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왜 모래로 쓰는가 (장혜령 산문집)

여자는 왜 모래로 쓰는가 (장혜령 산문집)

$17.00
Description
차학경, 한강, 아니 에르노, 김혜순······
매혹적인 에너지, 광기 어린 아름다움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장혜령 시인의 산문집 《여자는 왜 모래로 쓰는가》 출간!
문학은 마음을 긁는다. 또 다르게 문학은, 마음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긁힌 마음은 원래대로 복원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무너진 마음은 다른 무엇으로 일으켜 세우거나 그냥 무너진 채로 놔두게 된다. 대개 우리는 긁힌 자국보다 무너진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너졌다는 건, 우리 마음의 구조가 단단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그 단단하지 못함의 이유에는 수많은 감정들과 진실이 결합되어 있어 그렇다. ‘결국 문학이 되고 말까봐 두렵기 때문에 그 일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건 롤랑 바르트였다. 문학의 토대가 진실에 기원하기 때문이란 걸 바르트는 일찍이 알고 있었다. 말하기 두려운 그 일은 문학의 서사가 되며, 그 일에 대한 과정은 플롯으로, 그 일이 다 끝나고 난 후의 기억이 최종 문학성〔特性〕이 된다. 그렇고 보면 문학은, 문학을 쓰는 자의 삶에 온전히 속박된다 말하는 것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쓰는 자의 삶의 미세한 결에 의해, 쓰는 자의 감정의 터럭들에 의해 완성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모래로 글을 쓰는 자에 대한 글이 있다. 모래로 글을 쓰는 여자들. 왜 모래로 쓰는가. 아니 여자는 왜 모래로 쓸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질문. 차학경, 아니 에르노, 다와다 요코, 한강, 소피 칼, 김혜순,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엘프리데 옐리네크. 올가 토카르추크. 9명의 국내외 여성작가들에게 그에 대해 간절하고 집요한 질문과 답이 오간다. 보이지 않음을 애써 드러냄으로 9명의 여성작가들의 작품 속 ‘여자’를 호출한다. 여성으로써, 여성작가로써 자신의 삶과 문장을 통과시킨 그 9명의 여성작가들의 여정에 장혜령 시인이 내레이터가 된다. 매혹적인 에너지, 광기 어린 아름다움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장혜령 시인의 산문. 《여자는 왜 모래로 쓰는가》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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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혜령

저자:장혜령
2017년『문학동네』시부문신인상을받으며글을발표하기시작했다.산문집『사랑의잔상들』,소설『진주』,시집『발이없는나의여인은노래한다』를펴냈다.최근몇년간문학잡지『Axt』에이책의시작점이된비평에세이를연재하는한편,리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등에서현대시를매개해이미지를읽고쓰는워크숍을만들며문학의바깥을열어보려했다.한곳에계속머무르면그곳은안이되어버리고,안이되어버리는것에는사랑이없으므로,앞으로도바깥을여는글을쓰며활동하고자한다.

목차

INTRO모래여자의서…006

1장목소리쓰기,받아쓰기
여자는손의메아리에귀기울이며―차학경…028
푸른벼랑의말을들어라―아니에르노…056
봄의아침을비추면가을의저녁이나오는―한강…078

2장경계의쓰기,번역의쓰기
나는내가버린나의소녀이므로―다와다요코…100
도플갱어,두개의삶―소피칼…126
별을잇는사람의마음속에서별자리는생겨난다
―올가토카르추크…154

3장죽음의쓰기,유령의쓰기
더러운흼,불가능한흼―김혜순…178
불타는부재의편지―클라리시리스펙토르…200
포르노그래피여자의서―엘프리데옐리네크…222

OUTRO여자의묘비명…242

출판사 서평

이배설.이내뱉음.이쏟아냄.이토해냄.
이것은자기언어를허락받지못한여자의유일한발화다.

