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기업채용에서찾은우리교육의해법
출신학교스펙이취업에필수인시대는지났다!
통계청에서는2009년이후매년초·중·고사교육비관련조사를해오고있다.해를거듭할수록증가세를보이던사교육비가코로나19로대면교육이멈추다시피한지난해에는전년도에비해전반적으로줄었다.그러나사교육참여비중이높은중학교와고등학교는소폭증가하고소득수준별사교육참여율격차도다소증가했다.팬데믹의한가운데에서도우리는여전히사교육을놓지못하고있는것이다.사교육비의지출이유를물었을때부동의1위는‘기업체채용에서출신대학을중시하기때문’이라는대답이었다(2009~2013년조사).
왜이렇게사교육에매달리는것일까.우리모두답을알고있다.한마디로좋은대학을나와서좋은직장에들어가고싶기때문이다.취업이곧생존인시대에살면서,내아이가남들보다더좋은직장에들어가기위해서는무엇보다명문대학스펙이필요하다고생각한다.그래서대학입시에몰두하고,더나아가대입경쟁에서조금이라도유리한고지를차지하고자특목고나자사고입학에매달린다.사교육투자는그치열한경쟁에서승리하기위한가장손쉽고도확실한전략인것이다.한국교육개발원의‘2020년교육여론조사’보고서를살펴보면,앞으로학벌주의가약화할것이라는답변은16.5%,심화할것이라는답변은20.6%,변화가없을것이라는답변은58.1%였다.
그렇다면이견고한학벌의벽을깰수는없는것일까.공교육을더욱강화하는새로운교육의흐름을만든다면가능할까.이미십수년전부터혁신교육이시작되었고,자유학기제,미래교육,고교학점제등새로운교육방식이봇물터지듯쏟아지고있지만학벌주의의견고한벽을깨뜨리기란쉽지않다.그런데최근도무지무너질것같지않던학벌주의에조금씩균열이생기고있다.바로기업의채용방식이바뀌기시작하면서좋은학벌이반드시유리하지만은않다는흐름이만들어지고있는것이다.그변화의흐름을재단법인교육의봄이약8개월에걸친기업채용관련포럼을통해서긴급진단하고이를바탕으로우리교육의새로운해법을모색했다.
“은무너지고있다!”
‘교육의봄’이국내최초로규명한대한민국기업채용현황
몇년전드라마이신드롬에가까운인기를끌었다.자녀교육과대학입시라는,대한민국부모라면누구나공감할만한주제를다룬이드라마속주인공들은대부분전문직에‘스카이캐슬’이라는호화주택에살며그들만의폐쇄적인커뮤니티를이룬다.그들은이세상이‘밑바닥에서는짓눌리고,정상에서는누리는’피라미드구조라고믿으며,자식들을그피라미드꼭대기로올려보내기위해안간힘을쓴다.그래서거액을들여전문입시코디네이터를찾고,소규모그룹과외를하고,VVIP를위한입시컨설팅을받기위해줄을선다.그과정에서부모는엄청난비용과희생을치르고,아이는명문대의원하는학과에가기위해점수몇점에목숨을거는괴물과같은존재가된다.
드라마를단지드라마로볼수없게만든것은지금우리의현실과크게다르지않기때문이다.피라미드의꼭대기에해당하는명문대라는최고의학벌이있으면좋은회사에들어가거나원하는일을얻고높은사회경제적지위를누릴것이라고기대한다.지금처럼저성장·고실업시대에는그런방패막이가더욱절실하다고여긴다.그런데이런학벌로쌓아올린피라미드에균열이가기시작했다.먼저그징후를보인것은채용시장이다.기업체채용이정기보다는수시로,신입보다는경력으로,학벌보다는직무중심으로바뀌면서어느대학출신인지가중요하지않게된것이다.
21세기들어시작된4차산업혁명의영향으로산업과기술이혁명적으로변화하고밀레니얼세대가기업의주축이되면서일하는환경도바뀌고있다.경영의패러다임자체가바뀌게된것이다.이에그변화를빠르게감지한마이크로소프트,구글같은글로벌기업을비롯해서우리나라IT기업들,특히카카오,마이다스아이티,엔씨소프트등을선두로기업의인재채용부터평가와보상,인재육성,조직문화에대한대대적인혁신이이루어지고있다.
