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아이 (양장)

죽이고 싶은 아이 (양장)

$14.00
Description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작가 이꽃님 신작
“팩트는 중요하지 않아. 사람들이 믿는 게 더 중요하지.”
조각난 진실과 부서진 믿음에 관한 이야기
십 대들의 외롭고 불안한 내면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작품으로 주목받아 온 이꽃님 작가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놀랍도록 흡인력 있는 작품으로 돌아왔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한 여고생의 죽음이라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진실과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건넨다.
소설의 주인공인 주연과 서은은 둘도 없는 단짝 친구다. 두 사람이 크게 싸운 어느 날, 학교 건물 뒤 공터에서 서은이 시체로 발견되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주연이 체포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주연은 그날의 일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주연은 정말 서은을 죽였을까? 이야기는 주연과 서은에 대해 증언하는 열일곱 명의 인터뷰와 주연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인터뷰이에 따라 주연과 서은이 어떤 아이였는지, 둘의 관계는 어땠는지가 시시각각 변모해 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는 독자들에게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보이는 대로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 얼마나 야만적인지를 독자들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이꽃님 작가의 전작들이 십 대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위로였다면, 『죽이고 싶은 아이』는 십 대들의 곁에 선 작가가 진실이 멋대로 편집되고 소비되는 세상에 던지는 서늘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이꽃님

[서울신문]신춘문예에동화「메두사의후예」로등단하여작품활동을시작했다.『세계를건너너에게갈게』로제8회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대상을받았다.지은책으로청소년소설『행운이너에게다가오는중』『당연하게도나는너를』『죽이고싶은아이』『이름을훔친소년』『B612의샘』(공저)『소녀를위한페미니즘』(공저),동화『악당이사는집』『귀신고민해결사』등이있다.

출판사 서평

<세계를건너너에게갈게>작가이꽃님의신작
조각난진실과부서진믿음에관한이야기

2018년『세계를건너너에게갈게』를발표한이후독자들의뜨거운호응을받아온이꽃님작가가전작들과는사뭇다른결의강렬한신작으로돌아왔다.여전히지금십대들이놓인팍팍한현실과이들의외롭고불안한내면을다루고있다는점은같지만,이번에작가가선택한방식은다정한위로가아닌서늘한경고이다.
『죽이고싶은아이』는한여고생의죽음을둘러싼,결코평범하지않은이야기를담아낸작품이다.작가는이소설이‘진실과믿음에관한이야기’라고말하며이렇게고백한다.

이소설은진실과믿음에대한이야기이다.나는종종진실에대해생각하곤한다.진실은사실그대로인것인지,아니면사람들이원하는대로만들어지는것인지.이이야기는여기서부터시작되었다.
_작가의말중에서


“17세소녀가유력한용의자입니다”
결말을예측할수없는,놀랍도록흡인력있는이야기

소설의중심인물인주연과서은은중학교때부터지금까지둘도없는단짝친구다.두사람이크게싸운어느날,학교건물뒤공터에서서은이시체로발견되고가장유력한용의자로주연이체포된다.그런데어찌된일인지주연은그날의일이도무지기억나지않는다.
‘학교에서죽어간열일곱살소녀’
한기자의보도로알려진이사건은많은이들의공분을사게되고방송국은앞다투어특집프로그램까지편성해가며주변인물들을인터뷰하고선정적인보도를내보낸다.시간이흐를수록주변사람들의증언은점점주연을범인으로가리킨다.
주연은정말서은을죽였을까?소설은주연과서은에대해증언하는열일곱명의인터뷰와용의자인주연의주변인물들의이야기가교차되는독특한방식으로전개된다.인터뷰이에따라주연과서은이어떤아이였는지,둘의관계는어땠는지가시시각각변모해간다.작가는독자들의호기심을충족시켜주는듯하다가도영리하게비껴간다.인터뷰가거듭될수록점점주연이어떤아이인지알수없다.이처럼반전에반전을거듭하며독자를혼란에빠뜨리는예측불가능한전개는독자들에게읽는내내심장이쫄깃거리는긴장감과끝까지책을손에서놓지못하게하는엄청난몰입감을선사한다.


