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남편 데리고 다니기 : 24년째 결혼살이 중, 특별하지 않은 그녀의 사박사박 여행에세이

미운 남편 데리고 다니기 : 24년째 결혼살이 중, 특별하지 않은 그녀의 사박사박 여행에세이

$18.80
Description
틈틈이 미운 남편, 틈틈이 예쁜 남편과
매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가며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는 이야기
‘안 맞는 구석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래도 여태 살아 낸 걸 보면 앞으로도 크게 문제가 없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해봅니다. 남편을 바꾸는 건 꽤 복잡한 일이라 환경을 가끔 바꿔보기로 합니다. 그래서 여행을 갑니다.

해외에 가서 제일 많이 떠오른 우리나라 음식은 김치입니다. 밥에 김치만 있으면 속 울렁거림을 잠재울 수 있어요. 그 어떤 다른 반찬들보다 상위에 있는 것이 김치죠. 김치는 숙성시킬수록 맛이 있죠. 발효과정을 거쳐야합니다. 남편과 만나 지금까지 살아오며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아이 둘을 키우며 울고 웃고 때론 밤에 응급실로 뛰어가기도 했어요. 운동회에서 달리기 하는 아이를 응원하며 사진을 찍고, 무용하는 모습을 보며 울었던 모든 순간들을 부부는 공유합니다. 작은 상이라도 받아오면 노벨상이라도 타온 듯 온 마음으로 축하해주고 용돈을 줍니다. 아이가 울면 나는 몇 배로 마음이 아픕니다. 남편 또한 그랬겠지요. 험난한 지뢰밭을 우리는 손잡고 함께 걸어갑니다. 이러니 어찌 둘의 관계가 발효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긴 인생길, 남편은 나를 외롭지 않게 해주었습니다. 밉다는 말은 애정과 미움이 묘하게 섞여 발효된 감정의 표현일 것입니다.

이런 남편과 여행을 갑니다. 밉던 남편이 뜻밖의 행동으로 나를 감동시킵니다. 우리 부부는 주로 걷기를 통해 대화를 많이 합니다. 여행을 갈 때마다 부부생활의 큰 주춧돌 하나를 놓은 듯해요. 그만큼 새로운 환경에서의 풍부한 대화는 부부관계를 견고히 만들어주지요. 낯선 나라에서 이국적인 사람들을 만나 좌충우돌 만들어내는 스토리는 두고두고 우리의 마음을 간질이지요.

‘아이들과의 갈등이나 남편과의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끝까지 가지 않는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은 여행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가족여행을 다녔어요. 오롯이 네 식구가 함께 밥을 먹고 새로운 곳을 돌아다니고 현지인을 만나 소통하는 과정에서 신기하고 설레는 경험을 함께 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일까요? 넷이 모이면 시끌벅적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여행을 통해 부모와 맺은 관계로 인해 아이들은 성장해서도 부모에게 크게 거리감을 두지 않고 다가옵니다.

멀리가거나 사치스러운 여행이 아니라도 요즘은 볼거리, 갈 곳이 차고 넘치죠. 나이 든 부부 둘이 가서 재미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풍경이 알아서 다해줘요. 맛집도 거들지요. 그저 떠나면 나머지는 알아서 잘 굴러갑니다. 계획 없이 여기 저기 기웃기웃하면 옛날 추억도 생각나고 젊었을 때 배우자의 모습도 어쩌다 슬쩍 보입니다. 여자를 보호한답시고 하는 행동들도 가끔 나오고 여자들은 남편한테 예쁘게 보이기 위해 한껏 꾸미는 노력을 하기도 한답니다. 거칠고 메마른 세상이라고 탓하지 말고 가장 가까운 미운 남편을 데리고 어디든 떠나보아요. 나 아니면 죽겠다던 젊은 시절의 남편 다시 만날 수 있답니다.

저자

주진명

24년째결혼생활중!
트로트를좋아하는남자와재즈를좋아하는여자가만나3개월만에결혼하고꽤오랜기간결혼살이유지.

