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다니는 길에서

시간 다니는 길에서

$15.00
저자

정진선

저자:정진선
2013년,시집『그대누구였던가』상재로등단
한국문인협회회원

-시집
『꽃불놀이』(공저,2008)
『그대누구였던가』(나눔사,2013)
『솔꽃』(공저,2018)
『나뭇가지에걸린연』(현대시학,2022)

메일:sunsun3345863@hanmail.net

목차

시인의말

1부│느끼는것

사랑하여초라할때
선배의우산
카페에서
떠나고느끼고
떠나가는무엇이있으면
1월어느날
청계산입구역식당에서
3월은욕먹어도좋다
해바라기아픔
독백
그대와겨울비맞으며
현실이내린다
항아리그림
같이쓰는길
외출
이중약속?
만들어진가족
친구와밤낚시를하다
백색의벽
지하철로출근하기
춤그리다2
춤그리다3
춤그리다4
옹기종기
인간표식
냉이꿈
의전방醫展房에서
수국옆에앉아
아침인사
꽃길을가며
새벽,마포대교를지나며
혼자익는개똥참외
별과허세
가을은
스친생각에
그시절
공작단풍나무의비밀
커튼속시계
우진그리고세연
무지개다리를건너면
『미생이야기2』를읽고
꽃만예쁜나무는없다
시상詩想
낙원에서떨어진별똥별
대추
백일홍과나의시간
축가부르는신부아빠
춤추며한길가며
섬꾸지를아시나요
해바라기핀시간의의미
관계
누구에게금잔화는
빛과행복
겹으로아픈사랑
무료無聊한날
마니산정수사淨水寺를다녀오다
이가아프다

2부│찾는것


눈물
침묵의끝
깨달음의숲에서
마을버스를타다
6월즈음
길에서만나는꽃에
오래된만남

부드러운자명종은없다
공원을지나며
황사비와제비꽃
바닷가에서지우기
눈물닦고손잡아
두릅나물되다
추억
후배의전화
서여의도의엄마목소리
무명가수
봉제산국기봉해돋이
우리라는후회로살기에
튤립을든여인에게
그리우면외로운거지
연월일에시더하기
청계천왜가리,한번의결심
노들섬에서
감정에갇힌삼원색
모르는채송화에게
함께가는메꽃
나리꽃보는이유
분꽃피는시간
백일홍그늘에
맨앞줄봉숭아꽃
식은것은날씨뿐인가
프리다칼로FridaKahlo에게
무지無知
그대떠나던날
참새는방앗간을모른다
상처
껍데기
아들둘
모르는곳에서하루를
꽃샘추위

출판사 서평

평범한하루의속살을오래바라보는시선
느끼고,찾고,다시살아가는시간의길위에서만나는정진선의시

『시간다니는길에서』는일상의평이함속에숨어있는감정의결을섬세하게포착한정진선시인의시집이다.시인은“시간다니는길에서만나는일상은소중하다”고말하며,특별하지않아오히려안정된느낌과그안에서일어나는미세한흔들림을시의언어로붙잡는다.이시집은크게‘느끼는것’과‘찾는것’으로나뉘어,사랑과이별,그리움과외로움,가족과친구,도시의풍경과자연의사소한움직임을두루담아낸다.시인은거창한사건보다스쳐지나가는장면,오래남는눈빛,문득되살아나는감각을통해삶의속살을내보인다.『시간다니는길에서』는우리가무심히지나쳐온시간들이실은얼마나깊은감정의장소였는지를조용히일깨우는책이다.

