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생명

음악과 생명

$18.00
Description
“음악도 생명도, 단 한 번뿐이기에 빛난다”
자연의 소리로 음악을 만드는 예술가와
자연의 본질을 철학하는 생물학자의 마지막 대화
음악의 정상과 생물학의 정상에 오른 두 거장,
자신의 여정을 거스르며 음악과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다
골든글로브 음악상과 아카데미 음악상을 거머쥐고 테크노 음악으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이자 열정적인 환경운동가 사카모토 류이치. ‘생명은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살아간다’라는 ‘동적평형’의 생명철학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생물학자로 자리매김한 후쿠오카 신이치.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두 사람은 놀랍게도 ‘자연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같은 주제를 20년 동안 공유하며 서로 영감을 주고받은 친밀한 사이다. 《음악과 생명》은 자연의 순수한 소리를 음악으로 전달하려는 뮤지션과 실험실 바깥에서 생명의 본질을 포착하는 생물학을 주창한 생물학자가 음악과 생명이라는 서로의 분야를 넘나들며 나눈 감각적인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파괴에서 탄생한다’라는 음악과 생명의 공통점에서 출발한 두 사람은 인간의 인지에 갇혀버린 지금의 음악·생물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연의 소리, 있는 그대로의 생명을 포착할 방법을 탐구한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음악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에 소리가 예속되는 상태를 거부한다’라는 존 케이지의 말을 되새기며, 자신을 세계적인 음악가로 만들어준 서양음악의 전통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시간이라는 좌표축 위에 음표를 찍어 균형 잡힌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기존의 음악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자연의 풍부한 소리를 가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자연의 소리가 예속되지 않는 음악을 작곡하기로 마음먹는다. 한편 후쿠오카 신이치는 실험실에서 세포를 짓뭉개고 실험동물을 죽이고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존의 생물학 연구는 생물(生物)이 아닌 사물(死物)에 몰두하는 것일 뿐, 매 순간 변화하는 생명의 역동성을 포착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는 생명을 하나의 ‘기계’로 여기고 이를 ‘부품’으로 분해해 작동 방식을 규명하려는 시도일 뿐, 작은 애벌레가 번데기로, 그 번데기가 나비로 부화하는 ‘당연한 기적’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두 사람은 음악과 생물학의 기원인 ‘자연’을 쪼개고 나누고 조작하는 기존의 방식은 아름답고 완벽한 ‘유일한 정답’을 향해 나아가지만, 오류와 실패를 반복하는 ‘자연’에는 ‘정답’이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로부터 ‘자연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보다 해상도 높은 언어’라는 새로운 목표를 함께 그려나간다.
저자

류이치사카모토,후쿠오카신이치

坂本龍一
음악가.1952년도쿄에서태어났다.1978년솔로앨범〈ThousandKnives〉로데뷔했으며같은해YellowMagicOrchestra(YMO)를결성했다.영화〈전장의크리스마스〉로영국아카데미음악상을받고〈마지막황제〉로아카데미작곡상,그래미상등을수상했다.삼림보전단체‘moretrees’를창설하고‘stoprokkasho’‘NONUKES’등의활동을통해탈원전지지를표명했으며‘도호쿠유스오케스트라’를창단하는등도호쿠지방태평양해역지진이재민지원에힘썼다.2014년,중인두암투병사실을알린후에도야마다요지감독의〈어머니와살면〉,알레한드로G.이냐리투감독의〈레버넌트:죽음에서돌아온자〉의음악을제작하며활동을이어갔고2017년에는8년만의솔로앨범〈async〉를발표했다.2021년,직장암을앓게되었음을재차공표한후2023년1월에투병생활중일기를쓰듯스케치한곡들을수록한앨범〈12〉를발매하고2023년3월28일,세상을떠났다.2023년6월유고에세이《나는앞으로몇번의보름달을볼수있을까》가한국,일본,중국,대만에서동시출간되었다.

목차

세상을어떻게써내려갈것인가-책을펴내며

PART1.파크애비뉴아모리에서:파괴에서탄생하는-음악과생명의공통점
PART2.록펠러대학교에서:원환圓環하는음악,순환循環하는생명

ExtraEdition팬데믹이우리에게던진질문

출판사 서평

“별자리를본다한들우주를알순없습니다”
음악은악보가아니고,생명은DNA가아니다

두사람은인간이자연을이해하는방식을‘별’과‘별자리’에비유한다.밤하늘의별은서로몇백,몇천광년씩떨어져있지만,인간은별이밤하늘이라는평면에흩뿌려진것처럼별들을연결해‘별자리’를그린다.자연에존재하는무수한‘노이즈’(별)중인간에게유의미한‘시그널’(별자리)을추출하여자연을이해했다고여기는것이다.철과나무를피아노로조형해자연에흘러넘치는소리를12음계로단순화하는것도,세포와유전자를‘부품’처럼분해해그‘기능’을발견하려는것도노이즈투성이의자연을인간을위한시그널로바꾸는행위다.
사카모토류이치는이러한음악의한계에서벗어나기위해악기가내는정교한소리대신,빗소리,북극빙하속물이흐르는소리,나뭇잎이바스라지는소리등자연의소리를채집하여앨범〈async〉를만든다.12음계와악보의완벽한동기화(synchronization)를추구한것이기존의음악이라면,사카모토류이치의〈aysnc〉는엄밀하게선택된‘시그널’에포함되지않은생생한‘노이즈’를들려주는비동기(asynchronization)의음악이다.

