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언젠가 우리는 모처럼 어린 애들을 데리고 섬진강 근처 산장에서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었다. 숙소 바로 앞에는 마당을 사이하고 산그늘에 반쯤 몸을 담근 드넓은 시냇물이 굽이져서 흐르고 있었다. 저녁나절에는 애들과 바지를 걷어 올리고 냇물 얕은 곳에 조심스럽게 들어가 이리저리 훑으며 투명한 바닥 조약돌에 붙어있는 다슬기를 잡기도 하였다. 밤에 자려고 자리에 누웠어도 열려진 들창 사이로 그 시냇물 소리가 끊임없이 따라 들어왔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자연의 도란거리는 소리가 내가 어릴 적에 보냈던 고향 우리 초가집 마루를 연상하게 했다. 거기에 이윽고 구성진 개구리 합창단도 끼어들어서 천연의 교향곡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합주가 시작되었다.
애들은 시끄러워서 도무지 잠을 못 이루겠다고 하면서 몸을 뒤척였지만 낮 동안에 피곤했던지 어느 새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모두 평화스러운 얼굴들이었다. 나도 잠들기 전에 한참동안이나 시냇물이 도란도란 흘러가는 정겨운 이야기 소리와 개구리들의 요란한 반주를 평온한 마음으로 귀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번에 처음으로 펴내는 ‘그림이 있는’ 산문집 「러브호텔에서의 하룻밤」은 나의 삶을 관통해서 흘러가는 푸른 계곡의 물소리와 개구리들의 합창을 여기에 풀어놓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는 한참 젊었을 때에 생각지도 않았던 연좌제에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어떤 사상이나 이념 등은 체질적으로 아주 싫어한다. 따라서 내가 이 산문집에 실은 소품 같은 선별된 글들은 전적으로 개인 중심적이고 사적인 생각과 체험에서 나온 내용이다. 그것은 주로 나의 지나간 삶의 흔적인 추억과 연관되어 있다.
이 산문집의 〈야경〉에서 중학생시절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제인 에어는 나의 사랑〉에서와 〈한 겨울의 왕십리〉에서는 정말 어려웠던 고등학생 시절을 추억하였다. 그리고 〈윤오영 선생님의 회상〉에서는 어린 내가 존경했던 마음의 스승을 그려본 것이고, 〈카프카는 내 친구〉에서는 고단했던 기차통학생이었던 시절, 잊을 수 없는 대학 어느 강의에 관한 짧은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나머지 대부분은 내가 학교에서 정년으로 물러나면서 교외 황방산 기슭에 사무실을 구해서 “골방”(골 때리는 방)으로 이름 붙이고, 집에서 출퇴근을 부지런히 하며 퇴임 후 전반전 15년을 보내면서 주로 페이스-북에 써서 올렸던 실없는 글들의 모음집이다. 이 산문집에 따라 붙어 있는 우리말에 대한 몇 편의 단상들은 내 직업이 지금도 여전히 국어선생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여기 골방에서 국어학 중심의 전공 공부를 지속하면서 논문과 책, 그리고 번역서 등을 퇴임 이전처럼 열심히 작성하였다.
이번에는 이 산문집 「러브호텔에서의 하룻밤」은 정말 우연하게도 정식으로 출간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것은 「환상여행」(2019)의 최신 개정판이다. (우리 집 둘째가 산문집 제목을 듣더니 “사기 치는 것 같은 느낌”이라는 소감을 전해 왔다. 그래도 좋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공간이 바로 러브호텔이었음을 젊은 그는 아마도 모를 것이다).
몇 달 전에 출판사 사장님하고 전공서 출간 문제로 이야기가 오고 가다가, 문득 산문집이 화제로 올랐던 것이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언뜻 그 이야기를 전하니, 자신의 한국화 그림 몇 점도 첨가해서 책을 만들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방둥이인 내가 맞이하는 팔순 기념도 개인적으로 될 것 같다고 부추겼다.
