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슬며시 몸을 밀어 넣다

허공에 슬며시 몸을 밀어 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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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랫동안 시와 소설로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꾸준히 펼쳐 온 문학철 작가의 다섯 번째 시집. 시인은 “시를 쓰는 일은 / 말로써 / 삶을, / 죽음을 / 느끼고 겪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시집에는 자연과 계절, 산과 강, 바람과 빗소리 속에서 삶과 죽음, 상실과 그리움, 그리고 다시 살아가는 마음을 천천히 어루만지는 시편들이 담겨 있다.
특히 먼저 떠난 아내를 향한 그리움은 시집 곳곳에 깊게 배어 있다. 그러나 이 시집은 단순한 상실의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솔숲과 빗소리, 강물과 감나무 같은 자연의 풍경 속에서 삶을 다시 받아들이고 건너가는 마음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60여 편의 시는 자연과 인간, 기억과 현재,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길어 올린 사유와 감정이 담겨 있다. 꾸밈없는 시어와 담백한 문체는 긴 여운을 남긴다. 삶이 문득 버거워지는 날, 이 시집이 잔잔한 위안을 건넬 것이다.
저자

문학철

ㆍ《주변인과문학》편집주간역임
ㆍ한송예술협회이사장역임

시집,『산속에세들다』외다수
장편소설,『황산강』
시감상집,『관광버스궁둥이와저는나귀』

목차

시인의말

1부 입동즈음에

명예
감꽃
허공에슬며시몸을밀어넣다
빗소리읽다
삼성반월교
봄날아침에
봄비에널다
못과소금
입동즈음에
살구나무꽃그늘에서
피안彼岸으로가는길
산천은바쁘다
빈집에드네
솔잎도나도
극락암영지影池에서


2부 옛날옛적에

나뭇잎편지[葉書]
구절초
옛날옛적에
그대하늘에귀하나걸다
부처님오신날
인연
귀신,씻나락까먹는소리
달무리
귀울음
모순
이별가
다시,고군산군도
다담茶談
민들레꽃
토닥토닥


3부 외줄한가닥

저물녘고향
사자평에서
손칼국수를먹으며
외줄한가닥
코뚜레
이봄에
저문날을걷다
입추에변명하다
청복淸福
머위같은시한편
감나무,단풍,시
지우개
깊은밤,비에젖다
오십천지품가는길
깃발


4부 부치지않을편지

또,봄날은
너는누구냐
봄눈
우수경칩어름에
신록
이산移山
뗏목
처서處暑무렵
떨감
부치지않을편지
초우初虞지내고
상족암동굴에서
구절초새로쓰다
나뭇잎에쓰네
붉은해속으로

평설

출판사 서평

“비우지않고도가벼운것들이꽃으로핀다”
삶과죽음사이,허공을건너듯써내려간시의언어

문학철시인의시에는과장된슬픔이나요란한감정이없다.대신솔숲을스치는바람과빗소리처럼조용히스며드는문장들이있다.『허공에슬며시몸을밀어넣다』는삶의무게와상실의시간을지나온한시인이자연속에서다시삶을받아들이고,천천히마음을비워가는과정을담아낸시집이다.
시인은이번시집에서끊임없이자연의움직임과삶의시간을겹쳐놓는다.새는“뼛속까지비워/허공에/길을내고”,봄비는솔잎사이로스미며숲을깨운다.강물과바람,구절초와감나무같은익숙한풍경들은단순한배경이아니라삶을견디고건너가게하는존재들로시속에머문다.
특히시집곳곳에는먼저떠난아내를향한그리움과애도의마음이잔잔하게흐른다.「달무리」,「다담茶談」,「귀울음」같은시편들은함께살아온시간과사소한일상의기억들을담담하게불러낸다.그러나시인은슬픔만을붙들고머물지않는다.상실이후에도계절은다시오고,산천은바쁘게흐르며,삶은끝내다시살아내야할시간이된다.
이번시집은불교적사유와자연친화적감각또한짙게배어있다.‘피안’,‘허공’,‘만월’,‘청복’같은시어들은비우고내려놓는마음의태도를드러내면서도,어렵거나관념적으로흐르지않는다.오히려메로나,칼국수,머위,우산같은생활의사물들을통해삶의온기와그리움을더욱선명하게보여준다.
무엇보다문학철시의힘은담백함에있다.천천히읽다보면,삶과죽음사이의아득한숲길을더듬더듬걸어가는한사람의마음이조용히전해진다.그리고그길끝에서독자는어느새자신의삶과그리움또한함께돌아보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