“지구라는행성에는공기의진동,다시말해소리라는현상이늘일어나고있는데저는누군가가귀기울여그진동을공유하는시공간이있는상태를음악이라부른다고생각합니다.이를테면,강물의여울은인간이있든없든항상흐르고있는데누군가가연주하지않더라도거기에서일어나는공기의진동을들으면,그건음악인거예요.
(…)그렇다는건어떤의미로,일부러새로운진동을만들필요가없다는뜻이기도해요.공기의진동을듣는음악의실상에있어서는악보없이도음악은성립한다는겁니다.”
_사카모토류이치

소리를가둔‘별자리’가‘악보’라면,생물(生物)을사물(死物)로만든것은‘유전자’다.현미경으로세포를들여다보고인간의유전자지도가만들어진이래로,생물학에서는생물의구성요소를분해하고그기능을연구하여인과관계로묶어내는것으로생명의본질을밝힐수있다는기계론적믿음이지배적이었다.그기계론적생물학의신봉자로서세계최초로GP2유전자를발견하는업적을이룬후쿠오카신이치는오랜실험을통해GP2유전자가없는실험쥐를탄생시키지만,해당유전자가없어도생물에게아무런문제가발생하지않는다는쓰디쓴결론에이른다.그러나좌절도잠시,바로그점이생명을생명답게만든다는사실을깨닫는다.생명은기계와달리‘부품’이빠져도일사분란하게변화해균형을찾아내며,그것이야말로인과관계에매몰된인간의논리로는닿을수없는생명의‘신비’인것이다.그는인과관계와기계론으로는파악할수없는,생명이전체로서균형을유지하는방식을‘동적평형’이라명명하고,각각의생명을넘어자연의세계가어떻게신비로운균형을유지하는지설명한다.

이르든늦든,모든생명체에게는수명이다하는순간이찾아옵니다.그것은엔트로피증가법칙에맞서끊임없이저항하던동적평형이끝내엔트로피증가법칙에뒤처지고마는순간이라할수있는데,이는탈락이아닌일종의증여입니다.그때까지자신의생명체가점유해온공간,시간,자원등의생태적지위를다른젊은생물에게넘겨주는거예요.그결과거기에서또새로운생명의동적평형이성립됩니다.자신의개체를구성하던분자와원자도환경으로돌아가죠.생명의시간은이런식으로38억년이라는긴세월동안연속적으로계승되어온것입니다.
_후쿠오카신이치


“생명은소멸하는것이아니라계승된다”
사라지지않는일회성의아우라와유한한생명

음악은악보에갇히지않고생명은유전자에의해작동되는것이아니므로,모든음악과생명은‘단한번뿐’인고유한무엇이다.사카모토류이치는그‘일회성’이야말로음악이갖는‘아우라’이며,인간이만든훌륭한예술이자연의조형과복잡함에미치지못하는이유라고말한다.그는피아노의현을금속물질등으로문지르는‘내부주법’이나전압에따라소리가달라지는아날로그신시사이저등으로‘일회성의아우라’를자아내고,그것을퍼포먼스와앨범으로남긴다.한편후쿠오카신이치는생명의일회성,유한성이야말로생명이빛나는이유라고역설한다.

개체의생명이유한하다는사실은모든문화적·예술적·학술적활동에동기부여가되기도해요.누구나어떻게든자신이살아온증표를보여주고싶어합니다.유한하기때문에비로소생명은빛납니다.그리고그유한의생명이사그라들때,다시다른생명으로동적평형이초기화되어계승되죠.생명계전체는이런방식으로맥을이어왔고,앞으로도그렇게이어질것이라생각합니다.
_후쿠오카신이치

두사람은자신들의동적평형,삶의시행착오가다음생명들에게계승될것을믿고단한번뿐인생명으로서삶의증표를남기기위해노력한다.사카모토류이치는‘비선형적이며시간축이없는’,결코‘반복’이일어날수없는일회성의음악을고민하며,직접도자기를빚어도자기가깨지는‘소리’를자신의음악으로삼는엉뚱한상상까지한다.후쿠오카신이치는자신의철학이자생명관인동적평형을정교한수학적·과학적모델로만드는데매진하며,자연에대한‘해상도높은표현’의추구를멈추지않는다.그리고그들이남기는삶의증표들은우리가기억하는것을통해우리에게로계승된다.
사카모토류이치는말한다.인공물로둘러싸인도시에살게된사람들은자신이인공물에서태어나자연을‘관찰’하는존재라고착각한다고.그러나나와제일밀접한자연은한시도떨어질수없는“나자신의신체”다.두사람의대담은‘나’라는자연조차인식하지못했던우리가자연의일부로서자연을바라보게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