“팩트는중요하지않아.사람들이믿는게더중요하지.”
진실이멋대로편집되고소비되는세상

이소설은심리미스터리소설의형식을취하고있다.주위의부러움과시샘을한몸에받던주연의숨겨진얼굴이주변사람들의증언을통해속속밝혀지는장면을보며성급한독자들은‘결국진실은언제가밝혀진다’는오래된명제를떠올리며안심할수도있을것이다.그런데찬찬히들여다보면작가는범인이누군지혹은사건의진실이무엇인지를밝히는데그다지관심이없어보인다.오히려사건의실마리를추적해가는과정에서드러나는다양한인간들의모습과그속에담긴각각의욕망에더초점을두고있다.이는주연의부모와변호사의모습을통해극명하게드러난다.
주연의부모는주연을자신들의욕망을투사하는대상으로만여길뿐정작주연이원하는것에는아무런관심이없다.변호사역시자신의커리어에만온통신경이가있을뿐주연이비명처럼외치는호소에도귀를열지않는다.자신은서은을죽이지않았다고절규하는주연에게변호사는사무적인목소리로이렇게말한다.
“사람들이믿으면그게사실이되는거야.팩트는중요한게아니라고.”
재판에서한번도진적이없다는변호사의말에는거부할수없는위력이담겨있다.그말이단지소설속이야기만이아님을알만한사람은다알기때문이다.
우리가사는세계에서이제더이상미디어는진실이아니며여론은정의가아니다.가짜뉴스,유언비어,악성루머는네트워크를타고순식간에퍼져나가고타인의불행을먹이삼아이어지는댓글테러,신상털이,마녀사냥은그칠줄을모른다.온갖예단과억측이강물처럼흘러다니지만누구도그걸막을생각은없어보인다.자기일이아니라는이유로그저기분내키는대로농담처럼즐기고가볍게소비할뿐이다.청소년들의놀이터인인터넷공간은마녀사냥을하기에최적의장소이다.어른들도속절없이끌려가는깨진거울과도같은세계에서,청소년들은더쉽게휘둘리고더쉽게상처받는다.
『죽이고싶은아이』는이런적나라한현실을가감없이보여준다.보이는대로만보고,듣고싶은말만듣고,믿고싶은것만믿는사람들로가득한세상이얼마나야만적인지를독자들의눈앞에생생하게펼쳐보인다.또한조각난진실의파편이멋대로편집되고소비되는세상에서는그누구도평온할수없음을섬뜩하게경고한다.


“나한테네가필요한것처럼,너한테도내가필요해!”
잔인한서사를지탱하는건결국,서로를향한마음

『죽이고싶은아이』는비극적사건을통해우리가믿어의심치않았던가치들이어떻게무너지는지를보여준다.빗나간인과응보,잘못된모성애,어긋난가족관계,조각난진실속에서독자들이선명하게알게되는것은용의자인주연이몹시외로운아이였으며,아이러니하게도주연의마음을제일잘알고이해해준사람은서은하나뿐이라는점이다.
마음둘곳없는외로운아이주연은유일하게마음을내어준서은이자신을등졌다고느낀순간무섭게폭주한다.서은에대한애정이과도한집착으로변한것이다.관계에서툰주연에게는서은의급작스러운변모가감당할수없는두려움으로다가갔으리라.
주연에비할수는없지만관계에서툴기는서은역시마찬가지였다.비록경제적인어려움은있었지만정서적으로는누구보다건강하고따듯한환경에서성장한서은은주연과달리이해심도많고사람을보듬을줄아는아이였다.그러나주연의끝없는투정과안하무인까지참아내기에는서은역시불안한십대소녀일뿐이었다.
십대청소년에게친구는지극히현실적이고예민한과제이다.속마음을터놓고이야기할친구가한사람만있어도불안은누그러들고어려움도견딜만해진다.주연과서은의관계도처음엔그랬다.하지만관계맺기에서툰아이들의우정은조그마한균열에도쉽사리흔들리고깨지기마련이다.
누구나살아가면서이별을겪는다.특히자기정체성이형성되어가는청소년기에겪는이별은더가슴저미는상실감으로다가올것이다.주연의폭주는상실감을충분히애도하지못한이들에게서나오는전형적인모습이다.충분히슬퍼할시간을가지며상실을애도한사람만이다시길을갈수있고먼길을거쳐이윽고어른이될수있다.그러나오늘날우리사회는청소년들에게그런시간을허락하지않는다.
『죽이고싶은아이』는강렬한서사와독특한소설적구조속에우리사회의근원적인문제를잘녹여내는동시에오늘의청소년문제가비단그들만의문제가아님을다시한번깨닫게해주는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