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잔해를 줍다

바람의 잔해를 줍다

$19.00
Description
태풍의 한가운데 위태롭게 놓인 한 가족의 삶을 통해
생명과 구원에 대한 뜨거운 갈망,
가족 간의 유대와 사랑을 그린 놀라운 수작
2024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선에 세 편의 작품(《묻히지 못한 자들의 노래》 《바람의 잔해를 줍다》 《수확한 남자들》)이 오르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정받은 제스민 워드의 2011년 전미도서상 수상작 《바람의 잔해를 줍다》가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시리즈 제26권으로 출간되었다.
소설은 미시시피 연안의 가상의 마을 부아소바주의 한 흑인 가정이 거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다가오기 전 열흘과 폭풍 당일, 그리고 그다음 날까지 12일 동안 어떻게 그 고통의 시간들을 겪어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모티브로 한 만큼 생생하고 역동적인 묘사와 세심한 표현력이 돋보인다. 유려한 문장 사이로 흐르는 가족 간의 사랑과 유대감, 삶과 사람에 대한 의지와 희망은 단단한 생명력을 갖고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우리는 끝없이 울었다. 다만 숨죽여서 울었다. 눈물을 숨겨야 했다. 나는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도 우는 법을 터득했다. 눈물을 삼키면 그 뜨겁고 짭짤한 물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 내려갔다. 그것밖에 우리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눈물을 삼켰고 눈물 사이로 앞을 보면서, 달렸다. _351면
저자

제스민워드

JesmynWard,1977~
1977년미국캘리포니아주버클리에서태어나미시시피주덜라일에서자랐다.미시간대학교에서문예창작석사과정을마쳤다.
2008년에발표한첫장편소설《피흘리는경계선(WheretheLineBleeds)》으로미국도서관협회블랙커커스상을받았다.두번째장편소설《바람의잔해를줍다》는한가난한흑인가족을통해가족의사랑과유대감,삶에대한희망을생생하게담았다는호평속에2011년전미도서상,2012년미국도서관협회알렉스상등을수상했다.이후세번째장편소설《묻히지못한자들의노래》로2017년전미도서상을수상하면서전미도서상을두번수상한유일한여성작가이자아프리카계미국인이됐다.
워드는2017년맥아서‘지니어스’펠로십을수상하고,2018년〈타임〉에서우리시대가장영향력있는작가로선정됐다.2022년미국의회도서관미국소설상최연소수상자로선정되었으며,《묻히지못한자들의노래》《바람의잔해를줍다》《수확한남자들》이2024년〈뉴욕타임스〉가선정한21세기최고의책100선에오르며미국을대표하는작가로인정받았다.현재툴레인대학교영어과에서문예창작을가르치고있다.

목차

첫째날갓없는백열전구아래서
둘째날숨겨둔달걀
셋째날땅위에토하다
넷째날훔쳐야했던것
다섯째날잔해를줍다
여섯째날단호한손
일곱째날시합하는개들,시합하는사람들
여덟째날모두에게알려라
아홉째날허리케인전야
열째날영원의눈으로
열한째날카트리나
열두째날살아남다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2011전미도서상수상작ㆍ미국최고의소설1위
2024〈뉴욕타임스〉선정21세기최고의책33위

2011〈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
〈NPR〉〈인디바운드〉선정베스트셀러
2012미국도서관협회알렉스상수상ㆍ오바마미국전대통령추천도서

