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동아시아적 지평 (양장본 Hardcover)

한국문학의 동아시아적 지평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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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 소설의 근대적 이행과정을 살펴보는 책이다. 대한제국 시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 근대문학은 제국주의의 식민지 침탈과 함께 문화적으로도 일본에 대한 종속성을 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대륙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순간 뜻밖의 풍경을 만나게 된다. 한국의 작가들이 실존적 모험을 감행하던 일상적 생활세계였으며, 한국의 전통이 서구적 근대와 만나던 언어적 접경지대였고, 한국의 사상이 국민주권이라는 정치적 상상력을 얻게 된 역사적 원천이 바로 중국이었다. 그러니 한국 근대문학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한걸음 더 나아가 동아시아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것은 해방 이후 삼팔선과 휴전으로 가로막혀 갈라파고스화 된 지리적 상상력을 복원하는 길이기도 하다.
저자

김종욱

서울대학교및동대학원을졸업했고,현재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주요논저로「한국소설의시간과공간」,「한국현대소설의서사형식과미학」,「한국현대문학과경계의상상력」,평론집「소설그기억의풍경」,「텍스트의매혹」,편저「한국신소설선집」,「심훈전집」등이있다.대한제국기신소설과염상섭,이기영등한국리얼리즘작가들에대한탐구를이어가고있다.

목차

머리말

제1부신민(臣民)과신민(新民)사이의신소설

캉유웨이의맥락에서「혈의누」읽기/이인직
1.청일전쟁과동아시아
2.구원자로서의캉유웨이와‘연방체제’의의미
3.이인직과공자교회활동
4.신소설의진보성과퇴행성

「륜리학」번역과정에담긴량치차오의흔적/이해조
1.제국의위기와윤리학의등장
2.이해조는어떤책을번역했을까?
3.이해조는왜윤리서를번역했을까?
4.남는문제들

중국의화본소설집「금고기관」과「월하가인」/이해조
1.들어가는말63
2.‘실지사적’의허구적재구성66
3.중국인에대한긍정적묘사와그의미74
4.신소설의서사적원천82
제2부흥사단원동임시위원부의문학적스펙트럼

정치적망명과시인의선택/주요한
1.문학,그낯선이름
2.문사의길과무사의길:≪독립신문≫시절
3.문학으로의외도:호강대학시절
4.준비론,혹은다른목소리

민족연대의상상과내셔널리즘의분기/주요섭
1.같은곳다른시선
2.상해5ㆍ30사건이라는갈림길
3.주요섭의「첫사랑값」(1925~1927)에담긴흔적들
4.내셔널리즘과인터내셔널리즘의동시적출현

중국혁명을바라보는아나키스트의시선/류기석
1.길림,1927년1월27일
2.“나는무명소졸이다”:소설「원한의바다」읽기
3.동아시아아나키스트의연대와‘동방혁명론’
4.매개항으로서의아나키즘

민족에대한전근대적상상/이광수
1.「단종애사」가놓인자리
2.도덕주의적시선과근왕주의적어조
3.신민회의문학적계승과단절
4.근대주의자이광수의퇴행

제3부만주를향한새로운상상지리

남만주반석(磐石)의풍경1910~1945/이상룡
1.‘동북작가’의등장과영토에대한새로운감각
2.남만주에서의조선인자치운동
3.‘북향의식’의안과밖
4.점유와전유:충돌하는서사들

「대지」의번역이미친문학적여파/이무영
1.‘펄벅’이라는현상
2.「대지」한국어번역의세가지양상
3.농본주의혹은위장된식민주의

‘거간꾼’과‘통역사’로서의만주체험/김만선
1.김만선소설과만주
2.‘거간꾼’으로서의삶:오족협화속재만조선인
3.‘통역사’로서의삶:만주국에서조선어의위상
4.제국의잡종성과귀환서사의의미

제4부제국의해체와국민국가체제로의재편

저항과협력의변주곡/박영준
1.1934년전후의박영준
2.강서적화사건과만주국협화회
3.죄의식에서벗어나는방법:「탈출기」
4.뒤늦은귀환,섣부른해결:「죽음의장소」

언어의제국으로부터의귀환/염상섭
1.만주국시절의염상섭
2.‘작가의삶’으로의귀환
3.언어의제국,제국의언어
4.가해의망각과피해의기억
5.‘대동아공영권’의삶,다시쓰기

국가의탄생과재일조선인디아스포라/김석범
1.망각의역사와기억의복원
2.재일조선인의귀환과망명
3.윤리적주체의죽음
4.김석범문학과「화산도」



제5부다시쓰는역사새로꿈꾸는미래

식민지청년의운명과선택/김광식
1.학생,병사가되다
2.죽음으로의행진:상비군혹은의용군
3.비겁한자들의용기
4.겁쟁이들의꿈

전쟁동원과‘숭고한희생’이라는억설/선우휘
1.베트남전쟁과선우휘
2.1964년의언론필화사건과선우휘의변모
3.속죄의식과희생의숭고성
4.사르트르와의결별

무국적자,국민,세계시민/최인훈
1.제2차세계대전속의한국인
2.피식민자와국민,그리고민족으로되돌아가기:선우휘의「외면」
3.피식민자와무국적자,그리고세계시민으로거듭나기:최인훈의「태풍」
4.공모의기억과책임의윤리