2020년11월부터2021년6월까지8개월에걸쳐11차례포럼진행
마이크로소프트,구글,카카오등국내외주요기업의채용담당자참여
지금껏기업채용이어떻게이루어지고있으며,변화가있다면어느수준으로어떻게진행되고있는지그현황을조사하고국민들에게알린기관이나개인은없었다.『채용이바뀐다교육이바뀐다』는국내최초로재단법인교육의봄이2020년11월부터2021년6월까지약8개월에걸쳐모든기업군에서진행되고있는채용현황을종합적으로살펴본결과물이다.
대기업과IT기업,금융권,외국계기업,중소기업,공기업,스타트업,병원과대학,언론사등을망라했다.기업채용과관련해11차례포럼을진행했는데,내용이너무방대해일단이책에서는1차로진행한5개기업군(IT기업,외국계기업,공기업,금융권,대기업)의채용현황을중심으로소개하고자한다.말이5개기업군이지변화의흐름을주도하고있는주요기업들이모두포함되었다고봐야할것이다.그러니까이책하나만으로도채용의전반적추세를이해할수있다.
먼저각기업군별포럼에서는이책의저자인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이소영이사등17인의채용전문가들이발표를하고,이후이내용을토대로서로생각이다르거나데이터가일치하지않는부분이있으면이를명료화하기위해종합토론을진행했다.이책에발표와토론내용을그대로수록했다.그리고특정기업의채용정보를넘어모든기업군의채용정보를사례가아니라구체적인데이터를바탕으로종합적으로살펴보았다.
주요5개기업군의채용현황파악
학벌에서역량으로,채용의패러다임이바뀌다!
이책은6장으로구성되었다.1장은지금대세인IT기업,2장은변화를앞장서이끄는외국계기업,3장은블라인드채용으로공정채용의새바람을일으키는공기업,4장은가장보수적인기업군이면서도블라인드채용을전격적으로도입한금융권,5장은다른직업군에비해학벌을많이보는편이지만급격히변화하고있는대기업의채용을담았다.그리고마지막6장에서는5장까지의내용을다시정리하면서학교와가정에주는교육적의미를살펴보았다.
1장은IT기업이다.IT업계는지금대세다.어떤전문가는예측하길,우리나라기업전체채용인원중40%를IT인력이차지하게될것이라고한다.그만큼수요가많다.IT산업의성장세와구직자의선호도를고려할때,IT기업채용의방향은국내채용문화에적지않은영향을끼칠것이다.
카카오,마이다스아이티,엔씨소프트같은주요IT기업의채용에서공통적으로보이는특징은학력,자격증,어학점수와같은스펙을중시하지않는다는점이다.대신성과역량과성장가능성을중요하게본다.IT기업들이전통적인채용의틀에서벗어나게된것은학벌이지원자의직무역량을대변하지못한다는확신때문이다.이런점에서IT기업채용의탈학벌경향과직무역량에대한강조는향후국내기업의채용방향을알려주는희망적인부분이라할수있다.
2장은외국계기업이다.2019년현재국내에1만4,300여개의외국계기업이들어와있고국내고용에서차지하는비중도6%나된다.구글코리아,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그리고외국계기업취업컨설팅전문가들은외국계기업의채용에서학벌은단순히참고사항에불과하다는것을이구동성으로이야기한다.국내대기업이지원자가많아서류에서스펙으로거르는것과는대조적으로외국계기업은지원자가많아도기업에서뽑고자하는직무에적합한지‘직무키워드’를중심으로서류전형을실시한다.또한인턴,계약직경력뿐만아니라아르바이트,동아리,SNS활동까지직무와연관된모든경험과경력을본다.역량의검증도필기시험과같은간편한방식이아니라수차례의심층면접을통해확인한다.
