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임 우묵한 정원(큰글자도서) (배수아 장편소설)

속삭임 우묵한 정원(큰글자도서) (배수아 장편소설)

$36.00
Description
‘배수아’라는 하나의 문학적 질서
신작 장편소설 출간
“이것은 최초의 여행에 관한 글이다.
여행은 편지와 함께 시작되었다.”


대체 불가능하며 낯설고 아름다운 세계를 선보이는 소설가 배수아의 신작 장편소설 《속삭임 우묵한 정원》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배수아를 수식하는 단어들 중 가장 즐겨 사용되었던 단어는 ‘낯섦’ 혹은 ‘이국적인’일 것이다. 두 단어의 이면에 구축하고 있는 의미는 아마도 ‘새로움’일 텐데, 이를테면 ‘누구도 말하지 않고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 혹은 목소리. 문학의 오래된 질서 같은 ‘새로움’을, 문학의 그 미지(未知)를 배수아는 기록해왔다.

추상화된 언어. 강제되지 않은 서사. 명확하지 않은 화자. 산문과 시의 경계에 서서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 서사의 물결에 저항하기도, 물살의 리듬에 순간을 맡기기도 한 작가 배수아. 한국문학 안에서 자신의 이름을 하나의 장르로써, 하나의 질서로 만들어온 배수아가 5년 만에 신작을 들고 우리에게 돌아왔다. 스스로를 영원히 읽지 않은 책과 같이 느끼는-완독되지 않고자-자신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을 것만 같은 어느 한 사람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들 속 ‘배수아’라는 글의 영토에 자리를 잡는다. 아주 멀고도 우묵한 곳에서 올라오는 속삭임들이 홑씨처럼 퍼져나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영토에 내려앉아 발아된다. 인생의 어떤 사건이라고 부를 만한 최초의 여행, 한 사람의 탄생과 여정을 뒤쫓아 회귀하며 발견하게 되는 생의 웅얼거림과 속삭임들. 배수아가 못박아둔 활자들의 뭉치와 낯선 목소리들이 때론 정박으로 혹은 불협화음으로 공존하는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저자

배수아

소설가이자번역가.지은책으로《푸른사과가있는국도》《밀레나,밀레나,황홀한》《올빼미의없음》〈뱀과물〉〈멀리있다우루는늦을것이다〉《작별들순간들》등이있고옮긴책으로페르난두페소아의《불안의서》,프란츠카프카의《꿈》,W.G.제발트의《현기증.감정들》《자연을따라.기초시》,클라리시리스펙토르《달걀과닭》,《GH에따른수난》아글라야페터라니《아이는왜폴렌타속에서끓는가》등이있다.

목차

속삭임우묵한정원---007

작가의말---362

출판사 서평

영원히갇힌기억에서걷어올린,
속삭이는나의모든것들

“이것은최초의여행에관한글이다.여행은편지와함께시작되었다”로시작하는소설의첫문장.편지는MJ로부터온것.나는그편지를받았고읽지않은채로여행가방을싸려한다.한통의편지로부터시작된여행.그여행을앞둔채불현듯찾아온편지를보냈던MJ에대한기억,그에대한기억에묻혀따라온풍경과시간,감정들이복원된다.상당히오랜세월동안연락없이살았고,우연히길에서마주쳐도알아보지못할사람인데,그는왜내게편지를쓴것일까.그이유를,무심코당도한편지의의도는생각지도못한채나는,나의세계에서나의기억에서MJ를조형한다.하나의기억조각을모으고,그조각들이모여하나의상을만든다.시간을거슬러간다.어느지점인지도어느때인지도모를기억의한점에서멈추고MJ라생각되는,MJ의세계에살았던모든것들을회상한다.유추할수있는,호출할수있는증거들을수집한다.MJ의하숙집과그장소에잠시라도멈추었던사람들,풍경들,이야기들이빨려들어온다.

쏟아지며떠오르는어린시절의장면들.그시절에만알고지낸사람들.너무오랜시간동안만나지도연락을주고받지도않았던누군가를충동적으로찾아가고싶어지는.여행의시작은그렇게느닷없는감정의동요다.자신이알고있다고믿었던사람이문득보고싶어지는그열망에사로잡혀주저없이떠나고만여행.그런데편지를보낸MJ의주소뿐아니라그의얼굴을기억하는가?한때잘알고지낸,잘알고있다고믿었던MJ를오랜시간이흐른뒤에다시만나게되면알아볼수있을까?나는확신하지못한다.또한찾아간그풍경이내가불현듯찾아가고픈그풍경이정말맞는것인지조차신뢰할수없다.

한통의편지가불러일으킨,나를건축했던나의과거들.MJ의하숙집에드나들던무수히많은하숙인들에대한기억과이야기들이차례차례몰려온다.그리고정체없이들려오는속삭임들.드나드는것을넘어실제로하숙집에살았던사람들에대한기억을증거로나는,나의과거로,과거의장면들을만난다.그여정의목적지는내기억속불특정한시간과미지의풍경이다.회상에서만머물렀던흐릿한사건들.특정한장소를다시찾아오래도록변하지않은풍경들을마주하며건져올린기억의조각들이결국엔,나의과거를,내가잊고있었던인생의어떤하나의사건이라부를만한이야기의하나의상을조형해내기시작한다.

아주멀고도우묵한곳에서올라오는속삭임

여러겹의기억의시간대,여러사람의기억과회상의미묘한엇갈림.《속삭임우묵한정원》속에서의현재는현재의시간대로발화하고과거는기억이겹으로쌓이면서흐른다.여러겹의시간대가나열되고여러개의기억과회상들이중첩된다.그런가운데‘나’를중심으로기억되는순간들에서의접점을이루고있는사람들과풍경들이소설의이야기를만들어내고흐름을만들어낸다.본래인간의기억이나회상이그러하듯,불특정하게,비정형적인운동성을지닌채소설이구성된다.그래서이소설에서등장하는‘속삭임’은기억의복원,회상의도슨트가되어우리에게다가온다.나의과거를관할하고있는,나에게고용당한이성혹은지혜혹은감정같은것들.말을통제하고생각과사유를조절하는것들.때로는내가알수없게통제를잃어버린채무심코솟아오른어떤말들이있다.내가그때에는알지못했던어떤말들이현재의나에게다시되돌아와건네는속삭임.그런속삭임들이모이고모여하나의인생을,한사람의여정을다시복원케한다는이야기가이소설기저에매우깊숙이깔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