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교육(education)과 놀이(entertainment)는 한국의 키즈콘텐츠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다. 이 둘의 결합으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라는 한국 키즈콘텐츠의 정체성이 탄생한다. 그렇지만 에듀테인먼트가 교육과 놀이의 기계적인 결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교육에 있다. 요컨대 한국 키즈콘텐츠의 본질은 교육이고, 놀이는 그 방법인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하나의 사례를 제시하기로 하자.
여기 한 아이가 있다. 지금 아이가 있는 곳은 어머니의 배 속이다. 어머니는 태중 아기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아기를 위한 정서 교육인 태교를 시작한다.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 감정과 행동, 언어 등을 바르게 하고 음식도 가려 먹는다. 아기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 주고 틈틈이 말을 걸어 주며 소통한다. 아기가 태어나 목을 가누기 시작하면 도리도리·곤지곤지·짝짜꿍처럼 소근육을 길러 주는 놀이를 가르친다. 그리고 밤이 되면 아기의 머리맡에서 자장가와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아기가 걷기 시작하면 어머니는 집 안 곳곳에 숫자놀이·한글놀이·알파벳 포스터를 붙인다. 이때부터 집은 아이의 두뇌와 정서 발달을 돕는 생생한 유아교육의 현장으로 탈바꿈한다. 아이의 창의력 학습을 위해 프뢰벨이나 몬테소리 같은 교구 회사의 교사가 방문해 가베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어머니는 틈틈이 아이에게 그림카드로 놀이를 하며 한글을 가르친다. 본격적인 유아교육 시기가 되면 아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혹은 영어 유치원에 다닌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정규 수업과 별개로 민속촌, 어린이박물관, 직업 체험 테마파크 등으로 현장체험 학습을 떠난다. 하원한 뒤에는 집에서 학습지 선생님이나 독서 지도 선생님과 수업을 하고, 신체 발달과 예체능 교육을 위해 태권도 학원과 피아노 학원에 다닌다. 주말에는 문화센터에서 발레수업이나 쿠킹 클래스, 퍼포먼스 미술 수업을 듣거나 어머니와 함께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 간다.
이상의 사례는 만 6세까지 한국 아이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활동들이다. 태교에서 시작된 한국인들의 남다른 교육열은 이미 학령기 이전에 조기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사교육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여기에 있다. 또한 IQ와 EQ로 상징되는 전인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열망은 다채로운 예체능 교육과 체험학습의 장으로 아이들을 이끌고 있다. 그런 까닭에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체험하는 모든 활동이 어떤 방식으로든 교육과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에 등장하는 한국 아동들의 놀이문화가 시사하듯이, 예로부터 한국문화에는 유아교육의 목적과 연동된 놀이문화가 매우 풍부했다. 공기놀이·제기차기·고무줄놀이·줄다리기 같은 전통 놀이를 하면서 아이는 신체 수련과 더불어 협동심을 기를 수 있었다. 산가지놀이와 칠교놀이를 하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창의력과 집중력, 공간지각력을 향상시켰다. 전통놀이 속에도 재미를 통해 교육적 효과를 노리려는 한국 아동교육의 속성이 잘 녹아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키즈콘텐츠는 교육적 효용성과 오락성이 풍부하다.
또 다른 특성 중 하나는 한국의 키즈콘텐츠에 깃든 긍정적인 세계관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놀이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결속력을 다져왔다. 이것은 비단 놀이문화뿐만 아니라 문학이나 애니메이션처럼 스토리텔링을 근간으로 한 콘텐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자신이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을지라도 주인공은 약자를 돕는 일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현실의 불행을 창조적인 방식으로 극복하고 모두가 행복한 공공선의 세계를 지향한다. 서구의 블록버스터처럼 한 사람의 뛰어난 영웅이 아니라, 다수의 범인(凡人)이 연대해 위기를 극복하는 서사는 한국의 키즈콘텐츠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 ‘키즈’라는 개념은 한국에서 어떻게 사용되었을까. ‘키즈’가 한국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미국의 보이 밴드 뉴키즈온 더블럭의 내한 공연 소식을 보도한 1992년 2월 2일 ≪조선일보≫ 기사였다. 이후 ≪조선일보≫는 1993년 6월 27일 신한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을 인용하면서 「한국의 ‘뉴키즈’들은 누구인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냈다. 여기서 ‘뉴키즈’는 1970년대 중반에 태어난 10대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쓰이면서 ‘키즈’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세대 담론의 영역으로 본격 편입되었다. 그러다가 ‘X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그동안 괄호가 처져 있던 ‘뉴키즈’의 정체성은 한국 사회에서 점차 자유로운 개성을 지닌 신세대 청년을 대변하는 단어로 변화되었다.
