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나는그런식으로밖에말할수없었다”
시와음악에가까운주술적목소리로
그려낸꿈과현실의경계
《강바닥에서》에수록된열편의글은흔히접하는소설의짜임새와는다르다.명확한플롯이나중심사건없이상념의한자락,토막난짧은묘사,목소리의주인을짐작하기어려운독백들이이어지며,출간당시부터소설이라기보다‘산문시에가깝다’는평을받아왔다.이러한실험적인문체는의도된것이라기보다,젊은작가가“그렇게밖에말할수없었던”글쓰기와의절박한씨름에서비롯된것이었다고킨케이드는훗날회고한바있다.
의도적인바는전혀아니었다.그책이쓰여야만한다고느꼈던방식이그것이었다.(…)이상하게도처음글쓰기를시작했을때나는《애니존》의단순함과솔직함과《루시》의단순함,솔직함,복잡성을전혀취할수없었다.내글쓰기에대한나의접근방식이《강바닥에서》라는결과로나온것이다.그때나는그런식으로밖에말할수없었다._1994년〈뉴요커〉와의인터뷰에서
독자를낯설게하는또하나의요소는꿈과현실,환상과현실사이의모호한경계다.라틴아메리카문학의마술적사실주의를연상시킨다는평을받기도하지만,이는비현실이현실을침범하는문학적장치라기보다킨케이드자신에게는애초에구분할필요가없는하나의상태에가깝다.이러한모호한경계의바탕에는어머니와할머니를통해어린시절부터접해온카리브지역의민속신앙,즉유혹적이면서파괴적인여성악령‘자블레스’나초자연적힘으로삶에개입하는주술체계‘오비어’같은전승이자리한다.킨케이드에게이러한존재들은“기억속뿐만아니라무의식속에까지자리하고있는”,삶의일부로“그냥존재하는것”이다.
“산속의불빛들은뭐예요?”“산속의불빛들?오,그건자블레스야.”“자블레스!하지만왜요?자블레스가뭐예요?”“무엇으로든변할수있는사람이야.하지만눈을보면그것들이진짜가아니라는걸알수있지,그들의눈은램프처럼빛을내고,너무나밝아서쳐다볼수없거든.”_〈밤에〉,20면
“나는마치프리즘인것처럼서있었다.”
어머니와딸사이의애증과경쟁,
의존과독립에대한갈망의변주
책을여는첫단편〈여자아이〉는처음부터끝까지어머니가딸에게쏟아붓는훈계로만이루어져있다.방정한몸가짐과집안일을요구하는이잔소리들사이로주인공은단두번목소리를내지만곧묵살당한다.
주일학교에서벤나를부르지말아라.[…]그렇지만난일요일에는벤나를부르지않고주일학교에서그런적은한번도없는걸요.단추는이렇게다는거다.[…]빵은언제나눌러봐서갓나온것인지확인해라.하지만빵집주인이빵을못만지게하면어떡해요?넌기어코빵집주인이빵가까이못오게하는그런여자가되고야말겠단거냐?_〈여자아이〉,12면~14면
이단편에서시작된어머니와딸사이의애증과경쟁,의존과독립에대한갈망은〈밤에〉,〈결국〉,〈날개없는〉을거치며변주된다.특히〈날개없는〉에서는아직날개없는번데기상태의곤충처럼불완전한,그렇기에어머니의사랑에의존해야하고말한마디에좌우되는어린시절의취약함과,독립적인존재가되려는몸부림이생생하게그려지며,〈암흑〉에서는화자의딸이‘자블레스’의모습으로나타나면서잔혹함과아름다움을동시에지닌존재로그려진다.
오,지금대담하게선내아이를보라.한쪽발은암흑에,다른쪽발은빛에두고있다.웅덩이에서웅덩이로옮겨다니며,그애는모든특별한감각을있는그대로흡수한다.내아이는죽음에서죽음으로서둘러향하는데,죽음은그애에게너무도친숙한상태이기때문이다.나는그애를위험천만하고우연의난폭함에내맡겨진,한순간의존재속으로불러냈으나,그애는마비시키는듯단조롭게흘러가는,그여파에수많은깊은슬픔들을품은시간을받아들인다._〈암흑〉,87면~88면
이러한변주는〈내어머니〉에이르러절정에달한다.어머니를향한딸의복잡한애증과경쟁구도가뚜렷하게나타나는이단편에서,〈여자아이〉에서제대로된말대답한번못했던딸은어머니의본보기를따라함께파충류의형상으로,이어서크기와형태가자유자재인형상으로변하며독립과합일사이에서엎치락뒤치락하는양가적감정을드러낸다.
그리고표제작이자가장많은분량을차지하는마지막단편〈강바닥에서〉에이르러,이모든변주는정체성에대한탐색,삶과죽음이라는미지의영역에대한탐구로응축되며책전체를관통하는하나의성장의여정으로완성된다.
나는마치프리즘인것처럼서있었다.다면적이고투명하며,내게닿는빛을,결코파괴할수없는빛을,닿는순간굴절시키고반사하는.그리고나는얼마나아름다워졌는가._〈강바닥에서〉,129면
“그들이애초에그러지말았어야했다”
타협하지않는목소리로지켜낸
유일무이한자기만의문체
킨케이드는자전적에세이집《나를조립하다(PuttingMyselfTogether)》의페이퍼백출간을앞두고2026년8월〈하퍼스바자〉와가진인터뷰에서,첫단편집을준비하던시절〈뉴요커〉의전설적편집장윌리엄숀과벌였던실랑이를회고했다.숀은수록작중한편의문장을고쳐달라고요청했지만킨케이드는끝내거절했다.그는존치버,J.D.샐린저,필립로스를비롯한다섯명의백인남성작가들의이름을대며,그들도잡지게재당시에는문장을수정했다가훗날단행본으로묶을때는원래쓴대로되돌렸다고설득했다.킨케이드는“그들이애초에그러지말았어야했다”고답했고,결국그단편은그가처음쓴문장그대로《강바닥에서》에실렸다.
나는그것을바꾸지않았고,그는내가쓴그대로출간했다.[…]나는그럴수없다는걸몰랐다.이제알고나서도,나는여전히그렇게할것이다.그래야한다고생각한다._2026년〈하퍼스바자〉인터뷰에서
이는킨케이드가“그렇게밖에말할수없었던”글쓰기와절박하게씨름하며자신만의문체를끝내지켜냈던과정을뒷받침한다.무일푼의젊은흑인이민자여성으로서그무엇도타협하지않으려했던태도는,그의표현을빌리면“다른누구도나처럼보이길원하지않았던”고집과함께반세기가까이지난지금까지도변하지않았으며,킨케이드라는이름을세계문학사에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