-남편을뒤로하고혼자유학길에오른내용을담은에세이『용감한엄마의해외체험기』출간
-미운남편을소재로가사를쓴「소중한클리셰(2023)」발매

목차

여는글004

1.결혼살이
외줄타기013
아수라의산물019
틈틈이미운남편023
틈틈이예쁜남편033

2.혼자또같이
프리마돈나040
햇빛으로옷을벗겨라043
중년의성047
선색후담051

3.우리의파랑새
핀란드가부럽지않아056
가장가까운산062
생각은꼬리를물고065

4.마음의정원양재천
생의한가운데073
직진보행075
뒤늦은마음078

5.우리의고향홍천&춘천
초스피드결혼084
산은정복하는것이아니다088
낯선고향093

6.우리의휴양지강화도&속초
다갖춘섬099
가까이하기엔너무먼당신106
개구리에피소드112

7.새로운발견,전주
전주,잊을수없는맛집115
전주,놓칠수없는체험122

8.우리의밤바다,여수
불행끝,행복시작133
여수밤바람137
카페가뭐길래140

9.우리의놀이터,제주
처음같은제주147
자연이준선물152
우연이준선물156
해녀의부엌159

10.도쿄의재발견
내겐너무어려운여행준비167
긴자의겉살과속살171
벚꽃천국신주쿠교엔182
내가만난도쿄187

11.마음의여행은책방에서
TV보다책199
책과함께라면203
빛나는동네책방208

맺는글217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장미꽃이꽃중에제일아름답다고들한다.그렇다고이세상에온통꽃이라고는장미밖에없다면어떻겠는가?아마장미가특별나게‘예쁘다’라고생각이되지않을것이다.얼마나지루하겠는가?볼수있는꽃이장미밖에없다니….‘김나박’이라고하여김범수,나얼,박효신을줄여부르는말이있다.제일노래를잘하는남자가수세명을이렇게부른다고한다.그렇다고이세상에세명의가수밖에없다면어떻겠는가?우리는다양한가수들의노래를들을수가없을것이다.무슨얘기를하려고하나궁금할텐데….

이세상에는이렇듯다양한모습의꽃과다양한노래를부르는가수가필요하다는것이다.물론꽃과가수에만해당되는얘기는아닐것이다.다양한상점과제각각의책들,색다른옷,다른대상을그려낸그림등.이세상에프로페셔널한사람들만책을쓰거나직업가수들만노래를부를수있다면그것또한다양성의관점에서신선함이없을것이다.나같은아마추어가다듬어지지도않은개인적인단상을출판한다는것의변명은되지않겠지만말이다.

아마추어들도나름의방식으로예술을즐기면되는것이다.축구의세계에서동네축구,청소년축구가있어야하는이유가있듯말이다.국가대표선수만축구를할수있다면세상남자들이얼마나슬퍼하며주저앉아울고싶을까?그나마축구라도하며사람도만나고스트레스도날려버리고있는데.세련되지않지만진실하게살아가는이야기를서로나누고쓰고읽을때우리는평범한사람들의날것그대로의모습을보며공감하고위로받고또살아갈희망을갖게되지않을까생각해본다.

나도대문호의작품을읽으며무릎을치고감동받은기억보다평범한사람들이쓴경험을읽으며훨씬더내얘기같다는공감을한기억이많다.우리는모두스토리를만들고있다.지금이순간도각자의소중한스토리를말이다.‘나만이런가?나만외로운가?나만아픈가?’라는생각들은다른사람의스토리를읽을때비로소보이지않는끈으로연결되어붕붕떠다니는우리를지구에묶어준다.우리서로놓치지말자.여기저기떠있는끈의끝자락을잡고언제까지고아름다운별지구에오래오래붙어있자.슬프도록아름다운우리의삶을하루라도더늘여보자.나는특별한사람도아니고특별한사유의재주도없으니제일가까운사람과사박사박돌아다닌얘기를적어본다.미운남편의행태를양념삼아.

