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만든 집 -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나로 만든 집 -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13.00
Description
「편의점 가는 기분」 「게스트하우스 Q」
특별한 공간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박영란 작가의 신작

‘열일곱, 지켜야 할 것들이 생겼다.’
외롭고 가난한 인물들을 보듬는 ‘한밤의 편의점’, 조금 이상한 각자가 모여 우리가 되는 ‘게스트하우스’ 등 특별한 공간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박영란 작가가 이번에는 ‘이층집’의 문을 열었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는 「나로 만든 집」은 낡은 이층집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에 집주인이 된 아이가 겪는 위기와 고난, 성장을 담은 작품이다. 담백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작가 특유의 문체를 통해, 점점 고조되는 불안과 긴장 속에서도 자신만의 질서를 지켜 나가려 애쓰는 한 아이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뒤,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자란 경주는 두 분마저 돌아가시자 이층집에 홀로 남는다. 열일곱에 집을 유산으로 받고 주인이 된 경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자신의 질서가 녹아 있는 집을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삼촌을 필두로 가족들은 집을 팔아 한몫 챙기려는 속셈을 품고 경주를 찾아오기 시작한다. 어른들의 설득과 회유, 협박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경주는 끝까지 자신의 집을 지킬 수 있을까?
저자

박영란

경상북도영양에서태어나열두살때부터서울에서살았다.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수료했고,영문학을공부했다.장편『서울역』으로한국문화예술위원회창작기금을받았다.소설집『라구나이야기외전』,장편소설『쉿,고요히』(『나의고독한두리안나무』개정판),『영우한테잘해줘』,『서울역』,『못된정신의확산』,『편의점가는기분』,『게스트하우스Q』,『다정한마음으로』,『가짜인간』,동화『옥상정원의비밀』등을펴냈다.마음이쓰이는곳에내소설역시머물고있다.

목차

1장
2장
3장
4장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그해여름,짙은어둠속을헤치는
주인이된아이의고군분투

“너몇살이야?”
“물려받은유산은지킬줄아는나이입니다.”

낯설고도고단한여름을보내는아이가있다.이름은경주,나이는열일곱살,성별은여자.건장하고뼈대가굵어서만만해보이지않는외모가스스로생각하는장점이다.어른들과대화할때나오는말투는딱딱하기그지없다.“집은안팝니다.”그해여름,경주가가장많이입에올린문장이다.꼭필요한말과행동을단호하고분명하게하는데에는이유가있다.보호자였던할머니와할아버지가돌아가신뒤,유산으로받은집을경주가홀로지켜야하기때문이다.어떻게든집을팔아버리려는어른들사이에서,경주는할아버지의유언대로이층집을지키겠다고결심한다.

외롭고가난한인물들을보듬는‘한밤의편의점’,조금이상한각자가모여우리가되는‘게스트하우스’등특별한공간으로독자들의마음을사로잡은박영란작가가이번에는‘이층집’의문을열었다.5월이면꽃향기를뿜어내는라일락이정원한쪽에군락을이루고,할머니의계획에따라퍼즐조각처럼자잘하게구역이나뉜텃밭이자리하고,자라나는경주의꿈이되어준형광별이작은방천장에붙어있는집.할아버지와할머니,경주의질서가구석구석에배어있는집이이제는오롯이경주의소유가되었다.열일곱살에주인이된경주는이제자신만의질서를지키기위해어른이되기로마음먹는다.


질서를무너뜨리려는어린애같은어른들,
모두의질서를아우르는어른같은아이들

“그일은다어른들이알아서해!”
“그집에관한한삼촌은아무권리가없습니다.”

경주가보이는단호함에는할아버지와할머니가남긴당부의말이큰영향을미친다.그것은자신이피해자라고우기면서어느새가해자로돌변해버린인물,할아버지와할머니에게줄곧돈을내놓으라며생떼를썼던사람,‘삼촌’으로부터경주를보호하기위한노력이었다.어린애처럼말하고행동하지만무섭도록끈질긴삼촌으로부터집을지키기위해,무엇보다삼촌의운명과경주의운명을떼어두기위해할머니와할아버지는경주에게집을물려줬다.그리고자신의권리를분명히알릴줄알아야한다는조언을남겼다.경주는절대피해자가되지않겠다는일념으로당당하게홀로서기시작한다.

아직할머니의죽음을견디기에도힘든경주에게삼촌은집을팔자고강요하고윽박지르며졸라대기도한다.그런삼촌에게경주는때로실망하고,때로절망하며,때로두려움을느낀다.자신을어리숙한아이로여기며무조건우기기보다는이성적인태도로설득해주기를바라기도한다.할아버지의인생이녹아있는유언을삼촌이함부로평가하도록내버려두지않으려고마음을굳게먹기도한다.

집을팔기위해애쓰는어른들은경주를포함한아이들에게‘어린게뭘아느냐’고윽박지른다.하지만아이들은이면에숨은어른들의사정을살펴보고,이해하려애쓴다.각각의질서가충돌하는한복판에서,아이들은눈물과두려움을삼키며세상의질서를배우는동시에자신만의질서를쌓아나간다.


약하지않은아이가쌓아올린
견고한‘나로만든집’

“아빠는그렇게하는편이더낫다고생각했어.”
“나는내가더낫다고생각하는일을했고.”

집을팔지않으려안간힘을쓰는경주의행동은단순히집을,재산을빼앗기지않으려는의도에서시작된것이아니다.세상물정모르는한아이의고집으로치부될일또한아니다.사랑하는가족들과함께쌓아왔고,앞으로살아나갈한사람을지탱하는‘질서’를지키는일이다.슬픔과두려움에잡아먹히지않으려고스스로를다잡으며성장하는한아이의연대기이기도하다.자신만의질서를무너뜨리지않으려발버둥치고,타인의아집이나욕심에뒤흔들리면서도이악물고버티는아이의모습은그래서안쓰러우면서도고결하다.

우리가살아가는이세상에는집값이달린일이라면기를쓰고달려드는수많은사람이존재한다.그가운데아이는자신만의질서를선택했고,자기주도적인삶으로발을디뎠다.경주에게집은단순히돈으로환산할수있는재산이아닌,잊지못할추억이담긴소중한존재이자자신의질서를씌워가는독립적인공간이다.그곳에모여드는아이들은아직각자의질서가충돌할때어떻게행동해야할지는

결정하지못했다.하지만어른들의이혼과이별,갈등을지켜보면서각자의방식으로어른들을이해하고용서해나간다.

점점더해가는불안과긴장속에서도독자들이이야기의끝을향해지치지않고나아갈수있도록돕는힘은바로이러한아이들의용기와노력에서나온다.어린애같은어른들사이에서스스로어른이되기로선택한열일곱경주의성장을지켜보면서,독자들은어느새경주의홀로서기를간절히응원할것이다.