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훈
출간작으로『남대천개미의유랑』등이있다.
책머리에제1부고향,양양남대천황금눈의이무기│그이름양양남대천│남대천개미의유랑│늑대와개│고라니의변명│꿀벌아,미안해│비둘기와들깨│염탐자│모기와의동안거│구피의환경적응│새매의자유│쌀바구미의일방통행│이젠식물이다제2부살며사랑하며할머니와개구리│살모사와어머니│단한번의면회│어머니의삶과사주│사주와성품│신축년소이야기│커피타는남자│이심동체│태양초│밥이보약이다│아침마당시간제3부그옛날의일상엊그제가옛날│엘리베이터말고계단│일요일의남자들│주식의시대│궁금하면오백원│사라지는청첩장│잔칫날아침소동│꿀벌들의질서│댓글이야기│우산의품격│바람속의먼지제4부자연과함께3월에내린첫눈│새로운봄│봄날은간다│음양의균형│본색을드러내다│삼월의녹색꽃│농자천하지대본│밀레니엄이후20년│이름마저떠내려간태풍‘루사’│구제역살처분르포제5부내마음의여백애창곡도유행따라│10·26그날의GOP│내마음의여백│수평적사회와문화아이콘│목장갑에지게작대기│내인생의책한권│귀신보다무서운사람│얼굴없는마네킹│끝장드라마│내인생의화양연화에필로그문상훈에세이집<남대천개미의유랑>에부쳐-이복수박사
남대천강물에실어보낸인생의희로애락작가의생이묻어난일화를엮은『남대천개미의유랑』각박한세상살이에서퇴직후내면의감성을숨길수가없었던작가의두번째책,문상훈에세이집『남대천개미의유랑』고향남대천주변에서일어나는크고작은이야기들을소재로희망이자삶의목표로삼아펴낸책이다.개미가떡갈나무잎에올라타남대천강물에서바다에이르면서겪는과정에비유해제목으로삼았다.제1부는남대천의고향마을과주변마을,그곳에서사는동식물들의이야기를풀어낸다.특히남대천의자연을우화로묘사한각편은고향에대한작가의사랑과관심을느낄수있다.제2부에서는작가의삶에가장큰영향을준어머니와가족들의일화들이실려있다.사랑과애환등끊을수없는관계를통해우리시대의사회적관계를조명하고짝꿍으로부르는아내와의이야기도함께있다.제3부는코로나이전과이후의바뀐일상으로삶의의미를돌아보고주변에서일어나는일상에서느꼈던감상으로구성됐다.제4부는삼월,희망,봄,꽃등의대자연의힐링키워드를중심으로한추억과공직생활중잊을수없었던구제역과태풍‘루사’의이야기를다시꺼내놓았다.제5부에서는퇴직후기계화,전자화,인공지능화되어가는세상에적응하며매순간행복과여백을그리며살아가는작가의모습이여유롭다.‘마치물흐르듯자연스럽게흐른다.문장의언어들이시냇물이하류를따라서로꼬리를물고어깨동무라도하듯부드러운호흡과묘한마력을지니고있다.그부드럽고묘한마력은무엇보다그속에진한휴머니티가자리잡고있기때문인지모른다.’서평에서이복수박사가평했듯이책을읽는동안남대천물결에실려가듯평안해질것이다.책속에서어디선가어린개미한마리가떠내려가는떡갈나무잎에올라탄다.나뭇잎은승선자가있고부터온전히배가되었다.그러고보니개미가마치선장처럼보인다.우쭐해진기분에개미는세상구경도할겸기나긴남대천유랑(流浪)길에나섰다.때로는나비와잠자리도내려앉는다.이처럼개미와잠자리와나비가번갈아가며선장이된다.개미는살기위해서나뭇잎배를탔지만,나비와잠자리는여유와유흥을위해서다.서로천적이될수도있지만,한배를타기도한다.잠자리와나비는잠시쉬었다가날아가고개미는남는다.개미도무임승선했지만,유흥에빠져끝까지버티면안된다.떠내려가다가산기슭에잠시멈출때배에서탈출해야한다.그렇지않으면바다에이르기까지너무험난한여정이될것이기때문이다.(23쪽~24쪽)어릴때새매를길렀다.경쟁이라도하듯친구들대부분이그랬다.놀잇감을찾기어려운그때자연동물을기르는것이일상화되었다.시골마을에는소,닭,개,토끼등식용을제외하고도집집마다무엇인가기르고있었다.