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로 빚어지는 중입니다

다시, 나로 빚어지는 중입니다

$14.50
Description
두려움과 설렘 사이, 시작 앞에 선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강렬하고도 따뜻한 격려를 담은 에세이. 가난과 결핍, 타국에서의 외로움, 그리고 이별과 상실을 지나며 저자는 ‘나를 잃지 않고 다시 나로 빚어지는’ 여정을 담담히 써 내려간다. 대만과 일본, 그리고 한국을 오가며 다시 일어선 시간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마음속에 품은 ‘다시 시작할 용기’를 발견하게 된다. 상처를 밀어내지 않고 껴안으며 성장한 저자의 언어는 고요하지만 단단한 울림으로 독자의 내면을 두드린다. 지친 하루 끝, 자신에게 조용히 건네는 위로 같은 책이다. 오늘도 다시 자신을 믿고 한 걸음을 내딛으라고, “지금, 당신 안에는 변화를 시작할 힘이 이미 충분히 있다.”고 속삭인다.
저자

이경보

저자:이경보
스물넷,가슴속뜨거운열정하나만품고고향제주를떠난것이타국살이의시작이었다.도쿄에서11년간유학생활을이어가는가운데,나는아내가되고,엄마가되었다.박사학위취득후내삶의터전은대만으로옮겨졌다.현재대만남부지역의국립가오슝대학교에서정교수로서대만학생들에게한국어를가르치고있다.
낯선땅에서의삶은결코만만치않았지만,돌이켜보면그시간들은나를단단히빚어준선물이었다.이책은타지에서꿈을불태우고버텨낸시간,그리고그속에서피어난성장과치유의여정을담았다.
결핍은간절함을낳았고,간절함은끝내나를성장하게했으며,행복은마음의평정에서거두는수확임을아픔뒤에깨달았다.살아있는한,삶은늘새로운시작앞에서게하고,나는오늘도그여정위에서나만의길을조용히걸어가고있다.

목차

프롤로그
내삶의계절들,그숱한‘시작’들속에서

1부갈망,불씨가되어도전으로
·갈망의씨앗을품다
·우연히찾아온뜻밖의기회
·처음찾은대만땅
·예정된이별
·무모함속에일본유학의문을두드리다
·꿈의실현은도전의서막이었다
·하루30분,내게돌아온응원의증표
·대만과다시이어진인연
·가슴이알려준선택
·안아보지도못하고떠나보낸생명
·결코닿을수없는깊이와온기
·당신이물려주신보이지않는유산
·아기를품고,꿈을걷다
·믿어주는한사람의힘
·연구와육아의병행끝에만난육체적한계
·고통을잊게한몰입
·기억너머의은혜들
·무모했지만용감했던20대의나에게

2부대만,나를다시빚어낸시간들
·고장난몸으로시작한대만생활
·대가족속,나의대만살이
·오토바이면허,대만살이의첫관문
·문전박대끝에찾아온기회
·낯선세계에던져진나
·낯섦과익숙함사이
·현모양처라는환상
·기적처럼지나온시간
·세언어의틈에서살아내기
·가장아픈건무관심이었다
·새벽4시,내하루가시작된다
·겨울이두려웠던날들
·열심히하라는,잔인한그말
·곁에서나를지켜준조력자
·삶을송두리째뒤흔든회오리바람
·벼랑끝에서명상을만나다
·일상이멈춰버리고나서야
·고통의크기만큼성장하다

3부혼자서다시,나로
·조용히무너져가는일상들
·나답게살기위한첫걸음
·새로운시작을위한결별
·11평,나의첫보금자리
·상상속에먼저살던집
·지난상처들을떠나보내다
·누더기를쓰고슬쩍다가온기회
·설렘과당황이공존한,그첫대면
·타인의이별에서마주한나의이별
·초록과함께시작하는일상
·나를쓰기시작하다
·마음이머무는곳에내가있다
·콩국수한그릇의깨달음
·길은,걷는사람이만든다
·비우며비로소채워지는삶
·죽음곁에서삶을되묻다
·부부라는매듭을풀어내다
·또다시‘시작’앞에서다

에필로그
나는날마다나의정원사로살아갈것이다

출판사 서평

“끝없이흔들리는세상속에서여전히자신을잃지않으려는이들에게
무너진자리에서다시나로서는법,그용기를선물하다”