이후 키즈라는 외래어는 새로운 어린이 문화 혹은 기존의 어린이나 아동을 대체하는 새롭고 세련된 표현으로 인식되면서 한국인의 생활 속으로 스며 들었다. 1994년에는 ‘키즈클럽’이라는 외국계 영어학원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키즈랜드’라는 유아들의 놀이 공간, ‘키즈월드’라는 백화점 어린이용품 매장, ‘키즈포토’라는 어린이 전문 사진관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듯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키즈는 한국에서 유·아동 소비자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요컨대 용례로만 보면 한국에서 키즈의 개념은 본래 1990년대 초반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세대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었고, 1997년 ‘키즈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등장시키면서 줄곧 산업 분야에서 선점 후 대중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상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책은 키즈의 범주를 좀 넓지만 유아부터 18세까지의 미성년이라 상정하고자 한다. 다만 콘텐츠의 성격상 유아와 아동과 청소년에 특화된 장르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즈콘텐츠의 핵심 타깃은 일반적으로 ‘1318’이라 불리는 청소년이 아니라 어린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그렇다면 이 책은 키즈콘텐츠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다룰 것인가? 앞서 키즈콘텐츠를 어린이들을 위해 제작·공급되는 각종 문화 정보나 그 내용물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하지만 어느 시기, 어떤 분야의 콘텐츠인가는 여전히 의문부호 속에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시기적으로는 어린이라는 개념의 등장을 출발선으로 삼아 192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약 100년을 포괄하고자 한다. 분야는 콘텐츠 제작과 향유가 가장 활발한 애니메이션·캐릭터·플랫폼·문학·교육 등 다섯 개를 중심으로 살필 것이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었다. 각 장은 두 개의 절로 나누어 내용을 구체화했다. 먼저 1장에서는 어린이라는 개념의 등장과 함께 뿌리내린 한국 아동문학의 대략적인 역사를 짚어보았다. 2~6장에서는 애니메이션·캐릭터·플랫폼·문학·교육 등 핵심 분야의 주요 콘텐츠를 분석했다. 마지막 7장에서는 뉴미디어와의 만남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한국 키즈콘텐츠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담았다.
‘한류총서’의 일환으로 씌어진 만큼 오늘날 키즈콘텐츠 한류를 일구어 온 바탕이 무엇인지 밝혀보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필자가 마주한 것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가장 우리다운 가치와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창작자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이었다. 한류라는 거대한 문화의 흐름 속에서 아직 키즈콘텐츠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가장 다채롭고 가장 역동적인 장르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것이 한국 키즈콘텐츠의 미래 역량이기에 이 책의 제목에 ‘도전’을 붙인다.
여기 한 아이가 있다. 지금 아이가 있는 곳은 어머니의 배 속이다. 어머니는 태중 아기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아기를 위한 정서 교육인 태교를 시작한다.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 감정과 행동, 언어 등을 바르게 하고 음식도 가려 먹는다. 아기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 주고 틈틈이 말을 걸어 주며 소통한다. 아기가 태어나 목을 가누기 시작하면 도리도리·곤지곤지·짝짜꿍처럼 소근육을 길러 주는 놀이를 가르친다. 그리고 밤이 되면 아기의 머리맡에서 자장가와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아기가 걷기 시작하면 어머니는 집 안 곳곳에 숫자놀이·한글놀이·알파벳 포스터를 붙인다. 이때부터 집은 아이의 두뇌와 정서 발달을 돕는 생생한 유아교육의 현장으로 탈바꿈한다. 아이의 창의력 학습을 위해 프뢰벨이나 몬테소리 같은 교구 회사의 교사가 방문해 가베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어머니는 틈틈이 아이에게 그림카드로 놀이를 하며 한글을 가르친다. 본격적인 유아교육 시기가 되면 아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혹은 영어 유치원에 다닌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정규 수업과 별개로 민속촌, 어린이박물관, 직업 체험 테마파크 등으로 현장체험 학습을 떠난다. 하원한 뒤에는 집에서 학습지 선생님이나 독서 지도 선생님과 수업을 하고, 신체 발달과 예체능 교육을 위해 태권도 학원과 피아노 학원에 다닌다. 주말에는 문화센터에서 발레수업이나 쿠킹 클래스, 퍼포먼스 미술 수업을 듣거나 어머니와 함께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 간다.
