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사춘기, 삼십춘기

서른 살 사춘기, 삼십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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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당신도 삼십춘기인가요?
“나 요즘 사춘기인 것 같아.”
“나이 서른에? 정신 좀 차려라!”
서른쯤 되면 좀 더 명확해질 줄 알았다. 분주했던 이십 대가 지나고, 얼떨결에 맞이한 서른. 기대보다 더 많은 고민이 우리를 기다린다.

이번 생의 진짜 주인공으로 돌아오고 싶은 서른 살을 위한 30가지 질문
『서른 살 사춘기, 삼십춘기』는 서른 즈음에 맞닥뜨린 혼란과 고민을 섬세하게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계절에 따라 흘러가는 30가지 이야기와 질문이, 서른 즈음에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볼 용기를 건넨다.
“당신은 어떤 때 사랑한다고 느끼나요?”
“당신이 이번 생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당신만의 희망은 무엇인가요?”
취업, 이직, 결혼 같은 고민 말고, 이런 진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 때. 비로소 각자가 살아가고픈 삶의 방향이 조금씩 선명해진다.

삼십춘기를 헤매는 당신을 위한 가이드북
고민은 머리가 아프다. 마주하면 고통스럽다. 어떤 고민은 더 큰 고민거리를 끄집어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울어내는 과정은 의미가 있다. 고민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기에 피어난 결정체다. 걱정은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소망의 증거다. 그러니까 고민이 많은 당신은, 더 잘 살아갈 잠재력을 지닌 사람이다.

지금, 당신의 서른을 응원합니다
삶의 무게에 지친 서른, 끝없이 반복되는 질문 속에서 길을 잃은 서른, 오늘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서른. 그 모든 서른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남들이 당신의 삼십춘기를 ‘지랄 시기’라며 깎아내린다 해도, 지금 마주한 고민을 외면하지 않기를. 그리고 긴 겨울이 끝난 뒤, 진정으로 살고 싶은 방향을 마주하기를 바란다.
저자

오수정

저자:오수정
여행과글쓰기를좋아하는제너럴리스트.
스페셜리스트가못되어고민하는청춘에게
그래도절대로괜찮다고말해주고싶다.

뒤늦게깨달은것은,
그래도세상은아름답다는사실.

인생은사진이아닌비디오라고믿고있으며,
그믿음을바탕으로『연애보다,여행』,『그렇다고회사를때려치울순없잖아』,『엄마와함께춤을』을썼다.
브런치brunch.co.kr/@sujittw
인스타그램instagram.com/osj0093

그림:ebonie

목차


들어가며|당신도삼십춘기인가요


나를잘이해해주는사람
-당신을가장잘이해해주는사람은누구인가요?
취향과사치
-당신의최대사치는무엇인가요?
쑥국을남김없이떠먹는나는,어른이된것같다
-당신은못먹는음식이있나요?
벚꽃의꽃말은
-당신은봄이오면어떤기분이드나요?
나를갉아먹는습관을멈추기
-당신에게도고치고싶은습관이있나요?
예민함탈곡기
-살면서당신의고집을깨주는사건이있었나요?
평범해서위대한
-당신은백반집에가본적이있나요?

여름
젖은다음스며들기
-당신의어떤여행을좋아하나요?
오랜만에본진에간이중언어구사자의안도
-당신은고향이어디인가요?
자구리해안에가면편지를쓰자
-당신은언제마지막으로손편지를썼나요?
일찍일어나는새가맥모닝을먹는다
-당신만의휴일힐링법이있나요?
성인ADHD라도괜찮아
-당신은어떤성격의사람인가요?
특출난게없어슬픈제너럴리스트를위한위로
-당신은어떤일들을하나요?
취미에도소생밸이필요해
-당신의취미는무엇인가요?