나는 언제나 아내 말은 잘 듣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손해 본 일은 없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에게 산문집 한 권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을 했으며, 그는 또한 정식으로 간행되는 이 산문집을 독자로서 한번 읽어보기를 오랫동안 원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내일이라도 없어진다고 해도, 좁쌀영감과 함께 지금까지 거의 50년 살아왔던 추억과 인연으로 그는 이것을 가슴에 오래 간직할 것이다. 내가 그에게 보내는 그동안의 따뜻한 감사와 위로인 동시에, 내가 나에게 내밀어보는 어색한 악수인 것이다.
애들은 시끄러워서 도무지 잠을 못 이루겠다고 하면서 몸을 뒤척였지만 낮 동안에 피곤했던지 어느 새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모두 평화스러운 얼굴들이었다. 나도 잠들기 전에 한참동안이나 시냇물이 도란도란 흘러가는 정겨운 이야기 소리와 개구리들의 요란한 반주를 평온한 마음으로 귀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번에 처음으로 펴내는 ‘그림이 있는’ 산문집 「러브호텔에서의 하룻밤」은 나의 삶을 관통해서 흘러가는 푸른 계곡의 물소리와 개구리들의 합창을 여기에 풀어놓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는 한참 젊었을 때에 생각지도 않았던 연좌제에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어떤 사상이나 이념 등은 체질적으로 아주 싫어한다. 따라서 내가 이 산문집에 실은 소품 같은 선별된 글들은 전적으로 개인 중심적이고 사적인 생각과 체험에서 나온 내용이다. 그것은 주로 나의 지나간 삶의 흔적인 추억과 연관되어 있다.
이 산문집의 〈야경〉에서 중학생시절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제인 에어는 나의 사랑〉에서와 〈한 겨울의 왕십리〉에서는 정말 어려웠던 고등학생 시절을 추억하였다. 그리고 〈윤오영 선생님의 회상〉에서는 어린 내가 존경했던 마음의 스승을 그려본 것이고, 〈카프카는 내 친구〉에서는 고단했던 기차통학생이었던 시절, 잊을 수 없는 대학 어느 강의에 관한 짧은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나머지 대부분은 내가 학교에서 정년으로 물러나면서 교외 황방산 기슭에 사무실을 구해서 “골방”(골 때리는 방)으로 이름 붙이고, 집에서 출퇴근을 부지런히 하며 퇴임 후 전반전 15년을 보내면서 주로 페이스-북에 써서 올렸던 실없는 글들의 모음집이다. 이 산문집에 따라 붙어 있는 우리말에 대한 몇 편의 단상들은 내 직업이 지금도 여전히 국어선생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여기 골방에서 국어학 중심의 전공 공부를 지속하면서 논문과 책, 그리고 번역서 등을 퇴임 이전처럼 열심히 작성하였다.
이번에는 이 산문집 「러브호텔에서의 하룻밤」은 정말 우연하게도 정식으로 출간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것은 「환상여행」(2019)의 최신 개정판이다. (우리 집 둘째가 산문집 제목을 듣더니 “사기 치는 것 같은 느낌”이라는 소감을 전해 왔다. 그래도 좋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공간이 바로 러브호텔이었음을 젊은 그는 아마도 모를 것이다).
몇 달 전에 출판사 사장님하고 전공서 출간 문제로 이야기가 오고 가다가, 문득 산문집이 화제로 올랐던 것이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언뜻 그 이야기를 전하니, 자신의 한국화 그림 몇 점도 첨가해서 책을 만들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방둥이인 내가 맞이하는 팔순 기념도 개인적으로 될 것 같다고 부추겼다.
나는 언제나 아내 말은 잘 듣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손해 본 일은 없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에게 산문집 한 권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을 했으며, 그는 또한 정식으로 간행되는 이 산문집을 독자로서 한번 읽어보기를 오랫동안 원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내일이라도 없어진다고 해도, 좁쌀영감과 함께 지금까지 거의 50년 살아왔던 추억과 인연으로 그는 이것을 가슴에 오래 간직할 것이다. 내가 그에게 보내는 그동안의 따뜻한 감사와 위로인 동시에, 내가 나에게 내밀어보는 어색한 악수인 것이다.
러브호텔에서의 하룻밤 (그림이 있는 산문집)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