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 (양장본 Hardcover)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 (양장본 Hardcover)

$17.00
Description
“제철인 것을 누리는 삶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방향으로 나를 이끄는,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의 초대장이다.”
불쑥 떠오르는 삶의 질문에 어떤 답을 하면 좋을까 곤란한 얼굴이 되곤 합니다. 요가와 명상을 안내하며 남은 일상에는 글을 쓰는 작가 최예슬은 그때마다 시선을 먼 과거로 옮겨보았습니다. 어떤 계절의 흐름을 지나고 있는지, 변화하는 자연에 따라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흐르는지 곱씹다가 절기가 전해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는 “24절기를 챙기며 그 순간 제철인 것을 누리는 삶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방향으로 자신을 이끄는,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의 초대장” 같다고 말합니다. 자연의 순리에 기꺼이 응하던 옛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빌려 보니, 지금 당도한 문제나 질문들을 나다운 방향으로 새로이 해석할 수 있던 거지요.

어라운드와 마음을 모아 만든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를 펼쳐봅니다. 한 해 동안 계절의 흐름을 온마음으로 기록한 최예슬의 문장은 사려 깊습니다. 낯선 감정이나 생각에 섣불리 이름을 붙이기보다, 나와 나를 둘러싼 자연에 시선을 거두지 않고 느긋하게 소화하려 애씁니다. 스물네 개의 절기마다 자신이 마주한 질문에 성실히 답하기 위해 옛사람들의 일상을 톺아본 그 덕분에, 우리는 지나간 걸음에서 미래를 나아갈 지혜를 건져낼 수 있습니다. 각 계절의 서문에는 사람과 자연이 둥근 모양으로 어우러지는 작업을 선보이는 일러스트레이터 곽명주의 그림을 두었습니다. 더불어 한 절기를 주제로 써 내린 에세이가 끝날 때마다 절기에 대한 설명도 간단히 곁들어 두었어요. 한 손에 가벼이 들어올 만한 책이기에 안팎으로 반복되는 계절에 대해, 그 시간을 응시하는 우리네 삶에 대해 오랫동안 어루만지며 곁 가까이에 머무는 책이 되어줄 거예요.

끝으로 최예슬은 말합니다. “둘러싼 세계의 바람과 햇살, 비와 아침, 눈과 석양을 관찰하는 동안 새로운 중력이 우리의 삶에 참여하도록 만들 수 있다면, 더 자연스럽고 탁월하게 아름다운 세계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요. 어림잡아 이주에 한 번씩, 새로운 절기가 찾아올 때마다 꺼내 읽고 싶은 세계를 내어드릴게요. 봄이 한창 흐드러진 이맘때, 여러분과 절기를 따라 함께 걷고 싶습니다.

가장 깊은 밤이 도착하는 곳은 언제나 해가 길게 드리우는 자리, 무엇도 어둠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빛이 비출 때에는 조그맣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천진한 빛 속에서 고단해질 때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사려 깊은 어둠의 어깨에 기대어 쉬면 됩니다.
둘러싼 세계의 바람과 햇살, 비와 아침, 눈과 석양을 관찰하는 동안 새로운 중력이 우리의 삶에 참여하도록 여건을 만들 수 있다면, 아직 우리가 모르는 더 자연스럽고 탁월하게 아름다운 세계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을 이야기하겠지요. 저는 저의 걸음으로 계속 걸어가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릴게요. 우리가 만나는 날, 따뜻한 돌멩이를 당신의 손에 건네게 되기를 바라면서요.”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글’ 중에서
저자

최예슬

저자:최예슬
릴케의‘인생은옳은것입니다.어떠한경우에도.’라는문장을등대삼아자연처럼자연스럽게살아가고싶은사람.요가와명상안내하는일을하며,다정한마음으로성실하게몸과마음과글을읽고쓰면서살아간다.《유연하게흔들리는중입니다》와《불안의쓸모》를썼으며,2023년여름부터1년간어라운드에서스물네개의절기마다연재한글을한데모아이것,《아주오래되었으나새로운세계로》를펴냈다.

