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지 마, 죽지 마, 사랑하게 될 거야 - 은행나무 시리즈 N 20

얼지 마, 죽지 마, 사랑하게 될 거야 - 은행나무 시리즈 N 20

$18.00
저자

권혜영

저자:권혜영
2020년《실천문학》신인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사랑파먹기》가있다.

목차

얼지마,죽지마,사랑하게될거야007

작가의말273

출판사 서평

“특히‘심야근무’라는단어에서가슴이철렁했다.
알다시피나는심야근무를하다가죽은사람이지않은가”

소설의주인공은성인웹툰속인물에빙의된30대의직장인여성.그녀는심야근무후갑작스런심장마비로사망한후,남성주인공을여러명의여성이좋아하고관계맺는이른바‘하렘물’웹툰속한여성‘이누리’에게빙의하게된다.회사안에서온갖성관계가벌어지고모든캐릭터가남자주인공을위해복무하는성인웹툰의전개를피해주인공은이누리의인권을되찾기위해고군분투한다.

이만화의장르는절대이세계회귀물이될수없다.
이세상의주인공은내가아니기때문이다.여기는윤지훈이주인공인세계.19금성인오피스하렘물이다.
(……)
주인공이아니어도괜찮아.한번도욕심부린적없잖아.내삶의주인공은나야,라면서객기부린적도없었다.단지이사회의평범한일원이된것만으로도만족하며살았건만.하렘의일원만은싫다.이곳이진짜하렘지옥이라면나는무슨수를써서라도반드시탈출해야한다.
―본문31~32쪽

한편이성인웹툰,《심야근무의사정》을그리는만화가한소연은만화를배우기위해일본유학을다녀올정도로만화에열심이었지만,첫작품이후큰주목을받지못하고결국생계를위해양산형성인웹툰사업에뛰어들게된만화가다.그는매일매일성인웹툰의온갖장면들을생각하고인물들이성적인매력을느끼고성관계를맺는스토리를생각하다가번아웃에이른다.간신히연재를중단한그는일본만화학교시절의친구였던히카루의조모상소식을듣게되고,히카루의조모가그에게남겼다는유산을대신전달해주기위해일본으로향하게된다.

각자가떠맡은일이결국두사람을이렇게만들어놓은셈이다.해야할일을하려고했던것뿐인데,정작가장중요한것들앞에서는번번이어긋나버린다.
히카루앞으로남겨진외할머니의유품이있다고했다.마감은무사히넘겼지만바로다음주가또마감이었다.담당자와콘티회의를앞두고있어그는그것을받으러한국에오는것조차여의치않았다.소연은망설이지않았다.한국에있는자신이대신받아전해주겠다고했다.
―본문81쪽

이누리는남자주인공을위해복무하던웹툰속이누리의상황을하나하나파악해나가며차근차근돈을모으기시작한다.그러던중회사내에서자신의이야기를믿어주는친구‘정다운’을사귀게되고,일본으로‘덕질여행’을떠난다.인생최초의해외여행길에오른누리는처음누리는즐거움에기뻐하다가,다운으로부터이이야기가전개되고있는웹툰을찾아냈다는이야기를듣는다.몇백개의작품을읽으며다운이찾아낸웹툰은바로《심야근무의사정》.누리는당장작가를찾아가서웹툰을중단하라고요청하고자한다.과연세계가다른두인물은만날수있을까?

나와정다운은일본에서의관광을중단하고《심야근무의사정》을그린작가의행방을쫓기시작했다.밤새인터넷이라는정보의바다를헤엄쳤다.《심야근무의사정》은불과6개월전까지만해도정기적으로업데이트되던작품이었다.그러다작가의건강문제로인해
연재가멈췄다.
정다운이말했다.
“그래서너에게도행동의자유가생긴것아닐까?”
그렇다면이만화의연재가재개된다면나는다시내몸을통제하지못하게되는걸까?나도모르는사이에음부를더듬고,윤지훈을욕정하게되고?그래선안됐다.그것만은무슨일이있어도막아야했다.
“나이사람꼭찾아야해.”
―본문221~222쪽

이야기와,이야기속이야기와,이야기바깥을쾌속으로꿰고뒤집는
회빙환시대의고전이될이야기!

