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18.00
Description
세상에 단 한 번 존재하고 단 한 번 수여된 문학상의
유일한 수상 작가 마리즈 콩데의 대표작
매년 10월에는 노벨문학상이 발표되지만 2018년 10월에는 노벨문학상이 아닌 ‘대안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2017년 11월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의 남편이 관련된 미투(Me too) 파문과 해당 종신위원의 노벨상 수상자 명단 사전 유출 의혹, 이에 대한 한림원의 미온적 대처에 항의하는 종신위원 6인의 사퇴 등 대내외의 비판을 접하며 한림원의 신뢰도가 추락하자 노벨상 발표가 한 해 뒤로 미뤄진 것. 노벨문학상 발표가 무산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3년 이후 75년 만이었다.
2018년 5월, 스웨덴 작가, 배우, 언론인 등 문화계 인사 100여 명은 스웨덴 한림원(the Swedish Academy)과 유사한 이름의 ‘뉴 아카데미(the New Academy)’를 설립하고, “문학과 문화는 특권, 편향으로 인한 오만, 성차별 없이 민주주의와 투명성, 공감, 존중을 증진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이 단체를 조직했다”고 밝히며 대안 노벨문학상인 ‘뉴 아카데미 문학상’을 제정한다. 뉴 아카데미 측은 “한림원과 달리 투명하고 개방적인 수상자 선정 방식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하면서, 스웨덴 도서관 관계자들로부터 46명의 작가를 추천받아 일반 독자 인터넷 투표를 실시한다. 전 세계 독자 3만 3천여 명이 참여한 결과, 영국 작가 닐 게이먼, 프랑스령 과들루프 작가 마리즈 콩데,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베트남계 캐나다 작가 킴 투이 등 4인이 최종 후보로 압축됐다. 노벨문학상의 경우 “이상적 방향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에 주안점을 두지만, 대안 노벨문학상은 세계 곳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가에 주목하겠다고 밝힌 결과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집필에 몰두하고 싶다는 이유로 최종 후보에서 물러났고, 이후 교수와 편집자 등으로 이뤄진 뉴 아카데미 심사위원단의 최종 심사를 통해 마리즈 콩데가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8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뉴 아카데미 문학상 시상식이 열렸으며, 뉴 아카데미는 시상식 다음 날인 12월 11일 공식 해산했다.
이렇게 세상에 단 한 번 존재하고 단 한 번 수여된 ‘뉴 아카데미 문학상’을 수상한 유일한 작가 마리즈 콩데의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가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27권으로 출간됐다. 현대 탈식민주의 문학의 거장으로서 카리브해 문화와 정치에 영향을 끼친 그의 대표작이다.
포스트콜로니얼 페미니즘 담론이자 디아스포라 문학으로서 의미 있는 이 소설은 17세기 말 미국의 작은 마을 세일럼에서 마녀로 몰렸던 흑인 여성 노예 티투바의 삶을 그린다. 작가의 상상적 재구성을 통해 역사 속 한 줄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인물에게 유사 영웅 서사적 면모를 부여하는 이 다시 쓰기는 대안 역사 내러티브의 형식을 띠며, 여성, 흑인, 유태인 등 타자-소수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적 연대와 공감의 희망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문학과 문화는 민주주의와 투명성, 공감, 존중 등의 사상을 지향하고 특권이나 편견, 성차별 등을 철폐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인간의 가치에 대한 물음이 점점 커지는 이 시기에 문학은 침묵과 억압의 문화를 멈추게 하는 더 중요한 세력이 될 것’이라는 대안 노벨문학상의 설립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마리즈 콩데가 그 최초 수상자가 된 까닭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 2018 대안 노벨문학상 ‘뉴 아카데미 문학상’ 수상 작가 대표작
- 여성 문학 대상 · 일드프랑스 젊은 독자 대상 수상작
저자

마리즈콩데

저자:마리즈콩데(MaryseConde)
1934년프랑스령과들루프섬푸앵트아피트르에서태어났다.유복한유년시절을보내며성장과정에서프랑스본토문화의영향을강하게받았다.열여섯살이되던해에파리로유학을떠나백인중심사회에서흑인으로서의정체성을처음자각하기시작했다.1956년홀로첫아들을출산했다.1958년결혼한후,아프리카코트디부아르로이주해프랑스어교사로일했다.기니,가나,세네갈등을오가며십여년간고된생활끝에1973년프랑스로돌아와파리3대학교에서비교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이후파리10대학교,UC버클리,메릴랜드대학교,버지니아대학교,하버드대학교,컬럼비아대학교등에서2005년까지프랑스어권문학을가르쳤다.

1976년첫소설『에레마코농』을시작으로,리베라투르문학상수상작『세구』,여성문학대상수상작『나,티투바,세일럼의검은마녀』,아카데미프랑세즈에서수여하는아나이스세갈라문학상수상작『사악한삶』외에『마음의이주』『침수를기다리며』『이반과이바나의경이롭고슬픈운명』등의소설을발표했다.그밖에마르그리트유르스나르상수상작『울고웃는마음』과,『민낯의삶』『음식과기적』등의자전적회고록과에세이를발표했다.2014년레지옹도뇌르오피시에훈장을수훈했으며,2018년대안노벨문학상인뉴아카데미문학상과2021년치노델두카국제상을수상하면서세계적작가로다시한번이름을알렸다.2024년세상을떠났다.