가을
나의박쥐병퇴마기
-당신은청소를좋아하나요?
라떼와나때를좋아하는여자
-당신은라떼를좋아하나요?
죽음의수용소에서찾은,‘살아야할이유’
-힘든시기를보낼때당신만의희망은무엇인가요?
내가따라가야할길은
-당신은길을잃었을때어떻게방향을찾나요?
주인공으로돌아오기
-당신은저사춘기타입중어디쯤인것같나요?
사우나카르텔입성기
-당신은공중목욕탕에가나요?
가을을역으로타는사람의이야기
-당신은찬바람이불면어떤감정이드나요?

겨울
각자덜좋아하는만두를먹는일
-당신은어떤때사랑한다고느끼나요?
열손가락±한두개
-당신의삶을5년주기로나누어그려본다면?
고장난세차기
-당신은요즈음의상황에만족하나요?
불량통조림의다이어트기
-당신은단단한삶을위해놓치고싶지않은루틴이있나요?
스님이불러준찬송가
-당신은길가에핀장미꽃에감사하나요?
아무도묻지는않지만
-당신의삶에서가장중요한가치는무엇인가요?
NO후회KEEP사랑
-당신이이번생에꼭이루고싶은일은무엇인가요?

마치며|오늘밤만삐딱하게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두번째로나를이해해줬던사람은이십대초반에만났던인생두번째남자친구였다.나와는두살밖에나이차이가나지않았으나,이십대중반의그를나는아주‘현명한사람’으로기억한다.그는때때로나보다도나를더잘이해하는것같았다.

너무오래간익숙해져버린내삶의숙제들을그는새로운시각으로바라봐주었다.그가중요하게생각하던가치들은엄마가말했던가치와정면대치되는것들이많아혼란스러웠다.술이인생에어떠한재미를가져다줄수있는지,착하기만한착한사람이얼마나실은불행한사람인지.

그와연애하는동안엄마의가치와그의가치가정반합을이루어,감히내인생관이라일컬을만한작은의미들이내안에퐁퐁생겨나기시작했다.

그래서결국,나를가장잘이해하는인간은나일수밖에없다는결론에이르렀다.타인은어찌되었든각자의경험에비추어타인을이해하기마련이니까.종일빈둥대는주말이면,엄마는나를‘할일없이인터넷만하는중’으로생각했을지도모르겠다.실은너무많은할일앞에서잠시간숨을고르는중인데말이다.혹은너무큰슬픔에잠기어오늘은아무것도할수없는상태일수도있는데.무용히시간이흘러가는주말에도의미를부여하며,생체리듬을가다듬는일은결국나만이내게줄수있는선물이다.
-봄|‘나를잘이해해주는사람’중에서

“저녁은쑥국이야.”
“아왜!쑥국진짜싫다고!”
“쑥국이어때서?”
“으,생각만해도토할것같아.냄새도싫고느낌도싫고!그냥다싫어.나안먹어!”
“그럼국은네것안뜰게.다른반찬이랑밥먹어.”
“다른반찬?뭔데?”

행복했던지난주말꽃나들이의감정은월요일아침알람소리와함께물거품같이사라졌고.마주한시간앞에는현실만이일렁였다.아침부터새업무와지난주에마무리짓지못한일들이파도처럼밀려들어왔다.그렇지만봄은봄인지.4월의어느날인오늘,회사급식에쑥국이나왔다.쑥국이라니.절대로스스로요리할일은없다.쑥은어디서사며쑥국은또어떻게끓인담.제철음식을내어놓고자하는취지인가.으,옛날생각이났다.이상한향과미끄덩거리는젖은풀의식감.식당가까이에가자잊고지냈던그냄새가났다.

