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시59분,아직오늘은끝나지않았다
신호가바뀌기전잠시멈춰바라보는삶과마음의풍경”
하루의마지막1분,23시59분.오늘이끝나기직전이면서새로운하루가시작되기직전인시간이다.우리의삶에도그런순간이있다.지금까지걸어온길을잠시돌아보고앞으로어느방향으로걸어가야할지생각하게되는순간,익숙했던관계와삶의방식에의문을품게되는순간,멈춰있던신호등이바뀌듯다시한걸음을내디뎌야하는순간이다.이책은바로그런순간에펼쳐보는책이다.
거창한철학보다일상의작은장면에서시작되는질문
이책에서저자가이야기하는것은특별한사람들의특별한삶이아니다.부모와자식의대화,사춘기딸아이와의갈등,자전거를타며만난풍경,오래된친구와의관계,스마트폰을손에서놓지못하는자신의모습,길위에서만난사람과꽃과나무와강물같은지극히평범한일상이다.
그러나저자는그익숙한장면을그냥지나치지않는다.왜우리는남과자신을비교하는가.성공한다는것은무엇인가.가까운사람에게왜더쉽게상처를주는가.타인을이해한다는것은무엇인가.기다림과인내에는어떤의미가있는가.나이가들수록무엇이소중해지는가.그리고마지막순간우리곁에남는것은무엇인가.평범한하루에서시작된이야기는어느새관계와행복,욕망과성공,상처와용서,삶과죽음에관한질문으로깊어진다.
이책이인문적사유를어렵게전달하지않는이유도여기에있다.개념에서삶으로내려오는것이아니라삶에서질문을발견하고그질문을따라생각의깊이를더해가기때문이다.
짧게읽고오래생각하는글
이책의또다른특징은글의호흡이다.한편한편의글은짧고,산문을시처럼여백을두어구성했다.긴설명이나복잡한논리를따라가야하는글이아니다.몇페이지를읽다가잠시책을덮어도좋고,마음에남는한편을골라읽어도좋다.
그짧은이야기사이에는헬렌켈러,박경리,장영희를비롯한여러작가와사상가의문장이함께한다.저자자신의경험에서시작된생각이다른이들의사유와만나면서개인적인이야기에머무르지않고우리가함께생각해볼만한삶의질문으로확장된다.
각부의마지막에실린‘쪽방편지’도이책의특별한결을만든다.나무와별,바람과강물에게,때로는상처받거나실패한누군가에게보내는편지는사색의언어를조금더가까운위로의언어로바꾸어놓는다.
오늘,당신은어떤마음으로다음신호를기다리고있는가
저자는삶을바꾸는거대한정답을제시하기보다다른사람의마음을한번더헤아려보는일,당연하게누리는것들의소중함을깨닫는일,실패한사람의곁에머무르는일,가족에게좋은말한마디를건네는일처럼작고사소해보이는마음의움직임을바라본다.어쩌면삶은그렇게조금씩달라지는것인지도모른다.
23시59분은끝을뜻하는시간이아니다.신호등앞의멈춤도영원한정지를의미하지않는다.곧새로운하루가시작되고,신호는다시바뀐다.삶의길을걷다문득멈춰서고싶은순간,이책은잠시자신의마음을바라볼여백을건넨다.그리고다시길을나서는독자에게조용히묻는다.오늘,당신은어떤마음으로다음신호를기다리고있는가.
책속에서
여백의숨결
가까운사람에게
친한사람에게
너무큰기대를하며사는것은
오히려관계를훼손하는
원인이되기도합니다.
기대는늘의존을낳고
그의존이채워지지않으면
상처를남기게됩니다.
주변의소중한사람일수록
거리가필요한이유가여기에있습니다.
이거리는서로멀어지기위한것이아니라
서로를존중하기위한여백의숨결입니다.
(중략)
관계란꽉찬내안에
상대방을집어넣는것이아니라
빈마음에상대방이쉴수있는공간을
마련해주는것입니다.(252-253쪽)
사춘기공부
사춘기에접어든아이들과다투느라
매일같이집에큰소리가가득합니다.
먹으라는밥은잘먹지않고
매운라면,간식만먹어대고
잠은또왜이렇게늦게자는지
(중략)
왜자기말을듣지않느냐며버럭화를내다가
문을쾅닫고방안으로들어갑니다.
이해할수없는행동을보며
먼옛날사춘기를떠올려봐도잘기억나지않아
‘저때는다그런가?’라고
위안아닌위안을삼아보다가도
버릇없는행동에또화가납니다.
그러다사춘기청소년들의모습을이해하기위해
사둔책을펼쳐봅니다.
(중략)
누군가를이해한다는것은
내마음의빛깔로그사람을
바라보는것이아니라,
그사람의빛깔로내마음의
빈여백을채우는것입니다.(288-2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