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제1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마중 (제1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22.90
Description
남양군도 곳곳에 새겨진 녹슨 상처
전쟁의 상흔을 부드럽게 감싸안는 과거로의 마중
“그런데 기억이 안 나. 어디서 왔는지는.”
“나도 너처럼 기억이 없어지는 날이 올까?”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 지유는 미국에 사는 헨리 준장의 손자 피터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는다. 지유의 할아버지로 추정되는 박종태 씨의 물품을 자신이 간직하고 있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전쟁 이후 실종 상태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할아버지의 물품이라니, 지유는 어쩌면 할아버지의 행방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는다.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았던 할머니가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지유는 장례를 치르고서야 피터에게 답장을 보낸다.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경황이 없었다고, 원본은 직접 가서 받을 테니 사본으로라도 우선 수기를 받을 수 있을지 정중하게 묻는다.

“생각나? 할머닌 누구라도 상을 당하면, 장례식을 치르는 걸 부러워했잖아. 제 손으로 고인을 모시고 염을 하고 매장하거나 화장하는 절차를 밟는 것도 복이라고. 그랬으니 승선자 명단에 할아버지가 있다면, 그 소원을 풀 수 있을지도 몰라. 할아버지가 그 배에 탔다면, 행적을 더 자세히 알아낼 수 있을 거야. 할머니가 더 오래 살면 할아버지 유골이라도…….”_본문에서

지유는 위안부 피해자인 해림 할머니에게 가 순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한다. 해림 할머니는 깊은 슬픔에 빠지지만, 종태 할아버지의 수기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희망을 갖는다. 그러고는 오랜 시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봉사를 해주었던 지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소설로 기록해달라고 부탁한다. 지유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자신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어떻게 소설로 쓸 수 있을지 고민한다.

*

일제강점기 말기.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으려 할머니 집에 숨어 있던 해림은 위험을 무릅쓰고 본가에 온다. 남몰래 좋아하고 있던 종태와 혼인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림은 종태가 자신이 아닌 친구 이옥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그럼에도 종태를 향한 마음을 접을 수 없었던 해림은 계속해서 종태의 주변을 맴돌고, 결국 헌병에게 잡혀 정신대로 끌려가고 만다. 해림의 마음을 알고 있음에도 외면하고 있던 종태는 해림의 소식을 듣고서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정신대에 끌려갈 위기에 놓인 순이와 급히 혼례를 치른다. 한편 출두명령을 무시하고 있던 종태에게 지속적으로 압박이 들어오자, 종태는 야학 선배인 수호에게 찾아가 상황을 설명한다. 수호는 종태에게 자신이 속한 독립운동조직에 합류할 것을 제안하고, 종태는 수락한다. 보안을 위해 부모님께는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지 않은 채 고향을 떠나겠다고만 이야기한다. 종태는 마을을 떠나기 직전 헌병대에 잡혀 부산으로 끌려가지만, 무사히 탈출해 조선인들의 독립을 돕고 있는 일본인 쇼타와 접선한다.

이옥의 소식을 묻는 그의 말에 아카시아 향기와 흰 구름에 둥둥 떠다니던 자신의 마음이 무색해진다. 줄곧 정면을 보고 걷던 그의 마음에는 이옥 생각뿐인 모양이다. 평소에도 이옥이 던지는 사소한 말 한마디, 웃음에 종태는 소리 내 웃었으니까. 저절로 웃음이 난다고, 좋은 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처럼 무조건 좋다고 말했으니까. 해림은 그의 마음을 백번
이해한다. 종태를 보는 해림의 마음이 그러니까. _본문에서


헌병대에 붙잡혔던 해림 역시 트럭에 실려 부산의 한 대형 여관으로 옮겨진다. 해림은 그곳에서 이옥을 만나지만 서로 다른 트럭에 실려 떠나게 된다. 긴 뱃멀미 끝에 정신을 차린 해림은 자신이 일본의 한 섬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해림이 옮겨진 곳은 위안소였다. 한편 종태 또한 일본 순사들의 시선을 피해 한 여인숙에 몸을 숨기고 있다. 절대로 여인숙 밖을 나가지 말라는 심 선생과 쇼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종태는 해림과 이옥을 찾기 위해 외출을 감행하는데…….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잡겠다고 작정하면 놓친 적이 없는 내게서?”_본문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장 무가치해진
폭력과 혐오의 시대에 울리는 경종