줄기째숭덩숭덩썰려푹삶아진쑥도숟가락으로떠입에넣었다.몇번씹을새도없이미끈하게목구멍으로넘어갔다.매끈하고부들부들한식감은맞았지만‘미끄덩거리는젖은풀’로격하할만큼나쁜식감은아니었다.
-봄|‘쑥국을남김없이떠먹는나는,어른이된것같다.’중에서

태규는인도배낭여행에서만난친구다.시간과돈가운데하나만있다만여행을떠났던그즈음,인도역시그럭저럭잘여행할수있을거라생각하고떠났지만.세간의소문만큼인도여행은역시만만치가않았다.

시간이흘러동갑이던태규와나는각자의밥벌이를시작해야할때가됐다.그무렵태규의인생에는작고큰시련이이어졌다.그중가장가공할만한사건은‘태규가인턴십을위해미국행비행기를끊었으나비자신청을깜빡해티켓을날린일’이었다.그사건으로인해적잖이충격을받은태규는요즘본인정신머리가심각하다며제발로정신과진료를받으러갔다.

태규의진단명은‘성인ADHD’.예상했지만기대보다심각한상태라고했다.태규는약을처방받아서당분간매일한알씩,중요한일을앞두고는한알더복용해야한다고했다.

“약먹으니까어때?괜찮냐?”
“야,남들은이런차분한기분으로평생을살아왔다고생각하니지나온인생완전손해본기분이다.진짜모래주머니떼고달리는기분?너도한번가서검사받아봐.”
“나?”
“그래너도나랑비슷하잖아.”

다음날다시생각해보니성인ADHD도나쁘지만은않은것같았다.무언가즐거워보이면곧장시도해보는나와태규의삶의태도는,깊지는않지만폭넓은경험을하게만들어줬다.무작정도전한뒤정작끝맺은것은별로없지만그건재능이없는분야라합리화하면되었고,많이재어보지않고뛰어들었기에마냥즐거웠던시간은좋은추억이되었다.태규와나는한나무를100번찍는대신에여러나무를한번씩찍어보는방식으로살아왔지만,종종한두번의도끼질에도넘어오는나무가있긴했다.

무언가인생이답답해인도까지날아와미로같은바라나시골목길을헤매다만난우리.결국태규와나는각자의경중대로마주한인생을그럭저럭잘꾸려나가고있다.‘성인ADHD스러운’증상때문에손해본면도있었겠지만,덕본측면도있다고생각하니우리에게남은어수선한성격이그리원망스럽지만은않았다.
-여름|‘성인ADHD라도괜찮아’중에서

커피믹스는가능한지양하려하지만,회사에서지칠땐또그만한자양강장제가없다.회사밖으로뛰쳐나갈여유가없을땐노란커피믹스두봉을뜯어뜨거운물에녹이고얼음을탄다.믹스두봉으로만든K-회사원카페라떼야말로21세기한국사회를지탱하는시대의기둥중하나가아닐까싶다.급조된K-회사원라떼로반짝에너지를당기면,또그럭저럭남은하루를버틸기운이생긴다.엄마가그랬듯.

이미한물간표현인것같기도하지만,‘나때는말이야~’의‘나때’도개인적으로그리밉지만은않다.‘추억으로산다’는말에동의하는사람으로서,그네들의‘나때’를들어보는일은종종흥미롭다.세상무섭게생긴부장이대학시절밴드부보컬이었다는이야기는소름돋게놀라웠고,회사에말도없이동네전국노래자랑예선에나갔다는소식은더충격적이었다.

무심결에‘나때’를외치며아저씨들은종종20년전으로돌아간다.급격히초롱초롱해진그들의눈빛과함께짧은과거여행을떠나,그시절에내려그들과마주한다.유난히생생한추억조각몇개를끝없이곱씹으며내가오늘을버티듯.그들도이추억으로오늘을버티고있겠구나.이세계에서는이해하기어려운인물도추억여행의목적지에서는조금더이해할수있게된다.(너무잦지않은)‘나때는말이야~’를싫어하지만은않는이유다.

