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현실과 낭만 사이의 미학 : 장소진 문학평론집

소설, 현실과 낭만 사이의 미학 : 장소진 문학평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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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늘 변화가 의식되는 시대이다. 디지털로 표상되는 이 시대의 광속적인 변화의 지향은 끊임없이 ‘찬란한’ 새로움을 양산하며 우리를 몹시 분주하게 한다. 더하여 불안하게 한다. 해서 이 시대는 자신의 앞을 보는 것만도 버거운, 옆에 자리한 주변은 돌아볼 겨를조차 없는 시대이다. 그런 시대에지난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1970년대, 그것은 반세기의 거리를 지닌 과거의 시간이다. 그것도 물리적인 의미에서 그런 것이고, 급속한 변화가 일상화된 지금의 시대 상황에서 보면 그 시간대에 대한 의식적인 거리는 더 아득하다. 디지털 세대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그대로 단절을 의미한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초연결의 시대에 단절은 분명 역설적 현상이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 디지털 시대는 공간의 무한한 확장 속에서 시간적 단절이라는 아이러니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껏 인류가 이루어온 문명은 기억의 힘에 기대고 있다고 한다. 기억은 연결이다. 시간과의 연결이다. 어차피 우리가 향하는 곳은 미래의 시간이다. 미래는 과거 시간과의 연결 속에서 존재한다. 어떻게 살아왔을까는 어떻게 살아갈까의 거울이다. 이 분주한 시대에, 하여 이 불안한 시대에 잠시 과거를 들여다보며,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타며 단절된 시간과의 연결을 시도해 본다. 미래를 향할 힘을 비축해 보는 셈이다.
소설이 현실 반영의 장르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현실은 현실 너머를 향한다. 낭만을 향하는 것이다. 이는 ‘시’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세계를 그려야 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과 창조의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소설은 끝없는 지연에
맞닥뜨린다. 그 지연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광장일 수 있다. 독자에게 손 내미는 광장. 독자와 함께 한바탕 축제를 벌이며 현실을 떨쳐내고 새로운 낭만을 준비하는 광장. 그렇다면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시선에서 ‘아득한’ 과거의 소설들이 혹은 그 이후의 소설들이 그동안 마련해온 광장들을 둘
러보며 시간의 연결을 마련하고 존재의 기반을 다지며 미래를 향해 가는 기회를 가져 볼 일이다. 지나간 시간의 소설들과 함께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눠 볼 일이다.
저자

장소진

서강대학교국문과및동대학원졸업,문학박사.조선일보신춘문예문학평론부분당
선,문학평론가.동덕여자대학교ARETE교양대학부교수.
저서로「한국현대소설과플롯」,「한국현대소설의주제론적탐색」이있고문학평론집으
로「지향의문학,반향의비평」이있다.
하이컨셉시대의기류를타고대중서사가대세를이루고있는현실에서그것과호흡하
며그것의인문학적가치를가늠해볼필요를생각하고있다.

목차

산업화의그늘,길의역설

황석영의삼포가는길
­갈곳없음의순환과영원한유예,그리고동행의위로
조세희의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
­노비의후손,길이아닌길로나서다

이념과실존의대칭과길항

강석경의『숲속의방』
­실존적절규와보수적이념의성취

오늘,회억의시간,“작은빛”과“열무싹”의희망

최윤의회색눈사람
­사적연대,흔적없음,“상처와도같은작은빛”

공지영의인간에대한예의
­개인적자유주의의뿌리,인간의존엄과인간에대한예의지키기

영리의사회,저항과적응의온도차

김영하의삼국지라는이름의천국
­가상천국의진실,악마적현실이빚은희망없음의세계
장류진의일의기쁨과슬픔
­자본주의적질서에대한체념적수용과‘소확행’의일상

여성,품는자와배제된자

신경숙의부석사
­관계,틈과의동행,그리고‘품음’의미덕

한강의채식주의자
­육식의거부,가부장적폭력의거부,그리고배제와감금

미래,삶을향한연대와체제를넘어선자유

김애란의어디로가고싶으신가요
­상실을넘어삶을향한연대로

김초엽의우리가빛의속도로갈수없다면
­발전의욕망과소외의심화,그리고주체적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