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체인지 (최정화 소설 | 양장본 Hardcover)

호르몬 체인지 (최정화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6.80
Description
“외로워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만든 기괴한 경제 속에서
생기와 아름다움, 그리고 한 시절이 교환된다.” _우다영(소설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시스템이 야기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혼란

최정화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출간
사회와 인간 내면의 불안, 기후 위기 등에 천착해온 작가 최정화의 신작 장편소설이 은행나무출판사 시리즈N으로 출간되었다. 전작 《흰 도시 이야기》에서 기억을 삭제하고 왜곡하는 전염병이 가져온 혼란을, 《메모리 익스체인지》에서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한 소녀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던 그는 신작 《호르몬 체인지》를 통해 ‘젊음을 살 수 있게 된 근미래’를 묘파하며 날카로운 상상력을 보여준다.
저자

최정화

저자:최정화
2012년창비신인소설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지극히내성적인》《모든것을제자리에》《날씨통제사》,중편소설《메모리익스체인지》,장편소설《없는사람》《흰도시이야기》,산문집《책상생활자의요가》《나는트렁크팬티를입는다》《비닐봉지는안주셔도돼요》등을냈다.

목차

호르몬체인지007
작가의말221

출판사 서평

《호르몬체인지》는타인의호르몬을주입받아생체나이를젊게되돌리는수술이가능해진세상을배경으로한다.‘젊고건강한몸’을향한욕망.그것을비대하게부풀리는기형적인시스템.사회의외면과방관을숙주삼아빈곤의악순환은지속적으로반복된다.나아가최정화는‘더젊고더아름다운신체’를원하는인간의욕망을일갈하는데서그치지않는다.젊음을갈망하는욕망이어디로부터기원하게되었는지를낱낱이드러내고,그것을자극하는시스템과시스템을추동하게하는사회를긴밀하게들여다볼수있도록여러화자의입을빌려이야기한다.호르몬수술을받고스무살이된칠십대노인,나보다어려진엄마를맞닥뜨리게된딸,가족을살리기위해목숨을걸고호르몬을제공하는셀러들,수요를맞추기위해윤리의식을저버린사람들…….“워로워지고싶지않은사람들이만든기괴한경제속에서생기와아름다움그리고한시절이교환”되고,(소설가우다영)독자는서로다른사정과입장을지닌화자들을통해지금우리가발딛고선사회의부조리-순리를거부하고필요이상의것을욕망하는행위가미래로부터얼마나많은것들을빼앗고있는지.그과정에서얼마나많은것들이희생되고사라지고마는지-에대해고민하게될것이다.

“수술후내내두려워했던것과는달리,나는마냥기쁨에젖은채한동안거울에서눈을떼지못했다.(……)피부는맑고싱그러웠으며붉은입술은잔주름하나없이매끄러웠다.마음껏내얼굴을들여다보았다.오랫동안헤어졌던연인의얼굴이라도보듯넋을놓고빠져들었다.그순간만큼은잔디에대한걱정도,돈을주고젊음을샀다는자책도,인간으로서해서는안되는일을저질렀다는윤리적부담도온데간데없이사라졌다.”_25쪽

“자원으로환원될수없는것들이셈을치를때탈락하는것들,“무시무시한편안함”이당신앞으로배송되었을때당신이외면하는것들을보라.최정화가바꾸려는세계는바로거기에있다.”_우다영(소설가)

한낮의거리에서존재를감춰버린노인들
젊음만을추앙하게하는사회를향한예리한비판

‘호르몬리버스’는호르몬수술전문병원이다.이곳에입원해있는‘바이어’들은모두‘셀러’를기다리고있다.자신의생물학적나이를젊게되돌려줄미래세대,가장적합하고알맞은맞춤형호르몬제공자를.바이어의신체에딱맞는타인의호르몬을찾기란사실상불가능하다.때문에수많은검사를거쳐바이러스감염과기타질환,알레르기등을일으킬확률이가장낮은셀러를선별한다.여러차례의테스트끝에대상자가매칭되면바이어는마침내호르몬수술을받을수있게된다.큰비용이들지만,그만큼확실한젊음을보장하는수술.이제거리는젊은이들로넘쳐나고,노인들은타인의시선을견디지못해밤늦은시간어두운골목만을찾아걷는다.


“비아냥거리는소리를못들은척하고지나가는일엔어느새무덤덤해졌다.정작견디기어려운건수술을받은친구들이이십대로돌아가는바람에혼자가되고만외로움이었다.인간은이제노화가무엇인지모른다.하얗게바랜머리카락,깊게파인주름,드문드문검버섯이올라온피부,굽은등허리같은것들을본적이없다.만약노인이길거리를지나다닌다면동물원우리를탈출한원숭이와다름없는볼거리가될것이다.”_8쪽


입원부터검사,수술및유지과정전반에걸쳐엄청난비용이들어가는데다셀러와바이어모두에게신체적위험부담도크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수술은성행한다.수요가많은만큼생계유지가어려운사람들은자신의건강을기꺼이헐어그들에게호르몬을제공한다.목숨을담보하고서라도가족들을챙기고돌볼돈이필요하기때문이다.당장먹고살방법이없는사람들에겐별다른선택권이없다.한편자연의순리를거스르고싶지않았던70세노인‘한나’는자연스럽게늙어가는삶을택한다.하지만주변친구들이모두호르몬수술을받고한나의곁을떠나버리자,외로움을견디지못하고호르몬수술을결정한다.한나는젊음자체에대한욕심보다외로움으로부터벗어나고싶다는마음이더컸기에사오십대로셀러매칭을신청하지만덜컥스무살여성과매칭이된다.젊은시절너무나바쁘게살아온탓에이십대를제대로누리지못했던한나는다시찾아온스무살이설레면서도자신의이런욕망이낯설고두려워혼란한마음에사로잡히는데…….

“그영화좋아했다던친구,그리워요?”
(……)“그립지않은친구가있을까요?물론남수랑은아주많이친했죠.우리가헤어진건제가그친구를이해하지못했기때문이에요.그때난그애가잘못된길로가고있다고생각했죠.지금은잘모르겠어요.저도그친구와같은잘못을저질렀는걸요.이젠그애를탓할자격이제겐없어요.”_52쪽


일견어두워보이는우리의미래를
끝끝내유토피아로견인할이야기

탄력있는피부와주름하나없는목,획일화된아름다움.나이에비해젊어보여야한다는압박을가하는사회를향해최정화는다음과같은근본적인질문을던진다.이런욕망을개인의문제만으로치부할수있는지.이들의욕망을충동한진짜주체가무엇인지.그리고독자로하여금스스로묻게한다.왜우리는나이들어보이면안되는지,왜있는그대로자연스럽게늙어갈수없는지.내면보다는외면에몰입하고‘잘나이드는것’보다‘더젊어지는것’에몰두한사람들의강박은우리삶에매일노출되는미디어로부터기인하고키워진것이다.근미래를배경으로한이소설이지금의현실과거듭겹쳐보이는이유는여기에있다.그럼에도최정화의세계는희망을잃지않는다.디스토피아의복판에서도더나은세상을꿈꾸고,약자를외면하지않고,모든생명과의상생을꿈꾸는인물들이끝끝내‘내일’을포기하지않으므로.최정화의소설은일견어두워보이는우리의미래를유토피아로묵묵히견인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