죔레는 거기에 (2025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죔레는 거기에 (2025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18.00
Description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최신작 장편 국내 최초 헝가리어 원전 번역
2025년 10월 9일 스웨덴 한림원은 “종말론적 공포의 한가운데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해주는 강렬하고도 예언적인 작품 세계를 높이 평가한다”며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에게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안데르스 올손 노벨위원회 의장은 “그의 작품은 중앙 유럽의 대서사 전통을 잇는 작가로, 프란츠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부조리와 그로테스크의 계보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2026년 2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최신작 장편소설 《죔레는 거기에(Zsömle Odavan, 2024)》가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30번으로 출간됐다.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이 헝가리어 원전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죔레는 거기에》 자체가 외국어로 번역된 것 역시 한국어판이 최초이다. 헝가리 소설 《여행자와 달빛》 《장미 박람회》 《도어》 등을 한국어로, 한국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채식주의자》를 헝가리어로 옮기며 양국 문학의 가교 역할을 해온 김보국 역자의 섬세한 번역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저자

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

(KrasznahorkaiLászló,1954~)
1954년헝가리줄러에서태어났다.1976년부터1983년까지부다페스트대학에서공부했고,1987년독일에유학했다.이후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그리스,중국,몽골,일본,미국등세계여러나라에체류하며작품활동에매진해왔다.헝가리현대문학의거장으로불리며고골,멜빌과자주비견되곤한다.수전손태그는그를“현존하는묵시록문학의최고거장”으로일컫기도했다.크러스너호르커이는자신의작품세계를관통하는종말론적성향에대해“아마도나는지옥에서아름다움을추구하는독자들을위한작가인것같다”라고밝힌바있다.주요작품으로《사탄탱고》《저항의멜랑콜리》《서왕모의강림》《라스트울프》《세계는계속된다》《벵크하임남작의귀향》등이있으며전세계여러언어로번역되었다.티보르데리문학상,산도르마라이문학상,코슈트문학상,슈파이허문학상,브뤼케베를린문학상등국내외여러문학상을수상했다.2015년에는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수상했으며2018년《세계는계속된다》로맨부커인터내셔널상최종후보에또한번이름을올렸다.2025년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장·11
2장·46
3장·81
4장·110
5장·144
6장·176
7장·199
8장·235
9장·270
10장·307
11장·356

옮긴이의말·385

출판사 서평

“종말론적공포의한가운데에서도예술의힘을재확인해주는
강렬하고도예언적인작품세계를높이평가한다.”
_2025노벨문학상수상이유

“《죔레는거기에》는그절망적인색채에도불구하고
크러스너호르커이의가장사랑스럽고재미있는소설이다.”
_보니바르트아그네시(문학비평가)

“더이상은불을때지않겠다”
크러스너호르커이소설세계의최종점

거장의노련함과고유한종말론적세계관이빛나는이소설은전체11장으로이루어져있다.수많은쉼표들로연결된한개의문장(1장은두문장)이한개의장이다.작가특유의호흡이길고유려한문체에유연한리듬감이더해져음악적인흐름을타는듯한인상을주며,풍자적이고유머러스한문장과플롯이깊은몰입감을선사한다.이작품은“《사탄탱고》이후점점더난해해지는크러스너호르커이작품의정점”이라는평을받기도했고,“전통적인의미의소설로서는크러스너호르커이의마지막작품이라고언급된적도있는”만큼크러스너호르커이소설세계가도달한최종점으로볼수도있겠다.

더이상은불을때지않겠다.

장작난로속의불꽃이완전히꺼질때까지그속의불꽃을바라보며,아니야,어떤경우에도이건아니야,여기까지야,더이상은아니야,지금까지뜨거웠던것이이제는차갑고,지금까지달아올랐던것은꺼져버렸다,삶은나를더이상건드리지않고나는거기에관심도없다,어떤변화도없을거야,마지막순간의심장처럼삶은그렇게멈출것인데,글쎄,그는여기서아직뭔놈의것을찾고있는지,종말이여,오라,뭐가대수인가,볼것은충분히보았고,족할정도로투쟁했으며,몸속에서피와림프와근육과신경은그만하면되었다할정도로자기일을했으니천상의주하느님께서이곳에오시기를,_11~12면


“그자신의심장은죔레가지니고있다“
왕정복고의꿈을꾸던92세노인,반란의수괴가되다

소설은어느이름없는마을산꼭대기의작은집에죔레라는개와단둘이살고있는91~92세의카다요제프(일명요지아저씨)에게유랑음악가청년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전직고교교사퍼쿠서페테르,역사학자버디지소시레네등을포함한일단의추종자들이찾아오면서시작된다.