이렇게오늘도라떼와나때의힘으로버틴다.이두축은회사에잠긴3N살의도시인을달래는당근이요채찍이다.라떼로장작을넣어준오늘이먼훗날에는기분좋은‘나때’가되어야할텐데.쉽지는않겠지만,부디그렇게되기를바란다.
-가을|‘라떼와나때를좋아하는여자’중에서

요며칠감기를호되게앓았다.괜찮겠지싶어꿀물한잔타먹고잠든다음날아침.간만에아프다소리도못하게아프기시작했다.코안이부었는지숨쉬기힘들었고그렇다고입으로숨을쉬자니입이바짝말랐다.

집에서5분거리에있는만두전골가게에갔다.오늘도저녁식사시간엔호떡집아니만두전골집에불이났다.주차할자리가없어골목을크게세바퀴를돌고나서야겨우차를댔는데,스무개도넘는테이블은거의만석이었다.그틈바구니에우리도자리를잡았다.물과컵을가져다주며종업원이‘전골2개죠?’를물어왔다.고민할게없어더좋다.주문한지3분이나지났을까,커다란전골냄비가나왔고한번훅-끓으면불을낮추고바로먹으라고했다.

만두는고기와김치두가지종류가있는데,대부분이하는대로반반으로주문했다.먼저간이덜강할고기만두를앞접시에덜었다.많이씹을것도없이훌훌넘어가는것이죽만큼이나편안하게들어간다.오늘메뉴선택이훌륭했다.다음으로는김치만두를떴다.본래다른만두라면고기만두보단김치만두를선호해온나지만,이집은고기만두가더내입맛에맞다.한알한알고기와김치만두를번갈아가며먹었더니,마지막으로냄비에는고기와김치가한알씩남았다.남자친구는김치만두를내앞접시에떠주었고,나는그도이집고기만두가입맛에맞는구나싶어잠자코김치만두를먹었다.그렇게너덜거리는목구멍안을달래주는듯한식사를마치고집으로향했다.약기운때문일지,든든한국물때문일지조금은말할힘이생겼다.

“자기는저집김치만두랑고기만두중에서뭐가더맛있어?”
“나는김치만두.”
“응?근데왜나아까마지막에김치준거야?”
“김치가더맛있잖아.”
“나는저집은고기만두가더맛있던데?”
“그래?너평소에김치만두더좋아하길래.”
-겨울|‘각자덜좋아하는만두를먹는일’중에서

공용욕실을써야하는건물론이요,늦게씻으면차가운물만이나오는선암사템플스테이.그런데도이곳에서의1박2일이예상보다더편안하게느껴진이유에대해고찰해보려한다.

우선입소와동시에법복으로갈아입은뒤,패션에대해일체고민하지않아서좋았다.가꾸는데에재주가부족해나를그럴싸하게꾸미는모든과정이만만찮은과업처럼느껴지는나.여름이면모시법복을,겨울이면누비법복만을걸치면되는이안의삶이무척가뿐하게와닿았다.더중요한수행에집중하기위해,덜중요한것들을포기하기.이를위해체험객은법복을입고생활하는정도였지만진짜스님은머리를민다.

현생에돌아와가장진하게남은기억은,템플스테이막바지에모든참여객과함께편백숲을걸었던시간이다.마지막공양을마치고차담을함께한스님이길잡이가되어선암사근처산길을걷기시작했다.마주친내내근엄했던스님이갑자기덥다며,계곡으로무리를이끌었다.스님이아이처럼계곡에손을담그고손수건도적셔민머리를닦는모습에,‘여기도다사람사는데구나’하는생각을했다.

반환점을돌때까지따로또같이걷다가,편백숲의끝쯤에서스님의권유로데크에둘러앉게됐다.스님이우리에게마지막선물을주겠다며갑자기노래하겠다고선언했다.얼마전템플스테이를온다른사람에게배웠다며반주도없이부르기시작한노래는바로찬송가였다.
-겨울|‘스님이불러준찬송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