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통 (정용준 소설 | 양장본 Hardcover)

겨울통 (정용준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7.00
Description
여름에 피어나 겨우내 꽁꽁 얼린 사랑
내 서툰 진심이 봄이 되어 너에게 닿을 때까지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수상 작가 정용준 신작 소설
“사랑은 너와 나 사이에 있지 않다. 너와 나를 껴안고 있다.
그러므로 사랑은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 _최진영(소설가)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젊은예술가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의 뜨거운 지지를 받아온 소설가 정용준의 신작 장편소설이 은행나무출판사 ‘시리즈N’으로 출간되었다. 《겨울통》은 작가가 집요하게 천착해온 화두인 ‘언어’를 근간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의 형상을 세밀하게 조각해나가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소랑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시작된다. 소랑도서관의 레지던시 작가로 머물고 있는 ‘인하’는 언어장애로 인해 말을 할 수 없다. 대신 패드에 입력한 텍스트를 디지털 음성으로 출력하는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누구에게나 살갑고 다정한 인하의 모습은 평온해 보이지만, 관찰자인 ‘동아’는 그 태도 너머에서 넘을 수 없는 단단한 벽을 느낀다. 벽 앞까지는 얼마든지 다가와도 좋지만 그 안쪽의 내밀한 세계는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겠다는 그의 자발적 고립을 읽은 것이다.

​인하는 정용준 작가가 그간 밀도 있게 그려온 ‘언어의 상실’을 전면에 내세운 상징적 인물이다. 동아는 인하가 구축한 침묵의 층위를 끊임없이 두드리는 존재로 작동한다. 도서관에 앉아 줄곧 인하를 관찰하던 동아는 아주 느린 속도로 그에게 다가간다. 매끄러운 디지털 음성 대신 느릿한 필담을 나누고, 굳게 걸어 잠긴 인하의 입술 앞에 앉아 그가 스스로 걸어 나오기를 묵묵히 기다린다. 하지만 인하가 마음의 빗장을 풀 즈음 동아는 ‘겨울통’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상실의 공포를 극복해야 하는 연인 앞에, 죽어버린 언어는 어떻게 다시 생명력을 얻어 발화할 것인가. 모든 것이 빠르게 휘발되는 시대의 복판에서 《겨울통》은 닫혀 있던 마음이 절기를 따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개화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사랑이라는 가치가 무용하게 느껴지는 지금. 작가는 여전히 우리를 구원하고 실존의 한계를 극복하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닌지 묻는다.

“사랑에 빠지면 기적을 바라게 된다. 어떤 사람은 바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적을 향해 걸어간다. 그 기적은 믿음이다. 네가 나에게 오고 있다는 믿음. 내가 너에게 갈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을 다르게 표현한다면 ‘우리 헤어지지 말자’. 사랑은 너와 나 사이에 있지 않다. 너와 나를 껴안고 있다. 그러므로 사랑은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_추천의 말, 소설가 최진영
저자

정용준

2009년《현대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가나》《우리는혈육이아니냐》《선릉산책》,중편소설《유령》《세계의호수》,장편소설《바벨》《프롬토니오》《내가말하고있잖아》《너에게묻는다》등이있다.젊은작가상,황순원문학상,문지문학상,한무숙문학상,소나기마을문학상,오영수문학상,젊은예술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부소랑
2부인하
3부겨울통
4부동아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내온도만큼따뜻해지는이불같은부드러움
내가그토록바라던딱적당한사람이었다

동아와인하는소랑도서관에서진행하는프로젝트에서처음만났다.참여자스스로이야기속주인공이되어글을쓰고,그림을그린뒤글과그림을묶어‘나만의이야기책’을만드는프로젝트다.동아는이야기수업을,인하는그림수업을맡고있다.도서관레지던시작가로소랑에머물고있는인하는언어장애로인해말을할수없다.음성출력프로그램을이용해사람들과원활한소통이가능하지만,동아와는조금느리게대화를나눈다.인하가쓰면동아가읽는다.동아가말하면인하가다시쓴다.인하는자신에게스며드는방식으로다가오는동아가좋았다.둘은느린속도로서로를알아가고,가까워지고,사랑에빠진다.그리고어느날,동아가겨울통에걸린다.

“그때그의얼굴을처음으로제대로봤다.그는스펀지같았다.온갖감정을머금고있지만겉으로는한방울의마음도맺히지않은얼굴.나는그를움켜쥐고쥐어짜고싶었다.말이든생각이든감정이든그것이무엇이든질질흘러내리는걸보고싶었다.그렇게가벼워졌으면했다.”(24쪽)

겨울통에걸린사람들은신체일부,혹은몸전체에묘한감각을느끼면서감염을확신한다.그느낌이워낙생경해서증상을느낀사람들은그냥알게된다고한다.자신에게무슨일이일어났다는것을.분쇄된얼음알갱이가혈관을타고돌아다니는것같은느낌.바이러스의모양이육각형모양의스노우크리스탈을닮았다고해서이름도겨울통이라부른다.피부나근육에서검출되면부분겨울통,혈액에서발견되면전신겨울통으로분류한다.전신겨울통은온몸을잃고부분겨울통에걸리면신체일부를잃는다.녹은버터가부드러운절단면을남기고사라지듯뚝,하고떨어진다.바닥에투명한젤형태의액체만남긴채.갑작스럽게퍼지기시작한겨울통의원인을누구도밝혀내지못했으므로겨울통은운명의문제가됐다.둘은슬픔에만잠기지않고남은시간있는힘껏서로를사랑하기로한다.하지만동아는안다.인하가자신을포기하지못한다는것을.

“그런데여기에서널만났어.이상하게도너는갖고싶더라.곁에두고싶더라고.그런데나요즘또그런기분에시달리고있어.널잃게될까봐,갑자기사라질까봐,빈자리를우두커니바라보는그끔찍한삶으로돌아가게될까봐,작은방이다시빈방이될까봐두려워.”(95~96쪽)


자발적고립의시대
우리를끝내구원하는것은사랑일까

인하는관계에지친현대인의초상이다.조소과에서주목받던루키였던그가대학원을둘러싼복잡한이해관계에서밀려나소랑이라는낯선소도시에정착한것은,어쩌면스스로를세상으로부터지우기위한선택이었을지모른다.타인과적당한거리를유지한채성실하고무던한청년으로머물기.이는상처받지않기위해인하가택한최선의존재방식이었을것이다.​하지만자신과일정한거리를두고마주앉아꾸준히마음의파장을일으키는동아로인해그는비로소깨닫는다.자신이바랐던것은철저한혼자가아니라누군가와함께하는삶이라는것을.비슷한속도와비슷한온도로자신을온전히긍정해줄누군가가필요로했음을.그런사람에게라면자신의모든마음과날것그대로의모습을기꺼이내보이고싶어했음을말이다.​자발적고립의시대.우리를끝내구원하는것은역시사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