출판사 서평

역사를공부하는사람이갖기쉬운착각중의하나는현상과현상을인과관계로설명할수있다는믿음이아닐까합니다.하지만정작공부를하면할수록원인과결과사이에또다른매개항이무수히자리잡고있다는사실을깨닫게됩니다.우리가그것을찾아내려는의지를품고있고,그것을찾아낼수있는시력을갖추고있다면말입니다.그러니현상과현상사이를연결시켜필연성으로설명하는것은언제나잠정적일수밖에없습니다.또다른매개항이발견된다면둘사이의관계를새롭게설명해야하니까요.
구체성의관점에서말하자면현실세계가무한한것처럼텍스트의세계또한무한한듯합니다.그러니문학사를일관된관점에따라하나의선으로설명하는것은복잡성의세계를미분하여가시화한것에불과합니다.텍스트와텍스트를연결시킨‘하나의선’은실제로수많은점들의집합입니다.좀더명민해서몇개의선을더그린다고해도상황은달라지지않습니다.일원론을비판하면서‘제삼의길’따위를내세워다원론을주장한이들에매혹된적도있었지만,끝내그들에게동의할수없었던것도이때문입니다.그들은역사를‘하나’의선으로만드는일을비판했을뿐,여러개의‘선’으로만드는자신들을되돌아보지않았습니다.
훌륭한성취를이루었든지혹은그렇지못했든지상관없이모든텍스트는그자체로독립적인세계를구축했다고믿습니다.그래서모든사람이사회적평가와무관하게그자체로존재해야하는것처럼,모든텍스트도예술적성취와무관하게그자체로의미를지녀야할것입니다.텍스트란언제나사람과동격입니다.더구나한사람이시간속에서끊임없이변화하는과정을담은유일한흔적이니,소중하고섬세하게다루어져야합니다.그런점에서텍스트가생성되는사회적·역사적맥락을고려하지않고그것을바라보는이의논리를앞세우는것은텍스트에대한예의가아닐것입니다.
그자체로개별성과자립성과완전성을지니고있는텍스트는비유컨대,하나의별입니다.그하나하나의별을선으로이어‘성좌’를만들어내는것이지금까지의역사연구였다면,그것은입체적인공간을평면적인공간으로환원하는방식이었다고할수있습니다.별을제모습대로보기위해서는별자리만들기를포기해야합니다.내가보는대로‘성좌’를그리거나‘성군’을만들것이아니라,별들이만들어내는‘성단’을상상해야합니다.바깥으로는다른성단과의입체적관계를살펴야하고,안으로는그성단의가장반짝이는별빛을돋보이게만드는어둠까지함께살펴야할것입니다.
문학사를염두에두면서도하나의방법론을구상하지않았다는변명이너무길었습니다.하지만임화의신문학사를비판하면서도사람들이방법론이라는이름의잣대를먼저제시하는임화의방식을답습하는것을여전히수긍하지못합니다.대신오랫동안꿈꾸었던것은‘점으로서의문학사’였습니다.각각의점들을동일한좌표위에놓고하나의점이어떤위치를차지하는지,다른점과는얼마만큼의거리를지니는지보고싶었습니다.이책에서특별히염두에두었던좌표는시간과공간과이념이었습니다.
타자에대한의존성을거부하고스스로삶의주인이되는것을근대라고할때,먼저염두에두었던것은‘신민’과‘국민’,그리고‘세계시민’사이의길항이었습니다.지금에야누구도‘신민’이되기를원하지않겠지만,대한제국기는말할것도없고일제강점기까지많은사람들이자발적으로‘신민’이되고자했던것을기억합니다.해방이후‘국민’이되었다고해도여전히국가에개인의삶을의탁하거나혹은국가를위해동원되는한,‘신민’과‘국민’사이의거리는그리멀지않은지도모릅니다.풍문이나가상속에서가까스로존재하는‘자기통치’와‘세계시민’의형상을붙잡으려한것은이때문입니다.해방이후건설된국민국가에서네이션/내셔널리즘이아니라스테이트/스테이티즘에관심을가진다는뜻이기도합니다.
한국소설의근대적이행과정을살피면서눈여겨보았던것이더있다면,그것은한반도를중심으로일본과중국,그리고동아시아로확장되는동심원적공간이었습니다.대한제국시기에본격적으로시작된한국근대문학은제국주의의식민지침탈과함께문화적으로도일본에대한종속성을피하기어려웠습니다.하지만대륙을향해시선을돌리는순간뜻밖의풍경을만나게됩니다.한국의작가들이실존적모험을감행하던일상적생활세계였으며,한국의전통이서구적근대와만나던언어적접경지대였고,한국의사상이국민주권이라는정치적상상력을얻게된역사적원천이바로중국이었습니다.그러니한국근대문학을올바르게이해하기위해서는일본뿐만아니라중국,한걸음더나아가동아시아를살펴보아야했습니다.그것은해방이후삼팔선과휴전으로가로막혀갈라파고스화된지리적상상력을복원하는길이기도합니다.
요즘들어문학을,인문학을공부한다는것이무엇인지자꾸되묻게됩니다.말을공부하는것이문학공부라면,말너머에존재하는삶을배우는것이인문학일것입니다.말을모른채삶에접근할수있는방법은없겠지만,분명한것은삶이말너머에있다는사실입니다.예전에야그간극이그리멀지않다고믿었는데,하루하루살아가면서삶에대한자신감도줄어들고사람에대한믿음도희미해지는요즘입니다.그래도지금까지해왔듯이별들을하나하나꼼꼼히살피다보면언젠가별무리를그려보고,아름다운미리내도만날수있지않을까하는소망을고이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