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삽으로직접자기방을파야하는은둔자들
선우는3년차직장생활의퇴직금과하루한끼대용식‘해결사’바(Bar)에의지해집밖으로나가지않고자한다.가만히누워서반년쯤지내고만싶다.누구도아무소리도듣고싶지않다.그는이제무엇도견디고싶지않다.그런와중에집주인이화장실공사를해야하니한달동안집을비워달라고연락해왔다.그는며칠전우연히마트에서마주친,어떤한남자의말을떠올린다.
“우리가게가,드물게숙박도받거든요.”주호가더듬거리며말했다.
“숙박이요?”
주호가선우에게귀를가까이대라고손짓하자선우가머뭇거리며고개를기울였다.
“잘들어요.혹시뭐가잘안되면,”주호가부드럽게속삭였다.“적강산자연휴양림고라니매점으로오면돼요.”
그가도착한휴양림매점한쪽벽면에는지하로내려가는문이있고,그지하에는거대한‘굴호텔’이펼쳐져있다.하지만이곳의투숙객들에게만주는기묘한어메니티가있다.헤드랜터과야전삽.입실과동시에주어지는야전삽으로자신이누울공간을직접파야한다는것.그는그곳에서그만나가야되겠다고생각했으나그러기에는너무멀리온거같았다.굴을어떤모양으로파야하는지,숨구멍의위치와화장실을보는법등등.
한달치만먼저내려고했는데봉투속현금이너무적나라하게보여준비해온6개월치보증금을모두내놓았다.
“그래도요.”주호가느릿하고분명한발음으로말했다.“여기서는마음껏할수있을거예요.”
“예?뭘요?”선우가물었다.
“뭐든,선우씨하고싶은거요.”
모든게신기했다.이마에붙은불빛에의지해굴속을헤매다녔고자신의방을찾아,기거할굴속공간을찾아다녔다.많은사람들이기거한흔적들,냄새들,처음엔누워만지내고싶어했던주인공에게굴을파는노동은고통스럽게다가온다.하지만점차익숙해지는삽질,그리고먼저도착한은둔자들이건네는묵묵한도움은고립을꿈꿨던주인공에게뜻밖의감각을선사한다.생존하고자하는인간의본능.자야하고먹어야하는감각.빛에대한감각.소리에대한감각.그동안도시에서의삶에묻혀깨어나지않았던인간의감각을만나게된것.공간을획득하기위한삽질로인해몸이힘들지만,그만큼정신은한가지에집중된다.살아가야한다는생각.문득,자신이자발적으로이곳으로향했던이유에대해떠올린다.마음편하게자고싶다.지금내손으로파내었던굴속에누워그런생각을했다.마음편하게잘수있겠다라고.
“여기가그렇게힘들기만하진않아.익숙해지면여기만한데도없다니까.다른사람신경안써도되고이렇게산다고손가락질받을일도없고그냥내몸만좀고단하면되거든.그래서오래머무는사람도많아.차라리몸이괴로운게낫다는거지.”
굴속에서다시이어지는사람과사람들
조금은서먹했던옆굴사람들이라운지인지하로모여들고,모여든라운지에서사람들은희미한관계를만든다.각각의사연들,행복해지려고했지만실패했던일들.공통점은무엇으로부터도망쳐여기까지왔다,라는것.크고작은것들에게서회피해여기로숨어버렸다는것.관계는공통된자신들의처지가타인과같음을통해긴밀해진다.그들의미래는정해져있다.잘수습해이곳을빠져나가는것.도망쳐왔던현실에다시안착하기.
“여긴멀쩡한사람이없네요.인생망한사람만모인곳이네.”
“왜그렇게얘기해요.나만망했지,다잘지내다나가기로했잖아요.”혜원의목소리가떨렸다.
“잘지내다나가요?알코올중독에,살인에,부모돈으로불법영업하고코인하고,그게되겠어요?”
선우가계단에뒤엉킨빛과그위에선혜원을돌아봤다.
“잘될거라는말……난믿은적없어요.여기까지와서숨어사는인생인데,뻔하잖아요.”
작가는현실로부터회피하고싶은심리에서촉발된자발적은둔이,어떻게그곳만의새로운사회적질서로재편되는지를추적한다.그냥누구의방해없이잠을자고싶어숨어든굴에서조차옆굴사람의삽질소리에귀를기울이고,먼저온은둔자들의도움을받아제자리를마련하게되는과정은역설적으로인간과사회는분리될수없음을말한다.더불어고립을꿈꿨던주인공은역설적으로굴속사회의규칙을학습하고타인에게자신의사연을말하고우리가회피하고자했던것이사실은사람자체가아니라어긋난사회적관계였음을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