모래는운동에의해존재한다.그힘의모태는시간이다.몇억년의시간이모래를만든다.억겁의시간으로원래의형상은사라진다.바람혹은중력에의해모래가된다.모래는움직이되멈춰있고,멈춰있되움직인다.어린아이들이모래를손에움켜쥐고버리고하는장난은바로그형상의실재때문일것이다.모래의질량을느끼는순간이란손이움직이지못할때,가만히부동자세로멈출때뿐이다.바람이불거나움직이는순간다시모래는바닥에흩뿌려져본래형상을잃는다.‘여자는왜모래로쓰는가’의제목으로연상할수있는건대개그런것들이다.손안의모래.조금의움직임으로도빠져나가버리는모래.바람으로인해날려가는모래와같은문장들을왜장혜령은필사적으로움켜쥐려하는것인가.그리고장혜령이움켜쥔9명의여성작가들은왜굳이모래로문학을‘쓴다’말하는것일까.역으로,움켜쥘수없기에모래로글을쓴다는것인가.사라질걸뻔히알고있음에모래로글을쓰는것은아닐까.“불가능이가능이될때까지.살릴수없음을살려낼수있을때까지”(16쪽)글을쓰는여자들.이책은그간략한질문에대한여러방면의답이다.

우선,목소리이다.쓰기보다말하기이다.차학경,아니에르노,한강.세작가의작품에서의‘여자’의음성성을살핀다.타자의이야기를들려주고,전달하는여자.기록되지않은목소리를말하고,그기억을대신소리내고,말할수없는것이있음을말한다.더불어,‘여자’의목소리에육체를부여한다.지워진존재들사이에서있게한다.지워진목소리를그들자신에게돌려준다.차학경의말하지않으려는고통,아니에르노의자기육체에서새어나오는신음,한강의역사의파편이깊숙이박혀꺼내지도못한슬픔들을.

“사실을진실로옮기기위해서는,사실과진실사이의시차를견딜수있는다른언어가필요하다.그점에서여자의텍스트를읽는일은이중의의미로번역적인경험이다.외국어에서옮겨진한국어를읽어야한다는점에서.한편,현실에서초현실을읽어야한다는점에서.”
(110쪽)

두번째로번역성에대해말한다.다와다요코,소피칼,올가토카르추크의‘여자’들을호출한다.셋의여자들은나무,짐승,새가된다.또한커피포트가되어말한다.인간이아닌것에의해말해지고,타자의몸으로갈아타면서말한다.현실에서의보이는것이상의다른무언가를봐야만하고,그바라봐지는것을말하는‘여자’가존재한다.여자는환승을통해현실에서초현실을읽게끔한다.인간의시각의한계를넘어보아야만드러나는세계가있음을,말한다.일본어의바깥을열기위해독일어로간다와다요코,캐릭터와자신의이중작가를드러내고자한소피칼,보지못하고알지못한다해도엄연히존재하는세상을보여주려한올가토카르추크처럼.

“그렇다.텍스트는살려고하는것이아니라살리려고하는힘에서왔고,그것은본질적으로여성적인것,여자의것이다.”(199쪽)

마지막으로세명의작가를불러내유령성에대해말한다.죽음의세계와산세계를오고가는자.“죽음으로죽지않고죽음으로살고있는”(김혜순,《죽음의자서전》)자들을불러낸다.죽어서도말하는자의의도를,죽어서저세계에서본것을이세계에건너와말하는것에대해.죽음으로살고있는여성의주체성에대해말하는김혜순의‘여자’와,존재하지만존재되지않는삶을생존하는클라리시리스펙토르의‘여자’,그리고살기도전에이미죽음과폐허를드러내보이는엘프리데옐리네크의‘여자’들을통해오직한번은죽어본자만이들려줄수있는것들을말하게한다.

우리는알지못하면서도만나고,또만나기위해흩어지는것이리라.

다시,모래에대해생각한다.모래가되기까지원래의형상이무엇인지를상상한다.거대한돌하나가떠오른다.그돌은억겁의시간과바람에의해지구를맴돌다가지금내눈에모래로존재해있다.그작은무게속에셀수없을만큼의시간이들어있다는걸우리는안다.그시간성,모래가움켜쥔그장대하고넓은시간에기대어장혜령이불러낸9명의여성작가들의‘여자’를본다.그‘여자’들이토해내고뱉어낸단어들과문장들을읽는다.결국에는“어둠저편에서상(像)이떠오르도록우물을”들여다보는,문학의오래된교양에닿는다.모래로쓰는글을읽는일도마찬가지.잉크대신모래로글을쓰는‘여자’들의마음저깊은우물표면에드리우는하나의세계를들여다보는일도아마마찬가지비슷한일이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