삶은수많은시작과끝의연속이다.이책은그반복되는‘시작’앞에설때마다흔들리고,다시일어선한사람의이야기를담고있다.젊은날의무모한도전,타국에서의고된생존,가족과의이별,그리고혼자서야했던시간까지….이경보작가는스스로의생을한덩어리의진흙처럼빚어나가며“나로빚어지는중”이라고백한다.
총3부로구성된이책의1부‘갈망,불씨가되어도전으로’에는결핍과가난속에서도배움의길을놓지않던젊은시절의이야기가담겨있다.대만과일본으로이어진유학의시간은,불확실함속에서도포기하지않은한여성의도전기를보여준다.스스로에게‘공부하고싶은이유’를묻던어린시절의간절함이결국삶의방향을바꾼다.“모든성취의시작은갈망이다.”라는문장이이부전체를이끈다.
그리고2부‘대만,나를다시빚어낸시간들’에서는타국에서의낯선생활,언어의장벽,가족과의관계,몸과마음의한계를담고있다.그속에서저자는‘타인의나라’가아닌‘나의자리’를세워간다.고통을마주하며성장하고,관계속에서자신을다시배우는시간들.그녀의기록은단순한회고가아니라,이방인의시선으로다시자신을찾아가는내면의여정이다.
마지막으로3부‘혼자서다시,나로’는삶의관계를정리하고,상처를마주하며‘나답게산다’는의미를되묻는장이다.혼자라는외로움속에서도다시일어나집을꾸리고,글을쓰며,삶을빚어가는과정을담았다.마침내저자는깨닫는다.“비우며비로소채워지는삶”이진정한회복의시작임을.
이책은화려한성공담이아닌,넘어짐과회복,절망과희망이공존하는인간의진솔한초상을보여준다.그녀의서사는특정한시대나장소를넘어,누구나한번쯤마주하는‘자신을잃어버린순간’과맞닿아있다.글은조용하지만그안에담긴힘은단단하다.삶의언저리에서자신을위로하고일으켜세운문장들이독자의마음을다독이며‘오늘을살아갈용기’를선물한다.끝없이흔들리는세상속에서,여전히자신을잃지않으려는이들에게이책은가장현실적이면서도따뜻한응원의손길이될것이다.

책속에서

그날밤,우리넷은바다가내려다보이는도로변에서있었다.종이컵에담긴커피를들고,커피숍도아닌사람들사이한복판에서이야기를나누었다.무슨이야기를나누었는지,지금은다기억나지않지만그들과이야기를나누던중나는불쑥이렇게말했다.
“대만에서공부하고싶어요.”
계획한적도,깊이생각해본적도없던말이었다.그런데그순간,그밤,그들과의대화속에서그말은마치오래준비된문장처럼내안에서자연스레흘러나왔다.스스로도놀랄만큼그것은진심이었다.
그진심이닿았던걸까.얼마지나지않아,그들로부터대만어학연수자료가도착했다.입학원서와학교소개책자.인터넷도드물던그시절,유학은여전히먼이야기였지만나는단한치의망설임도없이신청서를작성했고,그해겨울,대만행비행기에올랐다.
지금돌아보면,그저물품을정리하고판매하던평범한하루가내삶의궤도를송두리째바꾸는전환점이되었다.어쩌면그것은‘기회’라기보다내안에오래도록눌려있던‘갈망’이마침내빼꼼히열린문하나를알아본것이었는지도모른다.운명을바꾸는건,거창한계기가아니다.그저마음깊은곳의간절함에작은용기를더한,아주사소한선택하나일뿐이다.(19~20쪽)

일본의경영학자오마에겐이치는말했다.
“인간이바뀌는방법은세가지뿐이다.시간을다르게쓰는것,사는곳을바꾸는것,새로운사람을만나는것.그외의결심은의미가없다.”
내유학생활은이세가지변화가한순간에이루어진결정체였다.그래서나는완전히다른삶을누리는사람으로거듭태어날수있었다.
젊은날의도전정신은세월속에조금바랬을지모르지만,그불씨는여전히내안에서조용히숨쉬고있다.나는여전히배우고싶다.무언가를익히지않으면마음이스산해지고,마치바람빠진타이어처럼힘이빠진다.그건어쩌면내안의잠재의식이조용히보내는신호인지도모른다.
나는오늘도내학생들에게말한다.스스로를너무일찍가두지말라고.가능성앞에서주저하지말고,한계를미리정해두지말라고.그건내가온몸으로겪고,시간을지나며비로소깨달은말이다.
이제는알것같다.결핍은단순한부족함이아니라,‘결핍’이라는이름으로포장된삶의숨은선물이라는것을.나는20대의나에게깊이감사한다.그무모했던도전을망설이지않았던,두려움속에서도한걸음내딛었던그젊은시절의내게.그용기덕분에지금의내가있다.이제는그시절의나에게진심을담아말하고싶다.
“정말수고했어.그리고고마워.”(85~86쪽)

50대에접어들던어느날,나는갑자기움직일수없는몸이되었다.서는것도,걷는것도,누워있는것도혼자서는할수없게되었다.통증속에서나는간절히기도했다.죽기전한달쯤,이정도의고통이찾아온다면그건기꺼이받아들이겠다고.그러니지금은제발나를좀놓아달라고.그리고다짐했다.앞으로는,무엇보다‘건강’을삶의가장앞줄에세우겠노라고.
우리의에너지는배터리와같다.때로는충전이필요하고,때로는속도를늦추어야한다.그래야정작필요한순간,온전히나를쏟아낼수있다.‘멈춤’은결코정지가아니다.그건다음을위한충전이고,다시살아내기위한숨고르기다.삶에작은틈을내어깊은숨을들이쉬고나자신과마주하는시간.그것이야말로유한한에너지를가장지혜롭게쓰는방법임을나는뒤늦게알게되었다.
나는오랫동안‘최선을다하는삶’이가장잘사는길이라믿어왔다.무엇을위해달리는지,어디로향하는지조차묻지않은채그저앞만보며달렸다.어쩌면채워지지않는마음을일로메우려했을지도모른다.그런나를주인으로둔몸과마음은늘무리했고,버티고또버티다결국은무너지고말았다.
이제는그들에게진심으로사과하고싶다.그리고다짐한다.앞으로는내면의소리에귀기울이며,느리게,조심스럽게살고싶다.(228~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