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조력자살 한국인과 동행한 4박5일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조력자살 한국인과 동행한 4박5일

$14.00
Description
“모든 죽음은 삶을 이야기한다."
스위스 조력사 동반 여행에서 비롯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
스위스 조력자살을 선택한 세 번째 한국인과 동행한 저자의 체험 기록이자, 삶과 죽음을 다룬 철학 에세이. 독자라는 인연으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폐암 말기 환자의 조력사 동반 제안을 받아들인 후, 환자와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동안 저자 본인의 감정적 파고와 안타깝고 절박했던 현장의 상황을 올올이 써 내려가고 있다.
그렇게 죽음 배웅을 하고 돌아온 저자는 그 독특한 체험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으로 침잠한다. 그 과정에서 창조주를 만나게 되고, 극한의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죽음을 택한 그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 이면의 죽음마저도 영생을 향한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다며 담담히 뒤늦은 말을 걸고 있다.
저자

신아연

대구에서태어나이화여대철학과를나왔다.21년동안호주에서살다2013년에한국으로돌아와자생한방병원에‘에세이동의보감’과‘천생글쟁이신아연의둘레길노자’를연재하며생명과마음치유에관한소설과칼럼을쓰고있다.

생명소설『강치의바다』치유소설『사임당의비밀편지』인문에세이『내안에개있다』를비롯,『글쓰는여자,밥짓는여자』『아버지는판사,아들은주방보조』『심심한천국재밌는지옥』,공저『다섯손가락』『마르지않는붓』『자식으로산다는것』등의책을냈다.

목차

글을시작하며

Part1

2021.7.25(일)
스위스안락사동행제안을받았습니다
8.10(화)
죽음의강을건너는사람들
8.13(금)
스위스행항공권을받다
8.21(토)
생애마지막생일
8.22(일)
죽으러가기위한코로나검사
8.23(월)
죽음의대기번호‘444’
8.24새벽(화)
네덜란드를경유하여스위스로
8.24오후(화)
드디어그를만나다
8.25(수)
귀천을하루앞둔날
8.26(목)
조력사로생을마감하다

Part2

한친구에대해난생각한다
지금알고있는걸그때도알았더라면
죽어가는사람과함께한5개월
내가만난큰바위얼굴
무덤들사이를거닐며
두가지문제
삶과죽음의맞선자리
우리는언젠가죽는다
죽음이주는의미
나죽고그대살아서
죽음을쓰는사람
막상내죽음이닥쳐봐,그게되나
영성의배내옷,영성의수의
죽음은옷벗기
인간이된다는것,그것이예술
나의영끌리스트
죽음앞의소망
사후세계의확신
신이뭐가아쉬워서

글을마치며

출판사 서평

스위스행편도티켓을쥔,일면식도없던조력자살희망자와동행한저자의기록

우리나라도안락사나조력사를합법화해야한다는목소리가커지고있는때에2016년과2018년에이어2021년,한국인으로서는세번째로스위스에서조력자살을택한말기암환자와동행한후,내밀한시선과섬세한필체로담담히써내려간『스위스안락사현장에다녀왔습니다』는우리내면에충격적이면서도잔잔한파문을일으키며,법제정운운이전에삶과죽음이일상대화속으로들어오는계기를마련할것이다.

그렇다면당신은조력사로생을마감하려는사람과스위스까지함께가줄수있는가?

소설가이자칼럼니스트인저자는어느날한독자로부터스위스조력사동행제안을받는다.본인생의마지막순간을기록해달라는부탁과함께.이책에는죽음여행을떠나기전,죽음과삶을성찰하며두사람이나눈깊은인문적대화와,실제로죽어야하는사람과그죽음을간접체험하는사람의공포와두려움이고스란히담겨있다.스위스로떠나기전,저자는어떻게든그의마음을돌려보리라마음을다잡지만결국죽음의침상에눕고마는그를보며무기력과혼란에빠져든다.

어찌할수없는한계상황에서당신도조력사를택하겠는가?

특별한배웅을하고온저자는안락사와조력사논쟁이급물살을타고있는우리사회를위태로운시선으로보고있다.스위스에동행했다고해서본인이조력사를찬성하는것은아니라며.오히려조력사현장을경험한후기독교인이된저자는생명의주인은우리가아니며따라서태어나는것도죽는것도우리의선택이될수없다는입장을분명히하는것으로답을대신한다.조력사는또다른조력사를부를것이라는현실적우려와함께.

