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세고 촛불 불기

셋 세고 촛불 불기

$18.00
Description
“우리를 우리이게 한 모든 시간들”,
달력에 아로새겨질 여덟 개의 특별한 날

소설가 8인이 기억하고자 한 ‘기념일’ 테마소설집
달력에 아로새길 만큼 어떤 것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기억해야만 하는 날과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날들. 은행나무출판사의 테마소설집 시리즈 ‘바통’의 여덟 번째 기획에서는 이러한 ‘기념일’을 주제로 우리 앞에 놓일 다양한 삶의 면면을 들여다보려 했다. 소설가 김화진 남유하 박연준 서고운 송섬 윤성희 위수정 이희주가 떠올린 기념일이 《셋 세고 촛불 불기》에 각자의 모양으로 담겼다.

매해 돌아올 기념일을 떠올리며 한 해를 버티는 힘을 얻는 것처럼, 이 책에서 마주칠 날들은 매일을 다른 모습의 기대로 이끈다. 지나가버린 과거의 기쁨과 잊지 않으리라 다짐한 슬픔, 어쩌면 오지 않을 미래까지. 흘러갈 뿐인 시간을 누름돌로 꼭 간직하려는 여덟 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잊고 있던 특별한 날을 하나씩 떠올리게 한다.
저자

김화진,남유하,박연준외공저

2021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나주에대하여〉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나주에대하여》,연작소설집《공룡의이동경로》,장편소설《동경》,단편소설《개를데리고다니는남자》《개구리가되고싶어》가있다.오늘의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김화진축제의친구들_7
남유하크리스마스에는축복을_43
박연준월드발레데이_71
서고운위드걸스_107
송섬껍질?_135
윤성희바다의기분_177
위수정비트와모모_205
이희주0302♡_233

출판사 서평

마음속에영영꺼지지않을
촛불을켜둘이야기

기념일에서무엇보다중요한것은날짜를정하는일이다.중요한날하루를골라이름을붙여야만의미있는날이성립하기때문이다.이희주의〈0302♡〉에서는‘유리’가전학온3월2일을기념일로삼았다.도시전설속‘사거리의미소년’이되어버린그의비밀을해체하며달콤하고끈적한결말까지나아가는내내기분좋은설렘과긴장을동시에느낄수있다.근미래를배경으로한남유하의〈크리스마스에는축복을〉에서는마인드업로딩을통해안드로이드보디를얻게된‘신인류’가나타나면서‘구인류’가되어버린자의아이러니한성탄절을살펴본다.고독사는옛말인사회지만인물들은여전히해소할수없는고독함에허덕인다.박연준의〈월드발레데이〉는제목에서도알수있듯월드발레데이에죽은무용수가주인공이다.영원히무대에서고싶었던무용수의일생이아름답게수놓인다.이처럼특정한날짜가녹아든소설세편은독자들에게도특별한날로각인될것이다.
기념일이무조건기쁨에서부터비롯되는것은아니다.어떤슬픔은잊혀서는안된다는것을우리는이미알고있다.슬픔속에서피어나는위수정의〈비트와모모〉속기념일은특정한날로정의내릴수없을지도모른다.만남과이별중어떤날을마음에간직할것인지는이야기를읽는우리에게달려있다.기념일을‘기억하는날’로해석한서고운의〈위드걸스〉에서는잊지않으려움직이는이들이그려진다.모순됨을알면서도계속해서나아갈수밖에없는그들이동시대를살아가는청년층의모습과다르지않아묵묵히응원하게된다.
김화진의〈축제의친구들〉은소설을쓰는‘내’가무주영화제의술자리에서우연히알게된친구들의작업실을함께쓰게되며벌어지는일을그린다.작업실에서피어나는따뜻함과든든함,그리고배신감이뒤섞이며언젠가끝날축제의밤은‘나’를또다른목적지로데려다놓는다.윤성희의〈바다의기분〉은서로를부단히아끼고생각하는사람들에대한이야기이다.무단결근을한‘나’와일주일내내학교를결석한‘영지’의모습은삼촌과어렸던‘나’의관계로이어진다.다른누구도아닌둘만의관계에서만말할수있는비밀은그렇게만들어지고지속된다.늘반복되는일상에서잠시벗어난비일상의날은잊지못할순간으로남을것이다.
송섬의〈껍질?〉에서는역설적으로365일중사라진하루를조명한다.이유도모른채달력위에생겨버린네모난공백.세상에없는날을기념한다는것은어떻게성립할수있을까.그날의궤적을좇는주인공의뒤를따라가다보면우리는자신만의기념일을새롭게정의할수있다.

“자정이되면3월2일이된다.
앞으로도작년오늘을잊지않을것이다.”

잊지않기위해간절히바라는마음은그때그순간으로끊임없이우리를부른다.시간의굴곡을손으로만지며돌출된부분을감각하는일.기념일을떠올리고지정하는것은어쩌면그런일에서부터시작할지도모른다.이렇듯피어나는각자의소망을달력곳곳에새겨놓는다면그삶역시한결선명하게느껴질것이다.그리고거기서부터겹겹이쌓이는시간이매일의가치를더욱풍성하게만들것이라믿는다.여덟편의소설에서호명된날들은어느하나겹치지않는다.가장개인적이면서도보편적일,여기놓인이야기들을펼치는날도독자들에게기념할만한근사한하루로남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