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하는 청년들 (‘풍요로운 고립의 시대’에 홀로 남겨진 이들에 관하여)

은둔하는 청년들 (‘풍요로운 고립의 시대’에 홀로 남겨진 이들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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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사회의 미래가 하나씩 꺼져가고 있다”
‘안전한’ 외로움과 각자도생이 생존 방식이 된 사회에서
청년들의 고립은 ‘나약함’이 아닌 저항의 몸부림이다
은둔청년 54만. 그마저도 2024년에 확인한 숫자다. 청년 스무 명 중 한 명은 방에서 나오지 않은 지 벌써 2년 넘었다는 뜻이다. 그사이 청년을 은둔 상태로 몰아넣은 주원인인 ‘취업난’은 나아지기는커녕 심각해졌고, ‘쉬었음’ 청년은 매해 증가하고 있으며,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은둔하고 있는 청년들 상당수는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 실정이다. ‘세상이 얼마나 살기 좋아졌는데, 편한 일만 찾으면서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사회와 정부는 은둔청년을 ‘응원’한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줄 테니, 다시 사회로 나오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은둔청년이 줄어들고 있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가 고립과 은둔으로 내몰고 있는 청년들이 그보다 많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나도 은둔청년이
될 수 있겠다’라고 느낀 두 청년 기자가 굳게 닫힌 방문 너머의 청년들을 만났다. 《은둔하는 청년들》은 지워지는 고립·은둔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한국 사회가 청년들을 고립·은둔으로 내몰고 있음을 밝힌 날카로운 탐사의 기록이다. 그들은 고립·은둔청년들을 만나며 기자로서 살아가는 자신들이 ‘운이 좋았음’을 느끼고 서늘해진다. 학교와 가정에서 폭력을 당해서, 대학 입시에 실패해서,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져서, 일자리를 잃어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서…. 청년들은 생의 모든 순간에 은둔으로 내몰릴 위험을 겪고 있었고, 그 모든 위험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었다. ‘멀쩡하게 사회생활’을 하려면 불운한 고난을 견뎌내거나 운 좋게 겪지 않는 수밖에 없었다. 청년들은 언제 바닥으로 추락할지 모르는, 낭떠러지 위의 ‘징검다리 게임’을 하고 있다.
저자

강지윤

2022년〈노컷뉴스〉에입사해현재노컷팀에서일하고있다.억울한사람들의목소리에귀기울이고,사회의사각지대를비추는것이직업의의미이자잘할수있는일이라고믿고있다.이책을함께쓴양민희기자와‘저출산’에대한진실과거짓을검증한기획기사로양성평등미디어상대상(국무총리상),한국인터넷신문협회언론대상보도부문대상을수상했다.제16·17회서울대학교팩트체크우수상을받았다.

목차

들어가며

1부‘절전상태’의청년들:고독사각지대에갇히다
세상을떠난청년방|쓰레기와동거하는청년들|사회로나아가기위해고립을선택하다|‘쉬었음’청년은쉬지않는다|외롭거나,서서히외로워지거나|이토록평범한고립
[전문가인터뷰]‘풍요로운고립의시대’를살아가는청년들서울대학교사회복지학과김수영교수

2부벼랑위‘징검다리게임’:은둔·고립에빠지는무수한경로들
‘성공공식’은어떻게‘생존공식’이되었나|IMF로무너진가정,10년의‘은둔공백’|노력으로는고립을예방할수도,극복할수도없다|고립·은둔은교실에서시작된다|조용히고립되는여성들|차별이쌓은이중담장
[전문가인터뷰]‘요람에서무덤까지’경쟁하는사회오찬호사회학자

3부‘완전고립’과환대의기로에서
사랑과압박사이의가족|은둔청년은어떻게은둔중년으로이어지는가|고립된우리가연결되려면
[전문가인터뷰]우리는태어나서죽을때까지의존한다서울대학교인류학과이현정교수

출판사 서평

“성실한취재는말할것도없고,날카롭게살피면서도
함부로재단하지않으려는저자들의태도에도탄복했다.”
_장강명(소설가《먼저온미래》저자)

“서로를목격하고경청하며벌어진어떤꿈틀거림을
나는감히희망적으로느꼈다.”
_하미나(작가《나를갈라나를꺼내기》저자)

패배하면낙오되고이겨도불안한,
‘요람부터무덤까지’경합하는무한경쟁사회

“많은청년이자신을패배자라고느끼더라고요.”
청년고독사현장을수습하던김새별대표는청년들을안쓰러워하며말한다.고독사가노년층만의문제였던것은옛날이야기다.자연사가대부분인노년층과달리청년고독사는대부분스스로목숨을끊은경우이며,취업실패,실직으로인한스트레스와무력감이주원인이다.수십장의이력서,밀린월세와생활비,‘남들처럼’취업하지못하는자신을자조하는일기,산더미처럼쌓인쓰레기….청년들의고독사현장에는치열한경쟁의흔적과좌절의상처가고스란히남아있다.
저자들이만난청년들은좌절을겪었을때쉽게도움을청하지못했다.“목표와무관한것을하지않는형태로”이루어지는한국사회의‘무한경쟁’은청년들의좌절을노력이부족한탓으로돌리기때문이다.대학입시때부터각자도생의경쟁규칙을체화한청년들은청년일자리가감소하고불안정노동이증가하는부조리한사회에서좌절의원인을찾기보다,어제조금이라도더공부하지않는자신을탓했다.사회가문제라고생각하는이들도‘누가그렇게하라고칼들고협박했냐’,‘할거없으면상하차라도하든가’라는조롱섞인말이돌아온다는것을알고있었다.이런사회에서는‘승리’한사람도불안하다.남들이선망하는기업에취직한얻은이들도직장내괴롭힘과같은부조리를겪거나과중한업무에시달려도,그로인해몸과마음이돌이킬수없이상해도그만두지못한다.당연히‘버티지못한’자신의책임이된다는것을알기때문이다.

