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대물림, 원폭 2세 환우의 기억과 기록 1

잔인한 대물림, 원폭 2세 환우의 기억과 기록 1

$22.28
Description
2024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일본 내 원폭 피해자 단체인 니혼 히단쿄(Nihon Hidankyo), 곧 ‘일본 원수폭 피해자단체 협의회’(이하, ‘피단협’)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국제사회에 핵무기 폐기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일본 정부에 피폭 지원을 요청하는 활동을 해 온 공로 덕분이었다.
일본 ‘피단협’의 탄생은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인 1954년 3월, 태평양 비키니 환초에서 미국이 행한 수소폭탄 실험으로 일본 참치잡이 어선이 피해를 본 일을 계기로, 일본 국내 각지에서 원자폭탄․수소폭탄(원수폭) 금지를 호소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던 일이 계기가 되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56년, 나가사키에서 열린 원수폭 금지 세계대회에서 ‘피단협’이 결성되었다. 원폭 투하로부터는 11년이 지난 뒤였다.
이후 각 도도부현(都道府県, 일본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구성된 ‘피단협’은 원폭 피해에 대한 국가보상 요구, 일본 정부와 유엔 및 각국 정부에 대한 핵무기 폐기 요청 행동, 피폭 체험을 국내외에서 증언하는 활동 등을 계속해 왔다. 예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러한 ‘피단협’의 활동을 언급하면서 “육체적 고통이나 괴로운 기억을 평화를 향한 희망이나 노력을 키우는 데 활용하기를 선택한 모든 피폭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오늘날 핵무기 사용에 대한 금기가 압박받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핵무기가 가장 파괴적인 무기임을 상기해볼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피단협’의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은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이어지는 전쟁으로 ‘핵무기 통제’ 고삐가 느슨해지는 상황에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1945년 태평양전쟁 당시 승기를 잡은 미국이 일본 제국에게서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그해 8월 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폭에 의한 사망자 또는 피해자 규모가 약 74만 명이고, 그중 한국인은 10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두 명의 한국인이 참석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실을 좀더 언급하자면 1945년 당시 한국인 피폭자 10만여 명 가운데 5만여 명이 피폭사했으며, 생존자 가운데 4만 3천여 명이 광복 후 귀국하였다. 현재 1,600여 명의 원폭 1세가 생존해 있으며, 그 후손의 규모는 1만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실상은 관계자조차도 명확히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제국주의 전쟁의 도구로 식민국 일본에 강제 동원되어 고통스러운 노동환경 속에서 착취당하다가 피폭을 당한 원폭 1세들의 고통이 후손들인 2~3세에게 대물림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국가와 우리 사회의 지원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존재에 대한 인식의 부재 혹은 진실규명과 배상의 미해결 등의 문제에 대한 본 연구사업단의 인식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22년 5월부터이다. 본 사업단과 ‘합천원폭자료관’이 이른바 MOU를 체결하고 원폭 피해자 문제에 관한 연구 및 학술행사 교류를 활발하게 수행하기로 한 것이 출발점이 된 것이다. 이후 〈원폭의 기억과 증언-반핵 평화의 길 찾기〉라는 주제의 특별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한편, 매년 8월 5~6일, ‘합천평화의집’ 주관으로 진행되는 ‘합천비핵평화대회’에 참석하는 등의 활동이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그러다 2024년 3월 16일, 한국인 원폭 피해자 1세 박윤규 님과 원폭 2세 환우인 한정순 님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매미와 들개〉 상영회에서 본서 원폭 2세 환우의 구술 채록집 간행에 대한 제안이 이루어졌다. “원폭 2세에 관한 기록도 원폭 1세 어른들 기록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조선대학교 재난인문학연구사업단에서 그 작업의 첫 삽을 떠주면 감사하겠다.”라는 이남재 원장과 한정순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구술 채록집 간행을 착수하기에 이른 것이다.
원폭 1세인 부모의 ‘원폭으로 인한 처절했던 기억’에서 현재 후손들에게까지 대물림되고 있는 고통의 원폭사(原爆史)를 원폭 2세의 증언과 현상을 통해 기록함으로써 두 번 다시는 ‘1945년의 원폭’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염원에서 출발한 본서는 원폭 2세 환우의 원폭 재난사를 기록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합천평화의집’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한국인 원폭 피해 관련 사안과 활동들에 관해서도 함께 정리함으로써 한국인 원폭 피해자와 2세 환우의 현주소도 일목요연하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저자

강희숙,김경인

조선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
조선대학교인문학연구원장/재난인문학연구사업단장/기후위기대응융합인재양성사업단장.
한국어사회언어학과방언학분야에서폭넓고다양한주제로연구를수행해왔으며,최근들어서는재난인문학의이론적배경과개념사및재난담론에대한분석으로연구범위를확장하고있다.
재난인문학관련연구총서및역서로????왜재난인문학인가?????(공저),????재난공동체의사회적연대와실천????(공저),????재난의경제적,사회적영향및사회변화????(공저),????재난시대의언어와담론????(편저),????천재지변으로비춰본일본의역사????(공역),????중국의재난문화????(공역)등이있다.
최근의연구논문으로는「반려식물관련신어형성배경과낱말밭구성양상」(우리말글),「기후변화관련어휘사용및기후위기담론의전개양상」(한국언어문학),「‘K-방역’에대한언론사설의담화전략분석–담론형성의언론사별대조를중심으로-」(우리말연구)등이대표적이다.

목차

발간사
해제
[추천사]반핵평화의시대를향해
[호소문]세계비핵평화공원의의미


제1부한국인원폭피해의역사를기억하다

1.원폭투하이후조선인원폭피해의실상
1.1.조선인원폭피해자규모
1.2.한국인원폭피해의역사

2.한국인원폭2세의원폭증과정책의현주소
2.1.원폭증의유전가능성
2.2.후퇴하는원폭2세에대한정책


제2부원폭2세환우회와합천평화의집

1.핵의아이김형률과원폭2세환우회59
1.1.핵의아이,김형률
1.2.김형률이쏘아올린작은‘원폭2세환우회’
1.3.한국인원폭2세환우지원을위한특별법구상

2.합천평화의집의비핵평화운동
2.1.합천평화의집탄생과활동
2.2.2024년도합천평화의집주관의주요활동모습


제3부원폭2세환우의삶을기록하다

1.원폭2세도피해자로인정해야안하겠나_문택주,문종주형제
2.어머니가돌아가시고우리둘이만살아요_강상기,강상원형제
3.형제들의이고통이원폭증때문인지…_강대현
4.아버지를대신해가족을책임져야했지요_전병환
5.어데예,원폭1세부모님을원망해야됩니까_안종임
6.우리집안한테는원폭이웬수다,웬수_정영현,허진영부부
7.원폭때문인지,사고때문인지,운때문인지_이호창
8.나때문인가싶지만도차마말을몬해_이곡지
9.아들이평범하게자랐으면좋겠어요…_한갑수,권경미부부
10.엄마아픈게네엄마는가만히있어라…_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