그들은수십년동안그를찾아다니며도서관과문서보관소,중고서적상들을뒤졌고,가계도와문장을샅샅이훑고추적하며사냥하듯탐색해,결국찾아낸것이다,반드시존재해야한다는것을알고있었고,그가어딘가에살아있다는것을알고있었기에,_12면

은퇴한전기기술자인요제프는사실헝가리아르파드왕가의벨러4세와칭기즈칸의후손으로,아르파드의요제프1세라는이름으로헝가리왕좌에오를수있다.그럼에도그는이사실을세상에알리고싶어하지않는다.정치와는아무관련이없기를원하기때문이다.
그러나그의열성적인추종자들가운데에는,여러국가기관이나정치인,종교인에게청원서를보내는요지아저씨와마찬가지로평화적으로군주제를재건하려는자들뿐만아니라,무기를모으고세력을규합해무장봉기를준비하는자들까지있다는사실이드러난다.결국이에연루된요지아저씨는수사기관에잡혀들어가고,소중히보살펴온개죔레와도강제로헤어지게된다.

죔레가그에게는마치자신의심장같다고했다,아무도자신에게신경을쓰지않는다고어느날분노가폭발했는데,자신의가슴을가리키고두드리더니,

그자신의심장은죔레가지니고있다

고했고,데려와달라고간절히부탁했지만,물론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_292면


“이아름다운인생의끝은결국엿같은거요”
인간존재의형이상학적결핍과부조리를향한희비극적애도

작가는산문집《묻지도말고대답하지도마라》에서“내책들은‘반사회적’이다.근본적인틈새로혼란스럽게,깊이우리것인그체제를들여다보려하기때문”이라고했다.이소설역시시의적절하고체제비판적인생각들을많이담고있다.네오나치이데올로기(《헤르쉬트07769》에서도사건의주요모티프였다)가헝가리식으로가장하고등장하는데,헝가리근위대,고대헝가리교,세계민족인민주권당등등극우집단들이언급되며,이들의폭력적인권력장악시도를요지아저씨가단호히저항해막아낸다.

그러자그는이제어느정도정신을추슬러단호하게말했는데,아니라고,

아니야

,그목소리는칼날처럼날카로웠다,_116면

다만딸과가족의완전한무관심,뇌졸중,감옥,재판,미뤄진대관식,비참한병원환경까지극단적인상황에몰리면서요지아저씨또한폭력에의지하는쪽으로마음이기울긴한다.물론요지아저씨의삶에대한의지와희망이꺾이지는않았으나,영원히발길을끊은방문객들과되찾았지만곧빼앗길것같은죔레로인해결국깊은우울감이찾아온다.삶의끝에대한그의생각은평소이러했으니,앞으로의전개에는절망감이드리워질뿐이다.

이아름다운인생의끝은결국엿같은거요,막혀버리는것,말하자면꼼짝없이조여드는것이오,결국우리는그끝에서막다른데로몰리게되니빠져나갈길은없소,_134면


“인간의몰락과어리석음,그어리석음이불러온엄청난위험,
그리고결국꺼져버린형이상학적희망”

한가지주지할사실은카다요제프가완전한가상의인물이아니라는점이다.다카요제프(1919~2016)라는헝가리의은퇴한전기기사가말년에자신이헝가리왕위의정당한계승자라고주장하며세간의주목을받았는데,그의인터뷰에서소설내용과일치하는많은일화를찾아볼수있다.소설의헌사“D.J.를기리며”는이에대한참조로보인다.다만작가는“이책은상상의산물이며그것자체로도현실의일부로서이번에도현실로부터양분을얻고있지만,간접적으로양분을얻은그현실과이작품은여기에서읽히는예술적형식안에서이제부터는더이상아무런관련도없다.유감스럽게도”라고밝혀두었다.
소설에는희망도해피엔딩도없다.단지지적인아이러니로제시된체제와사회에대한비판이남았을뿐.그기본설정은너무나도부조리하기에오히려허구가아닌사실처럼느껴진다.작가는2001년에“나는진심으로인간의고양과위대함,그리고거대한형이상학적희망에관한소설을쓰고싶다.하지만내가살고있는이시대는인간의몰락과어리석음,그어리석음이불러온엄청난위험,그리고결국꺼져버린형이상학적희망에관해말하고있다”고밝혔다.이를훌륭히구현한소설이바로《죔레는거기에》다.

옮긴이의말

따라서이작품은헝가리의역사,정치사에대한이해가없어도제대로소화할수있는작품이다.특히지역,인종,정치,세대,그외각종구분에따른혐오가만연한이사회에던지는,대가의큰울림이다.실상은이러한혐오에대한혐오가아닌,현재그것이발현되는구조,정치라는말을갈아타며편가름을하는그악성적인구조가되풀이되는과정을소설이라는형식의서사를빌려우리에게보여주고있다.작가는이로써한국사회에서도만연해있는혐오와정치의함수관계를되돌아보게하는메시지를던지고있다.이작품이돋보이는이유는거대담론을소담론으로풀어내고거대서사와미시서사를비유적이되일상의틀로엮어낸다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