이상의 사례는 만 6세까지 한국 아이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활동들이다. 태교에서 시작된 한국인들의 남다른 교육열은 이미 학령기 이전에 조기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사교육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여기에 있다. 또한 IQ와 EQ로 상징되는 전인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열망은 다채로운 예체능 교육과 체험학습의 장으로 아이들을 이끌고 있다. 그런 까닭에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체험하는 모든 활동이 어떤 방식으로든 교육과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에 등장하는 한국 아동들의 놀이문화가 시사하듯이, 예로부터 한국문화에는 유아교육의 목적과 연동된 놀이문화가 매우 풍부했다. 공기놀이·제기차기·고무줄놀이·줄다리기 같은 전통 놀이를 하면서 아이는 신체 수련과 더불어 협동심을 기를 수 있었다. 산가지놀이와 칠교놀이를 하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창의력과 집중력, 공간지각력을 향상시켰다. 전통놀이 속에도 재미를 통해 교육적 효과를 노리려는 한국 아동교육의 속성이 잘 녹아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키즈콘텐츠는 교육적 효용성과 오락성이 풍부하다.
또 다른 특성 중 하나는 한국의 키즈콘텐츠에 깃든 긍정적인 세계관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놀이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결속력을 다져왔다. 이것은 비단 놀이문화뿐만 아니라 문학이나 애니메이션처럼 스토리텔링을 근간으로 한 콘텐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자신이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을지라도 주인공은 약자를 돕는 일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현실의 불행을 창조적인 방식으로 극복하고 모두가 행복한 공공선의 세계를 지향한다. 서구의 블록버스터처럼 한 사람의 뛰어난 영웅이 아니라, 다수의 범인(凡人)이 연대해 위기를 극복하는 서사는 한국의 키즈콘텐츠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 ‘키즈’라는 개념은 한국에서 어떻게 사용되었을까. ‘키즈’가 한국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미국의 보이 밴드 뉴키즈온 더블럭의 내한 공연 소식을 보도한 1992년 2월 2일 ≪조선일보≫ 기사였다. 이후 ≪조선일보≫는 1993년 6월 27일 신한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을 인용하면서 「한국의 ‘뉴키즈’들은 누구인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냈다. 여기서 ‘뉴키즈’는 1970년대 중반에 태어난 10대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쓰이면서 ‘키즈’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세대 담론의 영역으로 본격 편입되었다. 그러다가 ‘X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그동안 괄호가 처져 있던 ‘뉴키즈’의 정체성은 한국 사회에서 점차 자유로운 개성을 지닌 신세대 청년을 대변하는 단어로 변화되었다.
이후 키즈라는 외래어는 새로운 어린이 문화 혹은 기존의 어린이나 아동을 대체하는 새롭고 세련된 표현으로 인식되면서 한국인의 생활 속으로 스며 들었다. 1994년에는 ‘키즈클럽’이라는 외국계 영어학원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키즈랜드’라는 유아들의 놀이 공간, ‘키즈월드’라는 백화점 어린이용품 매장, ‘키즈포토’라는 어린이 전문 사진관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듯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키즈는 한국에서 유·아동 소비자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요컨대 용례로만 보면 한국에서 키즈의 개념은 본래 1990년대 초반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세대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었고, 1997년 ‘키즈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등장시키면서 줄곧 산업 분야에서 선점 후 대중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상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책은 키즈의 범주를 좀 넓지만 유아부터 18세까지의 미성년이라 상정하고자 한다. 다만 콘텐츠의 성격상 유아와 아동과 청소년에 특화된 장르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즈콘텐츠의 핵심 타깃은 일반적으로 ‘1318’이라 불리는 청소년이 아니라 어린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그렇다면 이 책은 키즈콘텐츠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다룰 것인가? 앞서 키즈콘텐츠를 어린이들을 위해 제작·공급되는 각종 문화 정보나 그 내용물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하지만 어느 시기, 어떤 분야의 콘텐츠인가는 여전히 의문부호 속에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시기적으로는 어린이라는 개념의 등장을 출발선으로 삼아 192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약 100년을 포괄하고자 한다. 분야는 콘텐츠 제작과 향유가 가장 활발한 애니메이션·캐릭터·플랫폼·문학·교육 등 다섯 개를 중심으로 살필 것이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었다. 각 장은 두 개의 절로 나누어 내용을 구체화했다. 먼저 1장에서는 어린이라는 개념의 등장과 함께 뿌리내린 한국 아동문학의 대략적인 역사를 짚어보았다. 2~6장에서는 애니메이션·캐릭터·플랫폼·문학·교육 등 핵심 분야의 주요 콘텐츠를 분석했다. 마지막 7장에서는 뉴미디어와의 만남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한국 키즈콘텐츠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담았다.
‘한류총서’의 일환으로 씌어진 만큼 오늘날 키즈콘텐츠 한류를 일구어 온 바탕이 무엇인지 밝혀보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필자가 마주한 것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가장 우리다운 가치와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창작자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이었다. 한류라는 거대한 문화의 흐름 속에서 아직 키즈콘텐츠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가장 다채롭고 가장 역동적인 장르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것이 한국 키즈콘텐츠의 미래 역량이기에 이 책의 제목에 ‘도전’을 붙인다.
한국 키즈콘텐츠의 도전 - 한류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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