목차


들어가는글

첫번째,봄
언땅을깨우는첫봄의ㅡ입춘
사계절이라는여행을준비하는ㅡ우수
아직모르는세계가사랑을전하는ㅡ경칩
새롭게채울빈자리를준비하는ㅡ춘분
수월하게싹이돋고뿌리내리는ㅡ청명
비옥한토양으로씨앗을환영하는ㅡ곡우

두번째,여름
무성함속틈을만들어보는ㅡ입하
초여름의햇살에나를세워두는ㅡ소만
필연을믿으며할일을해내는ㅡ망종
기다리고지속하기를선택하는ㅡ하지
밭을두고떠나지않는농부처럼,삶을지키는ㅡ소서
무성함속에서남겨둘것을헤아리는ㅡ대서

세번째,가을
가을의씨앗을심는ㅡ입추
눅눅한것들을햇볕에말리는ㅡ처서
열매가안으로무르익는ㅡ백로
가을걷이의감사함을느끼는ㅡ추분
내년의씨앗을갈무리하는ㅡ한로
단풍을바라보며삶을배우는ㅡ상강

마지막,겨울
경험이지혜가되는계절의ㅡ입동
겨울이인사를건네는ㅡ소설
눈이내려보리를덮어주는ㅡ대설
새로운태양과씨앗을지켜보는ㅡ동지
마주하는빛으로따뜻함을찾는ㅡ소한
추위속에서봄을준비하는ㅡ대한

나가는글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봄을시샘하는바람속에서우리들은봄이코앞에도착했음을느낀다.아침은전보다일찍찾아올것이고,조금씩길어지는빛의시간에대한지구의약속은나무가하늘을향해자라도록,내마음의비워진자리에푸르고향기나는것들이피어나도록도와주리라는걸믿을수있다.이제,계절에몸을맡기고따뜻함에기대어나아갈때가왔다.
―<새롭게채울빈자리를준비하는절기:춘분>중에서.

계절의호의를누린다.적절한간격으로불어오는바람은안전하게마주잡은손같고,해를등지고서면몸의뒷면을따뜻하게데우는햇볕은어루만지듯안아주는부드러운품같다.봄에서여름으로향해가는길목은어떤계절의이동보다도반가워서자꾸만손을뻗어나무를쓰다듬고피부에닿는햇살을만져보게된다.여름이돌아오는중이라는것,새로운여름이오고있다는것.
―<무성함속틈을만들어보는절기:입하>중에서.

포도알은한없이늘어나서는안된다.늘어나서는안된다.올해의포도줄기가감당할수있을만큼,딱그만큼커진후에는바깥으로부푸는대신안으로여물기시작해야만한다.열매가달게무르익는것은몸집이커지지않는지금.이때열매의맛이결정된다.열매가알차게익어가도록기다리는일,날씨라는우연에온통의지하는일만이남아있다.인간의힘으로어찌할수없는것에올해의농사를맡기는지혜의시간이다.
―<열매가안으로무르익는절기:백로>중에서.

겨울에함께도착했다.입동에는우리가만나부드럽고따뜻한질문의공을서로굴렸으면좋겠다.모든계절을살아내느라수고가많았다고,분주한계절동안미뤄둔인사를건네고다가오는추운날엔서로마음을기대며때때로쉬어간다면좋겠다.
―<경험이지혜가되는계절의절기:입동>중에서.

당신이겪는어떤일들은아직호명할단어를찾지못해귀하게여겨지지못하거나충분히위로하는법을알지못한채방치되고있을지모릅니다.이름을붙이고이해해야한다는생각을지우면역설적으로이해되지못한채그대로두는것이새로운이해의방식이됩니다.새로운사랑의방식이기도할거예요.경계바깥에서만나게되는새로운아름다움은경계안사람의솜씨이겠지요.초대장을손에든당신은어디에있습니까.

그곳이어디든새로운계절의길을호기심가득한눈으로기웃거려보는걸음잊지않으시기를,서성거리게되면그곳은아마깊어지기에적당한자리일테니안심할수있기를,당신이여기에쓰인이야기너머로건너갈수있기를바랍니다.

아주오래되었으나새로운세계에서만나우리는더사랑할거예요.
-<나가는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