김영하는‘오래기다려온대답’에서말한다.‘늙는다는것은무엇일까?그것은세상과인생에대해더이상호기심을느끼지않게되는과정이다.호기심은한편피곤한감정이다.우리를어딘가로움직이게하고무엇이든질문하게하고이미알려진것들을의심하게만드니까.’
---「여는글」중에서

내가아프다고할때분명남편은속으로‘또아파?’라고할것이다.‘자기관리를하지못해서아픈거야.그리고그정도아픔에너무엄살부리는거아니야?’라는느낌을가질것이다.남편의속마음을어떻게아느냐고묻는다면여자의놀라운초능력으로간파할수있다고대답하고싶다.

따뜻한말한마디로아내의기분을어루만져주면좋으련만어쩜그리도냉정한지.아무리응석을부려도남편은단호했다.서운해하지말라며.인간은어차피혼자니자신의증상은자신이알아서관리해야한다는요지의말을했다.남편이냉정한사람인줄은알았지만그날은칼로살을도려내는것처럼마음이시리고추웠다.추운벌판에벌거벗고혼자서있는사람처럼외롭고막막했다.혼자인거다알고스스로관리해야한다는것도안다.그러나옆사람한테얘기해서위로를받고싶은거다.남편은그런걸잘하지못한다.아니면너무가까운사람이아프니본인도겁이나서그런걸까?아니면책임감?그래도일단아픈사람에게위로를먼저해줘야하는거아닌가?이럴거면같이살이유가무엇일까?힘들고외로울때힘이되어주기위해가정을꾸린거아닌가?특히아플때돌봐주기위해한집에서사는거아닌가?남편의단호한태도에상처를받은나는꿋꿋해지기로했다.
---「틈틈이미운남편」중에서

교사를더해야하나말아야하나의문제로갈등을빚어오던남편과나는그주제만나오면심하게부딪히곤했다.그러다가내가결정적으로갱년기증상이심하고약이아니면잠을잘수없는상황이되자남편이슬그머니얘기한다.‘힘들면쉬어’그말을남편입에서먼저나오게하기까지는오랜시간이걸린것이다.

그러다가어느날은산을걷는데깨달은것이있다.쭉뻗은긴오솔길이었다.어느구간은눈이녹아있고어느구간은얼어있다.똑같은길이고눈이동시에내렸건만구간마다걷는느낌은확연히달랐다.눈이말라건조한곳은사람을편안하게해주었다.눈이얼어미끄러운구간은걷기에힘이들었다.‘따뜻한빛은눈을녹여주는구나.’이게뭐그리새삼스러운얘기냐고할수있다.사람에게적용을해보았다.특히나에게말이다.남편에게따뜻한빛을주지못했다.그래서남편의마음이얼어있는건아닐까?남편의마음을녹이려면내가따뜻한말을많이해주어야하는데말이다.
---「햇빛으로옷을벗겨라」중에서

들여다보면부부마다사연이없는부부는없다.그사연중에말하지못하는것이아마도둘의성에대한생각차이일것이다.남들에게드러낼수없으니그저성격차이라고말하겠지만부부에게중요한성생활이배우자와원만히이루어지지않을때부부관계는깨어지기쉽다.노래가사에도있다.백지영의‘사랑안해’.‘나를만지는너의손길없어진이제야깨닫게되었어.네맘떠나간것을’서로를만지냐아니냐로상대방의마음이뜨거운지식었는지가늠한다는것을단적으로나타낸가사이다.