해림과 종태, 이옥이 보여주는 사랑은 단순히 남녀의 사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빼앗긴 시대에 기댈 곳이 오직 서로뿐이었던 청년들의 우정과 연민, 동정과 희망이 사랑이라는 형태로 발현되는 것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굳건하고 흔들리지 않는다. 운명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를 되찾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이는 해림이 위안소의 시커먼 어둠 속에서도 끝끝내 빛을 찾고, 고향의 하얀 아카시아 꽃을 거듭 떠올리는 장면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것. 《마중》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장 무가치해진 폭력과 혐오의 시대에 경종을 울릴 것이다.
저자

김미수

2010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미로〉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직지》로직지소설문학상대상,〈내일의노래〉로북한인권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결핍감으로요동치는청춘을그린《모래인간》《재이》,분노와폭력문제를다룬《아빠살고싶다》,남한작가의북한체류기를그린《바람이불어오는날》,남북문제를다룬《믿을수없는사람》을출간했다.주로인권사각지대에놓인인물을소설로형상화했다.2025년《마중》으로제13회제주4·3평화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끝날수없는것이남아있다7
2부전쟁터로간사랑69
3부빛이있다면405
에필로그460
심사평485
작가의말487

출판사 서평

“우리소설에서볼수없었던새로운스토리와시선,
역사적사실에근거한감동적인작품!”
_심사위원이순원(소설가)·방현석(소설가)·권성우(문학평론가)

제13회제주4·3평화문학상수상작김미수장편소설《마중》

제13회제주4·3평화문학상수상작김미수장편소설《마중》이은행나무출판사에서출간되었다.제주4·3평화문학상은역사적진실을밝히고인류의보편적가치인평화와인권의소중함을일깨우고자제정된상이다.수상작인《마중》은일제강점기말전쟁속에서도사랑과우정을놓지않았던청년들의핍진한이야기를그리고있다.심사위원단은“남양군도를무대로그안에사랑하는남녀의이야기를담았다.이제까지우리소설에서쉽게볼수없었던새로운스토리와새로운시선이돋보이며,역사적사실에근거한감동적인작품”이라고평하며만장일치로《마중》을당선작으로선정했다.

소설가현기영은추천의말을통해“소설로형상화되지않은사건은존재하지않는거나마찬가지라고할수있는데,아득한추상으로만존재하던그사건은《마중》을만남으로써그실체를우리에게보여줄수있게되었다”고이야기한다.주인공‘지유’는소설가로,강제징용피해할아버지,위안부피해할머니의이야기를소설《전쟁터로간사랑》으로재구성한다.할아버지가남긴수기를통해그들이전쟁중에도삶을포기하지않았던이유가‘사랑’때문이라는것을알게되었기때문이다.이는과거와현재를연결하는구심점이되고위안부문제와강제징병,강제징용과같은아픈역사를‘지금-여기’로가져와“실체”로“형상화”한다.《마중》이가지는문학적의의는바로여기에있다.역사를과거에머물게하지않고현재로소환하는것.끊임없이추궁하는것.

작가는눈앞에서사랑하는자식을떠나보내야했던부모,해방을위해목숨을걸었던독립운동가,낯선타지에강제로끌려가고초를겪어야했던강제징병및강제징용피해자,위안부피해자를문학장안에서되살리는방식으로독자를향해질문한다.폐허가된땅위에남은게무엇인지.보이지않아더깊은상흔이얼마나끔찍한지.지구곳곳에서지금도벌어지고있는크고작은전쟁들이무고한시민을얼마나많이학살하는지.

“우리일을없었던일로되면안되지.엄연히있었던일이니까.그러니까지유처럼젊은이가나서서되살려줘.젊은이들이그당시우리의젊은시절을들여다볼수있도록.”_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