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박물관

마음 박물관

$19.00
저자

황주리

저자:황주리
화가황주리는산문가며소설가다.기발한상상력과눈부신색채로가득한그의글과그림은삶의순간들에관한고독한일기,다정한편지이며,촘촘하게짜인우리들마음의풍경화다.산문집《산책주의자의사생활》,소설《마이러브프루스트》등을펴냈다.현재동국대학교석좌교수이다.

목차

[서문]마음박물관

[1부]그림을찢었다
그것이,인생
그림을찢었다
너무시끄러운고독
나는그림으로분노를해결한다
이상한나라의할머니
부르다가내가죽을이름이여
축제에초대받은듯살아라
설레지않으면버려라
사랑이어떻게변하니?
혐오하는당신을위한명상
산다는건냉면한그릇더먹는거다
이것도인연인데
황혼의캔버스
내안의괴물
불멸의그대에게
고도는언제온대?우리목이나맬까?
밝음에관하여

[2부]사는것도귀찮고죽는것도귀찮을때
모두다개만같아라
제정신이아닌당신에게
설레는마음으로두려움의강을건너다
결국,내친구는나였던거다
나의밤은당신의낮보다아름답다
사는것도귀찮고죽는것도귀찮을때
나는안다,아무것도모른다는걸
눈인지벚꽃인지눈물인지
행복은신기루다
모르고싶은마음
그대안의붓다들에게
내인생의강철무지개
나는별일없이산다

[3부]그리움과함께사는법
명품에관한명상
나의작은동무
노르웨이의숲
꿈속의카프카가내게말했다
라스베이거스를떠나며
크라쿠프,크라쿠프
상하이블루스
그래도나쁘지않을걸그랬다
세상의중심에서사랑을외치다
바오바브나무를만나다
술없는나라
잔지바르또는마지막이유
화가르코르뷔지에의고백
그리움과함께사는법

출판사 서평

세상과사람을바라보는따듯한시선
혐오하는당신을위한명상

‘순간’을놓치지않고포착해온그의섬세한애티튜드를느낄수있는서문을읽고나면총3부로구성된산문이독자를반긴다.?1부는작가가견고하게축적해온삶의경험을바탕으로한다.세상을바라보는넓고깊은식견을가진예술가의사유가특히돋보이는장이다.그는우리가삶의파고를헤쳐나갈때어떤시선과태도를지녀야하는지구태여가르치듯말하지않는다.그저자신이치열하게통과해온,그리고여전히살아내고있는삶의궤적을한편의시조를읊듯우아하고담백한어조로들려줄뿐이다.이러한낮고나지막한고백을따라가다보면,독자는타인의시선에휘둘리지않고내삶의방향키를오롯이내가쥐어야한다는용기와대면하게된다.

“삶이란실한올이풀어져도맥없이술술풀려버리는,아주가는실들로촘촘히짜인스웨터같다.우리는매순간결정해야한다.무엇을버리고무엇을남길것인지를.(…)늘내편이라고생각했던존재도다는믿지말고,적이라생각했던사람에게서도장점을배워야한다는걸이제는안다.”(57쪽)

2부는앞선성찰의결을그대로이어받으면서도,시선을확장하여좀더사회적인현안들을포착해낸다.내인생의‘주인공’으로서주체적인삶을꾸려가는것도중요하지만,혼돈으로가득한현대사회를버텨내야하는‘사회인’으로서의단단한태도또한필요한법이다.이장에서는캔버스위에서형상을벼리듯일상을미시적으로관찰해온화가이자활자위에시대를기록해온작가의입체적인시선이유독빛을발한다.군중심리에휩쓸리지않고자기만의중심을잡으려는지성인의각성이문장마다깊게배어있다.

“무릇정신이건강한사람이란자기자신이누구인지아는사람이다.생각없이무조건믿고따르는건사이비종교의속성을떠올리게한다.”(151쪽)

?3부의이야기는사회를통과해국경너머로확장된다.세계곳곳의경계를누비며다양한문화적자양분과사람을접해온유연한식견이찬란하게빛나는지점이다.이국적인풍경을수려한필치로담아낸문장들은마치한편의여행기를읽는듯독자를이국의공간으로단숨에이동시킨다.이야기의대단원을닫는마지막장답게,작가는앞으로다가올미래를좀더단단하게채비하게할‘사유의힘’에방점을찍는다.나와전혀다른타자,그리고그들과구별되는단독자로서의내가이거대한세계에부드럽게녹아들수있는힘은결국경험과공감에서나온다.문화예술이란바로그러한타인의서사를간접적으로나마가장풍성하고깊이있게체험하게만드는통로임을,작가는낯선풍경을통해감각적으로일깨워준다.

“오랜예전에는사람이죽으면바오바브나무의구멍안에매장하기도했다한다.매장후시간이오래지나면바오바브나무는죽은시신을껴안고녹여제한몸으로받아들인다고도했다.죽어서바오바브나무가된사람들을상상해본다.”(251쪽)

세상과예술안에서건져올린눈부신박동
지친우리의내면을깨울가장아름다운텍스트

황주리의글과그림은일상구석구석을관통하며우리가그간무심히건너뛰었던삶의온기를복원해낸다.캔버스를넘어텍스트로확장된그의시선은독자개개인의메마른내면을적시고,시대를살아가게할단단한지성과타인을향한공감의자리를마련한다.‘사는것도죽는것도귀찮은’허무위에서,이책이건네는다정하고도명징한문장은우리의오늘을버텨낼가장아름다운이정표가될것이다.

책속에서

“일단설레지않는것을구분해보려하지만이역시쉬운일은아니다.지금설레지않더라도먼훗날괜히버렸다싶은그런물건들이반드시있을것이다.지금의결정이옳다고누가장담할수있으랴.그냥지금이순간의설렘이다는아닐것이다.”(본문57쪽)

“언제부턴가모든사람이다대단한존재로느껴진다.독신으로살다가는사람들이늘어가는세상,조카를견제하는이모고모삼촌들의모임이다있다고한다.가까운혈육이의미있던세상은가고촌수가멀수록,아니남일수록편안한세상이오고있는지모른다.거저달라는법없는타인이거저줘도고마워하지않는혈육보다귀하다는걸아직도모르는사람에게복이있으라.”(본문109쪽)

“인생이라는게그렇게터무니없다.우리의그터무니없는인생에서가장중요한건무엇일까?비록타인의경험이라도늘무언가교훈을얻어야한다는것일까?”(본문135쪽)

“언젠가우리가끝없이되풀이해온분노와복수를드디어끝낸,아직태어나지않은지혜로운세대를감히우리가꿈꿀수있을까?뿌연거리감이걷히고세상의풍경이또렷이보이고들리기시작하는또가을이다.”(본문152쪽)

“모라비아의수도올로모우츠에도,레드니체,발티체,미쿨로프에도,개인적으로가장맘에들었던중세도시텔츠에도가을은한창이어서내맘도함께불탔다.세월이멈춘도시텔츠에서발길이떨어지지않는다.가을의평원을달리며시골길에서결혼식을구경하기도한다.모르는사람의결혼식은늘아름답다.”(본문2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