문제는둘의니즈(needs)가엇나갈때생긴다.남자가더원하거나혹은여자가요구하는데상대방이응하지않으면서로에게불만이쌓이기마련이다.서로절충점을찾기위해노력해야하는데쉽지만은않다.본능이라는어마어마한틀속에있는것이기때문에해결안된한쪽이배우자외의다른파트너를찾아헤맬수있다.운좋게서로에게들키지않거나원나잇으로끝날수도있지만어디인간의만사가그리단순하던가?육체적인관계가만족스러우면더깊은관계로발전할가능성이크다.딱히새로울것없는오래된부부생활에서생활의구질구질한얘기만하던배우자와달리따뜻하고열정적으로안아주는다른상대가나타난다면소위말하는불륜이될가능성은높다.
---「중년의성」중에서

여자는말로풀어야하고남자는몸으로풀어야하는것같다.대체적으로여자는머리로이해되고감정적으로받아들여져야남편과관계를맺고싶은마음이든다.충분한대화와소통이선행되어야남자를온몸으로받아줄수있다.그런데남자는아닌듯싶다.물론그렇지않은남자들도있겠지만.일단몸으로서로사랑을해야그다음대화를이어갈수가있다.여자의말을들어주고싶은생각이드는것이다.

남편은모든걸미래로미루면서왜이건미루지않는지참궁금하다.여행도소비도아파트리모델링도모두나중에하자고하면서왜자신의욕망은미루지않고따박따박요구를하는지….앞으로우리가살날이많으니자주하지않아도된다고얘기하면남편은그나마젊을때즐겨야한단다.

나에겐별로중요하지않은욕망이다보니남편의요구를매번들어준다는심정으로응하게된다.보통피곤한일이아니다.솔직히얘기하면아이들이없이집에둘만있는시간이매우두렵다.남편의요구는언제나일관되고집요하다.원하는것을해줄마음이없어거절해야하는입장도쉬운건아니다.남편은프랑스사람들처럼일주일에한번이적당하다고생각하고나는한달에한번도많다고생각한다.1년에두번정도만사랑을확인하면된다고얘기한다.
---「선색후담」중에서

바닷가도가고낙산사도돌아다니며구경을했다.그때만해도하이힐을신고다녔다.낙산사홍연암은경사가있고계단의높이가꽤되었다.하이힐을신고내려가려니남편이손을잡으란다.안그래도불안했다.옆에서손을내미니잡고는싶은데‘아직친하지않은남자의손을잡아야하나말아야하나?’고민하다가조금잡았다.

그런데그순간‘옳다,너잘걸렸다.’하는식으로내손을꽉잡고는계속놓지를않는거다.가을이었지만계속잡고있으려니답답하고땀이났다.그래도뭐가좋은지남편은계속손을놓지않고걸었다.스킨쉽이라는것이그렇게중요한가보다.손을잡고나니가까워진느낌이었다.(...)결혼하는데500만원들었다.지금예비부부들이들으면기가막힐일이지만.남편이모은돈5,000만원으로선릉에있는다세대주택에전세를얻었다.예단도중요하지않았다.가구도필요한것만샀다.난옛날부터예물,가전,가구에관심이없었다.
---「초스피드결혼」중에서

문제는해결되지않고갈등은꼬리에꼬리를문다.이럴때필요한건뭐?바로여행이다.둘이머리터지게싸워봤자안될때는환경을바꿔보는거다.국내여행정도는해볼만하지않은가?둘의사이가심상치않게돌아간다싶었는지여행에대한갈망이무르익었다싶을때쯤남편이한가한시간을얘기한다.나는재빨리컴퓨터에앉아KTX열차를예매한다.말이떨어지기가무섭게대기하고있다가꼼짝못하게호텔을예약해버린다.취소하기는너무어렵다고얘기한다.수수료가어마어마하다고도말해버린다.남편은열차예매와호텔예약을해본적이없어서잘모른다.

광명에서여수까지약3시간.남편과열차로여행을가보는건처음이다.여수엑스포역에서내린다.갑자기많은사람이내리니우리처럼여수가처음인사람들은택시잡기가쉽지않다.줄이길어서포기하고점심으로갈치조림을먹는다.그러고도한참을헤매다가겨우택시를잡아타고호텔에짐을부리러간다.온돌방두개.이번에도방두개를잡는다.이유는앞에서언급했듯이편안한잠을위해서서로다른방에서자기로한다.
---「불행끝,행복시작」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