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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식
저자:전민식 2012년《개를산책시키는남자》로제8회세계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불의기억》《13월》《알수도있는사람》《9일의묘》《우리는오피스텔에산다》《해정》《강치》《그냥내버려둬》등이있다.파주에서숨쉬고글쓰며살고있다.
길너머의세계7작가의말360
“‘너머’를찾아오는사람들에게‘너머’는끝이고마지막이며다른세상이었다.”구릉정상에서면바다쪽으로흘러내린‘너머수목장’이내려다보였다.가까이바다가펼쳐져있으며왼편엔메밀꽃이양탄자처럼깔려있고오른편에반송2000그루가내리막길을푸르게덮은채달려내려갔다.(……)아무도가고싶어하지않는곳이지만결국가야만하는곳은왕의정원처럼화려했다.죽은자들의곳이라기보다산자들의수목원같은모습이었다._8~9쪽아름다운정경을자랑하는‘너머수목장’에는저마다의계기로모이게된세명의직원들이상주한다.주인공‘우중’은수목장에서숙식을해결하며이곳을찾은이들을맞이한다.가끔은얼굴도모르는사장의지시대로무연고아이들의골분을수습하기도한다.한편그의관리자이자팀장직을맡고있는‘도현’은무슨이유에서인지안치를직접하지도못하고,사람을대하는것도서툴다.그의일을대신하며수목장전반을관리하는것은‘소미’이다.함께일하면서도서로의과거가어떠했는지,어떤이유로이곳에오게되었는지묻지않는다.그저묵묵히죽은이들의골분을나무아래묻어주고그들을추모해줄뿐이다.어느날,수목장맨아래‘하’열의나무아래잔디를뜨다만흔적을발견한우중은도현에게이사실을알리지만그는대수롭지않게여긴다.그렇게일련의해프닝으로넘어가는듯했지만누군가암장을시도하는일이계속해서일어난다.셋모두에게‘최후의보루’인이곳에서문제가일어나면있을곳을잃어버리게될지도모른다.이제‘암장사건’은그들에게더는묵과할수없는문제로떠오른다.그들은범인을찾아낼수있을까.“저기요.그런데이반송은수명이어떻게되죠?”(……)“나무는천재지변이일어나지않는한,그리고일부러죽이지않는한수백년에서수천년은생존해있을겁니다.아주오랜세월이지나면엄청큰나무가되어있겠죠.”내말이끝나자여자의둥근눈이반짝거렸다.그녀는이어환하게미소를지었다.반면나는삐질삐질땀을흘려얼굴이반들거리는게느껴졌다.“오빠,우리나무는수천년은살아있겠다.”“그래야지.우리나무니까.”_112~113쪽한편‘너머’에60년치관리비를미리지불하고싶어하는부부가찾아온다.그들은자신의아이‘로로’를안치한뒤하루가멀다하고수목장을방문한다.그러나갑자기2주동안소식이없고,심지어부부가들렀던절에아이의영정사진이발견되기도한다.우중은그들의집을찾아가지만,집앞에서마주친남편의동생‘김광식’과함께마주한것은나란히누워부패되고있던부부의시신이었다.이사건으로우중은조사를받게되고,광식은부부를대신하듯수시로수목장에나타난다.더군다나보름휴가를받게되어수목장에잠시신세를지게된우중의동생‘우주’까지합류하며수목장은더욱북적이게된다.갈곳없는이들은필연처럼이곳‘너머’에모인다.포기하지않으면언젠가보일새로운길계속해서걸어갈용기를북돋워줄이야기소설은인생의끝에몰린인물들의인생을찬찬히비춘다.현실의벽에부딪혀자신의꿈을포기했거나,안타까운사고로가족을잃거나,주어진운명을거부하고떠돌던인물들이한자리에모인다.“아까도말했지만나나형은다른애들하고출발점자체가다르잖아.나는너무뒤에처져서출발하고있다고.앞에서치고나가는애들이얼마나앞에나가있는지보이지않을정도라고.어느사회도공평하지않다는거정말기분나쁜거야.”나는우주의말에문득도현이떠올랐다.죽음만이모든걸평등하게만든다는말.바람도햇빛도꽃과나무는물론사람들도죽음앞에서만평등해진다는말._268쪽사회적인시선으로본다면이들은모두실패한인물들일것이다.그러나이들은공평하지않은세상에불평할지라도삶을쉽게포기하지않는다.“죽었을때억울하지않으려면죽지않은현재의시간과공간이내게있어야한다고믿”(116쪽)기때문이다.하루하루죽음과그를둘러싼슬픔을접하면서역설적으로그들은삶의의지를더욱굳건히다진다.수목장의푸르른나무들을보며,그굳건한줄기와꿋꿋한가지의아름다움을보며내일을그린다.그렇게포기하지않은인물들의앞에희붐하게밝아오는희망이기다리고있다.저자의말나무에힘이있을까?한자리에서길게는수백년을앉아있었으니세상의도쯤은깨치고도남을세월이다.붙박인채수백년을살았다면세상을돌아가게하는힘도갖게되지않았을까?나무는사람들에게행복했던순간들을기억나게해주고상처는위로해주었을것이다.나는그런나무들속에서여러계절을살았다.가끔나무들이말한다.세상은보기보다넓다고,인간의눈으로보는세계는좁쌀보다작다고,내게의지하면더넓은세상으로나갈수있을것이라고.그러니지금의소멸은소멸이아니라다른세상의시작이라고.그렇게바람에실린나무의말을듣다보면여럿에게미안했다.위로의말한마디건네지못한아버지와동생그리고모든억울한영혼들에게미안하다.세상은연의사슬로이루어져있고우연의연속이기도하니어느날어느장소에서어떤순간그들모두만나게되기를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