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지 마, 죽지 마, 사랑하게 될 거야 (권혜영 소설)

얼지 마, 죽지 마, 사랑하게 될 거야 (권혜영 소설)

$18.00
Description
이것은 이야기 속 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부수면서
이 염세적이고 위기적인 세계에 사랑을 부활시키는 이야기
세계를 전복하는 총천연색의 상상력, 권혜영 첫 장편소설
‘회빙환’ 시대의 고전이 될 이야기
고전과 서브컬처를 망라하는 다양한 레퍼런스를 쥐락펴락하며, 작가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독자를 ‘순애’의 세계로 이끄는 권혜영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 은행나무출판사 시리즈N을 통해 출판되었다. 고전 영화 〈얼지 마, 죽지 마, 부활할 거야〉를 오마주한 제목을 당당히 짊어진 이 소설은 ‘부활’과 ‘사랑’을 같은 위치에 두며, 파편적이고 자극적인 사랑에 노출된 현대사회에서 ‘진짜 사랑’의 부활을 말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권혜영이 선택하는 길은 독특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과로사 후 성인 웹툰 속 인물에 빙의된 30대 직장인 여성과, 먹고 살기 위해 그 성인 웹툰을 그리고 있는 여성 만화가이다. 육체적 사랑이 난무하는 웹툰 속과, 삶의 목표에 대한 사랑이 모두 식어버린 현실이 소설을 통해 교차한다. 두 인물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애쓰지만 마주하는 상황은 늘 ‘19금’, 위험과 위기이다. 두 인물은 세계의 경계를 부수며 이 염세적이고 위기적인 세계에 ‘사랑’을 부활시킬 수 있을까?

“‘회빙환’(회귀물, 빙의물, 환생물 장르를 묶어 칭하는 말) 시대의 고전이 될 작품”이라는 소설가 박서련의 추천사처럼, 이 소설은 회빙환 장르가 가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욕망과 특성을 영리하게 이용하면서도 전개 방식을 교묘하게 비튼다. 주인공은 ‘내가 주인공이 아닌 오피스 하렘물’의 일원이 된다. 과로사한 인물에게 다시 회사원의 삶이 주어지고 원한 적 없는 사랑의 관계자가 된다. 우리의 인생이 극적으로 바뀌는 일은, 문자 그대로 죽었다 깨어나도 없다는 것을 암시하듯. 하지만 웹툰 밖의 세계를 동시에 보여주며 소설은 또 다른 전개를 암시한다. 마치 연재 중단된 웹툰처럼 멈춰진 삶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여주며 소설은 죽었다 깨어나지 못하는 현실에 부활의 자리를, 사랑의 자리를 마련한다. 장르적 특성을 꿰고 돌파하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창작물과 창작자의 교류, 만화학교 동기의 등장과 만화에 대한 애정 등에서 최근 큰 인기를 얻었던 후지모토 타츠키의 〈룩 백〉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는 이 소설은 늦게 도착한 위로로 이야기를 끝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창작물의 안과 밖을 접붙이며 우리가 사랑하고 사랑했던 것을 눈앞으로 데려온다. 사랑이 넘쳐나는 관음증적 성인 웹툰 속 세계에서 이누리는 일하다 죽지 않는 삶, 발암 물질이 나오는 생활용품을 쓰지 않아도 되는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과로로 죽었던 자기 자신의 삶을 다시 살피고 돌본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발명해야 할 사랑, 바로 자신을 마주하는 사랑의 단계를 이야기 속 이야기를 통해 돌파한다. 한편 자신이 사랑한 것이 자신을 아프게 하고 종국에는 아무것도 사랑할 힘이 남지 않은 세계에서 한소연은 타인의 사랑을 살피기 시작한다. 여전히 만화의 세계에서 애쓰고 있는 친구와, 아무런 흔적이 없어 있는지 알 수 없었던 진짜 독자를 만나고, 각자의 세계에서 사랑하는 것들을 계속 사랑하기 위해 힘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결국 두 인물은 각자의 세계가 경계 너머로 확장되고 접붙여지는 경험에 다다른다. 소설은 이렇게 작지만 분명한 생의 의지를 대면하고, 나와 내 곁의 존재를 위한 확실한 사랑을 회복하게 만든다. 삶에 찔리는 순간에도 삶을 힘껏 끌어안게 만든다. 그것이 순애라고 말할 수 있음을 알려주면서. 그리하여 우리에게 남는 강령은 우리가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점. 그렇게 소설은 이곳에 다시 사랑을 소환한다.
저자

권혜영

2020년《실천문학》신인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사랑파먹기》가있다.

목차

얼지마,죽지마,사랑하게될거야007

작가의말273

출판사 서평

“특히‘심야근무’라는단어에서가슴이철렁했다.
알다시피나는심야근무를하다가죽은사람이지않은가”

소설의주인공은성인웹툰속인물에빙의된30대의직장인여성.그녀는심야근무후갑작스런심장마비로사망한후,남성주인공을여러명의여성이좋아하고관계맺는이른바‘하렘물’웹툰속한여성‘이누리’에게빙의하게된다.회사안에서온갖성관계가벌어지고모든캐릭터가남자주인공을위해복무하는성인웹툰의전개를피해주인공은이누리의인권을되찾기위해고군분투한다.