현재다니고있는직장에서건강검진을해주는것처럼마음검진도해줘요.경우에따라서상담센터를연계해주기도하지만,그러다주변에소문이라도나면요?정신병력이알려져서승진에서밀리면어떡해요.저정도의우울감에젖은수건들은상담조차받으러가는건사치예요.내마음을치유하기위해먼저다가가는건힘든일인것같아요.
_본문에서

“한국사회는양극화를‘해소할’정서가완전히사라졌다”는오찬호사회학자의말처럼,과도한경쟁은경쟁을줄이자는합의마저방해한다.“내가(여기까지오려고)얼마나고생했는데”노력이‘부족해’실패한사람들에게세금을써서지원한단말인가.이러한사회에서대학입시,취업준비,직장생활등어느시기든좌절을겪고멈춰서는순간,‘아무도나를도와줄리없다’는사회적고립감을느끼고자기혐오에시달리며서서히은둔을내몰리고마는것이다.
연결되지않아도‘생존할’수있는
‘풍요로운고립의시대’에갇힌청년들

누구도나를도와주지않는다면,가장중요한것은남들보다빠르게성공하는것이다.이때시간을쓰고도‘보상’이돌아온다는보장이없는인간관계는‘기회비용’이큰선택이되고,인간관계를끊고성취에몰두하는‘자발적고립’은성공을위한합리적인선택이된다.기숙학원에서재수를준비하거나원룸이나고시원에서취업준비,공무원시험에몰두하는것은일상적풍경이된지오래다.청년들의생애주기에‘고립’은자연스러운과정으로자리잡았다.
고도로발달한사회인프라는직접연결되지않고도생존을보장한다.식사는문앞으로배달받고,세상일은온라인으로파악하며,타인과는SNS로교류한다.가장적은기회비용으로식사,연결,외로움을효율적으로처리하는것이다.아직사회적·경제적자원을갖추지못한청년들에게관계의기회비용은더욱무겁게다가오고,단절혹은고립은오히려‘효율적인’선택처럼다가온다.고립·은둔청년의상당수는자기도모르는사이에주변에아무도남지않았다고말한다.‘평범하게’대학에진학하고취업을준비하다보면,그기간이점점길어지면인간관계에쏟을마음도시간도남지않기때문이다.
관계라는기회비용을아껴‘성공’하더라도돌봄이라는과제가오롯이자기책임으로남는다.그런데경쟁의‘목표와무관한것’인돌봄의기술은아무도가르쳐주지않는다.타인의돌봄이라는따뜻한온기도남을돌보는보람도없는자기돌봄은,경쟁에서살아남기위해나를효율적으로‘먹이고달래서’다시경쟁의한복판으로뛰어드는노동에가깝다.일이바쁘거나몸이아프거나외부의사건이벌어지면언제든중단될수있는외나무다리위의균형이다.혼자서도살아갈수있도록고도로발전한사회는결국개인이알아서살아남도록만드는‘풍요로운고립사회’가되어버렸고,그속에서청년들은안전망조차없이“절전상태”로고군분투하고있다.

원래는사람들을되게좋아했어요.그런데일은잘렸지취업은안되지,어느순간다피곤해지더라고요.제가사람말을잘들어주는성격이거든요.안그래도힘든데자꾸나한테기대는것같았어요.요즘은남에게먼저손을내밀면내가먹고살기힘들어진다는생각을해요.각박하죠?그런데사회도부족한사람을받아주지않잖아요.
_본문에서


“청년이아니라사회를‘고쳐야’한다”
‘완전고립’사회에서환대의공동체로나아가려면

저자들이만난전문가들은입을모아‘지금이골든타임’이라고말한다.‘게으르고무기력’할것이라는편견과달리고립·은둔청년은현재상태에서벗어나고자하는의지가강해학업과구직활동에적극적으로나선다는것을여러조사에서확인할수있다.단지고립·은둔청년을지원해주는정책이미진하고,그보다청년들을고립·은둔으로빠뜨리는사회의부조리가빠른속도로팽창하고있을뿐이다.
골든타임을놓친미래를보여주는것이바로일본이다.한국보다수십년일찍청년층의고립·은둔현상을겪은일본은그들을사회로불러들이는데실패했고,청년들이고립·은둔상태로나이들면서‘8050문제’를마주하고있다.80대고령부모가50대히키코모리자녀를부양하면서빈곤에허덕이거나,부모의사망후에50대자녀가고독사하거나,간병이필요해진노부모를죽이는‘간병살인’까지벌어지고있다.
일본의전문가들은한국이일본의전철을밟고있다고경고한다.정부의정책은청년개개인의회복을도와다시취업하도록만드는,문제가있는‘쉬었음’청년을‘생산가능인구’로‘고치는’데집중하고있다.이미일본이시도했다가크나큰실패를경험한방법이다.청년을은둔으로내모는무한경쟁과‘풍요로운고립’의현실이그대로라면,다시방안에갇히는청년은늘어날뿐결코줄어들지않을것이다.
지금‘고쳐야’할것은청년이아니라사회다.대학입시,취업,직장에서실패를경험해도다시일어설수있는사회안전망이,실패에대한조롱대신타인의안녕이나의안녕으로이어진다는믿음이,‘공정한경쟁’을내세우는능력주의대신상호돌봄의가치를추구하는공동체가필요하다.고립과은둔의그림자가청년을넘어전사회를집어삼키기전에,우리는절실하게연결되어야한다.그그림자의가장어두운부분에,청년들이겪고있는현실에바로연결과환대로나아갈실마리가있음을두기자의치열한기록이보여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