생사의경계에선어느흑인가정의12일의기록

미시시피연안의가난한마을부아소바주.열다섯살소녀에시는그곳에서아빠와오빠둘,남동생과함께살고있다.아빠는아침부터술냄새를풍기는게일상이고,그지긋지긋한가난함에서벗어나기위해큰오빠랜들은농구에전념중이다.태어난날엄마가죽어엄마의사랑을모르고자란주니어는아직어리광이익숙하다.둘째오빠스키타의관심사는임신한투견핏불테리어차이나뿐.차이나는이제곧새끼를낳으려고한다.안간힘을쓰며새끼를밖으로내보내려는차이나를보며,에시는뱃속의비밀에덜컥겁이난다.오빠들과항상붙어다니는친구들중하나인매니의아이를가진것.아직아무도모른다.하지만언제까지숨기고만있을수도없는노릇이다.
컴컴하고답답한일상을보내던중아빠는불현듯집안정비를시작한다.뉴스에서지금까지보지못했던거대한허리케인이오고있다고했기때문이다.이것저것일을시키는아빠.하지만누구도크게걱정할건아니라고여기는듯하다.
《바람의잔해를줍다》는거대한허리케인‘카트리나’가다가오기전후12일의시간을하루단위로나누어펼쳐놓는다.주인공에시의일기처럼조용한한소녀의목소리로시작하는이작품은사랑은물론먹을것이나입을것,무엇하나제대로갖춰지지않은결핍된가정에서자란사춘기소녀의치열한현실과정답이없는고민,다가올미래에대한끝없는불안과두려움등이흉포한허리케인과궤적을같이하며역동적으로흘러간다.

나는유리와돌을줄로묶어서내침대위에매달아놓을것이다.어둠속에서그것들이반짝이면서카트리나의이야기를들려줄것이다.멕시코만으로밀려와모든걸살육해버린한어머니이야기를.그어머니가탄마차는아주거대하고검은폭풍이었다고,(…)우리에게잔해더미를뒤지는법을가르쳤다고.다음번어머니가그커다랗고무자비한손을,냉혹한심장을가지고올때까지우리는이어머니를기억할거라고._430~431면

문학으로승화된작가의숨가쁜기억

에시는작가제스민워드의분신일지도모른다.미시시피출신인작가는2005년불어닥쳐많은생명을앗아간카트리나를실제로경험했고,그안에서살아남았기때문이다.작가는그참혹한경험이후2년이상글을아예쓰지못했다고한다.이작품은자신과당시살아남은이들의상처와아픈기억을일부러상기시켜,스스로단단해지고치유되기위한마지막선택이었다.
덕분에소설에는실제경험을바탕으로하지않으면나올수없는생생한표현과글자그대로믿게만들만한리얼리티가가득하다.마치그림을그리는듯한문장은피가흥건한차이나의투견장면이나카트리나에맞서온가족이지붕위에서어떻게든살아남으려고안간힘을쓰는장면등에서절정을이룬다.카트리나가자취를감춘후폐허속에서잔해를뒤적이는에시와가족의모습은문장부호들사이로오랜여운을안겨준다.
“남부지방의이야기를,변두리에사는흑인과빈민의이야기를써보고싶었다”는작가의소망은그녀였기에가능했던꿈이었다.그녀의특별한경험은살아숨쉬는듯한문장을통해특정한누군가의것이아닌,보편적인우리의이야기로거듭났다.《바람의잔해를줍다》가흑인의삶을다룬작품으로는이례적으로미국에서최고권위를인정받는전미도서상을수상할수있었던이유다.

삶의희망,살아남은것들에대한찬사

나쁜예감은빗나가지않는다.아빠의예상대로카트리나는근래에본적이없을정도로무자비했고,에쉬가사는부아소바주일대를초토화시킨다.열심히허리케인에대비한것이아무런소용이없었고,예전의흔적은하나도남아있지않다.그러나살아남았다.에쉬도,가족도,그리고에쉬배속의아이도.
믿었던이로부터의배신,예상치못한사고,인간의힘으로어찌할수없는자연재해.작가는크고작은시련을등장시켜,이를통해더욱단단해지는가족이라는끈과생명의강인함,사람과사람사이의믿음과사랑,동물과사람사이의보이지않는유대감을보여준다.그리고궁극적으로삶과살아있음,사람과희망의소중함을절절하게전한다.중간중간등장하는이아손과메데이아의스토리,여신들에대한동경등그리스신화에서따온요소들은에쉬가처한상황을극적으로대치시킨다.열다섯소녀의목소리로진행되는만큼,그표현은허영이나거짓없이바르고곧다.《바람의잔해를줍다》가주는잔잔하면서도결코가볍지않은감동은바로여기서비롯된다.

생명을낳는다는건-싸울가치가있는게뭔지를안다는거지.사랑이뭔지를.(…)동물들이가장세지는때가바로그때야.지켜야될게생기니까.그게바로힘이야._169면

사라진것보다남은것이더적다.그러나그들은살아남았다.그리고그것만으로도충분하다.
살아있는한희망은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