새매를기르는가정이많았고대부분어린이의놀잇감이된다.요즘으로말하면도마뱀,자라,뱀등애완동물을기르는것과크게다르지않다.내가사는마을에서는새매를많이길렀다.높은나뭇가지에둥지를틀고사는새를어떻게붙잡아오는지궁금했다.나무에서어미가떨어트린건지,돌팔매질로둥지를떨어트리거나나무를베어서새끼를가져오는것인지는알수없다.입이길고붉은호반새나노란꾀꼬리집을부수다가머리를쪼여본적은있다.아랫마을에서는부엉이도기른다기에일부러구경하기도했다.부엉이는털이길고몸집이둥글다.머리모양은윤곽이있고큰눈을가진사람얼굴을닮았다는생각에깜짝놀란적이있다.부엉이는웅크리고있는곰처럼몸집이크게느껴졌다.(53쪽)혼수상태인어머님을뵙던중주변사람들로부터기막힌소식을들었다.어머니께선살모사에물리고도그놈을산채로붙잡아왔다는것이다.이유는한가지다.그당시시골에서독이있는뱀은돈이되었기때문이다.나도시골에살면서한때뱀을잡으러다닌적이있다.운이좋아두세마리만잡아도하루일당은버는셈이었다.어머니는버섯을찾아다니던중살모사에게물렸거나,아니면살모사를발견하고는가족의생계를위해생포하려다가물린것일수도있다.어쨌거나살모사에물려혼미한상태에서도끝내그놈을붙잡아왔고옆집뒷마당단지에보관하고있다고했다.나는즉시달려가그살모사를단지에서꺼냈다.몸이가늘지만40㎝는되어보였고연한회색에붉고노란반점등다양한무늬를지녔다.삼각모양의머리로보아살모사가분명했다.(71쪽~72쪽)엘리베이터안에서도소통은한다.출퇴근등각자의시간대에잠깐마주치는사람들이다.하지만몇년간마스크쓴상태에서는말걸기도어색했다.좁은엘리베이터공간은잘아는사람빼고는침묵이흐른다.그러나계단에서만나면다르다.어르신들이나몸이불편한분들의노고가만만치않다.계단을이용하자니큰장애물을만난듯난감한것이다.특히높은층에사는어르신들은더욱그렇다.거꾸로내려오시는어르신들과도만난다.다리가아프고,힘들다는둥한두마디불만을듣다보면대화의문이열린다.엘리베이터안의몇십초에서계단의몇분으로시간개념이바뀐것이다.계단에서는앞서가라는말을하기전에는추월하지않는다.그러다보니자연스레말을주고받게된다.편할때는소통이어렵다.바꿔말하면힘들기에대화의물꼬를트는것이다.무엇이든쉽게이뤄지지않는다.(108쪽)저녁7시무렵부터민원전화가걸려오기시작했다.깜깜한밤중에물벼락을맞은것이다.주민들은집문을열고밖으로나올수도없고,주변상황파악이되지않는지경이었다.집에물이들어오고,마을회관으로,친척집으로,이층집은위층으로대피하고어떤가족은산으로대피하여구조요청이접수되었다.고작민원신청만받아놓을뿐이었다.119구조대,한전등어느부처에서도현장방문대처를할수없는상황이었다.도로가물바다가되어길이끊겼기때문이다.사무실모든전화가밤새도록통화중이고단몇초도쉴틈이없었다.전화를끝내고수화기를내려놓으면3초내로전화가걸려오고모든전화가통화중이었다.새벽에날이새면서군청사뒷담이무너진줄알았다.사무실문밖으로나갈수도없고나간적도없던것이다.(171쪽)여백은한편으로여유이고미덕이다.예전에는밥을차려주면먹다가조금남겼다.특히친척집이나이웃집에가서는더그랬다.아니,그게당연한것으로알았다.남긴밥은버리지못했다.사람이먹든지가축이먹든지철저히재활용되는것이다.아버지께서감을딸때도그랬다.나무에올라광주리를걸어놓고감을따면서윗부분몇개는남겨두었다.장대가짧아서그런줄알았다.여쭤봤더니까치밥이라한다.산짐승들짐승과도공생해야하는지혜를자연스럽게일깨워준것이다.그때는배불리먹을수없는양심이있었고,사람이든동물이든함께살아남기위한배려이기도했다.일상의하나하나에서이처럼검소한생활습관이몸에배어있었다.이것도여백의미덕이라고해야할까.(201쪽~2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