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 떠나고 돌아오는

길 위에서 : 떠나고 돌아오는

$15.00
Description
길과 삶의 궤적을 따라 걷다
김창환 산문집 『길 위에서』
푸른 제복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던 작가가 새롭게 시작된 사회생활과 일상(日常)속으로 걸어 들어간 길에서 천착한 삶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철학과 사유를 쓴 산문집이다. 삶이 언제나 길 위에 있었다는 작가는 어머니를 졸라 따라나섰던 광천읍내 오일장 가던 길부터 안나푸르나의 설산까지 시공을 넘나드는 삶의 궤적을 글로 엮었다. 산문으로 가는 길에 운문은 여백의 풍경으로 다가선다. 책은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인연들은 그리움과 연민이 되어 또다시 길을 나서 여행을 떠나게 한다고 말한다.
저자

김창환

삶은언제나길위에있었다는,그길은살아온궤적으로도대지에나있는길위에도있는거라고,그는오늘도그만의길을간다.길위에서만난인연에연민과그리움이따라오기에길을간다는것은자연스럽게사람에게로다가가는통로가되어주었다.머리와생각은굴리듯쉽게뒤바뀌지만,발길은한걸음도내딛어야가는것이기에머리와생각도따라올수밖에없다는,그는오늘도발자국이남긴흔적을기록한다.

목차

들머리,시작하는길

지리산,그큰산에들다
풍경적존재
춘삼월
팔자소관
고향연가(戀歌)
개심사에서
국토종단,미완성의시작
탐라기행
학암포에서
설악기행
화진포에서
영덕에서,그리고주왕산내원동의추억
남도기행(1)
남도기행(2)
울진기행
울진응봉산에서
영월기행
검룡소에서
남도기행(3)
미국이라는나라
거긴가지말았어야했다
백령도기행
흐르는달
욕지도,폴리이야기
망각의미학
친구에서직속상관으로
사랑의배터리
깜씨
사람의길
아버지의해방일지와런던에서온평양여자
1947보스톤

출판사 서평

길을주제로인생을사유한산문집『길위에서』
‘길을걸었기에오롯이나로존재할수있었다’

삶의흔적,궤적을길에대한추억과감상으로써내려간책이다.“역마살이낀것같다.”는말을들을정도로삶의대부분을길위에서보낸작가에게길은삶의흔적이자존재하는이유다.그리움은어머니를따라갔던광천읍내오일장가던길,서낭당이있던학교가는길,시오리를걸어야했던하굣길이다.군통합병원에입원했을때도익숙한고샅길을걸어집으로갈수없다는사실에상실감을느꼈다.퇴역하고방황끝에새롭게시작한사회생활에활력을얻고삶의지평을넓힐수있었던건출근길에서만난사람들과변화하는자연이었다.작가는빛을간절히바랄때는훌쩍밤차를타고달려천왕봉에올라시를읊기도했다.

단순한여행이건볼일이있어서건나선길위에서만난풍경과인연은그리움이되어마음에남으면다시길위로나서는데힘이된다.지리산,설악산,홍성,울진,영월,남도,백령도,제주등작가의발자취는미완성이긴하지만국토를종단하며누볐다.안나푸르나의설산에서순박한아이들과친구가되기도하고숙원이었던아메리카대륙을다녀오며인간과문명의한계를느끼기도했다.그리고무모하게시작한마라톤에서결승점을통과하며토하는가쁜숨에치졸한욕심을다뱉어내기도했다.

“산다는것은나만의길을지상에내고미지의세계로홀로떠나는거였다.”는작가의말은작가가길위의삶을얼마나사랑하는지그리고앞으로걸어가게될길에대해얼마나기대하고있는지여실히보여준다.

책속에서

그어디든길위에선여행의의미도다시생각했다.단순하게내게채워져있던현실의욕망들을잠시비우고떠나야한다는것을생각했을까,이곳에오면서기차안에서읽었던내용을다시되뇌었다.단지여름의더위를피해도망치듯도시를떠나거나곁에있는다른이들에게여행담을자랑하기위해서도아니었으면싶은것도세상을향한더나은성찰에이르는체험이되었으면하는바람을가졌다.무엇을보고누구를만나든지기존의의식은잠시비워두었으면싶은,눈앞의사사로운이해관계에서벗어나마음이풍요로워지고삶의방식을고민해보는시간이었으면좋겠다는소망도있었다.단순히호기심을충족시키는것이아니라길위에서만난타인과더불어살아가는우리에대해이해하는기회이기를바랐다.(13쪽)