이만화의장르는절대이세계회귀물이될수없다.
이세상의주인공은내가아니기때문이다.여기는윤지훈이주인공인세계.19금성인오피스하렘물이다.
(……)
주인공이아니어도괜찮아.한번도욕심부린적없잖아.내삶의주인공은나야,라면서객기부린적도없었다.단지이사회의평범한일원이된것만으로도만족하며살았건만.하렘의일원만은싫다.이곳이진짜하렘지옥이라면나는무슨수를써서라도반드시탈출해야한다.
-본문31~32쪽

한편이성인웹툰,《심야근무의사정》을그리는만화가한소연은만화를배우기위해일본유학을다녀올정도로만화에열심이었지만,첫작품이후큰주목을받지못하고결국생계를위해양산형성인웹툰사업에뛰어들게된만화가다.그는매일매일성인웹툰의온갖장면들을생각하고인물들이성적인매력을느끼고성관계를맺는스토리를생각하다가번아웃에이른다.간신히연재를중단한그는일본만화학교시절의친구였던히카루의조모상소식을듣게되고,히카루의조모가그에게남겼다는유산을대신전달해주기위해일본으로향하게된다.

각자가떠맡은일이결국두사람을이렇게만들어놓은셈이다.해야할일을하려고했던것뿐인데,정작가장중요한것들앞에서는번번이어긋나버린다.
히카루앞으로남겨진외할머니의유품이있다고했다.마감은무사히넘겼지만바로다음주가또마감이었다.담당자와콘티회의를앞두고있어그는그것을받으러한국에오는것조차여의치않았다.소연은망설이지않았다.한국에있는자신이대신받아전해주겠다고했다.
-본문81쪽

이누리는남자주인공을위해복무하던웹툰속이누리의상황을하나하나파악해나가며차근차근돈을모으기시작한다.그러던중회사내에서자신의이야기를믿어주는친구‘정다운’을사귀게되고,일본으로‘덕질여행’을떠난다.인생최초의해외여행길에오른누리는처음누리는즐거움에기뻐하다가,다운으로부터이이야기가전개되고있는웹툰을찾아냈다는이야기를듣는다.몇백개의작품을읽으며다운이찾아낸웹툰은바로《심야근무의사정》.누리는당장작가를찾아가서웹툰을중단하라고요청하고자한다.과연세계가다른두인물은만날수있을까?

나와정다운은일본에서의관광을중단하고《심야근무의사정》을그린작가의행방을쫓기시작했다.밤새인터넷이라는정보의바다를헤엄쳤다.《심야근무의사정》은불과6개월전까지만해도정기적으로업데이트되던작품이었다.그러다작가의건강문제로인해
연재가멈췄다.
정다운이말했다.
“그래서너에게도행동의자유가생긴것아닐까?”
그렇다면이만화의연재가재개된다면나는다시내몸을통제하지못하게되는걸까?나도모르는사이에음부를더듬고,윤지훈을욕정하게되고?그래선안됐다.그것만은무슨일이있어도막아야했다.
“나이사람꼭찾아야해.”
-본문221~222쪽


이야기와,이야기속이야기와,이야기바깥을쾌속으로꿰고뒤집는
회빙환시대의고전이될이야기!

회귀,빙의,환생을함께이르는‘회빙환’장르는지금의내가아닌다른사람이되는감각에서출발한다.회빙환세계에서는지금의나의지식과감정을가지고혹은새로운캐릭터의능력을가지고완전히다른삶을마주하게되는것이일반적이다.하지만이소설은처음부터그런기대를비웃듯주인공이빙의된웹툰의장르가‘내가주인공이아닌오피스하렘물’임을주지시킨다.심야근무후과로로사망한사람에게다시한번회사의고용인으로서의삶이주어진다.다시주사위를굴려도1에서시작하는빙의물.어쩌면우리인생에리셋버튼이있더라도인생이드라마틱하게변하지않을것임을암시하는듯하다.
이누리의세계는사랑이넘쳐나는세계다.이성애적이고육체적인사랑이모든관계를지배하는세상.이누리가윤지훈의모든행동과관계를‘관전’하는캐릭터였다는점은사랑과관계가전시되는현실과도가까이맞닿아있다.그러나주인공은이성애와성적욕망중심의세계를부수고일하다죽지않는삶,발암물질이나오는생활용품을쓰지않아도되는삶을살기위해애쓴다.나를잘먹이고입혀서이어리둥절한세계속에나를계속살려놓는것.거창한목표는없더라도나자신을착실히보살피는이누리의매일은온갖치정이난무하는성인웹툰의세계속에서홀로곧게선사랑처럼보인다.한편이웹툰의작가인한소연은자신이사랑하던그림을끝끝내그리지못하게된창작자이다.그는모두가사랑에빠져있는세계를무수히창작해내다가그만소진되고말았다.그가가지고있었던수많은이야기창작의기술과만화구성의기술은창작하고자하는마음이사라지는순간기능을잃고정지한다.우리가삶을통해학습해온사회화기능이끝내마음의고통과번아웃앞에서정지하듯이.그러나그는진정한독자였던히카루의할머니의유품앞에서,지금을살고있는만화가히카루의앞에서,자신이오래도록사랑해왔던‘창작물’을마주하게된다.
“독자가바늘땀자국을찾아다니는사이에불가능할것같은장르적전복을감쪽같이,심지어귀엽게일으켜버린다”는소설가박서련의말처럼,이소설은웹툰속세계와웹툰밖세계를감쪽같이접붙이는소설이다.하지만허구를통해현실로되돌아오는것이문학의본령이라면,허구의캐릭터가이야기를경유해현실의작가를만나고자하는것또한이상한일은아니다.아니,오히려문학의본령에더가까운일일지모른다.그리고이런양방향으로의전복속에서소설은언제나19세미만구독불가처럼보이는,이토록폭력적이고위험이가득한우리각자의삶에서사랑을길어올린다.바람이서늘한추운날장어덮밥을함께먹는,소소하지만분명한생의의지를그려내는일.나와내곁에있는것들을위한확실한사랑을회복하는일같은것을말이다.그리하여권혜영은이염세적이고위기적인세계에사랑을부활시킨다.얼지마,죽지마,사랑으로부활하게될거야,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