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지리산에 멈추고 (기다림은 봉우리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기차는 지리산에 멈추고 (기다림은 봉우리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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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전쟁은 기차를 멈추게 했고,
사랑은 지리산에 남았다”
『기차는 지리산에 멈추고』는 1950년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어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애절한 사랑과 기다림을 그린 묵직한 역사 서사소설이다.
전쟁의 기운이 지리산 깊은 산골 마을까지 밀려오던 어느 여름, 북에서 내려온 기차가 읍내 정거장에 멈추고, 인민군 소대장 세석은 지리산 자락의 작은 마을에 주둔하게 된다. 전쟁을 수행하는 군인이었으나 민간인의 생명과 존엄만은 결코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었던 세석은, 별을 사랑하는 소녀 산채와의 운명 같은 만남을 통해 더 깊은 슬픔과 그리움 속으로 빠져든다.
지리산 장터 마을과 대동강 포구 마을이라는 두 공간을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전시(戰時)의 로맨스를 넘어선다. 총성과 폭격, 사상 검증과 보복, 인간의 욕망이 뒤엉킨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적으로 부르고, 사랑은 눈 속에 묻히며, 진실은 오래도록 산에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석과 산채의 기다림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
작가 안원근은 이 소설을 통해 분단이라는 역사적 비극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묻는다. 탐욕과 야욕으로 언어를 오염시킨 공동체 지도자들, 이분법적 편 가르기로 민족을 갈라놓은 시대의 과오를 직시하면서도, 작가의 시선은 끝내 인간의 선한 의지와 순수한 사랑을 향해 있다.
별이 지고 꽃이 피는 사이, 그들은 끝내 서로를 잊지 않았다.
저자

안원근

전라북도전주에서태어났다.영생고등학교를거쳐원광대학교국문과를졸업했다.순천매산고등학교에서국어교사로30여년을봉직했다.
출간한작품으로시대의아픔과무기력한시류에편승하여타인을배제하고자신만의욕망을실현시키려는인간군상을그려낸《욕망의늪》과구조적으로모순된기존질서로구축한파렴치한권력이어떤방식으로대대로이어지면서국가폭력이자행되는가를들여다보는《광주는현재다》가있다.

목차

1부|산에핀꽃보다더많은별

2부|일어나지않아야했던비극

3부|눈속에묻힌진실

4부|사라지지않는기억들

5부|별과꽃이다시만나는자리

6부|아바의〈치키티타〉와〈페르난도〉를사랑하는여인

출판사 서평

“분단의상처위에피어난사랑과기다림의서사”
안원근작가의신작『기차는지리산에멈추고』는한국전쟁이라는거대한역사적비극앞에선평범한인간들의이야기다.《욕망의늪》,《광주는현재다》로한국현대사의구조적모순과권력의폭력성을날카롭게파헤쳐온작가는,이번작품에서는그시선을더욱깊은곳으로내린다.이념의언어가아닌,한인간의마음속에서피어난사랑의언어로.
소설은지리산자락의산채마을과대동강변세석의포구마을이라는두개의공간을무대로삼는다.이두공간은단순한지리적배경이아니다.작가가작가의말에서직접밝히듯,이곳은"너와나,내편과네편,선과악으로나누어진이분이라는어리석음을뛰어넘는상징적공간"이다.그상징의중심에세석과산채가있다.
인민군소대장으로지리산마을에주둔하게된세석은전쟁의논리에충실한군인이면서도,민간인의생명과존엄만은결코해쳐서는안된다는신념을지닌인물이다.그러한세석앞에별빛을사랑하는소녀산채가나타난다.두사람의만남은필연처럼깊어지지만,전쟁은선한의지만으로는멈추지않는다.총성과폭격속에서사랑은눈속에묻히고,진실은오래도록산에남겨진다.

“별이지고꽃이피는사이,그들은끝내서로를잊지않았다.”
작가는6부에걸친서사를통해이이야기를섬세하게직조해낸다.1부「산에핀꽃보다더많은별」에서시작된서정적묘사는전쟁의비극과인간의욕망이충돌하는중반부를거쳐,「사라지지않는기억들」과「별과꽃이다시만나는자리」에서깊은울림으로귀결된다.마지막6부「아바의〈치키티타〉와〈페르난도〉를사랑하는여인」은,오랜세월이흐른뒤에도여전히그기다림과기억속에살아가는한인간의초상을조용하고아름답게담아낸다.
이소설이특별한이유는,그것이단순히전쟁서사나멜로드라마에머물지않는다는데있다.작가안원근은30여년간국어교사로살아온사람의언어로,분단이라는현실을만들어낸언어의오염과지도자들의탐욕을조용히고발하면서도,그모든상처위에인간적유대와사랑의가능성을놓는다.묵직하되아름답고,슬프되따뜻한문장들은독자를지리산의산봉우리아래,비내리는대동강포구앞으로고요히데려다놓는다.
전쟁의기차는지리산에멈추었지만,사랑은멈추지않았다.그리고그사랑은,지금이시대에도유효한질문을우리에게건넨다.너와나를가르는선은누가그었는가.그리고우리는언제쯤그선을함께지울수있을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