책속에서

이책을내는저의목적은내게인연이닿은한사람의죽음을안타까워하고,그것을계기로삶과죽음에대한성찰과,인생이얼마나유한한가를돌아보는것입니다.죽음이막연한게아니라,생전안죽을것같은게아니라,동전처럼삶의이면에딱붙어있는거란사실을그분의죽음을통해확연히깨달았던것입니다.안락사에초점을두기전에죽음자체가이제는양지로나와야합니다.사는이야기의한자락으로죽음도일상대화의주제가될수있어야하는것이지요.모든죽음은삶을이야기하고있으니까요.
(10쪽)

시한부삶을살아가는지인이있습니다.우리삶은모두시한부지만그분은그선이보다명확해졌다는의미에서이렇게부르겠습니다.호주에살고있는암환자이고스위스에서도움을받아생을마칠계획을세워두셨지요.엊그제갑자기그분이제게스위스로조력사여행을떠날때동행해줄수있을지의사를물었습니다.함께갈수있다면경비는당연히본인이부담하겠다는말씀과함께.저는적잖이놀랐습니다.
저에대한그분의신뢰에대한놀라움,여행의특성에대한놀라움,제역할에대한놀라움때문이었습니다.제가만약정말그분의죽음여행(기어이이말을꺼냅니다.참많이망설였습니다.)의동행자가된다면,돌아올수없는길을배웅하게된다면돌아온이후제삶은많이달라질것입니다.
(22~23쪽)

“오늘이호주에서의마지막날입니다.어제COVID테스트를받았고결과도나왔습니다.오늘새벽에는옷장의옷들을모두자선단체에기부했습니다.키우던강아지는사무실위층에사시던한국인가정에서돌봐주기로했습니다.낯선곳에맡기는것보다훨씬마음이놓이네요.아내와나는내일오후3시에출발해싱가포르,프랑크푸르트를경유하여스위스에도착할예정입니다.”
(35쪽)

조력사단체에서담당의사가찾아왔고,마지막면담을한후‘최종사인’을하셨다고했습니다.“두렵지는않은데어릴때달리기출발선에섰을때처럼,아니면대중앞에서연설하기전처럼가슴이두근거리고긴장되네요.어떤면에선설레기도해요.내일아침에데리러온다고했어요.저승사자가찾아오는거지만엄밀히는내가저승사자를찾아가는거지.”라고하셔서우리를또한번망연한두려움속으로밀어넣었습니다.
(66쪽)

“이제부터충분히시간을드릴겁니다.마지막으로하고싶은말을모두하고작별인사를나눈후준비가되면저희를부르시면됩니다.”그렇게말한후조용히문을닫고나갔습니다.그분조카의눈시울이붉어지자우리도따라서눈물을훔쳤습니다.“이렇게와줘서고마워요.모두들수고많았어요.”담담한어투에따스한표정,이순간을위해얼마나‘예행연습’을했으면저럴수있을까요.“어디로가시는건가요?”제가물었습니다.“글쎄요...어디든가겠지요.”“좋은데로가실것같나요?”“있다면갈것같아요.”“지금누가가장보고싶으신가요?”“어머니요.부모님이마중나와계시면좋겠어요.”
(96~97쪽)

죽음에대한공부는마치세상의안과밖경계선을더듬는것같습니다.해안선처럼삶과죽음사이에놓인선을보는것같습니다.하지만그선은가르고막는역할이아니라만나고접속케하는의미를갖습니다(그렇다면‘경계’라고해서는안되겠지요).삶에게죽음을,죽음에게삶을소개하는맞선자리같은거죠.삶과죽음은동전의양면처럼불가분의관계입니다.둘이함께탄생하고함께소멸합니다.그럼에도우리는동전의한면,삶쪽만봅니다.다른면에대해서는마치없는듯이굽니다.그러다어느날동전이얼굴을확바꾸는순간,죽음에잡아먹히고맙니다.
(134~135쪽)

죽음은지상에자아의옷,에고의옷을반납하는일입니다.옷에겹겹이갇혀속살이한번도드러난적이없었던사람일수록당황할수밖에없을것입니다.대중목욕탕에처음갔을때처럼.꽉끼는옷을입은사람일수록벗을때애를먹겠지요.그러기에평소에옷을좀헐렁하게입어야합니다.때가되면훌러덩벗을수있도록가볍고편한옷으로.그러려면어떻게해야할까요?
다른사람도저옷밑에나하고똑같은몸뚱이를가지고있다는것을연민과사랑으로볼수있어야겠지요.내것이라고움켜쥔손은다소나마힘을풀어야하고요.무엇보다옷이내가아니라는것을깨달아야할테고요.자아는본래의내가아닙니다.그깨달음이온다면죽음이훨씬덜무서울것같아요.그냥옷을벗는거니까요.
(161~162쪽)

일반석도아닌비즈니스석을타고스위스까지‘거창한’배웅을나갔지만정작저는가시는분의행선지를몰랐습니다.사실본인도몰랐던것같습니다.기막힌일아닌가요?행장을완벽히꾸리고국제공항으로나갔는데그많은나라중에어디로가야할지막막하다면얼마나황당하고당황스럽겠습니까.되돌아보면그런상황이었습니다.지금제가만난하나님을그때만났더라면그분손에천국행티켓을쥐어드렸을테지만,그리고천국행티켓은스위스에서는발행하지않는다는것을분명히알려드렸을테지만이제는모두돌이킬수없는일이되어버렸습니다.
(187~1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