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인페르노

블랙 인페르노

$17.00
Description
거대한 절벽, 그 심연 앞에 선 한 인간의 처절한 투쟁
-비극 너머에서 돌아온 타인과의 불가능한 랑데부에 대하여

AI로 되살린 아들과 13년의 시간 후 만난 아들, 우리는 어느 쪽을 더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영화 〈반도〉의 연상호 류용재 원안, 《라스팔마스는 없다》 오성은 소설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한 인간의, 여성의, 어머니의 처절한 투쟁을 보여주는 서스펜스 스릴러 《블랙 인페르노》가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 와우포인트와 은행나무출판사의 협업 임프린트 ‘와우포인트 퍼블리싱’에서 출간되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 도서 《지옥: 신의 실수》에 이은 두 번째 도서이다. 영화 〈부산행〉과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등을 통해 고유한 세계관 속 이야기를 전해온 연상호 감독과 그와 함께 〈반도〉부터 손발을 맞춰온 류용재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소설 《라스팔마스는 없다》를 통해 ‘천재적 감각성’의 소설가라는 찬사를 받은 오성은 소설가가 집필에 나섰다. 역작의 탄생 순간이다.

13년 전 캠핑을 떠난 아이들이 실종 및 살해되어 유기된 절벽 ‘블랙 인페르노’. 13년 만에 그곳에서 한 아이, 제이든 그레이가 살아 돌아온다. 알 수 없는 그늘을 품은 채로. 그러나 소설의 재미는 여기서부터다. 소설은 하나의 레이어를 더한다. 바로 AI를 통해 구현된 이른 바 ‘천국의 아이들’을 통해서다. 유가족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그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의 제이든을 만들어 유가족인 메건에게 열 살의 제이든을 선물한 참이다. 즉, 제이든의 어머니인 메건의 곁에는 열 살까지의 기억과 데이터로 구축된 영원히 나이 먹지 않는 열 살의 제이든이 존재한다. 설상가상, 스물세 살이 되어 돌아온 제이든에게서는 자꾸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된다. 13년의 시간을 넘어 온 아들과 AI로 구현한 아들, 메건은 누구를 더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메건은 어느 제이든의 손을 잡게 될까?

가상현실과 AI의 자기학습 기술은 이미 우리 삶에 깊게 침투해 있다. 그동안의 데이터를 통해 소중한 사람을 복원할 수 있다면 그 존재는 남은 자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하지만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기학습으로 뻗어 나아가는 존재, 그 심연이 우리를 들여다볼 때 우리는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한편 인간이 가진 심연은 어떠한가. 우리는 곁에 있는 소중한 존재들의 내면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가? 하물며 그가 자신만의 비극에서 살아 돌아왔다면, 그 사이에 깊은 시간의 강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무엇에 발 디딘 채 그를 마주할 것인가. 한 발짝만 걸어 나가도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다. 그러나 매혹되어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곳, ‘타인’과 ‘AI’. 그 거대한 심연이 지금 독자를 들여다본다.
저자

오성은

소설가.세명대학교미디어콘텐츠창작학과교수.부산영도에서태어나동아대학교문예창작학과박사과정을졸업했다.진주가을문예에중편소설〈런웨이〉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장편소설《라스팔마스는없다》,소설집《되겠다는마음》을썼다.산문집으로《속도를가진것들은슬프다》,《사랑앞에두번깨어나는》,《여행의재료들》,《바다소년의포구이야기》가있다.TVㆍ라디오ㆍ음반등으로활동했으며,현재국제해양영화제의콘텐츠프로그래머를맡고있다.텍스트와다양한매체를통해독자,청자에게가까이다가가는중이다.

목차

블랙인페르노…007

원안자의말…205
작가의말…209

출판사 서평

AI로되살린아들과13년의시간후만난아들,
우리는어느쪽을더‘안다’고말할수있을까
미국과캐나다국경지역의워싱턴주의작은마을‘자이언트밸리’,13년전이곳을출발한캠핑버스는가족들의품에돌아오지못한다.국경을넘나들며수색작전이벌어진끝에몇몇아이들은주검으로,일부아이들은실종된채로사건은종결된다.사람들은근처에있는거대한절벽의이름을따이사건을‘블랙인페르노사건’으로호명한다.그런데한자본가가유가족의슬픔을위로하기위해프로그램을개발한다.‘child-13’이라고이름붙인이프로그램은,아이들의정보,학교와공원등공공CCTV등의정보를취합하여버추얼세계‘낙원’에아이들을되살려내는일로,유가족들은VR고글을통해아이들과소통할수있게된다.

왼쪽상단에보조화면이생성되었다.보조화면은칠판을등지고수업을진행하는한선생님을비췄다.그는에릭정이손에든유백색고글을끼고있었다.이내화면이전환되면실종된열세명의아이들이책상에앉아서선생님을바라보는장면이나왔다.
“저희는양자컴퓨팅시스템이분석한큐비트를바탕으로child-13의아이들이사건직전의나이만큼성장하는전과정을배속으로시뮬레이션했습니다.본능적인습관부터사소한말투와태도는물론이고사고실험에따른도덕적인식범위와교양수준까지실제와동일한상태로재현했습니다.”
화면에비친아이들은저마다의모습으로진지하게수업에임하고있었다.
“우리는핵심인력모두가자발적으로참여한이프로젝트를‘낙원의아이들’이라고부르고있습니다.”
-본문26~27쪽

그캠핑버스에는메건의아들인열살짜리남자아이,제이든도타고있었다.메건은사건직후블랙인페르노절벽에서자살을기도하지만미수에그친다.그이후그녀는‘child-13’을이용하며마음의상처를치료하고자한다.국경의출입국사무소에서근무하는그녀는매해캠핑버스가출발한그날마다절벽앞으로가자신만의애도기간을갖고,이를딱하게여긴동료에단은절벽이있는국립공원입출기록이남지않도록하는미러링장치를메건에게건네준다.제이든이캠핑버스를타고출발한지13년째되는날,블랙인페르노에서자신만의애도를하던메건은급작스런경찰의부름을받는다.