회귀,빙의,환생을함께이르는‘회빙환’장르는지금의내가아닌다른사람이되는감각에서출발한다.회빙환세계에서는지금의나의지식과감정을가지고혹은새로운캐릭터의능력을가지고완전히다른삶을마주하게되는것이일반적이다.하지만이소설은처음부터그런기대를비웃듯주인공이빙의된웹툰의장르가‘내가주인공이아닌오피스하렘물’임을주지시킨다.심야근무후과로로사망한사람에게다시한번회사의고용인으로서의삶이주어진다.다시주사위를굴려도1에서시작하는빙의물.어쩌면우리인생에리셋버튼이있더라도인생이드라마틱하게변하지않을것임을암시하는듯하다.
이누리의세계는사랑이넘쳐나는세계다.이성애적이고육체적인사랑이모든관계를지배하는세상.이누리가윤지훈의모든행동과관계를‘관전’하는캐릭터였다는점은사랑과관계가전시되는현실과도가까이맞닿아있다.그러나주인공은이성애와성적욕망중심의세계를부수고일하다죽지않는삶,발암물질이나오는생활용품을쓰지않아도되는삶을살기위해애쓴다.나를잘먹이고입혀서이어리둥절한세계속에나를계속살려놓는것.거창한목표는없더라도나자신을착실히보살피는이누리의매일은온갖치정이난무하는성인웹툰의세계속에서홀로곧게선사랑처럼보인다.한편이웹툰의작가인한소연은자신이사랑하던그림을끝끝내그리지못하게된창작자이다.그는모두가사랑에빠져있는세계를무수히창작해내다가그만소진되고말았다.그가가지고있었던수많은이야기창작의기술과만화구성의기술은창작하고자하는마음이사라지는순간기능을잃고정지한다.우리가삶을통해학습해온사회화기능이끝내마음의고통과번아웃앞에서정지하듯이.그러나그는진정한독자였던히카루의할머니의유품앞에서,지금을살고있는만화가히카루의앞에서,자신이오래도록사랑해왔던‘창작물’을마주하게된다.
“독자가바늘땀자국을찾아다니는사이에불가능할것같은장르적전복을감쪽같이,심지어귀엽게일으켜버린다”는소설가박서련의말처럼,이소설은웹툰속세계와웹툰밖세계를감쪽같이접붙이는소설이다.하지만허구를통해현실로되돌아오는것이문학의본령이라면,허구의캐릭터가이야기를경유해현실의작가를만나고자하는것또한이상한일은아니다.아니,오히려문학의본령에더가까운일일지모른다.그리고이런양방향으로의전복속에서소설은언제나19세미만구독불가처럼보이는,이토록폭력적이고위험이가득한우리각자의삶에서사랑을길어올린다.바람이서늘한추운날장어덮밥을함께먹는,소소하지만분명한생의의지를그려내는일.나와내곁에있는것들을위한확실한사랑을회복하는일같은것을말이다.그리하여권혜영은이염세적이고위기적인세계에사랑을부활시킨다.얼지마,죽지마,사랑으로부활하게될거야,하며.

저자의말

그렇다면이소설의결말을아주신중하게써야겠다고생각했습니다.언젠가나한테벌어질지도모르니까요.일에지쳐있고,돈에시달리고,좋아하는것에과몰입하고,외롭고,사랑에대해잘모르고,이상한욕망을품게되더라도끝끝내어떤핵심하나를남겨두어야나는살수있을까?생각에생각을거듭하자결론에도달했습니다.오래도록좋아할이야기,편하게돌아갈수있는장소,그곳에문을열고들어가면“왔어?”하고말해주는누군가.

추천사

그러네?어떤사람이어떻게되기를바라는것도사실창작이네?행복하길기원했든불행하라저주했든,아직지면에옮겨지지않았을뿐인2차창작이었네.그러니까이건시선에대한이야기다.누군가의현재에대한집요한관찰과,그사람이가야할미래를그린무궁한상상의이야기.남성향성인웹툰캐릭터에빙의한인물과그만화를그리고있는인물의눈이마주치는,기이한현실에관한이야기.권혜영은이야기와,이야기속이야기와,이야기바깥을쾌속으로꿰고뒤집는다.독자가바늘땀자국을찾아다니는사이에불가능할것같은장르적전복을감쪽같이,심지어귀엽게일으켜버린다.전개와결말을알고서도기어이다시찾게되는것이명작의조건이라면,이소설은회빙환시대의고전이될자격이충분하다._박서련(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