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빛 (강화길 장편소설)

치유의 빛 (강화길 장편소설)

$18.00
Description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몸부림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나의 몸, 나의 고통, 나의 과거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 작가 강화길 4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강화길의 소설은 핏줄 속에서 보내온 초대장 같다.
(……) 우리는 핏줄을 따라 정신없이 떠돌다가
소설의 심장을 만지게 될 것이다”_임솔아(소설가·시인)
한겨레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백신애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형 여성고딕소설’의 정점에 오른 소설가 강화길의 신작 장편소설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치유의 빛》은 그간 작가가 천착해온 긴밀하고 폐쇄적인 공동체-가족과 학교, 지방 소도시, 종교 단체-와 여성과 여성 사이에서 발생하는 밀도 높은 감정-동경과 애증, 질투와 소유욕-을 다시 ‘안진’이란 장소에 펼쳐놓으며 끝장을 향해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지수’는 작고 마른 몸으로 존재감 없이 지내던 자신이 갑자기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순간을 회상한다. 열다섯 살 가을. 감당할 수 없는 식욕과 함께 급속도로 거대해진 체구를, 지수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적나라하게 직면한다. 어린아이에게 쏟아지는 타인의 시선은 곧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된다. 지수는 점점 더 움츠러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거대해진 몸 덕분에 오래 동경해오던 ‘해리아’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불리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발생한 수영장 사고로 인해 지수는 고향 안진뿐 아니라 자신의 몸-끔찍한 통증을 떠안고 있는 덩어리들-을 벗어던지려 무던히도 애를 쓴다. 그런 의미에서 《치유의 빛》이 품고 있는 물리적 공간은 여성의 ‘몸’ 그 자체로 재조립된다.

고딕 소설에서 ‘공간’은 인물을 가두고 옭아매는 장치로 작동한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몸부림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소설 속 공간은 현재를 살고자 하는 인물들의 발목을 붙들어 단단히 동여맨다. 앞서 강화길이 ‘한국형 여성고딕소설’의 정점에 올랐다고 언급한 이유는, 그의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이 일종의 ‘사회적 감옥’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 감옥은 천륜으로 얽힌 가족이 되기도, 태어난 고향이 되기도, 모태신앙으로 떠안게 된 종교가 되기도 한다. 나의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없었던 것들. 세상에 나와 보니 이미 내 것이 되어 있는 것들. 이런 의미에서 《치유의 빛》 속 인물들의 기억이 십대에 묶여 있는 이유 또한 의미심장해진다. 작가는 부모와 사회의 보호 아래에 있어야만 하는 아이들. 그 보호가 사랑인지 구속인지 판단할 수 없지만 일단 그 안에 머물러야 하는 아이들. 그래서 서로의 여린 부분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가장 먼저 탐하고, 가장 먼저 동경하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깊숙이 파고들며 묘파한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벗어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가장 비극적인 감옥”(전청림 문학평론가)에 갇혀 압도적인 서스펜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 또한 그 감옥을 내내 짊어져 왔으므로. 내내 짊어져야만 할 것이므로.

“사람들은 왜 동경하는 만큼 사랑하고, 사랑하는 만큼 질투하고 증오할까. 그래서 갖고 싶어 하고, 가질 수 없으면 부숴버리고 싶어 하고. 불쌍해하다가 미워하고, 안타까워하다가 꺾어버리고 싶어 할까.”(70-71쪽)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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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화길

저자:강화길
2012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방〉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다른사람》《대불호텔의유령》,중편소설《다정한유전》,소설집《괜찮은사람》《화이트호스》《안진:세번의봄》등이있다.한겨레문학상,구상문학상젊은작가상,문학동네젊은작가상,백신애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11

1부23
2부113
3부143

에필로그370

작가의말380

출판사 서평

“있잖아.그때왜죽지않았어?”
그해가을,네친구를둘러싸고벌어진끔찍한사고
동경과질투,애증으로점철된서늘한서스펜스

지수는자신을몰아세우는방식으로일을한다.“경력을향한목표.성취감과쾌감.숨막힐정도로빡빡한일정을소화한끝에누리는강렬한자극”에중독되어있다.스스로의한계를시험하고자신을둘러싼환경을완벽하게통제할때느껴지는희열.지수의애인‘태인’은지수에게말한다.“너한테는항상일이전부지.일이외에의미있는게있기나해?”하지만지수는개의치않는다.일이외에의미있는일이지수에게도있다는걸태인은모르기때문이다.176센티미터에50킬로그램을변함없이유지하고있는‘지수’는심각한거식증과폭식증을앓고있다.경우에따라식욕억제제까지먹는다.태인은그사실을모르고있었다.몰라야만했다.

