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미당시 : 시인들이 새로 읽은 서정주 (양장)

나만의 미당시 : 시인들이 새로 읽은 서정주 (양장)

$18.00
Description
20대 신예 시인부터 80대 원로 시인까지
서른 명이 새로 읽은 서른 편의 미당시
“모국어의 연금술”이라고 할 수 있을 언어적 재능, 더불어 “우리말 시인 가운데 가장 큰 시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첫 시집 『화사집』(1941)부터 마지막 시집 『80소년 떠돌이 시』(1997)까지 총 15권의 시집으로 한국 현대시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미당 서정주. 그 어느 시인도 흉내 낼 수 없이 대체 불가능하며 낯설고 아름다운 미당 서정주의 시를 현재 활동 중인 서른 명의 시인들이 하나의 산문으로 각기 다른 ‘나만의 미당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번에 출간된 『나만의 미당시』는 미당시의 소중함과 한 편의 미당시가 한 명의 시인들에게 운명으로 교감되던 그 빛나는 시적 순간에 대해 말한다. 더불어 미당시에 대한 시적/언어적 해석과 현재의 시문학적 관점으로써 새로운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아낸다. 이 한 권의 산문집을 통해 한국 현대 시문학의 오래된 질서 같은 미당시의 ‘새로움’을 다시 한번 돋을새김해볼 수 있겠고, 여태껏 빛나는 미당 문학의 그 미지(未知)의 아름다움과 가치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당시 속에는, 시인의 높은 시안(詩眼)을 자극할 만한 빌미가 풍성하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기도 한다. 이렇게 풍성한 시안이 한곳에 모인 일은 예사가 아니다. -이남호 (문학평론가)
저자

마종기,정현종외

저자:마종기,정현종외
이제하마종기정현종문정희김승희김혜순
김사인김기택황인숙송찬호윤제림고두현
장석남이영광박형준이병률문태준김언
김민정이은규서효인박소란이현호안희연
한백양고명재이혜미양안다여세실권승섭

목차

들어가는글이책의소중함에대하여이남호


눈이부시게푸르른날은
바람의자화상으로달아나라김승희
자화상

「수대동시」단상황인숙
수대동시

말할수없는것과말해버린것김혜순


이시는도대체어디서온것인가마종기
부활

이토록눈물겨운아롱아롱!고두현
귀촉도

절창에녹다정현종
푸르른날


꽃아.아침마다개벽하는꽃아.
생명에너지의역동적인운동김기택
국화옆에서

좋은귀신들의힘이은규
나의시

마음의극한에서깊어진노래김사인
기도1

꽃밭의별과종소리이영광
상리과원

살의일로써고명재
선덕여왕의말씀

문열어라꽃아.문열어라꽃아.문정희
꽃밭의독백

존재의돋을새김으로서의시안희연
무제(종이야될테지…)

미당시의회화적색채와이미지이제하
어느날오후




내마음속우리님의고운눈썹을
지극하면맑고,맑아지면비끼어간다김언
동천

만남과이별을묵연하게바라보는슬기문태준
연꽃만나고가는바람같이

한사람의꽃나무박소란
무의의미

체험된감동의침묵박형준
저무는황혼

선운사동백송찬호
선운사동구

마흔하나이현호
마흔다섯

저꽃은받았어야했을까이병률
나그네의꽃다발

아주먼옛날개나리꽃나무씨앗이야기권승섭
내가심은개나리내뜰에와서살게된개나리꽃나무귀신


감나무야감나무야내착한감나무야
오해받는일의즐거움한백양
신부

해일처럼이야기가서효인
해일

사랑과신비양안다
그애가물동이의물을한방울도안엎지르고걸어왔을때

길들여지기를거부하는시여세실
신발

때를생각함윤제림
겁의때

시가오는부엌앞김민정
서리오는달밤길

서정주시의힘과‘영원한처음’의순간이혜미
초파일의신발코

내가가지고싶은시장석남
년월바이칼호수를다녀와서
우리집감나무에게드리는인사

출판사 서평

이야기의무한성과시의영원성이뒤섞인아름다움

서른겹의시간,미당에대한서른명의시인들의기억과회상이미묘하게엇갈린다.『나만의미당시』는서른명의시인의자기만의시간속에서붙잡아둔미당을재현하고감응한다.현재에서미당시가발화되며각자의과거에서교차한다.어느시인에게는“오래헤어졌던그리운사람을다시만나는것같은가슴벅찬행복감”(마종기)으로미당시가50여년의시간을횡단하고,“종종시쓰는일이힘에부칠때,미당의시를펼쳐”(고명재)읽는시인에게는미당시가현재의시적발화순간에서호명된다.때론어느시인에게는미당시에서자신의어머니를떠올려보기도(박형준)하고또한“머릿속에불이들어오”(이병률)듯시적순간의가장밝은빛을보기도한다.