인간은풍경으로존재하는것인듯하다.그래서풍경은단순한자연물이나형식적배경이아닌감각이나체험공유를통한자연과인간의유기적복합체였다.어릴적같이놀던동무들이나마을의어른들을그리워하는것은그풍경들을공유했다는것이다.
어린시절나를키워준고향의햇빛과바람은갈적마다낯설기만한데,알게모르게나를키워준이들에대한고마움도새롭게생각했다.그래도내가가끔이라도찾아오는고향이크게변하지않고존재한다는것은참고마운것이리라.마을이나도시,국가를불문하고풍경에는사람들을하나로만드는힘이있다.풍경속에서많은시간을뛰어놀았기에공간에서장소로친화된산과물,들,그리고길은그리움의원천이었다.(61쪽~62쪽)

명부전앞의청벚도왕벚도이미떠나고없다.때가되면그렇듯떠나는것이자연의이치다.아까시꽃이피고찔레꽃이피면봄은간다는인사도없이떠날것이다.길이아쉬워산길로접어든다.
오는사람들은별로없어한적한길이다.산신각앞에이르니댓돌위에흰고무신한켤레가반듯하게놓여있다.흰고무신을신고이곳에오른여인은누구일까?나직이안을들여다보니한여인이절을올리고있다.몸을던지듯엎드린채손을펴드는여인의이마엔땀방울이송골송골맺혀있다.무슨간곡한사연이있는것일까?갑자기궁금해져묻고싶어지는걸참고다시산길에오른다.(69쪽)

여행은그러한타인들에게서벗어나고달아나는절호의기회이다.갈등과욕망에치여저안에웅크리고있는자신을불러낼수,생에서너무나짧게주어지는고통스럽고귀한시간이다.그러나그것도쉽지않다.여행길에서도동행을구하고타인들에게서벗어나는것이두려운나머지많은이들은술을부른다.민낯의자신과대면한다는것이낯설고두려움의대상이되었기때문이다.이번여행에서도마찬가지였다.동행이다섯,너무나단출했지만또다른구속감은피할수가없었다.(중략)
낯선사람들을만나고낯선풍광을만나는것은여행의백미(白眉)이다.타인들이살아가는모습을훔쳐보기도하듯이.스치듯만난사람들이었지만눈빛을나누고작은먹을거리도나누었다.거대한협곡으로난길을오르고내리며대자연을찬미하고그길을지날수있었음에대지의정령에게영광을돌렸다.이야기의주인공으로내세운,한여인이그길을가기위하여떠난다는,이를테면현지답사인이유도배낭에담겨있었다.집에돌아왔을때뒤로늦춰졌던시간은제자리로돌아와있었다.(113쪽)

칠월의더위는또다른시련이되었음을체감하면서문득생각났던시가한하운의<전라도가는길>이었다.‘가도가도붉은황톳길숨막히는더위뿐이더라’로시작하는.하늘이벌을내린듯,인간의심경으로는헤아리기어려웠을무서운벌을받은이가스스로유배를떠나듯자신이소록도로가는모습을무심하게그려냈던것일까?
신을벗으면발가락한개가또없어졌다는시구절을되뇌면서남도로가는먼길이라는이유로오랫동안주저했던알량했던내속이얼얼해져야했다.
한번흘러간강물은돌아올수없듯이인생도그렇게흘러가는거라지만인생이기에지나왔던흔적을더듬고싶은게아닐런가?
이제오래된이야기처럼88올림픽의성화가달려오던길목,사철푸른바다와짙은초록의산과들,그와동색인제복으로3년여를보냈던곳완도였다,물설고말도설어울면서왔다가,푸른바다와한겨울에더푸른보리밭,그리고사철푸른나무들에푸른제복으로삼년을살다보니미운정에고운정들어아쉬움에뒤를돌아보며떠났던곳이었으니그랬다.(133쪽)

페루의수도리마까지가는길은멀고도멀었다.직항노선이없으니L.A를경유하는게최단코스인데환승대기시간까지포함하면꼬박30시간을갇힌듯했다.스페인의정복자들이잉카제국을무너뜨리고쿠스코를떠나바닷길이가까운리마에식민지거점도시를건설했다.강이있었기에사막에도시를건설할수있었다는데외곽에서본풍경은삭막했다.부자와빈자는어느곳에나존재하는것이지만중심가와외곽으로그구분이확연해서당황스러웠다.이튿날아침사막에주거지를두고살아가는모습을보여주며남태평양해변을따라남쪽으로달리다가휴게소에1번들린후4시간만에파라카스에도착한다.파라카스는물개섬으로알려진바예스타제도로가는배(쾌속선)를타기위한작은항구이다.‘모래폭풍’이라는뜻의파라까스는정오가되면모래를가득품은바람이불어오기때문에붙여진이름이다.파라까스의선착장에서배를타고해안을조금벗어나면나스카문양과비슷한이지역의상징‘칸델라브로,촛대지상화’를볼수있다.모래언덕에새겨진폭70m,길이189m,깊이1m에달하는거대한그림이다.(2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