느끼는것,일상에남은감정의높이
1부‘느끼는것’에서시인은사랑과관계,도시와자연,기억과현실이겹치는순간들을섬세하게바라본다.「사랑하여초라할때」는사랑했던시간이“등고선같은감정의높이”로남는다고말하며,이별뒤에도사라지지않는마음의지형을그린다.사랑은끝났지만그시간은평면으로납작해지지않고손등의주름처럼오래남아다시만져지는흔적이된다.「선배의우산」에서는오랜만에만난선배와의술자리,장맛비,우산하나를통해지나온세월과서로를향한애틋한마음을담담하게보여준다.이시집의미덕은익숙한장면을낯설게다시보게만드는데있다.지하철출근길,청계산입구역식당,카페,마포대교,문래동골목,결혼식장,꽃길과정류장같은공간들은누구에게나있을법한장소지만,시인의눈을통과하면각자의감정이서있는자리로변한다.「지하철로출근하기」에서출근길은단순한이동이아니라봉급의하루를향해끌려가는현실의감각이되고,「축가부르는신부아빠」에서는결혼식의축가가아이를떠나보내는아버지의울음처럼들린다.「무지개다리를건너면」은노견과함께한시간을통해사랑하는존재를떠나보낼준비의먹먹함을그려낸다.정진선의시는큰목소리로감정을과장하지않는다.대신오래바라보고,작게흔들리고,뒤늦게알아차리는방식으로삶의깊이를보여준다.

찾는것,사라지는시간속에서붙드는의미
2부‘찾는것’은지나온시간과현재의감정사이에서의미를더깊이캐내는시편들로구성되어있다.시인은향,눈물,침묵,꽃,버스,바닷가,오래된만남,후배의전화,친구의죽음같은소재를통해잃어버린것과아직남아있는것을동시에바라본다.「눈물」은외로움에익숙한마음이스스로를어루만지며따뜻하게흐르는감정을보여주고,「침묵의끝」은오래닳고파인시간끝에남은엷은미소를응시한다.이시집에서침묵은단순한말없음이아니라,오래살아온사람이감정을다루는방식이자쉽게설명되지않는내면의자세로읽힌다.자연과꽃을다룬시편들도단순한서정에머물지않는다.「길에서만나는꽃에」에서꽃은자신이놓인땅에서피고지며,존재로고통을이겨내는생명의모습으로나타난다.「두릅나물되다」는가시를품은두릅이새순을내자마자나물이되는장면을통해삶의아이러니를포착하고,「청계천왜가리,한번의결심」은살아가기위해돌을쪼는왜가리의몸짓속에서기다림과결심의슬픔을읽어낸다.또한「후배의전화」,「오래된만남」,「그대떠나던날」등은관계가시간속에서어떻게추억과그리움으로바뀌는지를보여준다.시인은사라진것을완전히놓아보내지않는다.대신그것이남긴목소리,향기,눈빛,풍경을다시불러와현재의감정속에앉힌다.어쩌면시집의‘찾는것’은잃어버린과거의복원이아니라,사라진시간속에서도여전히나를이루고있는감정의근원을확인하는일이다.

『시간다니는길에서』는특별한사건보다평범한하루의미세한감정에오래머무는시집이다.정진선시인은사랑과이별,가족과친구,도시와자연,상실과그리움을통해우리가살아가며지나치는순간들의의미를다시묻는다.시집속시들은화려하게치장된언어보다일상깊숙한곳에서길어올린감각과사유로독자의마음에닿는다.시간이지나도어떤눈빛은남고,어떤풍경은다시떠오르며,어떤그리움은여전히현재형으로살아있다.『시간다니는길에서』는바로그시간의길목에서우리가잃은것과붙들고싶은것,그리고끝내지켜야할감정의자리를조용히비추는시집이다.

책속에서

저녁바다
하늘빛따라
어둡게변할때
외로워져
혼자가듯가는무엇이있으면

그네
앞으로
다시뒤로가듯
주고도품지못해
돌아서가는무엇이있으면

마음이
마음을위해
그마음에서
떠나야하는시간이다
남기며가는무엇이있으면
-「떠나가는무엇이있으면」전문

밤을깔고
누워
공허의칼을꺼내
새끼발가락위무의미를자르면,

걸린바지에
한그루
뒤틀린음영이걸려흔들거린다

어둠의빛깔로
사라진
창가빛을위해
유인원되어소리내웃는다
-「독백」부분

만남은
설렘으로
욕망을표현한다

선명한녹색잎은
가득찬기대이다

어제와다른
노랑꽃으로
예견하는탄성

어디있을까

편히자리잡고
숨어

혼자익는개똥참외

개똥밭에누워
익지못하는시간속에
숨어있는나

어디있을까
-「혼자익는개똥참외」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