이제메건은취조실의매직미러앞에서있었다.미러너머에는초췌한행색을한한남자가앉아있었다.
“저남자알아보시겠어요?”
메건은곧바로몸을반대방향으로틀었다.본능적인동작이었다.남자는눈동자로실내를여기저기살피며다리를떨고있었다.그바람에철제의자가덜덜덜떨려왔다.그난해한광경을한문장으로정리하겠다는듯윌리엄이단호하게말했다.
“제이든그레이씨가돌아왔습니다.”
-본문53쪽

한편,워싱턴주와국경을맞대고있는캐나다국경지역의경찰‘마사’는길거리에서발견한한부랑자소년을통해최근국경지대에서심상치않은일이벌어지고있음을알게된다.소년의증언을통해사건이벌어진장소의특징을확보한마사는마을창고를습격하게되고,세명의일당을검거한다.그곳에서빈민가아동연쇄납치살해사건이벌어졌다는것을알게된마사는검거당시창고에없었던,부랑자소년이묘사한‘리더’격의인물에대해대대적조사를요청하지만일을키우고싶지않은서장에의해무산된다.용의자가국경을넘어갔다는소식을들은마사는국경너머워싱턴주의경찰윌리엄과접촉하게되고거기서뜻밖의소식을듣게된다.

“제이든그레이가최근캐나다에서벌어진빈민가아동연쇄납치살해사건의유력한용의자라는말씀이죠?”
그는마음을다잡았다는듯다시한번마사의의도를확인했다.
“그렇습니다.”
“마사형사님.”
“네,말씀하세요.”
“형사님께서제게말씀하신그내용이사실로밝혀지면파장이걷잡을수없을정도로커질겁니다.그반대도마찬가지입니다.”
그때까지도마사는윌리엄의반응이미국경찰이곧잘쓰는과장된경고정도라고생각했다.
“제이든그레이는13년전에일어난블랙인페르노사건의실종자중한명이었습니다.지금으로서는유일한생존자이고요.”
-본문100~101쪽

돌아온제이든을돌보느라메건은점점‘천국의아이들’에접속하지못하게된다.그러던어느날,성인이된제이든이‘천국의아이들’에접속하게되고,제이든에게서VR고글을벗겨낸메건은AI제이든을달래기위해오랜만에‘천국의아이들’에접속한다.그러나AI제이든의말에메건은지금까지의불안한평화를송두리째빼앗기게되는데…….



“이작품은내가만든어두운구렁에관한이야기다”

원안자인연상호감독은‘원안자의말’을통해이작품은‘어두운구렁’에관한이야기라고말한다.그렇다.이소설은분명거대한절벽에대한이야기이며,AI와타인이라는그매혹적이고두려운구렁에대한이야기다.
우리삶에가까워졌다는말이더이상새롭지않게들릴정도로,AI와버추얼시스템은삶곳곳에녹아들어있다.AI기술이구현하고자하는것이인간에대한것이라면,AI기술이가장먼저따라잡아야하는것은바로‘학습’일지도모른다.시간은,삶은,학습은인간을변화시키므로.실제로AI기술은학습을통해스스로확장된다.챗봇은개인맞춤화되어있지만동시에무한히뻗어나간다.그무한함에대한미심쩍음,소설은이섬세한균열을한축으로한다.유가족들을위해만들어진AI버추얼시스템‘천국의아이들’속제이든은메건이잘아는제이든의모습을하고있지만결정적인순간메건이아는것과다른제이든이되어있다.더충격적인것은,이렇게무한히확장된데이터속에서무엇이“진짜”인지를가르는일은어느순간불가능한일이된다는것이다.미심쩍음이불화로터져나오는순간,딛고서있는발밑은심연이된다.한편,타인은어떤가.곁에있으나영원히도달할수없는세계.서로다른경험의총체.하물며그사이에오랜시간이라는강이놓인다면우리는그를정말‘안다’고할수있을까?그러나문제는하나더있다.AI세계의데이터와달리실제세계의인간은간편히삭제해버릴수없다.타인은고유하게존재하며우리는심지어는타인을인간으로서믿어주어야만하지않는가?비극에서살아돌아온제이든을,아들을대하는메건의복잡한심리는이의무감을넓게감싸고돌며비극의모양을그려낸다.
그러나무엇보다이절벽은매혹적이다.한걸음앞으로가면떨어질것을알면서도들여다보게된다.이것은이소설에대한이야기이기도하다.여기에소설가오성은의힘이있다.거침없이이야기를전개하다가도AI제이든을끌어안는,‘허공의둘레를끌어안는’메건의손길에집중하고,지옥에서살아돌아온제이든의아이같은울음의질감을포착해독자앞에풀어낸다.이질감과의심,믿음과동정.곳곳에도사린섬세한균열들을면밀하게포착하며,소설은독자를점점더깊은서스펜스로이끌고간다.이흥미진진한이야기를따라독자는‘블랙인페르노’의끝에도달한다.원안자연상호감독의말처럼“그리고독자가다다른마지막풍경에오랫동안시선을거두지않”기를바란다.거기에심연이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