미당시를중심으로기억되는시적순간들에서서른명의시인들은현재자신의시쓰기와의접점을이루어낸다.미당시가가져오는풍경들로자신만의이야기를만들어내고(한백양)본래기억이나회상이그러하듯,불특정하게,비정형적인운동성을지닌채미당시에대한의미와가치가구성(이은규)되기도한다.어느시인은과거미당에게서빌려왔던이성혹은지혜혹은감정같은것들이(장석남)있었음을고백한다.

이처럼서른편의짧은산문에서서른편의미당시에대한기억이복원되고,회상의길잡이가되어우리에게새로운미당시로다가온다.내가알수없게무심코솟아오른미당시의잔재들을묵묵히바라보고있는풍경(권승섭)을말하기도한다.시인들조차그때에는알지못했던미당시들이현재의자신에게다시돌아와말을건넨다.그런대화들이모이고모여미당시에접촉했던서른명의시쓰기가미당시위에포개진다.『나만의미당시』는서른명의현재진행형의시인들이기꺼이동참해마지않는또다른미당의시적여정인셈이다.

저자약력

미당서정주未堂徐廷柱1915~2000
1915년6월30일전북고창선운리에서태어났다.중앙불교전문학교(현동국대학교)에서공부했고,1936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시「벽」이당선된후『시인부락』동인으로활동했다.1941년『화사집』을시작으로『귀촉도』『서정주시선』『신라초』『동천』『질마재신화』『떠돌이의시』『서으로가는달처럼…』『학이울고간날들의시』『안잊히는일들』『노래』『팔할이바람』『산시』『늙은떠돌이의시』『80소년떠돌이의시』등모두15권의시집을발표했다.1954년예술원창립회원이되었고동국대학교교수를지냈다.2000년12월24일향년86세로별세,금관문화훈장을받았다.

책속에서

스물세살식민지청년시인의순수한리비도와부정적충동의현대성.충분치않은삶이지만충분한삶.고통스런죄가많지만아름다운죄인.「자화상」은참으로사랑하다가숨이끊어질듯아름다운시다.-김승희

그때까지한국의대표시를제법섭렵했다고믿었었는데느낌부터생판다른이시는도대체어디서온것인가.오래헤어졌던그리운사람을다시만나는것같은가슴벅찬행복감으로「부활」을어느틈에다외워버리고말았다.-마종기

늘‘내십팔번’이라고말하고불러온「푸르른날」이왜절창인지에대해한마디해야겠다.우리가모두‘푸르른날’느끼는감정과욕망을,그리움의밀도를그이상더잘쓸수없게노래해서사람을까무러치게한다.-정현종

황야를헤매던봉두난발의리어왕이잠깐제정신이돌아왔을때쯤입속으로중얼거렸을법한시「기도」.운명에떠밀려난파한화자가하눌이여이제저는아무것도아니나이다,맘대로합소서,그투명해진탄식이손에잡힐듯하다.-김사인

종종시쓰는일이힘에부칠때,미당의시를펼쳐읽는다.「선덕여왕의말씀」은널리알려진시는아니지만겹벚꽃처럼중심-없는아름다움이있다.이야기(설화)의무한성과시의영원성이뒤섞인아름다움.-고명재

달리의엿가락처럼늘어진시계와“배를깐구름”이라는구절의질감을나란히놓고살피면「어느날오후」의불가사의한장소나그윤곽이더욱뚜렷해진다.마치액화한뇌성벽력을코앞에서보는것처럼경악하게만드는것이다.-이제하

「연꽃만나고가는바람같이」를나는두고두고읽는다.그만큼이시에는깊은수심水深의사려가디딤돌처럼놓여있다.사는동안엔만남과이별이되풀이되므로이시는그럴적마다내마음이위안을얻으려찾아읽는시로남을것이다.-문태준

이시에서내가가장애정하는대목은바로제목이다.‘무의의미’라는말.무의의미,무의의미…….텅빈후에도어떤의미가,가치가존재한다고이야기해주는것처럼.스산한바람이속을할퀴고지날때마다나는주문처럼이네음절을곱씹게될것이다.-박소란

「저무는황혼」은눈물이나기전에,먼저가슴이꽉메이는시다.이시를읽으면내어머니가떠오른다.이시에서처럼죽음을그렇게평온하게받아들이려면얼마나많은근심이있었을까생각해본다.-박형준

미당의시를읽을때는머릿속에불이들어온다.불이켜진다.혈색이돈다.미당은숙명으로날것을문다.매서운눈빛으로토하듯써내려간다.시력詩歷만으로시대를호령했던호랑이,미당은그런시인이다.미당은혈穴이다.-이병률

미당은한‘영원’의얼굴을만나보려고무던히도힘써온분이었던것같다.그의시적여정은우리정신의가장밑자리격인『삼국유사』를괴나리봇짐해짊어지고,세계의여러높은산들을두루헤매고다니는이미지로그려지는것이다.-장석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