“밥몇숟가락에반찬조금.아니면빵한조각.계란하나.당근이나오이.방울토마토.그게나의주식이라는걸절대몰랐다.그와함께있을때는평범한사람들처럼먹었으니까.밥한공기를야무지게싹싹먹어치웠으니까.몸무게를신경쓰는여자처럼보이고싶지않아서그랬다.아니,원래마른몸을가지고있는사람처럼보이고싶어서그랬다.”(40쪽)

중차대한프로젝트를앞두고지수는급속도로건강이나빠지기시작한다.너무무리해서그런거라고,피로가쌓인것일뿐이니좀쉬면괜찮아질것이라고말하며휴가차고향인‘안진’에내려간다.지수의엄마는오랜만에고향에내려온딸에게밥을차려준다.너무말랐다며걱정을내비치는엄마를앞에두고지수는떠올린다.비만이었던열다섯의자신을엄마가얼마나난처해했는지,그런자신을앞에두고친척들이얼마나쑥덕거렸는지.한편지수의엄마는자신이참여하는요리세미나‘채수회’에채소를조달해주는청년의아내가지수의동창이라는사실을알려준다.신아.지수는오랜만에듣는이름에묻어두었던학창시절을회상한다.자신이동경했던해리아와해리아주변을맴돌던아이들-신아와지연을.

“참뻔했다.
어쩌면이렇게모든것이예상대로니신아야.세월이이만큼지났는데말이야.너나나나참,어쩌면이렇게똑같을수있니.
아니지.나는아니야.나는달라졌어.너는모르겠지만나는알아.
내가달라졌다는걸말이야.신아야.응?
하지만전혀변하지않은것도있었다.이신아는언제나내관심사가아니었다는것.”(60쪽)

해리아.그당시지수의관심사는오직해리아였다.지수뿐아니라모든아이들이그랬다.심지어학교선생들까지도.큰키와가늘고쭉뻗은두다리로운동장을질주하던아름다운해리아.공부도잘하고심지어다정하기까지했던,‘우리’모두의해리아.신아는오히려지수의걸림돌이었다.해리아곁에딱붙어떨어지지않던신아는지수를늘경계했다.영직동을사이비소굴로만들어버린조칠현교회의신자.사실신아만조칠현교회의신자였던건아니다.해리아도마찬가지였다.하지만해리아는절대자신이조칠현교회의신자라는것을밖에서티내지않았다.그래서해리아는늘소문의중심에있었다.그공부잘하는애.107동사는걔.지수는엄마의핸드폰을뒤져신아의흔적을찾아낸다.그때도지금도,지수의관심사는신아가아니다.오직해리아.나의해리아.그렇게신아와해리아의이름이기억의수면위로떠오른다음날아침.지옥이시작된다.

“대부분사람들은이시간에언제나잠들어있다.(……)마음을지치게만드는것들.기억들.가슴을쿡쿡찌르는단어들.그런것들로부터멀리떨어져무의식이라는따뜻하고포근한이불을둘둘말고있다.부러워.그렇게쉴수있는사람들.마음편히잠들고개운하게일어나하루를시작하는사람들.”(56쪽)

“더끈질겨지고더간절해졌다.더적나라하고더무섭다.
강화길의이작정은마침내연서가되었다.”

방향을정한강화길은뒤돌아보지않는다.빠르게내달린다.멈추지않는다.《치유의빛》은‘몸’이라는완전히새로운공간을내세우며하나의덩어리-몸-에갇힌인물들의서사를묵직하게쌓아올린다.가족,타인의시선,학교,도시,마을,종교등여성을둘러싼억압의레이어를중첩시키고도려내듯다시벗겨낸다.표출하지못해짓눌린감정.통증으로뒤덮인신체.태어난순간부터우리가경험하는모든것들은유기적으로연결되고단단히뭉쳐진다.한단어로정의하는것이불가능해진그모든덩어리들을품은채살아가야하는인물은곧독자의거울이다.나아가소설에설화처럼등장하는이야기‘힐라리아와안티오페’,‘호랑이뱃속에들어간여인들’은《치유의빛》에서다루는몸이라는공간에대한거대한알레고리가된다.작품의마지막장을덮는순간,《치유의빛》은하나의몸이자공간으로완성될것이다.‘강화길이라는장르’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