소녀들3부작’을발표하며소설가로데뷔했다.이3부작은아일랜드내에서는외설적이라는이유로금서로지정되고불태워졌으나국제적으로는큰성공을거두며세계문학의새로운고전으로자리잡았다.
초기작들은보수적인아일랜드사회에서성장해나가는여성들의이야기를다루며‘시골소녀들3부작’과유사한형식을띠었다.그러나《강가에서(DownbytheRiver)》(1996),《작고빨간의자》(2015),《소녀(Girl)》(2019)등이후발표한작품들은여성의개인적성장에초점을맞추기보다여성의눈을통해포착한현대사회의다양한부조리를다루었다.소설뿐아니라희곡,시,논픽션등장르를넘나들며인류에대한날카로운통찰과함께희망을제시하는작품을집필했다.아일랜드펜문학상,나보코프문학상,데이비드코언상,페미나상특별상등유수의상을수상했으며,아일랜드현대문학의새로운장을연선구자로여겨진다.

역자:정소영
서울대영문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용인대영어과교수로재직했으며,현재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책으로는《가장파란눈》《십자가위의악마》《아름다움을만드는일》《대사들》《어떻게지내요》《루시》《웃음과비탄의거래》《애니존》《사라진모든열정》등이있다.


목차


시골소녀들9

출판사 서평

불태워진금서,세계문학의새로운고전
문학사에서독특한위치를점한논란의소설

1960년처음출간되었을당시《시골소녀들》은아일랜드국내·외로엄청난파장을몰고왔다.아일랜드내에서는외설적이고부적절하다는이유로금서로지정되었으며몇몇교구에서는책을모아불태우기도했다.“아일랜드여성들의명예를더럽혔다”라는공개적인비난과함께일부독자들의악의적인편지,고향사람들의가혹한비난,굴욕적이라는가족들의원망과같은사적인고통도겪어야했던작가는하룻밤사이에아일랜드에서가장악명높은여성이되어있었다.

냉담한것을넘어적대적이었던고국의반응과달리국외에서는비평적으로든상업적으로든큰찬사를받았는데,오히려이와같은국제적성공이더큰반감을불러일으켰다.어느날갑자기등장한강렬한여성작가의존재에당시아일랜드문학계는소설의인물들이“색정증환자들”이며작가의“고약한남자취향”을드러낼뿐이라고곱지않은시선을보냈다.데뷔작《시골소녀들》부터1970년에발표한《이교도의장소(APaganPlace)》까지,작가가발표한첫여섯소설은모두아일랜드에서금서로지정되었다.이후사회적분위기가변함에따라작가에대한평가또한서서히바뀌었지만에드나오브라이언은평생고국으로돌아가지않고런던에서망명자로살며글을썼다.《시골소녀들》은1960년부터2024년까지60년이넘는세월동안장르와형식,주제를넘나들며쉼없는작품활동으로“다른여성들은가지않는전선에서전보를보내”던아일랜드현대문학거장의용감한행보의시작을알리는신호탄과도같은소설이다.

“사는것처럼살고싶지않아?”
약동하는삶을향한두소녀의열망

‘시골소녀들3부작’은숨막히도록보수적인1950년대아일랜드사회에서두시골소녀캐슬린과바바가함께성장해나가는이야기를다룬다.운명적인로맨스를꿈꾸는공상적인캐슬린과현실적이고대담하며때로는오만해보일정도로자신감넘치는바바는둘도없는절친한친구이면서동시에서로를시기하고괴롭히기도하는애증의관계를맺는다.그미묘한관계는두소녀가시골마을에서유년기를보내고그곳을떠나더블린에서,또런던에서세상을경험하면서더복잡해지고깊어진다.

3부작중제1권《시골소녀들》은두사람이나고자란시골을떠나엄격한수녀원학교로진학했다가,그곳마저떠나대도시더블린으로향하게되는과정을그린다.캐슬린의시점으로진행되는소설은이렇게시작한다.

눈이번쩍뜨여침대에벌떡일어나앉았다.쉽게잠에서깨는건불안할때나있는일인데,가슴이평소보다빨리뛰는까닭을바로깨닫지못했다.그러다가기억해냈다.새삼스럽지않은이유.그가집에들어오지않은것이다._9쪽

첫페이지에서만나는캐슬린은아버지의부재에불안한마음을감추지못하는열네살의여자아이다.알코올의존증이있는폭력적인아버지는집에없을때조차어린캐슬린의삶에짙은그림자를드리우고,캐슬린은다정하지만유약한엄마가병에걸려죽거나아버지에게맞아죽을까봐늘불안에떤다.그러나예상치못한비극으로인해캐슬린은사랑하는엄마와증오하는아버지모두의품을떠나친구바바의집에서지내며작고낡은마을에서벗어나기위한준비를한다.시골중산층가정에서자란바바는캐슬린에게못되게굴기도하지만,항상모든것을심각하고비극적으로받아들이는캐슬린이균형을잡을수있도록웃음을주고이성의목소리가되어준다.의지할곳이서로밖에없는수녀원학교와더블린에서의삶을겪으며두사람은더끈끈해지고,추구하는바는다르지만더넓고자유로운세상을향해함께나아간다.

어머니,아내,수녀가아닌
진짜여성들의살아있는이야기

일견평범한성장소설처럼보이기도하는이책이그토록폭발적인반응을일으킨데에는특정한사회적맥락이있다.《시골소녀들》이출간되었을때아일랜드는아직가톨릭교회와정부가분리되지않은극히종교적이며보수적인사회였으며,여성들은목소리를가지지못하고철저하게소외된존재들이었다.여성에게는가정안에서의삶이나신앙의삶처럼정제된형태의삶만이허락되었던시기에세속적삶에대한열정을가진소녀들의내면을적나라할정도로솔직하게다룬이소설은아일랜드사회에정면으로반기를든것이나마찬가지였다.현대적관점에서봤을때는충격적일게없는이야기같지만,아일랜드여성은순결하고정신적이며수동적이어야한다는관념을전혀따르지않은것에더해어린시골소녀들을성적욕망과판타지를가진주체로그려냈다는사실자체가엄청난외설로여겨졌다.

그러나작가는고국을비난하거나배신하기위해쓴소설이전혀아니었으며,오히려떠나온고향에보내는애정어린작별인사였다고밝혔다.자신의소녀시절경험들을진솔하게담아낸소설을통해작가가정말로하고싶었던말은,“여주인공들은더이상착할필요가없다”는것이었다.두소녀의좌충우돌성장기에는아일랜드소녀들이어떻게자신들의사회적가능성을로맨스를통해서만생각하도록배우고그에따라결국남성에게의지할수밖에없게되는지에관한이야기가녹아있다.무엇보다어린여성으로서아일랜드에살며느꼈던꾸밈없는감정들,갈망,열정,거절당한사랑,실현되지않은사랑,실망,상실,분노가페이지위에생생하게살아숨쉰다.이데올로기가아닌위조할수없는진짜감정을가장중시한다고말한작가는이소설이자신이쓴것중가장진실된글이라고고백한바있다.1960년대아일랜드시골에사는두어린여자아이의이야기가시공간을뛰어넘어,놀라울정도로우리에게가깝게와닿는것도이때문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