외국계기업의이같은채용방식은4차산업혁명과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상황에서채택된트렌드로서국내기업들역시이트렌드를따라갈수밖에없다.외국계기업의채용을주목하고공과를살필필요성이더욱커지는지점이다.
3장은공기업이다.2017년이후공기업과공공기관대부분은학벌과전공,학점을요구하지않는완전한블라인드채용을실시하고있다.블라인드채용이란학벌과전공과학점이지원자의능력을판별하는데편견요소로작용한다고보고이를지원서류에기록하지않는것은물론채용전과정에서이정보를요구하지않는방식을의미한다.대신NCS필기시험이나면접및AI역량검사등을활용해서적절한직무능력을갖춘사람을찾기위해노력한다.
공기업의블라인드채용에대해서깜깜이채용전형이라는비판도있지만,공기업채용담당자들과합격자들에게설문조사를한결과,98%가공정한전형이라고응답했다.블라인드채용시행이후공기업의취업경쟁률도높아졌고,SKY대출신지원자들의합격률이낮아진대신비수도권대학출신합격률은높아졌다.이렇듯공기업과공공기관에서시작된블라인드채용은민간기업으로도확산되고있다.문제는이블라인드채용이정부정책으로만시행되고있다는점이다.이정책이지속되려면법률적인뒷받침이필요하다.
4장은금융권이다.가장보수적인기업군이라할수있는금융권역시블라인드채용이급격히확산되고있다.금융권의채용비리를막기위한조치에서출발한이제도는2018년현재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등국내주요은행을비롯해서약50%에서채택하고있다.기업별로시행하는방식에는다소차이가있으나금융권의이러한채용변화의흐름은구직시장뿐만아니라좋은학벌을취득하기위해극심한입시경쟁에내몰린우리교육에충분히긍정적인신호를줄수있을것이다.그러나‘금융고시’라불리는난이도높은필기시험과금융공기업을비롯한주요은행들에주로쏠리는지원등은문제로지적된다.
5장은대기업이다.대기업역시다른기업군과마찬가지로대규모정기채용에서소규모수시혹은상시채용으로채용방식을전환하고있다.이제스펙중심에서직무능력혹은역량중심으로채용의패러다임을바꾸겠다는신호다.채용인원이줄어들면서나타난현상이기도하지만,기업간경쟁이심화되고관련산업의변화가극심해지면서기업이출신학교와전공,학점등의스펙이기업이원하는직무능력을보장하지못한다는판단도작용한것이다.국내4대기업중삼성을제외하고현대자동차,LG전자,SK는수시,상시채용으로전환했거나전환할예정이다.
기업의역량중심채용에대한교육의응답
고입과대입제도를바꾸는길에나서야
교육의봄은우리나라대표기업군의채용현황을살펴보고나서그결과가참으로놀라웠다고말한다.채용에서의변화는이미전면적으로진행되고있었기때문이다.그리고채용에서출신학교스펙이당락결정에필수인시대는지났음을확인했다.
이제교육의고민은기업이필요로하는역량을어떻게대비하느냐로모아져야한다.기업이중시하는역량이교육의본질과도부합하기에더욱그렇다.학벌중심의교육과역량중심의교육은공준이불가능한교육방식이다.두가지를함께강조할수는없다.이미시작된교육계의새로운흐름은아이들을입시교육에서길렀던방향과는다른존재로키워내겠다는것이고이는기업계채용에서일기시작한변화와도일치한다.
교육의봄은이책을펴내며다음과같이말한다.
“기대하건대이책이아이들을제대로키워내기위해오랫동안중심을잡고애써온부모님들과선생님들에게격려가되기를바랍니다.교육도달라지고채용도달라지는데고교입시와대학입시가그중간에서양쪽의물길을막고있는형국이라면,고입과대입을바꾸는일에나서야하겠구나,그렇게누군가에게용기를주는자극제가되길바랍니다.”
지금우리는이제껏경험하지못했던새로운가치와거대한변화의출발선에앞에서있다.이대전환의갈림길에서
더이상과거의방식으로미래세대를교육해서는안된다고믿는이들에게『채용이바뀐다교육이바뀐다』는선명하고도흔들림없는표지판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