역자:정혜용

서울대학교불어불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파리3대학통번역대학원(ESIT)에서번역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번역출판기획네트워크<사이에>위원으로활동중이다.지은책으로『번역논쟁』이있고,옮긴책으로아니에르노의『한여자』,『집착』,『카사노바호텔』,『그들의말혹은침묵』,마일리스드케랑갈의『살아있는자를수선하기』,『식탁의길』,레몽크노의『연푸른꽃』,『지하철소녀쟈지』,마리즈콩데의『세구:흙의장벽』전2권,『나,티투바,세일럼의검은마녀』,『울고웃는마음』,바네사스프링고라의『동의』,발레리라르보의『성히에로니무스의가호아래』,앙드레고르스의『에콜로지카』,에두아르루이의『에디의끝』,쥘리마로의『파란색은따뜻하다』등이있다.

목차

1부
2부
에필로그
역사적사실에관한기록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세일럼의마녀재판에서살아남은
흑인여성노예의대안역사서사
-상상적전복의글쓰기

콩데는티투바라는바베이도스출신흑인여성이미국매사추세츠주의노예로끌려왔다가1692년세일럼마을의다른‘백인마녀들’과함께재판을받은기록을우연히접하게되는데,이후이여성의행적에대해서는아무런정보도찾지못한다.억울하게마녀로몰렸던다른사람들이복권된반면,티투바가아마도흑인여성노예였기에역사의주변부로밀려났으리라는점에인간적연민과일체감을느낀작가는“티투바에대한특별한이야기를해야겠다는생각이들었다.이여성은역사에의해부당한대우를받았기때문이다.피부와성별때문에거부당한인간적권위를그에게꼭회복해주어야겠다는필요성을느낀것”이라고집필동기를밝혔다.

마녀란뭐지?(…)눈에보이지않는존재들과교감하고,이세상에서사라진자들과지속적으로접촉하고,치료하고치유할수있는능력은존경,감탄,감사를불러일으킬만한최상의재능이아닌가?따라서마녀는,그런재능을지닌여인을마녀라고부르기를원한다니까그리불러주기는하겠지만,마녀는두려움대신애정과숭배의대상이되어야하는게아닌가?_41~42면

작가는‘나,티투바’라는선언하에티투바의탄생이전부터죽음이후까지전사(全史)를자서전적으로다루면서(카리브해앤틸리스제도의섬바베이도스에서노예의딸로태어나죽은자와의소통,치유의능력등초자연적힘에입문한이후,미국청교도주의목사에게팔려세일럼의마녀재판을겪고,고향으로돌아와노예반란을선동한죄로처형당하는)제3세계유색인여성중심의상상적텍스트를내세운다.‘세계를재정리하는작가’가이제역사에새롭게새긴‘세일럼의검은마녀’티투바는삶과죽음의경계에선치유사-마녀,‘사랑을너무좋아하는’욕망의존재,모두를품는드넓은인간애의표상,‘반란의꿈’을불어넣는투사가된다.

콩데가창조한여성서사의주인공티투바의매력은끝이없다.티투바는독립적인정신의소유자이자자신의욕망을주장하는데있어서거침없이당당하며,온갖시련에도불구하고끝내인간에대한이해와애정을놓지못한인물이다._370면/‘옮긴이의말’에서

현대사회의증오와편협함,위선과잔인성에
대립되는깊은공감과연민,빛나는인간애
-수평적상상의글쓰기

티투바이야기를쓰는것은현재미국사회에대한나의느낌을표현하는기회이기도했다.편협함,위선,인종주의에있어서청교도주의시대이후로거의변한점이없다는것을말하고싶었다._마리즈콩데

소설에는당대사회(콩데에따르면현대사회의환유)에맞서티투바와연대하는인물들이등장한다.먼저티투바의어머니아베나,양아버지야오와티투바를초자연적힘에입문시킨만야야가있다.인종주의에희생된이들은보이지않는초월적존재로,순수한인간애와연민을티투바의마음에심어줌으로써함께한다.잔혹한청교도주의자들속에서살아남을수있게한일종의신념체계라고할수있다.

‘성서와증오’를기반으로한편협하고잔인하며위선적인백인세계,가부장적세계를대표하는패리스목사는‘도처에서악을보기때문에악을만들어내는’인물이다.그에대항해잠시나마우정과연대로맺어졌던패리스목사부인은인종차별과계급갈등으로인해결국티투바를배신한다.세일럼의감옥에서만난,《주홍글자》의주인공이자당대사상에반하는반항적인물인‘페미니스트’헤스터는티투바에게새로운각성의계기를마련해주지만,스스로목을매자살하는비극적결말을맞이한다.

헤스터는인종을넘어선여성간연대의시작은바로평등이그전제조건임을분명하게보여준다.티투바와헤스터의사이는서로의다름까지도보듬어안는관계이다.남자가없는세상을꿈꾸는극렬페미니스트헤스터와그와는대조적으로영(靈)이되어서조차당당하게남자를품는티투바는서로의다름을인정하고,더나아가성의구분을초월한사랑까지도가능함을보여준다._369면/‘옮긴이의말’에서

또다른인종주의의희생자,도처에서박해받는유태인벤저민코헨다제베두와의사랑과연대의묘사는작가가모든타자들이겪었던역사의영역에대해직관과상상력을동원해탐색한결과이다.다제베두와처음만난순간‘자신도고통의나라를안다고,뭐라규정하기힘든방식으로우리는한배에탔고탈수있다’고말해주는듯보인것은그때문이다.

이소설은‘문학과문화는민주주의와투명성,공감,존중등의사상을지향하고특권이나편견,성차별등을철폐하는데힘써야한다.인간의가치에대한물음이점점커지는이시기에문학은침묵과억압의문화를멈추게하는더중요한세력이될것’이라는대안노벨문학상의설립취지에비추어볼때마리즈콩데가그최초수상자가된까닭을여실히보여주는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